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할머니 좋아를 연습시킨 덕분에 시어머니랑 통화할 때 영우가 할미 좋아를 똑부러지게 발음해서 시어머니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이렇게 영우가 효도를 다하는구나. 기특한 것.
2015년 7월 30일 목요일
511일 좋아
엄마아빠가 '좋아'를 연습시키셨다. 동영상을 보는데 '할머니 좋아'를 시키니 '할미 좋아 좋아'를 하는데 어찌나 발음이 똑부러지는지, 이제 할미 발음도 제법 그럴듯하다. 영우가 할머니 좋아를 하니 아빠가 할아버지 좋아도 듣고 싶으셨는지 엄청 시켜 보셨으나 실패. 엄마가 아빠 좋아를 시키니 '아빠 좋아'를 한다. 그리고 엄마 좋아를 시키니 큰 소리로 '엄마 또!아!'라고 하는데 완전 심쿵. 아이고 어쩜 이럴까나.
이렇게 할머니 좋아를 연습시킨 덕분에 시어머니랑 통화할 때 영우가 할미 좋아를 똑부러지게 발음해서 시어머니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이렇게 영우가 효도를 다하는구나. 기특한 것.
이렇게 할머니 좋아를 연습시킨 덕분에 시어머니랑 통화할 때 영우가 할미 좋아를 똑부러지게 발음해서 시어머니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이렇게 영우가 효도를 다하는구나. 기특한 것.
509일 호해주세요
영우는 늘 다다다다 뛰어다니다보니 넘어지는 것도 다반사이다. 바닥에 꿍하고 부딪히는 일도 많고 여기저기 부딪히지만 본인 잘못일때는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세게 부딪혀도 잘 울지 않는 편이다.
이 날은 어찌된 일인지, 아프게 넘어진 것도 아닌데 에엥 한 번 하더니 엄마한테 와서 손을 내밀더란다. 엄마가 그간 어딘가에 부딪히면 호~ 해줬더니 호해달라고 온 것인데 오른손에 호해줬더니 왼 손을 내밀고, 왼 손에 호해줬더니 주저앉아서 다리를 내밀더란다. 그렇게 양쪽 다리에 다 호해주고 났더니 일어나서 제 갈길을 가는 영우. 이후로는 어딘가에 부딪히면 부딪힌 곳이 어디든간에 양 팔과 양 다리를 호해달라고 내민다. 웃긴 녀석.
508일 자동차 굴리기
남자애 아니랄까봐 자동차 갖고 놀기를 즐기는 영우. 바닥에서 자동차를 굴리며 놀다가 문득 바퀴가 다른 곳에서도 굴러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나보다. 처음엔 피아노 다리를 따라 자동차를 굴리더니 피아노 뚜껑에도 굴려보고 여기저기 굴려보다가 급기야는 자기 몸 위에서 굴린다. 볼록 나온 배 위로, 팔 위로, 여기저기 굴려본다. 이런건 어떻게 깨닫게 되는걸까?
507일 아빠의 부상
아빠가 영우랑 놀이터에 나가셨다가 부상을 당하셨다. 다 놀고 나서 이제 집에 가자고 발걸음을 옮기는 중이었는데, 영우도 아빠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가 갑자기 방향을 휙 바꾸어서 그네로 돌진하더란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러니 얼마나 힘 좋게 스윙하고 있었겠나. 깜짝 놀라 달려가신 아빠가 영우가 부딪힐뻔 한 것을 대신 부딪히고 바닥에 넘어지셨다고 한다. 많이 놀라고 아파서 바닥에 쓰러진 채 한참을 못 일어나셨다고 하는데 영우는 옆에서 울고 한바탕 난리였나보다. 아빠는 인대가 늘어나서 아직도 어깨를 제대로 못 쓰신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주 생길텐데 엄마아빠한테 죄송할뿐. ㅜㅜ
2015년 7월 28일 화요일
504일 도형 맞추기
엄마가 영우랑 도형과 관련된 책을 보고 있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가 여러가지 동물들 얼굴로 표현되어 있고 동물의 몸에 모형들이 그러져 있기도 하다. 책을 보던 중 영우가 갑자기 뒷쪽 바닥에 굴러다니는 동그라미 모형을 갖고 오더니 동그라미 그림에 맞춘다. 세모 모형도 갖고 와서 맞추고 네모 모형도 갖고 와서 맞춘다. 그리고 박수~ 하나하나 알아가는게 참 신통방통하다.
