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30일 목요일
1103일 픽미업
어린이집 등원길. 아빠 엄마와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영우는 신이 났는지 '픽미 픽미 픽미업'을 부른다. 오잉, 어떻게 픽미업을 알지? 영우야 이 노래를 어디서 들은거야? 물어봤더니 '백화점에서 공룡이 문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영우가 막 뛰고 있는데 픽미 픽미 픽미업이 들렸어' 한다. 지난번에 성민이네랑 신세계 백화점 갔을 때 공룡옷을 입은 사람들을 영우가 따라다녔었고, 그 옆에 불빛 따라 방방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음악도 나오고 있었는데 그 상황을 기억하고 설명을 한거였다. 우와 신기해!
1102일 어린이집 첫 날
대망의 첫 등원날! 당분간 적응기간이라 첫 이틀 동안은 엄마와 함께 한 시간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영우는 다람쥐반 곳곳을 돌아다니며 장난감들을 갖고 논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랑 같이 노는데 영우는 엄마는 뒷전이고 장난감에 훅 빠져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잘 놀아주는게 고마운 일이지.
한 시간만 놀고 돌아갈 시간이 되니 더 놀고 싶다며 아쉬워한다. 그러게, 한 시간 놀다 가기에는 새로운 장난감들이 너무 많구나. 영우는 적응기간 없어도 잘 적응할 것 같은데 한 시간 놀다 가는건 너무 짧기는 한 것 같다.
하원하고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현대백화점에 갔다. 5층 회전목마 앞을 지날 때마다 영우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바람이 차고 영우도 별로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5층 문 앞의 맥포머스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어린이집에서도 큰 자석블럭이 있어서 재미있게 갖고 놀았는데 맥포머스는 볼 때마다 참 좋아라한다. 좀 갖고놀만하려면 100피스 이상은 되어야 할텐데 가격이 후덜덜.
한 시간만 놀고 돌아갈 시간이 되니 더 놀고 싶다며 아쉬워한다. 그러게, 한 시간 놀다 가기에는 새로운 장난감들이 너무 많구나. 영우는 적응기간 없어도 잘 적응할 것 같은데 한 시간 놀다 가는건 너무 짧기는 한 것 같다.
하원하고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현대백화점에 갔다. 5층 회전목마 앞을 지날 때마다 영우를 태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바람이 차고 영우도 별로 타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신 5층 문 앞의 맥포머스를 넋을 잃고 바라본다. 어린이집에서도 큰 자석블럭이 있어서 재미있게 갖고 놀았는데 맥포머스는 볼 때마다 참 좋아라한다. 좀 갖고놀만하려면 100피스 이상은 되어야 할텐데 가격이 후덜덜.
1101일 코풀기
전 날 산책의 여파로 콧물이 난다. 코를 풀 수 있으면 콧물이 좀 덜 흐를텐데 예전에 친구 딸은 초등학생이 되어도 코풀기가 안된다고 했었다. 계속 흥 해보라고 했더니 어쩌다 한 번 코풀기가 되었다. 오오 이제 코풀기가 되려나 싶어서 더 시켜보는데 우연히 되었을 뿐, 역시 안된다. 흥을 하라고 시켜도 코를 계속 마시길래 마시는게 아니라 뱉어야지 했더니 침을 뱉는다;
결국 코풀기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파악하지 못한 영우는 ‘영우는 아직 못해, 근데 지금은 왜 안되지? 아까는 코가 많이 있었나봐, 아까는 나왔는데 지금은 흥이 안돼’ 한다. 아직 애기는 애기다.
할머니랑 대화하는걸 들으니 이제 할머니랑 같이 안 산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제 대구 집에는 누가 사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대구에 간다고 하니 왜 가는지를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본다. 영우가 이 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기를.
