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영우는 쪽쪽이를 물지 않았다. 쪽쪽이를 물면 안정감이 느껴져서인지 짜증도 덜 내고 아이 다루기가 엄청 편해진다고들 하는데, 특히 잠잘 때 쪽쪽이는 필수라고 하는데 영우는 계속 뱉어내서 고생이 많았었다. 그러다 친구 덕분에 쪽쪽이를 수월하게 물리는 비법을 알게 되었지만 엄마아빠가 쪽쪽이 물리는걸 싫어해서 밤에 잠 깼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리는 일이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자다가 깼을 때만 물다가 언젠가부터는 졸리기 시작하면 스스로 쪽쪽이를 찾아와서는 물게 되었다. 저녁에 통화할 때에도 잘 놀다가 갑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쪽쪽이를 물고 나와서는 엄마한테 자러 가자고 칭얼대는 일이 많아졌다. 주로 밤에만 쪽쪽이를 물고 나름 안정을 찾는 것일테고 해서 나는 별로 신경을 안썼는데 엄마는 쪽쪽이를 떼야 할텐데 싶어서 계속 신경쓰이셨나보다.
이 날은 낮에도 쪽쪽이를 들고 나와서 물고 놀다가 어디다 두었는지 밤이 될때까지 쪽쪽이를 못 찾았다고 한다. 영우가 계속 쪽쪽이를 찾아서 더 어린 시절에 쓰던 쪽쪽이를 물렸더니, 그건 젖꼭지가 더 짧아서 느낌도 다르고 이상했는지 아빠한테 그냥 줘버리더란다. 그렇게 쪽쪽이를 물지 않고 잠드는데 성공해서 엄마아빠는 이 참에 쪽쪽이를 떼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이후에 쪽쪽이는 찾았지만 옛날 쪽쪽이를 몇 번 줘보니 바로 빼고 아빠한테 주던가 엄마 입에다가 밀어넣으려 하던가 영 안하려고 해서 자연스럽게 쪽쪽이는 졸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나서 다행이다.
올 겨울에 조카가 태어날 예정이다. 그래서 지난 주에 영우 입던 배냇 저고리와 내복 등을 챙기는데, 빨아서 넣어놓았음에도 목 주변이 좀 누래졌다. 영우 어린 시절에 하도 많이 토해서 옷도 몇 번씩 갈아 입히곤 했었는데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소화도 아주 잘 시켜서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싶다. 불금이지만 대구에 내려가지 않는 날이라 영우 옛날 사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구글 포토는 정말 최고로 편한 UI인 것 같다. 작고 못생기고 근엄했던 나영우 지금은 정말 용됐구나 싶다. 역변하지 말고 계속 이쁘게 잘 커주었으면~ 영우야, 엄마는 외모지상주의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