요즘은 자동차 장난감의 바퀴에 관심이 많은데 굴려보고 살펴보고 만져보느라 바쁘다. 아빠가 영우가 바퀴에 관심을 보일때마다 자동차 바퀴는 네 개지? 하나, 둘, 셋, 넷이라고 알려주셨다고 하는데 오늘 자동차를 뒤집더니 엣, 넷, 비슷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바퀴를 하나씩 가리킨다. 나름대로는 하나, 둘, 셋, 넷이라고 발음한거겠지. 아이 참 신통방통하네.
503일 일상
하루하루 늘어가는 영우 재롱을 보니 이뻐죽겠다. 영우를 끌어안고 뽀뽀를 퍼부으면 어찌나 귀찮아 하고 벗어나고 싶어하는지, 엄마와 아이가 뽀뽀를 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은 언제쯤이나 가능한건지. 가끔 뽀뽀를 해줄때도 있긴 한데 뽀뽀라기보다는 침을 묻히는 것이다. 이 날은 뽀뽀해달라고 했더니 가만히 바라보다가 뺨을 찰싹 때린다. 아놔, 살면서 뺨 맞을 짓 한 적이 없는데 아들에게 뺨을 맞을 줄이야. 이 이야기를 엄마아빠한테 했더니 아빠는 나한테는 뽀뽀 잘해주는데? 하면서 자랑하신다.
온종일 열심히 놀아줬더니만 시야에 내가 안보이니 엄청 찾는다.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엄마엄마 불러대는데 왜 뽀뽀는 안해주는거니? 엄마를 찾는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이 날 저녁에 엄마를 찾으며 울어서 아빠가 밖에 바람쐬러 데려나가서 안아 재우셨다고 한다. 휴, 짠한지.
핸드폰 초기 화면에 지난번 부산 갔을 때 영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저장해두었다. 핸드폰 홈버튼을 누를 때마다 사진이 나오니 영우가 수시로 버튼을 누르며 사진이 보일 때마다 엄마엄마한다. 이 날은 엄마엄마 하다가 영우를 가리키며 영우라고 하는데, 물론 발음이 아주 이상해서 '영우'를 발음했다고 우기기는 힘든데 정황상 영우라고 발음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빠가 영우에게 연습시킨 재주 하나 추가. 악수 하자고 하면서 손을 잡고 흔든 후 손 등에 뽀뽀를 해주면 영우도 손등에 뽀뽀를 해준다. 어떻게 이런걸 가르치셨냐고 하니 영우가 바깥에 나가고 싶어 낑낑댈 때 문 앞에서 교육시키면 아주 잘 배운다고 한다. 바라는 것이 있어야만 습득이 빠르구만.
2015년 7월 19일 일요일
502일 일상
이틀 전,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 들린 백화점에서 영우 선글라스를 충동구매했다. 0~3세용으로 샀는데 살때도 느꼈지만 너무 작은 것 같아 안 맞으면 반품하지 뭐 싶어서 3~7세용도 또 사버렸다. 영우 물건 살 때는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선글라스 낀 영우 모습을 잔뜩 기대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글라스부터 찾아 씌워줬는데 잘 쓰고 있을리가. 계속 빼내는 바람에 사진 한 장 제대로 찍지 못했다. 결국 둘 다 반품.
오전에는 새로 장만한 주방놀이 세트로 놀아주었다. 테이블에 접시, 포크, 나이프 셋팅도 해주고 파스타에 소스도 얹어 주고, 갖은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다. 영우야 이거 먹어보자 하면 손에 쥐고 암~ 하면서 먹는 흉내를 막 낸다. 누구한테 배운건지 참 희한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우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 곧 밥상을 엎어주신다. 그래도 꿋꿋이 테이블 셋팅을 이어가는 내 모습을 보니 소꿉놀이는 내가 하고 싶었나보다.