2월의 문화생활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음악회를 갈 때마다 높은 확률로 강석우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CBS에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단다. 클래식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이 매우 높아서 기획된 공연이고, 앞으로 매년 음악회를 기획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협연자 중에 김정원이 있길래 보러갈까 말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석 매진이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또 취소표를 예매하였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곡들로 선정을 했겠지, 전 곡 아는 곡인 경우는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두 달 사이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또 듣게 되었는데, 클라리넷은 그런 자세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ㅜㅜ 협연자는 자세 말고는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르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관악파트 소리들은 괴로웠다. 다음 곡은 엄청난 기교를 자랑하는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바이얼린 소리도, 협연자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주는 꽤 좋았다. 고음 부분에서 거슬림이 하나도 없고 얼마나 섬세하던지, 옛날에 비해 좀 편안히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쩄거나 손꼽히는 차세대 바이얼리니스트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주였다. 기대했던 김정원의 황제는 예상대로 좋았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정석대로 연주할까, 얼마나 연습을 하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이게 정석이다 싶은 느낌이 들게 되는걸까, 그렇지만 내게 최고의 연주였던 김선욱의 황제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앵콜곡이 슈베르트인 것 같은 느낌인데(아니라면 이후의 내용이 부끄럽지만;) 김정원은 베토벤보다는 슈베르트의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황제도 좋았지만 앵콜이 훨씬 더 김정원에게 잘 어울렸다.
대중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건 좋다만 관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전석 매진이라더니 초대권을 얼마나 뿌린건지, R석 중에서도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하는 자리 뒷쪽이 한 줄 몽땅 다 비어있다. 그렇게 바로 보이는 위치의 텅 빈 자리는 연주자를 기운빠지게 할텐데 초대권 좀 덜 뿌리면 안되나. 클라리넷 협주곡은 한 악장만 연주해서일까, 얼마나 박수가 박한지, 채재일이 앵콜을 준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가 너무 짧게 끝나서 다시 인사하러 나오지도 못했다. 그때문인지 신지아는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앵콜을 했는데 곡이 끝나기도 전에 안다박수(몇 마디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모른다박수이지만)가 터져나왔다. 곡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으면 다음엔 좀 끝까지 기다리면 안되나? 가늘고 길게 뽑아내며 끝나는 여운이 남는 곡이었는데 또 안다박수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김정원의 연주 때는 1악장이 끝나고 브라보가 나왔다. 뭐, 정말 좋아서 브라보가 터져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황제를 좋아하고 특히나 2악장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불만 가득, 그러나 김정원도 일어나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박수치고 말았다. 그리고 C블럭 1열의 할머니, 몇 번이나 종이봉투를 가방에서 꺼냈다 넣었다하며 부시럭거리던 그 할머니, 기침소리 없는 소절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잦은 기침, 핸드폰 소리, 1열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아주머니, 정말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옆자리 남자의 찌든 담배 냄새도 괴로웠다. 이런 기획공연의 한계인가, 전체적인 공연은 좋았는데 관객매너는 아주 씁쓸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
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컨택트
수지형이 신랑이 좋아할 거 같다고 강추한 영화. 수지형은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 작가의 또다른 소설도 읽고 있다고 한다. 마침 신랑도 보고싶어하길래 겨우 시간 맞춰서 죽전까지 가서 봤는데 난 별로. 외계인의 모습도,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도, 그로 인해 시간의 흐름을 외계인과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것도 와닿지가 않았다. 아마 책으로 읽었다면 외계인의 세계관과 시공간에 대한 물리법칙 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알고 한나를 낳지 않는 선택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미래를 볼 수 있을 뿐이라 한나는 반드시 태어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조작된도시
아무 기대없이 봐서인건지, 컨택트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이제 오락영화나 봐야하는 것인가.
음악회를 갈 때마다 높은 확률로 강석우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CBS에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단다. 클래식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이 매우 높아서 기획된 공연이고, 앞으로 매년 음악회를 기획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협연자 중에 김정원이 있길래 보러갈까 말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석 매진이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또 취소표를 예매하였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곡들로 선정을 했겠지, 전 곡 아는 곡인 경우는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두 달 사이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또 듣게 되었는데, 클라리넷은 그런 자세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ㅜㅜ 협연자는 자세 말고는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르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관악파트 소리들은 괴로웠다. 다음 곡은 엄청난 기교를 자랑하는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바이얼린 소리도, 협연자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주는 꽤 좋았다. 고음 부분에서 거슬림이 하나도 없고 얼마나 섬세하던지, 옛날에 비해 좀 편안히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쩄거나 손꼽히는 차세대 바이얼리니스트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주였다. 기대했던 김정원의 황제는 예상대로 좋았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정석대로 연주할까, 얼마나 연습을 하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이게 정석이다 싶은 느낌이 들게 되는걸까, 그렇지만 내게 최고의 연주였던 김선욱의 황제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앵콜곡이 슈베르트인 것 같은 느낌인데(아니라면 이후의 내용이 부끄럽지만;) 김정원은 베토벤보다는 슈베르트의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황제도 좋았지만 앵콜이 훨씬 더 김정원에게 잘 어울렸다.
