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 19일 일요일

502일 일상

이틀 전,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 들린 백화점에서 영우 선글라스를 충동구매했다. 0~3세용으로 샀는데 살때도 느꼈지만 너무 작은 것 같아 안 맞으면 반품하지 뭐 싶어서 3~7세용도 또 사버렸다. 영우 물건 살 때는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선글라스 낀 영우 모습을 잔뜩 기대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글라스부터 찾아 씌워줬는데 잘 쓰고 있을리가. 계속 빼내는 바람에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다. 결국 둘 다 반품.
오전에는 새로 장만한 주방놀이 세트로 놀아주었다. 테이블에 접시, 포크, 나이프 셋팅도 해주고 파스타에 소스도 얹어 주고, 갖은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다. 영우야 이거 먹어보자 하면 손에 쥐고 암~ 하면서 먹는 흉내를 막 낸다. 누구한테 배운건지 참 희한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우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 곧 밥상을 엎어주신다. 그래도 꿋꿋이 테이블 셋팅을 이어가는 내 모습을 보니 소꿉놀이는 내가 하고 싶었나보다.
저녁에는 아빠 생신맞이 외식을 했다. 영우는 아직 밥이랑 국밖에 안 먹어서 외식이 조금 어려운 상태이다. 엄마가 영우는 새로운 음식은 잘 안 먹으려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난 엄마가 반찬을 안 먹이니 그렇다 싶어서 일부러 집에서 저녁을 안 먹이고 식당에서 먹일 생각이었다. 내가 영우를 쉽게 생각했지,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고개를 내저으며 절대 안 먹는다. 배가 고플만도 할텐데 조금 맛보더니 완전 거부. 외식이나 여행은 아직 무리인 것인가. ㅜㅜ
영우는 밥도 안 먹었는데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한다. 그 고집을 이길 수가 있나, 식당 입구의 분수와 물레방아를 한참 구경하다가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네의자가 있어서 영우를 안고 그네에 함께 탔는데 잠시 후 영우가 혼자 그네에서 내려가더니 그네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아들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나랑도 한참 놀고 신랑이랑 교대해서도 한참 놀았는데 방에 들어가자고 하니 어찌나 싫어하는지, 억지로 데리고 들어왔더니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다. 이 에너제틱한 아이를 어쩌면 좋을꼬.
집으로 돌아와서는 과일과 케잌을 먹는데 영우가 음식들에 덤벼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계속 안고 제지하고 있었더니 또 짜증이 엄청나다. 그래서 하고싶은대로 포크를 쥐어주며 먹든 말든 냅두니 케잌을 포크로 찍어서 어른들한테 한 입 한 입 주는 것이 아닌가. 이날따라 유난히 짜증이 심하다 싶었는데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정말 짜증이 심하다. 덕분에 케잌은 영우의 포크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만큼 큰 영우에게도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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