저녁에는 아빠 생신맞이 외식을 했다. 영우는 아직 밥이랑 국밖에 안 먹어서 외식이 조금 어려운 상태이다. 엄마가 영우는 새로운 음식은 잘 안 먹으려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난 엄마가 반찬을 안 먹이니 그렇다 싶어서 일부러 집에서 저녁을 안 먹이고 식당에서 먹일 생각이었다. 내가 영우를 쉽게 생각했지,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고개를 내저으며 절대 안 먹는다. 배가 고플만도 할텐데 조금 맛보더니 완전 거부. 외식이나 여행은 아직 무리인 것인가. ㅜㅜ
영우는 밥도 안 먹었는데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한다. 그 고집을 이길 수가 있나, 식당 입구의 분수와 물레방아를 한참 구경하다가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네의자가 있어서 영우를 안고 그네에 함께 탔는데 잠시 후 영우가 혼자 그네에서 내려가더니 그네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아들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나랑도 한참 놀고 신랑이랑 교대해서도 한참 놀았는데 방에 들어가자고 하니 어찌나 싫어하는지, 억지로 데리고 들어왔더니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다. 이 에너제틱한 아이를 어쩌면 좋을꼬.
집으로 돌아와서는 과일과 케잌을 먹는데 영우가 음식들에 덤벼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계속 안고 제지하고 있었더니 또 짜증이 엄청나다. 그래서 하고싶은대로 포크를 쥐어주며 먹든 말든 냅두니 케잌을 포크로 찍어서 어른들한테 한 입 한 입 주는 것이 아닌가. 이날따라 유난히 짜증이 심하다 싶었는데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정말 짜증이 심하다. 덕분에 케잌은 영우의 포크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만큼 큰 영우에게도 축하를.
오전에는 새로 장만한 주방놀이 세트로 놀아주었다. 테이블에 접시, 포크, 나이프 셋팅도 해주고 파스타에 소스도 얹어 주고, 갖은 재료를 넣어 샌드위치도 만들어주었다. 영우야 이거 먹어보자 하면 손에 쥐고 암~ 하면서 먹는 흉내를 막 낸다. 누구한테 배운건지 참 희한하기도 하다. 그러나 영우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 곧 밥상을 엎어주신다. 그래도 꿋꿋이 테이블 셋팅을 이어가는 내 모습을 보니 소꿉놀이는 내가 하고 싶었나보다.
저녁에는 아빠 생신맞이 외식을 했다. 영우는 아직 밥이랑 국밖에 안 먹어서 외식이 조금 어려운 상태이다. 엄마가 영우는 새로운 음식은 잘 안 먹으려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난 엄마가 반찬을 안 먹이니 그렇다 싶어서 일부러 집에서 저녁을 안 먹이고 식당에서 먹일 생각이었다. 내가 영우를 쉽게 생각했지,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고개를 내저으며 절대 안 먹는다. 배가 고플만도 할텐데 조금 맛보더니 완전 거부. 외식이나 여행은 아직 무리인 것인가. ㅜㅜ
영우는 밥도 안 먹었는데 밖에 나가 놀고 싶어한다. 그 고집을 이길 수가 있나, 식당 입구의 분수와 물레방아를 한참 구경하다가 식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네의자가 있어서 영우를 안고 그네에 함께 탔는데 잠시 후 영우가 혼자 그네에서 내려가더니 그네를 밀어주기 시작한다. 아들이 밀어주는 그네를 타다니 참으로 감개무량하다. 나랑도 한참 놀고 신랑이랑 교대해서도 한참 놀았는데 방에 들어가자고 하니 어찌나 싫어하는지, 억지로 데리고 들어왔더니 그렇게 서럽게 울 수가 없다. 이 에너제틱한 아이를 어쩌면 좋을꼬.