대중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건 좋다만 관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전석 매진이라더니 초대권을 얼마나 뿌린건지, R석 중에서도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하는 자리 뒷쪽이 한 줄 몽땅 다 비어있다. 그렇게 바로 보이는 위치의 텅 빈 자리는 연주자를 기운빠지게 할텐데 초대권 좀 덜 뿌리면 안되나. 클라리넷 협주곡은 한 악장만 연주해서일까, 얼마나 박수가 박한지, 채재일이 앵콜을 준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가 너무 짧게 끝나서 다시 인사하러 나오지도 못했다. 그때문인지 신지아는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앵콜을 했는데 곡이 끝나기도 전에 안다박수(몇 마디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모른다박수이지만)가 터져나왔다. 곡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으면 다음엔 좀 끝까지 기다리면 안되나? 가늘고 길게 뽑아내며 끝나는 여운이 남는 곡이었는데 또 안다박수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김정원의 연주 때는 1악장이 끝나고 브라보가 나왔다. 뭐, 정말 좋아서 브라보가 터져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황제를 좋아하고 특히나 2악장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불만 가득, 그러나 김정원도 일어나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박수치고 말았다. 그리고 C블럭 1열의 할머니, 몇 번이나 종이봉투를 가방에서 꺼냈다 넣었다하며 부시럭거리던 그 할머니, 기침소리 없는 소절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잦은 기침, 핸드폰 소리, 1열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아주머니, 정말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옆자리 남자의 찌든 담배 냄새도 괴로웠다. 이런 기획공연의 한계인가, 전체적인 공연은 좋았는데 관객매너는 아주 씁쓸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
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컨택트
수지형이 신랑이 좋아할 거 같다고 강추한 영화. 수지형은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 작가의 또다른 소설도 읽고 있다고 한다. 마침 신랑도 보고싶어하길래 겨우 시간 맞춰서 죽전까지 가서 봤는데 난 별로. 외계인의 모습도,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도, 그로 인해 시간의 흐름을 외계인과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것도 와닿지가 않았다. 아마 책으로 읽었다면 외계인의 세계관과 시공간에 대한 물리법칙 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알고 한나를 낳지 않는 선택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미래를 볼 수 있을 뿐이라 한나는 반드시 태어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조작된도시
아무 기대없이 봐서인건지, 컨택트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이제 오락영화나 봐야하는 것인가.
2017년 3월 23일 목요일
1100일 주변 탐방
집이 동향이라 아침에 일어나니 거실에 빛이 잘 들어와서 기분이 좋다. 영우가 할아버지와 거실에서 오전 블록놀이를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좋다.
신랑이 출근을 한 후 엄마아빠 영우와 집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나도 아직 둘러보지 못했는데 집 뒤쪽은 밭도 있고 흙길도 있고 완전 시골이다.
크게 돌아서 산책을 하고 영우 어린이집 앞까지 다녀왔는데 꽤나 먼 거리를 걸었는데도 영우는 잘 걷는다. 집 앞에 거의 다 왔을 때 영우가 쉬마렵다고 했는데 나는 빨리 집에 들어가서 화장실 가야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엄마는 바로 영우 바지를 내리신다. 아무 곳에서나 바지를 내릴 수 있는 것이 남자 아이의 장점인걸까, 영우의 생애 첫 노상방뇨가 이루어졌다. 다음부터는 꼭 쉬통을 잘
들고 다녀야지.
