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나도 합류하는 날의 일정은 우에노 공원이다. 우에노의 미술관에는 몇 번 와 보았지만 동물원이 있는지는 몰랐네. 동물원에 인기 있는 판다도 있다고 하여서 동물원에 갔다가 미술관에 가는 일정을 잡았다.
지하철을 타고 우에노까지 가는데 어찌나 지겨워하는지, 아무것도 안하는게 제일 힘든 영우. 동물원에서도 역시 유모차를 빌려서 이동한다. 아기 판다는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너무 인기가 많아서 시간이 마감되어 버렸고 아빠 판다는 낮잠을 자고 있다. 북극곰도 보고, 말레이시아 반달곰도 보는데 곰이 늘어져 있지 않고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거나 공을 갖고 논다거나 하는 모습은 나도 생전 처음 보는 것 같다.
점심을 먹으려고 자리를 잡았는데 영우가 잠이 드는 바람에 우리는 호숫가에 앉아서 도시락을 까먹으며 생맥주 한 잔 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잠에서 깬 영우는 판다 도시락을 먹고 펭귄, 기린, 홍학 등을 구경한 후 모노레일을 타보기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러보니 아빠 판다는 깨어나 열심히 대나무를 씹어먹고 있었다. 이런 모습도 또 처음 보네. 한국이나 일본이나 동물원 매한가지겠지만 공놀이하는 곰은 영우도 인상적이었나보다.
이제 엄마아빠의 사심을 채우기 위한 미술관 방문. 미술관에는 유모차를 빌릴 수 없어서 아쉬웠다. 날도 더웠는데 로뎅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정원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더니만 미술관에서는 지쳐서 아빠한테 안겨다녔다. 국립서양미술관에는 처음 방문하였는데 현재 프라도 미술관전을 하고 있다. 홍보는 벨라스케스의 프라도전이라고 하는데 벨라스케스 작품은 많지는 않다. 중세의 작품이 많고 아는 작가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영우 보느라 신경이 쓰였는지 작품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오히려 상설전에 있었던 작품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상설전에도 매우 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보다 더 친근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들여온 작품들에는 New Acquisition이라고 표식이 붙어 있었는데 드가와 모리조의 작품을 최근에 샀더군. 이런 안내와 전시 참 좋다.
하루에 여러개의 일정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서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다이바라도 갈 걸 그랬나 싶지만 영우의 체력만 문제가 아니라 내 체력도 문제이다. 저녁은 근처에서 라멘을 먹기로 한다. 영우를 위해 볶음밥도 시켰지만 영우는 맨밥만 먹겠단다. 일본에 와서도 그놈의 맨밥 사랑은.. 오전엔가 파파고를 갖고 놀면서 이런저런 일본어, 영어 인삿말들을 해보며 재미있어 했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고치소사마데시따'를 큰 소리로 외쳐주어서 주방에 계신 분들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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