딴지일보의 파토님이 낸 책이다. 예전에 외계문명 관련된 글을 매우 인상적으로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세계사라니 그 해박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유럽편이고 아시아와 아메리카편도 준비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고딩 시절 세계사를 소홀히 배웠던터라 미술사를 배우면서 서양의 역사에 대해 새록새록 알게 된 것이 많았다. 그 찬란했던 문화 예술에 대해 감탄하고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동경만 했지, 선진국, 정확히는 백인사회의 그늘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유럽에 부랑자나 노숙자가 많다고 하는데 이것이 선진 복지문화의 폐해인줄로만 알았으나 개인주의의 또 다른 속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의 개인주의는 ‘남이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동시에 ‘나의 삶에 불편과 방해를 주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백인 사회에서는 기본적으로 성인이 되면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것이 당연한데다가 문제가 있는 사람을 가족이 잘 보듬어주지도 않는다. 지나가는 장애인은 감싸주어도 집안의 술주정뱅이는 감싸주지 않는 것이 백인 사회다. 가족 간에도 차갑고 때로는 무자비하다. 그래서 가족에게 기대느니 길 위의 삶을 택한다고 한다. 20대 후반, 30대가 되어도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자립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해볼만하다.
EU라는 것에 대해 화폐통합 정도로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유럽인들의 근간에 깔려 있는 로마제국에 대한 동경과 유럽 통합에 대한 열망이 합쳐져 1970년대부터 서서히 통합의 길을 준비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정치적 통합까지 달성해가고 있다. 근대와 현대를 창출해낸 유럽 문명이 이제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엮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했던 과거 영광을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철학과 힘 아래서 되찾겠다는 의미로 파토는 해석하고 있다. 지금의 금융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게 될지 지켜볼만 하겠다. 허나 르네상스가 태동했던 시기에도 마녀사냥이 자행됐던 일이나 수십 개의 왕조가 끝없이 싸워온 것, 식민지 시대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살육했던 일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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