영우와 산책을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아직 차서인지 바로 콧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마스크를 해도 코에 바람만 들어가면 콧물이구나 ㅜㅜ
1099일 분당으로
드디어 분당으로 올라가는 날이다. 영우 짐을
가득가득 실은 차 두 대가 출발한다.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영우는 차 타고 바로 잠이 들어서 점심 무렵에 깨서 휴게소에서 밥을 잘 먹었다. 날씨가 추워서 바로 출발했는데 조금 더 시간을 보내야 했었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토했다고 한다. 다음 휴게소에서 추스리기는 했는데 꽤나 많이 토했다. 아직 어린애인데 평소에 너무 의젓하고 다 큰 애 같으니까 잘할거라고만 생각하나보다. 너무 어른 중심으로 움직였다. 다행히 그 이후로는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다시 잠도 들어서 잘 도착하였다.
드디어 집에 들어온 영우는 집이 마음에 드나보다. 넓고
좋단다. 서현에 계속 살았으면 영우가 움직일 공간도 없었을텐데 이 공간에 영우가 들어오니 다시 한 번
이사하기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든다. 영우가 자는 동안 짐도 빠르게 내려서 매트도 깔고 영우 책들과 장난감도
늘어놓아서 영우가 놀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이제 분당생활 시작.
행복하게 잘 지내보자 영우야~
1098일 마지막 식사
할머니가 초등 동창들과 오랜만에 찜질방 올나이트 약속이 있으셔서 우리가 영우와 잤다. 영우가 침대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하는 바람에 침대에서 같이 잤더니 자리가 너무 좁아서 영우 잠든 후에는 신랑이
거실에서 잤다. 그런데 한밤중에 잠이 깬 영우는 할머니를 찾는게 아니라 아빠가 없다고 아빠 어디갔냐며
대성통곡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찌나 울었는지 목이 다 쉬었다.
영우 생일 겸, 환송 겸, 마지막으로 식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였다. 자주 갔었던 집 근처
샤브샤브 집이었는데 이 집의 놀이방에서 노는 영우를 보니 얼마나 컸는지 실감이 난다. 처음 왔을 땐
미끄럼틀 계단을 기어서 올라갔는데 이제는 미끄럼틀을 엎드려서 거꾸로 내려온다. 성민이도 지금은 방방이에서
살짝살짝 뛰어놀지만 다음에 볼 때는 쑥 커 있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생일 파티를 하는데 고깔모자도 잘
쓰고 촛불도 잘 끄고 케이크 컷팅도 잘한다. 영우 생일 축하해~
에피소드 하나. 내 목 뒤에 큰 점이 하나
있다. 가끔 영우가 보고는 왜 이렇게 점이 커? 하면서 만져보곤
하는데 이 날은 점을 보겠다고 머리카락을 들어보았지만 점이 안보이는거다. 엄마 왜 점이 없어졌어? 하길래 영우야 엄마 점이 없어진걸까? 내가 영우 엄마가 맞을까? 했더니 당황했는지 뒤로 주춤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바로
점을 보여주면서 엄마 맞다고 장난친거라고 했더니 정말 엄마 아닌줄 알고 놀랬단다. 아이고 웃겨라.
2017년 3월 22일 수요일
1097일 영우 생일
신랑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서 조금 늦게 대구로 출발하여서 영우 생일 당일이지만 파티는
하지 않았다. 내일 대구에 있는 식구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생일 파티도 함께 하기로 하였다.
오늘 엄마아빠 오는 날이라고 이야기를 해서인지 영우는 하루종일 엄마아빠가 왜 안오냐고
기다렸다고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영우를 달래기 위해 할아버지가 마트라도 데리고 가려고 나오셨다는데
딱 그 타이밍에 우리가 도착하였다. 우리를 본 영우는 방방 뛰더니만 할아버지와 마트에 딸기 사러 가버렸다. 우리 따라 집으로 들어올 줄 알았더니만 역시 쿨한 영우.
