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하고 두 달이 지났다. 팀에 동년배들이 좀 있어서 티타임하며 부담 없이 수다떨 수 있는 동료도 생겼다. 출장도 다녀왔고 지난 주에는 글로벌 워크샵 덕분에 몇 사람 더 알게 되기도 했다. 이제 겨우 적응했나 싶었는데 다음 주에 발령이 날 예정이다. 분석 인력들을 모아서(구성원 면면을 보면 그다지 분석 인력들은 아닌 것 같지만) 대표님 직속 조직을 만든다고 한다. 이제 좀 정착하고 싶었는데 나의 역마살은 1년 반을 터줏대감처럼 지낸 사람도 흔들어대는건가. 처음엔 개발 사이드로 가는건줄 알고 역시 분석은 어느 회사든 비즈니스와 IT 사이에서 방황하는구나 싶었는데 약간은 전략 <- 여기까지 썼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장표 노가다팀인거 같다. 팀장이 될 분도 엄청 빡세 보이고 대표님 직속이라니 고된 나날들이 예상된다. 잘 버텨봐야지. <- 여기까지 쓰고 업데이트를 못한 일주일 사이, 또 변화가 생겼다. 원래는 한 팀에 두 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팀장이 될 분이 분석은 함께 못하겠다고 해서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분석은 기존의 개발 조직 내 분석 파트쪽으로 흡수된다.
지난 일주일간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이번 건으로 그간 드러내지 않고 혼자 걱정만 하던 것이 다 분출되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물음과 이직에 대한 후회, 비전에 대한 불명확, 일정 쪼임에 대한 압박, 잘하고 싶다는 강박,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니 너무 힘들다. 거기다 옛날 일이 자꾸 생각나는데, 현대 다니던 시절 12월에 입사했으나 2월에 심신이 힘들다고 싸이에 끄적거렸던 일, 그래서 결국 적응 못하고 10개월만에 퇴사했던 일이 지금 상황에 오버랩된다. 정말 잘 정착하고 싶은데 이번 일만 잘 넘기면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영우 볼 때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매 순간 회사 생각을 하게 되니 너무나 힘든 나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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