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었다. 막내동생 내외와 지하철을 타고 수성못에 가기로 하였다. 지하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모노레일이고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일 앞 칸과 뒷 칸의 모양까지 도쿄의 유리카모메와 비슷한 느낌이다. 나름 대구의 명물이 되어서 지하철 투어를 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고 특히 제일 앞 칸 앞자리는 줄 서서 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영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사실은 서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하며, 과자도 먹으며, 40여분을 비교적 얌전히 이동했다.
수성못 인근에 도착하여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영우도 우유를 마시고, 리코타 치즈를 맛보고, 피자 토핑인 구운 브로콜리를 맛보았다. 밥먹는 내내 이 정도만 되어도 데리고 다닐만하겠다 싶은 양호한 상태였는데, 역시 아이를 컨트롤하려면 먹을게 가장 좋은가보다.
동생이 돗자리를 준비해왔으나 영우가 그 좁은 공간에서 놀 수 있을리가. 내내 걷고 또 걸었다. 우리 자리 뒤쪽에 행사 준비가 한창이고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영우는 무대에 서보고 싶었는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짧아서 계단 오르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한 칸 한 칸 올라가더니 결국은 무대에 올라서서 걸어다닌다. 이맘 때 계단 오르기, 오르막 올라가기를 좋아한다더니 계단 올라가는건 연습을 안시켜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영우는 돌아오는 길에 낮잠을 자지 않았다. 원래는 갈 때만 잘 견디면 돌아올 때에는 잘 테니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는데 지하철이 산만하기도 하고 햇빛에 눈이 부셔서이기도 해서였을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잘 견디며 이동하는 것을 보니 제주도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된 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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