생일 선물로 받은 새로운 장난감으로 열심히 놀아주었더니 꽤나 만족스러웠나보다. 특히 킥보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소방 스파이더맨이 되어 여기저기 불끄러 다니는 놀이가 재미있었나보다. 자기 전에 ‘오늘 신나게 놀았어’라며
평가를 해준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놀아주도록 할게 영우야, 건강하게
밝게 바르게 자라렴. 세 번째 생일 축하한다!
우리도 초록숲 어린이집에서 선물을 받았는데 바로 한 해 동안 영우가 놀이하고 배운 것들을
정리해놓은 스크랩북이다. 다른 어린이집도 다 해주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영우 생일에 받아본 ‘생각이 자라요’ 스크랩북 정말 감동이었다. 우리도 영우 생각이 쑥쑥 클 수 있도록 잘 키워봐야지.
1096일 졸업식
어린이집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형아들 누나들은 이제 3월부터 유치원에 가고 영우는 새로운 어린이집에 간다. 2월 마지막 주는 새학기를 위한 준비기간이라 초록숲에서 영우의 마지막 등원날이었다.
아침에 등원을 하는데 일찍 온 지민이가 영우 손을 잡으며 뭐라고 하는데 엄마가 듣기로는 좋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고 한다. 영우는 뭐라고 들은 것인지 지민이에게 '나 서울가, 서울가는데 왜그래' 라고 했다고 하고 지민이는 삐죽거리며 교실로 들어갔단다. 영우가 다시 선생님께 '선생님 나 서울가는데 지민이가 왜저래요' 했다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신 선생님과 엄마는 웃겨 죽을뻔 했다고. 영우 나쁜 남자였숴.
지민이 어머니께서 작별 선물로 양말을 주셨다고 하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줄은 모르셨겠지. 하원길에 작별 인사를 하며 선생님도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한다. 선생님, 영우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아침에 등원을 하는데 일찍 온 지민이가 영우 손을 잡으며 뭐라고 하는데 엄마가 듣기로는 좋다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고 한다. 영우는 뭐라고 들은 것인지 지민이에게 '나 서울가, 서울가는데 왜그래' 라고 했다고 하고 지민이는 삐죽거리며 교실로 들어갔단다. 영우가 다시 선생님께 '선생님 나 서울가는데 지민이가 왜저래요' 했다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신 선생님과 엄마는 웃겨 죽을뻔 했다고. 영우 나쁜 남자였숴.
지민이 어머니께서 작별 선물로 양말을 주셨다고 하는데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줄은 모르셨겠지. 하원길에 작별 인사를 하며 선생님도 눈물을 글썽이셨다고 한다. 선생님, 영우를 사랑으로 보살펴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했습니다.
1093일 생일파티
영우 생일이 토요일이라 어린이집에서 이른 생일파티를 하였다. 초록숲에서 맞이한 두 번째 생일이다.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분이 좋다. 어린이집에서 핑크퐁 동요패드를 생일선물로 주었는데 엄청 좋은가보다. 가족들이 준비한 선물들도 이 날 택배가 다 도착해서 영우는 더욱 신났다. 초록숲 어린이집 감사합니다. 영우 생일 축하합니다.
1091일 너의 선물은
영우의 생일 선물 선정이 마무리되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킥보드와 보호장비, 이모들은 블럭을 선물하기로 하였다. 영우가 블럭만들기를 가장 좋아하는데 집에 있는 블럭은 동물농장이 메인이라 영우가 맨날 동물농장만 만든다. 다른 것도 다양하게 만들어보라고 마트와 기차 컨셉이 들어간 블럭을 선물해준다고 한다. 무슨 선물을 해야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 엄마와 달리 자주 와서 놀아주는 이모는 영우가 무엇을 좋아할지 정확히 알고있다.
결국 나는 영우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크리스마스 선물도 물어봤더랬지) 물어보았다. 영우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받고 싶단다. 이렇게 꼭 찍어 이야기해주다니 고마울수가. 티라노사우르스뿐 아니라 여러마리의 공룡을 사서 보내주었는데 지금 보니 공룡은 찬밥이다. 블럭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전 날, 어린이집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했었다. 원장선생님의 전체적인 보육계획을 듣고 각 반으로 이동하여 담임 선생님들과 인사를 했다. 새로 지은 어린이집이라 크고 깨끗하고 장난감도 원목으로 갖춰놓았다. 다람쥐반이라고 쓰여있는 명찰을 찍어서 밴드에 올려놨더니 이 날 전화통화를 하는데 첫 마디가 '영우 다람쥐반이야?'이다. 영우도 기대가 되긴 하겠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잘 지내보자꾸나.