집으로 돌아와서는 과일과 케잌을 먹는데 영우가 음식들에 덤벼들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계속 안고 제지하고 있었더니 또 짜증이 엄청나다. 그래서 하고싶은대로 포크를 쥐어주며 먹든 말든 냅두니 케잌을 포크로 찍어서 어른들한테 한 입 한 입 주는 것이 아닌가. 이날따라 유난히 짜증이 심하다 싶었는데 하고 싶은 걸 못할 때 정말 짜증이 심하다. 덕분에 케잌은 영우의 포크 공격에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그만큼 큰 영우에게도 축하를.
2015년 7월 12일 일요일
마크 로스코전
종료하기 1주일 전에 겨우 시간 내서 찾아갔는데 후기도 이제서야 쓴다. 얼마만의 예술의 전당 방문인지, 예술의 전당에 가는 것만으로도 들뜨고 즐거웠다. 메르스가 이슈이던 때라 사람이 많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꽤 많았다. 다음 주 마감할 때는 정말 혼잡했다고 하던데 이 날은 그 정도는 아니고 마스크를 써야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정도의 밀도였다.
로스코 전의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로스코 채플 외에도 여기저기 만들어 두었다는 것. 그 공간이라는 것이 방석과 의자가 다이긴 했지만 언제 예당의 전시가 이리 친절했던가. 바닥에 앉아서 또는 의자에 앉아서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 오디오 가이드가 예전에 예당에서 공연했던 로스코의 생을 다룬 연극 ‘레드’의 대사를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들으며, 생각하며, 감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사람들마다 감상이 다를테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로스코의 작품들을 보고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어느 미술관에를 가도 한두 작품씩은 있는데 그렇게 볼 때는 모르겠더니, 이렇게 많은 작품들을 한꺼번에 보니 뭔가 로스코의 광기가 느껴진달까, 죽음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점점 기분이 별로더니만 마지막에 어느 사연 있는 여인인가가 오열했다는 작품 앞에서는 정말 기분이 안좋았다. 그림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쳐야만 의미있다고 했으니 나는 로스코의 의도에 맞게 감상을 하고 온 것인가. 그림에 대해 잘 몰라도 일단 보면 좋고 그냥 보는 거지 뭐 했었는데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구나 싶은 색다른 경험이긴 했지만 다음에 또 로스코 전을 하면 보러갈 것 같진 않다. 이 작품들이 워싱턴DC의 미술관에서 온 것들이었는데 새삼 워싱턴까지 가서 그 많은 작품들 구경도 못하고 돌아온게 아쉬워졌달까. 영우 데리고 워싱턴 미술관 박물관 가는 날이 올까나~ 이렇게 전시회 감상문 쓰는데도 또 기승전영우.
499일 Dancing King
우리 흥만이가 요즘은 막춤에 심취했다. 며칠 전에는 팔을 이상하게 흔들흔들하고 다른 날은 다리를 흔들흔들하며 개다리춤을 추는가 싶더니만, 이 날은 그냥 막춤이다. 누가 가르친 것도 아닌데 그 몸짓들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는건지, 팔을 휘저으면서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데 흥이 격해지자 앉았다 일어났다 수준이라 관절 상할까 걱정될 정도이다. 이 날의 영상을 보고 333은 인간의 흥은 본능인 것인가에 대한 짧은 의견을 나눈다.
어울리진 않는 주제이지만 영우가 응가를 쌌는데 엄마가 몰랐나보다. 영우는 어릴 적부터 응가를 싸도 울거나 하지 않아서 잘 보고 있지 않으면 놓치기가 쉽다. 그냥 기저귀 갈아주려고 보니 싼 지 한참 지난 응가를 발견한 적이 두 세 번은 있었던 것 같다. 이 날은 웬일인지 계속 기저귀를 잡아당기며 표현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살펴보니 응가가 있어서 갈아줬다고 하는데 이제 뭔가 찝찝함을 느끼게 된 것일까? 응가 하기 전에 미리 알려줘서 빨리 배변 가릴 수 있게 되면 참으로 좋겠네~
498일 강아지 영우
영우랑 통화할 때 영우는 대체로 아이패드를 갖고 놀고 싶어서 난리가 나기 때문에 엄마가 다른데로 관심을 돌리려고 애를 많이 쓰시는데 이 날은 폴리 친구들이 역할을 잘 해냈다. 앰버 가져오라고 하니 앰버를 가져와서 엄마 앞에 놓는다. 폴리를 가져오라고 하니 폴리를 가져와서 엄마 앞에 놓는다. 헬리도, 로이도 가져와서 엄마 앞에 놓는다. 그리고는 미니버스를 갖고 오더니만 나름대로 자기만의 규칙이 있는지 가운데에 버스를 놓고 폴리 친구들의 위치를 새로 정렬한다.
