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 처음으로 흙 먹은 날. 흑흑 엄마가
미안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부족했는지, 영우는
오전 내내 짜증이 좀 섞여 있다. 짜증내는 영우를 달래는 특효약은 외출이지만 나갈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옥상에서 신나하며 이것 저것 만지길래 씻길 생각으로 그냥 두었는데 빈
화분을 발견하고는 흙을 쥐었다 놓았다 하며 즐거워한다. 마침 바람도 많이 불어서 흙을 쥔 손을 펼때마다
흙이 날리는 것이 재미있나보다. 그러다 순식간에 흙을 입으로 가져간다.
어찌나 재빠른지 말릴 틈이 없었다. 먹기는 먹었는데 맛이 이상한지 일시 정지 상태. 어휴, 이렇게 엄마 쟤 흙 먹어의 주인공이 된 영우.
오후에는 동촌유원지에 갔다. 유원지 근처의
투썸플레이스에 주차하려고 커피 마시러 갔는데, 카페 내부와 주차 공간이 매우 넓고 작은 정원 같은 것도
있어서 꽤나 좋았다. 영우는 풀과 꽃을 만져보고 뜯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갈을 밟으면서 신기해하고 또한
자갈을 맛보기도 했다. 엄마아빠가 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순발력이
떨어져서 막을 수가 없다.
대구에 오래 살았지만 동촌유원지에 가본 적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유원지를 찾은 이유는 오리배를 타려고! 우리가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신랑은 오리배를 타는 것을 못마땅해 했지만 유아용 구명조끼가 구비되어 있어서 타기로 했다. 돈을 더
내면 전동배를 탈 수가 있어서 페달 밟는 노가다는 하지 않아도 된다. 30분을 탈 수 있었지만 20분이 넘어가니 구명조끼가 불편하기도, 덥기도 하고, 졸립기도 하고, 지겹기도 했을 것이다. 이리저리 구경시켜 주느라 오후 낮잠 재우기 전에 먹이던 우유를 못 먹였는데 배고파하지 않고 잘 넘어간거 같다. 이 즈음부터 분유와 젖병을 끊고 생우유를 빨대컵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제 밥을 좀 더 주고 우유는 줄였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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