결국 나는 영우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크리스마스 선물도 물어봤더랬지) 물어보았다. 영우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받고 싶단다. 이렇게 꼭 찍어 이야기해주다니 고마울수가. 티라노사우르스뿐 아니라 여러마리의 공룡을 사서 보내주었는데 지금 보니 공룡은 찬밥이다. 블럭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전 날, 어린이집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했었다. 원장선생님의 전체적인 보육계획을 듣고 각 반으로 이동하여 담임 선생님들과 인사를 했다. 새로 지은 어린이집이라 크고 깨끗하고 장난감도 원목으로 갖춰놓았다. 다람쥐반이라고 쓰여있는 명찰을 찍어서 밴드에 올려놨더니 이 날 전화통화를 하는데 첫 마디가 '영우 다람쥐반이야?'이다. 영우도 기대가 되긴 하겠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 잘 지내보자꾸나.
1086일 보고싶으면
어린이집 선생님이 영우 보고싶으면 어떡하지 할 때마다 참으라고 하는 영우. 할머니 할아버지가 영우 보고싶으면 어떡하냐고 했더니 '따라와, 영우 따라 서울와' 하더란다. 그럼 영우는 할머니 할아버지 보고싶으면 어떡할거냐고 했더니 '올거야, 엄마아빠랑 같이 보러 올거야' 한다.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군.
1083일 아쿠아리움 나들이
대구 신세계 백화점에 아쿠아리움이 있다. 36개월까지의 영유아는 무료입장이 가능한데, 영우가 대구에 있을 날도, 36개월도 얼마 남지 않아 성민이네와 함께 다녀왔다. 개장 시간에 맞추어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도착하였는데 엘리베이터에서 아들 삼형제와 함께 오신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영우를 보고 엄청 반가워하시는데 영우는 냉정하게 아는체도 안하는지.
지난 해 제주 아쿠아플라넷에 갔을 때보다는 물고기에 조금 더 반응을 하였지만 영우에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물장난이다. 불가사리 등을 만져볼 수 있게 한 공간이 있었는데 신기해하며 만져보는 것도 잠깐, 물놀이 장난감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포토존에서 가족 사진도 찍고 인어공주 패널 앞에서 영우 사진도 찍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하자. 하이라이트는 인어공주쇼인데, 세 명의 인어공주가 십분 가량 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잘 볼까 싶었는데 기특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십분간 꽤나 집중해서 보았다.
점심은 철판요리점에서 먹었는데 영우는 볶음밥을 성민이는 볶음우동을 잘 먹었다. 누들을 좋아하고 잘 먹는 성민이를 보니 영우도 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볶음밥 잘 먹은게 어딘가,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다. 디저트는 영우가 직접 고른 팥빵을 먹였는데, 빵과 앙금을 분리하여 팥알갱이 하나하나를 손으로 떼어내며 야무지게 먹는다. 엄마와 달리 팥을 잘 먹을건가보군.
이것저것 사 먹고, 하늘정원에서 무당벌레 기차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고, 전시되어 있는 바이크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이크를 탈 때에는 당장 타고싶은 마음을 꾹 참고 형아들이 다 타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타고싶은 마음이 앞서자 발로 땅을 툭툭 차며 참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마침 대보름이라 식사 후에 온가족이 달맞이를 하러 나갔다. 대보름 달은 얼마나 크고 밝은지, 영우도 '온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며 빌었다.
겜돌이 에피소드 하나 더, 변두리 대구 집에도 포켓몬이 잡히나보다. 영우가 포켓몬고를 실행시켰는데 이브이가 나타났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로딩되는 화면을 보며 피카츄다 하지를 않나,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포켓을 던져 이브이를 획득하지 않나, 날 때부터 모바일 시대였던 아이들은 뭔가 다르긴 한 것 같다. 아니면 그저 우수한 겜돌이일수도.