시키는대로 가서 찾아오는걸 보니 작년에 만난 친구 아들이 생각난다. 영우랑 1년 차이니까 딱 지금의 영우가 1년 전의 그 아이와 비슷한 월령이 되었다. 그 아이도 이맘때쯤 계단 오르기를 좋아하고 언덕 오르기를 좋아하고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해서 물건도 찾아오기 시작했었다. 뽀로로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왔었던 것 같은데 우리가 보면서 잘 훈련된 강아지 같다고 했었더랬다. 언제 그런 날이 오나 했는데 이제는 영우도 잘 훈련된 강아지.
495일 일상
동생 부부가 와서 다같이 둘러 앉아 태어날 조카 이야기를 나누며 영우 옷 그대로 물려입으면 되니 좋네~ 하면서 한바탕 웃으니 영우도 분위기를 파악하는지 낄낄대며 웃는다. 어른들이 웃기 시작하면 한 템포 늦게 따라 웃는데 보는 사람은 더 웃긴지, 눈치가 좀 생기니 새로운 재미가 있다. 요즘은 말 따라하는 것도 좀 늘어서 동생이 진짜? 했더니 그걸 따라한다고 비슷한 발음을 흉내내는데 제법 진짜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른들 얘기가 궁금한지 안되는 발음으로 늘 따라해보려고 애를 쓴다.
이 날은 왜인지 튀밥을 먹다 말고 옷 안에 넣기 시작한다. 튀밥을 한 알 집어 가슴팍의 옷 안에 넣고는 그 안을 한참 들여다본다. 다시 튀밥을 집어서 넣고 또 고개 숙여 옷 안을 한참 들여다본다. 뭘 하려는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유의 뚱한 표정과 함께 계속해서 튀밥을 옷 안에 넣는 모습이 매우 웃기다.
요즘은 코알라처럼 착 안기는데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활동량이 많아져서인지 예전보다밤에 잠도 잘 잔다고 한다. 잘 잔다는 얘기를 들으니 한시름 덜었다. 예쁜 짓 많이 하고 좀 덜 힘들어지니 엄마아빠한테 영우가 효도를 다하고 있는 것에 뿌듯하다. 영우 델고 오면 엄마아빠가 얼마나 허전하실까 벌써부터 걱정 중.
494일 쪽쪽이 졸업
어린 시절 영우는 쪽쪽이를 물지 않았다. 쪽쪽이를 물면 안정감이 느껴져서인지 짜증도 덜 내고 아이 다루기가 엄청 편해진다고들 하는데, 특히 잠잘 때 쪽쪽이는 필수라고 하는데 영우는 계속 뱉어내서 고생이 많았었다. 그러다 친구 덕분에 쪽쪽이를 수월하게 물리는 비법을 알게 되었지만 엄마아빠가 쪽쪽이 물리는걸 싫어해서 밤에 잠 깼을 때를 제외하고는 물리는 일이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자다가 깼을 때만 물다가 언젠가부터는 졸리기 시작하면 스스로 쪽쪽이를 찾아와서는 물게 되었다. 저녁에 통화할 때에도 잘 놀다가 갑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쪽쪽이를 물고 나와서는 엄마한테 자러 가자고 칭얼대는 일이 많아졌다. 주로 밤에만 쪽쪽이를 물고 나름 안정을 찾는 것일테고 해서 나는 별로 신경을 안썼는데 엄마는 쪽쪽이를 떼야 할텐데 싶어서 계속 신경쓰이셨나보다.
