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와 연휴 3일을 함께 보내고 올라오는 길. 예전에 충분히 놀아주면 아쉬움이 덜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올라오는 길부터 영우가 보고싶어 힘들다. 같이 살면서 내가 키워도 힘들겠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시간도 참 힘들다.
영우는 요즘 기본 상태가 즐겁고 흥이 넘치며 호기심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이다. 가만히 있어도 귀여움이 넘치는데 장난까지 걸 줄 안다. 밥 먹을 때 동요를 틀어주는데 BaaBaa Black sheep이란 노래의 전주만 나오면 내 무릎에 손을 대고 손가락을 펼치며 꺄르르 한다. 무엇에 반응한 것일까, 이 행동이 영우에겐 무슨 의미일까 참 궁금하다.
이제 영우도 장기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떼를 쓸 때 잠깐 주의를 돌리면 뭘 요구하던 중이었는지 잊었었는데 이제는 기억하는 것 같다. 영우가 신랑에게 블록을 하나씩, 세 번 주길래 신랑이 하나를 숨기며 아직 숫자 개념은 없겠지?라고 했다. 영우가 신랑에게 다시 블록을 달라고 해서 눈 앞에 보이는 두 개를 받아가더니 이어서 또 달라고 끙끙거린다. 아직 숫자 개념을 아는건 아닐테지만 뭔가 기억을 하는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발음은 잘 안되지만 말을 따라하려고 하는게 여간 신통방통한 것이 아니다. 주차해놓은 차 내부가 너무 뜨거워서 뜨끈뜨끈하네 했더니 뜨끄뜨끄한다. 나가서 걷고 싶을 때는 신발을 가리키며 은발이라고 한다. 롤러코스터 블록을 이동시키며 했다 비슷한 소리를 낸다. 나무를 보면 나무 비슷한 소리를 낸다. 이렇게 부모만 알아듣는 말이 늘어나는걸테지.
신랑은 영우를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능과 이성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우가 새로운 걸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갇혀있는걸 싫어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구나 싶단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세상 만물에 대해 영우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볼 때 찡한 울림이 있다. 영우가 길을 걷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엇엔가 귀를 기울이는데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나뭇가지, 돌멩이의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 걸음을 멈출 때, 지나가는 개미나 작은 벌레를 관찰하기 위해 집중할 때 영우에겐 이 모든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겠구나 싶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도 이야기했었지, 세상을 처음 보는 존재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세상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영우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어메이징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