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영우 방이 낮에는 너무 더운가보다. 거실에서 낮잠을 재우려다 실패하는 바람에 초저녁부터 졸려 하는 영우를 일찍 재우지 않으려고 초저녁 산책을 나섰다고 한다. 집 옆의 초등학교에 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 중이었고, 형제로 보이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었다고 한다. 형아들이 공놀이 하는 것이 재밌어 보였는지 영우가 거기에 끼어서 공을 차고 논 모양. 그렇게 두 세 번 공을 찼나보다. 내 생각에는 뒤뚱뒤뚱 걷는 영우가 뛰어봤자 얼마나 뛰었을까, 공을 차면 그 공을 제대로 쫓아갈 수나 있을까 싶은데 잘 쫓아다니며 놀았는지 형아들이 공을 못 갖고 놀아서 울었다지 뭔가. 어떻게 놀았는지 궁금한데 아빠가 촬영한 동영상이 날아갔다고 해서 아쉽다. 아빠도 그 모습을 혼자만 보셔서 엄청 아쉬운 모양. 엄마는 공 잘 찬다며 축구선수 될건가 하는데 우리에게서 그런 유전자를 받았을리가 없지.
2015년 5월 27일 수요일
454일 지하철 투어
대구에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었다. 막내동생 내외와 지하철을 타고 수성못에 가기로 하였다. 지하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모노레일이고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일 앞 칸과 뒷 칸의 모양까지 도쿄의 유리카모메와 비슷한 느낌이다. 나름 대구의 명물이 되어서 지하철 투어를 하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고 특히 제일 앞 칸 앞자리는 줄 서서 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영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사실은 서서)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구경하며, 과자도 먹으며, 40여분을 비교적 얌전히 이동했다.
수성못 인근에 도착하여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영우도 우유를 마시고, 리코타 치즈를 맛보고, 피자 토핑인 구운 브로콜리를 맛보았다. 밥먹는 내내 이 정도만 되어도 데리고 다닐만하겠다 싶은 양호한 상태였는데, 역시 아이를 컨트롤하려면 먹을게 가장 좋은가보다.
동생이 돗자리를 준비해왔으나 영우가 그 좁은 공간에서 놀 수 있을리가. 내내 걷고 또 걸었다. 우리 자리 뒤쪽에 행사 준비가 한창이고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영우는 무대에 서보고 싶었는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짧아서 계단 오르기가 힘들 것 같았는데 한 칸 한 칸 올라가더니 결국은 무대에 올라서서 걸어다닌다. 이맘 때 계단 오르기, 오르막 올라가기를 좋아한다더니 계단 올라가는건 연습을 안시켜도 할 수 있게 되는구나.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영우는 돌아오는 길에 낮잠을 자지 않았다. 원래는 갈 때만 잘 견디면 돌아올 때에는 잘 테니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는데 지하철이 산만하기도 하고 햇빛에 눈이 부셔서이기도 해서였을 것 같다. 그래도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을 잘 견디며 이동하는 것을 보니 제주도 정도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된 나들이었다.
453일 실내 동물원 나들이
영우랑 뭐하면서 놀아줄까 고민하다 동생이 추천해준 실내 동물원 나들이. 지난번 동물원 갔을 때 반응이 별로였던 터라 좋아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실내 동물원이어서 더 좋았다. 커다란 동물들은 없지만 작은 동물들이 생각보다 여러 종류 갖추어져 있었고 만져볼 수도 있게 해놓았다. 아직 뭘 몰라서 가능했던 것일테지만 조그만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계속 손을 뻗어 만지려고 하니까 직원들도 재미있어하며 동물들을 많이 꺼내어 주었던 것 같다.
