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음악회를 갈 때마다 높은 확률로 강석우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CBS에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단다. 클래식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이 매우 높아서 기획된 공연이고, 앞으로 매년 음악회를 기획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협연자 중에 김정원이 있길래 보러갈까 말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석 매진이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또 취소표를 예매하였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곡들로 선정을 했겠지, 전 곡 아는 곡인 경우는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두 달 사이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또 듣게 되었는데, 클라리넷은 그런 자세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ㅜㅜ 협연자는 자세 말고는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르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관악파트 소리들은 괴로웠다. 다음 곡은 엄청난 기교를 자랑하는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바이얼린 소리도, 협연자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주는 꽤 좋았다. 고음 부분에서 거슬림이 하나도 없고 얼마나 섬세하던지, 옛날에 비해 좀 편안히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쩄거나 손꼽히는 차세대 바이얼리니스트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주였다. 기대했던 김정원의 황제는 예상대로 좋았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정석대로 연주할까, 얼마나 연습을 하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이게 정석이다 싶은 느낌이 들게 되는걸까, 그렇지만 내게 최고의 연주였던 김선욱의 황제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앵콜곡이 슈베르트인 것 같은 느낌인데(아니라면 이후의 내용이 부끄럽지만;) 김정원은 베토벤보다는 슈베르트의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황제도 좋았지만 앵콜이 훨씬 더 김정원에게 잘 어울렸다.
대중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건 좋다만 관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전석 매진이라더니 초대권을 얼마나 뿌린건지, R석 중에서도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하는 자리 뒷쪽이 한 줄 몽땅 다 비어있다. 그렇게 바로 보이는 위치의 텅 빈 자리는 연주자를 기운빠지게 할텐데 초대권 좀 덜 뿌리면 안되나. 클라리넷 협주곡은 한 악장만 연주해서일까, 얼마나 박수가 박한지, 채재일이 앵콜을 준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가 너무 짧게 끝나서 다시 인사하러 나오지도 못했다. 그때문인지 신지아는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앵콜을 했는데 곡이 끝나기도 전에 안다박수(몇 마디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모른다박수이지만)가 터져나왔다. 곡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으면 다음엔 좀 끝까지 기다리면 안되나? 가늘고 길게 뽑아내며 끝나는 여운이 남는 곡이었는데 또 안다박수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김정원의 연주 때는 1악장이 끝나고 브라보가 나왔다. 뭐, 정말 좋아서 브라보가 터져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황제를 좋아하고 특히나 2악장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불만 가득, 그러나 김정원도 일어나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박수치고 말았다. 그리고 C블럭 1열의 할머니, 몇 번이나 종이봉투를 가방에서 꺼냈다 넣었다하며 부시럭거리던 그 할머니, 기침소리 없는 소절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잦은 기침, 핸드폰 소리, 1열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아주머니, 정말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옆자리 남자의 찌든 담배 냄새도 괴로웠다. 이런 기획공연의 한계인가, 전체적인 공연은 좋았는데 관객매너는 아주 씁쓸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
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컨택트
수지형이 신랑이 좋아할 거 같다고 강추한 영화. 수지형은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 작가의 또다른 소설도 읽고 있다고 한다. 마침 신랑도 보고싶어하길래 겨우 시간 맞춰서 죽전까지 가서 봤는데 난 별로. 외계인의 모습도,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도, 그로 인해 시간의 흐름을 외계인과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것도 와닿지가 않았다. 아마 책으로 읽었다면 외계인의 세계관과 시공간에 대한 물리법칙 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알고 한나를 낳지 않는 선택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미래를 볼 수 있을 뿐이라 한나는 반드시 태어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조작된도시
아무 기대없이 봐서인건지, 컨택트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이제 오락영화나 봐야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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