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무탈하게 여행 마지막 날이 되었다. 늦은 8시 비행기이기는 하지만 근처에서 쇼핑하고 도쿄도청에 가보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사실 영우는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셀카봉을 결국 한 번도 쓰지 않았고, 호텔방에서 영우네 사진관이라며 셀카봉을 삼각대로 쓰면서 놀다가 다리만 부러뜨려놓았다. 그래도 영우 덕분에 일본 여행 가족사진을 남겼네.
예전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사러 일본에 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많던 카메라 샵들이 이제는 1층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전자기기, 2층 어른들의 취미용품, 3층 아이들의 장난감..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영우에게 원하는 장난감을 하나 사주겠다고 하고 두 군데 정도 구경을 갔는데 보는 것마다 이거 갖고 싶고 이거 좋다고 한다. 얼마나 좋겠니. 건담을 엄청 좋아하길래 건담 사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결국 고른건 장난감 망원경이다. 너무 소박한 것 같아서 열심히 보던 신카리용 기차 조립제품도 하나 더 사주었다.
직접 고른 망원경을 얼마나 좋아하던지 목에 걸고 길을 가면서도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 체크아웃한 후에 도쿄도청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전망대에서도 영우의 망원경으로 도심을 살펴보았다. 소중한 장난감을 얻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실신하여 잠을 보충한 영우는 하네다 공항 구석에 마련된 작은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지나가면서 보고 영우가 뛰어노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그 일이 진짜로 일어났다. 4세 교포아이를 만나 얼마나 열심히 뛰어노는지, 땀에 흠뻑 젖었다. 4세 동생이 비행기 타러 떠난 후에 5세 일본아이를 만났는데 일본아이가 너무 숫기가 없으니 영우가 계속 찝적댄다. 아이가 반응이 없다면 엄마에게라도. 영우의 망원경을 보여주고, 곤니치와 인사를 하고, 계속 말을 걸어보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아쉬워하며 놀이터를 떠났다.
나는 비즈니스를 타고, 신랑과 영우는 이코노미를 탔는데, 누군가의 우려와는 달리 비행기를 타기 전 헤어지면서도 영우는 전혀 나를 찾지 않았다. 기내식도 잘 먹고 했는데 한국에 비가 많이 와서 기류가 불안정했던 바람에 영우가 토해버렸다. 비행기가 착륙을 하자 속이 안 좋다며 일어서겠다고 했다는데 토하려는 기색이 보여서 신랑이 대체로 잘 대처를 한 모양이다. 오히려 내가 함께 있었으면 나는 그런 순발력이 없었을듯 ㅜㅜ 그래도 다 토하고 났더니 속이 괜찮아졌는지 영우의 토사물을 처리해야 할 아빠 걱정도 하고, 먹은 순으로 배출된 토사물을 보며 이건 카레인가봐라며 해맑게 웃기도 했단다. 끙
마지막에 토한게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정말 성공적인 여행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조금 걱정했지만 벅시를 이용했더니 편하게 집 앞까지 데려다주어서 생각보다 집에도 일찍 도착했다. 이렇게 힘들었던 출장과 즐거웠던 여행을 마무리한다. 무엇보다 신랑이 영우와의 여행에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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