영우는 거북이, 도마뱀, 토끼, 미어캣 비슷하게 생긴 포유류, 새, 심지어 뱀까지 만져보았다. 바로 눈 앞에 움직이는 동물들이 있으니 신기해서 만져보고 싶기는 한가본데 힘 조절이 안되어서 과장을 좀 보태면 토끼는 귀가 뽑힐뻔했다. 새 모이 주는 체험도 있었는데 모이 먹으러 온 새들을 영우가 자꾸 잡으려하니 새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동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할 것 같아서 좀 미안하긴 하다. 점프해서 유리벽을 계속 긁고 부딪히던 다람쥐와 좁은 나무 케이지에 갖혀서 계속 나무판을 긁어대던 거북이는 특히나 더 불쌍했다.
실내라서 시원하기도 하고, 볼거리도 많고, 30분 단위로 동물들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있고, 볼풀과작은 미끄럽틀도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잘 놀다왔다. 영우는 카시트에 앉자마자 잠 들어서 세 시간 가까이 푹 잘 잤으니 이만하면 훌륭한 나들이이다. 우리가 다녀온 곳은 칠곡의 정글랜드인데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주빌리지라는 곳이 더 잘되어 있다고 한다. 여름에 시간보내기 마땅찮으면 가보아야겠다.
15개월 리뷰
영우와 연휴 3일을 함께 보내고 올라오는 길. 예전에 충분히 놀아주면 아쉬움이 덜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올라오는 길부터 영우가 보고싶어 힘들다. 같이 살면서 내가 키워도 힘들겠지만 이렇게 헤어지는 시간도 참 힘들다.
영우는 요즘 기본 상태가 즐겁고 흥이 넘치며 호기심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상태이다. 가만히 있어도 귀여움이 넘치는데 장난까지 걸 줄 안다. 밥 먹을 때 동요를 틀어주는데 BaaBaa Black sheep이란 노래의 전주만 나오면 내 무릎에 손을 대고 손가락을 펼치며 꺄르르 한다. 무엇에 반응한 것일까, 이 행동이 영우에겐 무슨 의미일까 참 궁금하다.
이제 영우도 장기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예전에는 떼를 쓸 때 잠깐 주의를 돌리면 뭘 요구하던 중이었는지 잊었었는데 이제는 기억하는 것 같다. 영우가 신랑에게 블록을 하나씩, 세 번 주길래 신랑이 하나를 숨기며 아직 숫자 개념은 없겠지?라고 했다. 영우가 신랑에게 다시 블록을 달라고 해서 눈 앞에 보이는 두 개를 받아가더니 이어서 또 달라고 끙끙거린다. 아직 숫자 개념을 아는건 아닐테지만 뭔가 기억을 하는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발음은 잘 안되지만 말을 따라하려고 하는게 여간 신통방통한 것이 아니다. 주차해놓은 차 내부가 너무 뜨거워서 뜨끈뜨끈하네 했더니 뜨끄뜨끄한다. 나가서 걷고 싶을 때는 신발을 가리키며 은발이라고 한다. 롤러코스터 블록을 이동시키며 했다 비슷한 소리를 낸다. 나무를 보면 나무 비슷한 소리를 낸다. 이렇게 부모만 알아듣는 말이 늘어나는걸테지.
신랑은 영우를 관찰하면서 인간의 본능과 이성에 대해 알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영우가 새로운 걸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갇혀있는걸 싫어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구나 싶단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세상 만물에 대해 영우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볼 때 찡한 울림이 있다. 영우가 길을 걷다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엇엔가 귀를 기울이는데 낙엽이 굴러가는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것이었다. 발바닥에 닿는 나뭇가지, 돌멩이의 느낌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 위해 걸음을 멈출 때, 지나가는 개미나 작은 벌레를 관찰하기 위해 집중할 때 영우에겐 이 모든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겠구나 싶다. 웹툰 어쿠스틱 라이프에서도 이야기했었지, 세상을 처음 보는 존재를 관찰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세상에 이런 존재가 또 있을까, 영우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이 정말 어메이징하다.