이 날은 낮에도 쪽쪽이를 들고 나와서 물고 놀다가 어디다 두었는지 밤이 될때까지 쪽쪽이를 못 찾았다고 한다. 영우가 계속 쪽쪽이를 찾아서 더 어린 시절에 쓰던 쪽쪽이를 물렸더니, 그건 젖꼭지가 더 짧아서 느낌도 다르고 이상했는지 아빠한테 그냥 줘버리더란다. 그렇게 쪽쪽이를 물지 않고 잠드는데 성공해서 엄마아빠는 이 참에 쪽쪽이를 떼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이후에 쪽쪽이는 찾았지만 옛날 쪽쪽이를 몇 번 줘보니 바로 빼고 아빠한테 주던가 엄마 입에다가 밀어넣으려 하던가 영 안하려고 해서 자연스럽게 쪽쪽이는 졸업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나서 다행이다.
올 겨울에 조카가 태어날 예정이다. 그래서 지난 주에 영우 입던 배냇 저고리와 내복 등을 챙기는데, 빨아서 넣어놓았음에도 목 주변이 좀 누래졌다. 영우 어린 시절에 하도 많이 토해서 옷도 몇 번씩 갈아 입히곤 했었는데 지금은 밥도 잘 먹고 소화도 아주 잘 시켜서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싶다. 불금이지만 대구에 내려가지 않는 날이라 영우 옛날 사진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구글 포토는 정말 최고로 편한 UI인 것 같다. 작고 못생기고 근엄했던 나영우 지금은 정말 용됐구나 싶다. 역변하지 말고 계속 이쁘게 잘 커주었으면~ 영우야, 엄마는 외모지상주의란다~
2015년 7월 10일 금요일
491일 디스코 흥만이
영우에게 생긴 새 장난감 주방놀이 세트. 너무 비싸서 사주려니 조금 부담되긴 했었는데 선배가 사준다길래 냉큼 주문했다. 새 장난감이 생기니 마냥 좋은 영우, 이것 저것 열어보고 음식 모형들 만져보고 주방놀이 세트 옆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가스렌지에 후라이팬을 올리면 요리가 되는 보글보글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신나는지 영우가디스코 추는 흉내를 낸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을텐데 검지 손가락을 하늘 위로, 뿅뿅 쏜다. 보글보글 소리가 날 때마다 몸을 들썩이며 몇 번이나 하늘을 찔러댄다.
그 영상을 본 333은 어린 시절 근엄이는 어디가고 흥만이가 되었냐 한다. 이렇게 흥 많은 아이가 될 줄이야, 정말 웃겨죽겠다. 이제 곧 장마라 밖에 나가 놀기 힘들텐데 주방놀이 세트와 함께 흥겹게, 지루하지 않게 잘 놀았으면 좋겠구나.
2015년 7월 1일 수요일
김선욱과 이상 엔더스라니!
인터파크 티켓에 들어가서 김정원, 김선욱, 김태형, 이상 엔더스를 한번씩 검색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한동안 뜸했더니 김선욱과 이상 엔더스가 듀오 콘서트를 하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별 생각 없이 예술의 전당 앱을 열었는데 메인에 그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것이 아닌가. 와 이런 조합이라니!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에서 5번과 몇 곡 더 추가하여 토, 일 이틀간 연주한다. 이미 티켓 오픈한 지 보름이 지난터라 좋은 자리는 이미 다 나갔지만 이런 공연은 절대 놓칠 수 없다. 첼로 소나타는 베토벤의 생애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피아노와 첼로가 각각 돋보일 수 있는 베토벤의 소나타를 이들이 연주하다니, 아 정말 기대된다.
8월 말 공연이라, 아직 두 달 남짓 기다려야 하지만 정말 흥분된다. 오늘 연주보러 가고 싶다고 징징댔는데 이런 멋진 공연을 볼 기회를 갖게 있게 되다니, 기획사에도 친구가 된 선욱과 이상에게도 정말 감사하다.
공연 정보는 아래 링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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