지난 해 제주 아쿠아플라넷에 갔을 때보다는 물고기에 조금 더 반응을 하였지만 영우에게 가장 재미있는 것은 물장난이다. 불가사리 등을 만져볼 수 있게 한 공간이 있었는데 신기해하며 만져보는 것도 잠깐, 물놀이 장난감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포토존에서 가족 사진도 찍고 인어공주 패널 앞에서 영우 사진도 찍었으니 이것으로 만족하자. 하이라이트는 인어공주쇼인데, 세 명의 인어공주가 십분 가량 물 속에서 헤엄을 친다. 잘 볼까 싶었는데 기특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십분간 꽤나 집중해서 보았다.
점심은 철판요리점에서 먹었는데 영우는 볶음밥을 성민이는 볶음우동을 잘 먹었다. 누들을 좋아하고 잘 먹는 성민이를 보니 영우도 잘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볶음밥 잘 먹은게 어딘가,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다. 디저트는 영우가 직접 고른 팥빵을 먹였는데, 빵과 앙금을 분리하여 팥알갱이 하나하나를 손으로 떼어내며 야무지게 먹는다. 엄마와 달리 팥을 잘 먹을건가보군.
이것저것 사 먹고, 하늘정원에서 무당벌레 기차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고, 전시되어 있는 바이크도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이크를 탈 때에는 당장 타고싶은 마음을 꾹 참고 형아들이 다 타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타고싶은 마음이 앞서자 발로 땅을 툭툭 차며 참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마침 대보름이라 식사 후에 온가족이 달맞이를 하러 나갔다. 대보름 달은 얼마나 크고 밝은지, 영우도 '온가족 행복하게 해주세요' 라며 빌었다.
겜돌이 에피소드 하나 더, 변두리 대구 집에도 포켓몬이 잡히나보다. 영우가 포켓몬고를 실행시켰는데 이브이가 나타났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로딩되는 화면을 보며 피카츄다 하지를 않나,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포켓을 던져 이브이를 획득하지 않나, 날 때부터 모바일 시대였던 아이들은 뭔가 다르긴 한 것 같다. 아니면 그저 우수한 겜돌이일수도.
OMG
한 달 넘게 밀린 육아일기를 영우 낮잠 잘 때마다 틈틈이 써오고 있었는데, 자동저장을 믿고 있었건만 구글이 나를 배신하였다.
블로그 임시글을 열 때마다 아무래도 최근에 있었던 일을 먼저 쓰다보니 시간 순서대로 게시해야하는 육아일기 특성상 계속 늦어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1083일부터의 육아일기 분량이 확보가 되어 업로드를 시작하려는 순간 몽땅 날아갔다. 다시 쓰려니 막막하다. 당시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데 ㅜㅜ
모든게 나의 불찰입니다. 그렇지만 구글신 미워요.
쓴 김에 영우의 근황을 짧게 전하자면 지난 주 어린이집에서 세 시간을 운 이후로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매일매일 울면서 등원하는데 어제부터는 잠들기 전에도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 시간을 울었던 기억 때문에 어린이집에 상처가 생긴 것 같은데 당장은 해결책이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테지만 속상해 죽겠다.
블로그 임시글을 열 때마다 아무래도 최근에 있었던 일을 먼저 쓰다보니 시간 순서대로 게시해야하는 육아일기 특성상 계속 늦어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1083일부터의 육아일기 분량이 확보가 되어 업로드를 시작하려는 순간 몽땅 날아갔다. 다시 쓰려니 막막하다. 당시의 소소한 에피소드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데 ㅜㅜ
모든게 나의 불찰입니다. 그렇지만 구글신 미워요.
쓴 김에 영우의 근황을 짧게 전하자면 지난 주 어린이집에서 세 시간을 운 이후로 어린이집을 가기 싫어한다. 매일매일 울면서 등원하는데 어제부터는 잠들기 전에도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 시간을 울었던 기억 때문에 어린이집에 상처가 생긴 것 같은데 당장은 해결책이 없다. 시간이 해결해줄테지만 속상해 죽겠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