격랑
입사하고 두 달이 지났다. 팀에 동년배들이 좀 있어서 티타임하며 부담 없이 수다떨 수 있는 동료도 생겼다. 출장도 다녀왔고 지난 주에는 글로벌 워크샵 덕분에 몇 사람 더 알게 되기도 했다. 이제 겨우 적응했나 싶었는데 다음 주에 발령이 날 예정이다. 분석 인력들을 모아서(구성원 면면을 보면 그다지 분석 인력들은 아닌 것 같지만) 대표님 직속 조직을 만든다고 한다. 이제 좀 정착하고 싶었는데 나의 역마살은 1년 반을 터줏대감처럼 지낸 사람도 흔들어대는건가. 처음엔 개발 사이드로 가는건줄 알고 역시 분석은 어느 회사든 비즈니스와 IT 사이에서 방황하는구나 싶었는데 약간은 전략 <- 여기까지 썼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니 장표 노가다팀인거 같다. 팀장이 될 분도 엄청 빡세 보이고 대표님 직속이라니 고된 나날들이 예상된다. 잘 버텨봐야지. <- 여기까지 쓰고 업데이트를 못한 일주일 사이, 또 변화가 생겼다. 원래는 한 팀에 두 가지 미션이 있었는데 팀장이 될 분이 분석은 함께 못하겠다고 해서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분석은 기존의 개발 조직 내 분석 파트쪽으로 흡수된다.
지난 일주일간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이번 건으로 그간 드러내지 않고 혼자 걱정만 하던 것이 다 분출되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내가 이 회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물음과 이직에 대한 후회, 비전에 대한 불명확, 일정 쪼임에 대한 압박, 잘하고 싶다는 강박,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터지니 너무 힘들다. 거기다 옛날 일이 자꾸 생각나는데, 현대 다니던 시절 12월에 입사했으나 2월에 심신이 힘들다고 싸이에 끄적거렸던 일, 그래서 결국 적응 못하고 10개월만에 퇴사했던 일이 지금 상황에 오버랩된다. 정말 잘 정착하고 싶은데 이번 일만 잘 넘기면 평화가 찾아올 수 있을까. 영우 볼 때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매 순간 회사 생각을 하게 되니 너무나 힘든 나날들이다.
2015년 5월 18일 월요일
447일 고모?
시댁 행사로 모인 김에 형님 댁에 들렀다가 영우와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다. 형님들도 고모야 하시고 엄마아빠도 고모 해봐 시켜서인지 영우가 고모 비슷한 소리를 냈다. 이후로도 몇 번씩 고모를 발음하고 있는 것 같은 입모양을 했다. 누군가
단어를 이야기해주면 따라해보고 싶긴 한가보다. 고모 발음과 함께 많이 웃어주고 귀여움 떨어준 덕분에
형님들도 즐거워하셨다.
이로써 영우가 잘 말할 수 있는 단어는 엄마, 아빠, 이모, 그리고 뜬금없는 앰버. 어부, 아니아니, 꿀꾸. 말했다고
우기고 싶은 공, 고모.
요즘 영우가 집중하는 놀이
영우가 집중하는 놀이 세 가지
1.
컵 쌓기 : 딱 3개월 전에 사주었던
컵쌓기 세트. 꽤 시간이 지나도 무너뜨리기, 양 손에 쥐고
두드리기에만 열중하더니 3개월만에 컵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아빠가
컵 하나씩 내 주며 쌓은 컵을 잡아주는 등 도와가며 연습을 시켰더니 이제는 6단까지 혼자 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차곡차곡 포갤수도 있게 되었다.
2.
미끄럽틀에서 던지기 : 이제 미끄럽틀이 주 놀이공간이 되었는데 영우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기보다는 다른 것들을 던져서 내려보내는데 더 흥미를 느낀다. 자동차가 많아져서 아빠가 보내주시는
동영상에는 자동차 종류와 옷만 바뀔 뿐, 자동차를 던지거나 내려보낸 후 깔깔대다가 빨리 자동차 달라고
찡찡대고 다시 내려보내고 깔깔대는 모습이 반복된다. 매일매일 해도 재미있는지 신기한건지 숨넘어가게 웃는다.
3.
싱크대에 던져 넣기 : 시작은 우유 먹고난 후 빨대컵을 싱크대에 던져넣을때였나보다. 잘했다고 칭찬을 받아서였기 때문이겠지, 그 이후로 물건들을 자꾸만
싱크대에 던져넣는다. 아빠 핸드폰을 들고 주방으로 막 걸어가더니 빈 손으로 다시 나타났을 때의 그 당혹감. 다행히 금방 건져내서 물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았는데 이후로 신발이며, 컵이며, 팽이 장난감이며, 자동차며, 틈나면
싱크대에 던져넣는다. 엄마가 싱크대를 건조하게 관리하는 방법밖에는 대응책이 없어보인다.
444일 갈치 반찬
드디어. 제대로 된 반찬을 먹어본 영우.
그간은 당근, 감자, 고구마 등을 잘게 썰어 넣은 밥과 삶은 당근이나 바나나, 고구마를
반찬 삼아 소고기와 두부, 호박 등을 갈아 만든 국을 먹고 있었다. 이제
간 된 음식 먹여도 되니 어른 반찬을 다양하게
먹여보고 싶은게 내 마음이었지만 아무것도 안하면서 잔소리할 수는 없는 터라 엄마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엄마는 영우 이가 8개 밖에 없어서 잘 못씹을 테니 되도록이면 늦게 먹이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전복죽 먹일 때 못 씹어먹을 줄 알고 전복도 빼고 주신 듯한데 오리도 전복도 잘 먹는
모습을 보아서인지 드디어 갈치를 구워서 먹이셨다고 한다. 아빠가 동영상을 남겨 주셨는데 오물오물 얼마나
잘 먹는지 모른다. 갈치 한토막을 밥 한그릇과 뚝딱한 나영우. 반찬
골고루 먹고 편식 안하는 아이로 쑥쑥 컸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 영우는 평소 목욕할
때 엄청나게 물장난을 한다. 물을 첨벙첨벙하느라 목욕 시키는 사람 옷이 다 젖음은 물론이고 목욕물의 1/3 정도는 퍼 내게 되는데, 이를 잠잠하게 하려면 역시나 장난감이
특효약이다. 목욕할 때는 주로 바가지를 주는데 바가지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물을 담으면 물줄기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팔린다.
이 날은 엄마가 세수하느라 물을 받고 있는 중이었는데 영우가 그걸 보더니 어디론가 가더란다. 곧이어 바가지를 들고 나타나서는 엄마한테 바가지를 던져주더란다. 잠시
후 바가지를 또 하나 더 들고와서 던져주더란다.
할머니 씻을거니 바가지 가지고 놀라는 것인지, 그 모습을 보고 엄마가 완전
빵터졌다고 하신다. 웃기다.
440일 흙 먹는 아이
영우 처음으로 흙 먹은 날. 흑흑 엄마가
미안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잠이 부족했는지, 영우는
오전 내내 짜증이 좀 섞여 있다. 짜증내는 영우를 달래는 특효약은 외출이지만 나갈 준비를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옥상으로 데리고 갔다. 옥상에서 신나하며 이것 저것 만지길래 씻길 생각으로 그냥 두었는데 빈
화분을 발견하고는 흙을 쥐었다 놓았다 하며 즐거워한다. 마침 바람도 많이 불어서 흙을 쥔 손을 펼때마다
흙이 날리는 것이 재미있나보다. 그러다 순식간에 흙을 입으로 가져간다.
어찌나 재빠른지 말릴 틈이 없었다. 먹기는 먹었는데 맛이 이상한지 일시 정지 상태. 어휴, 이렇게 엄마 쟤 흙 먹어의 주인공이 된 영우.
오후에는 동촌유원지에 갔다. 유원지 근처의
투썸플레이스에 주차하려고 커피 마시러 갔는데, 카페 내부와 주차 공간이 매우 넓고 작은 정원 같은 것도
있어서 꽤나 좋았다. 영우는 풀과 꽃을 만져보고 뜯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갈을 밟으면서 신기해하고 또한
자갈을 맛보기도 했다. 엄마아빠가 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순발력이
떨어져서 막을 수가 없다.
대구에 오래 살았지만 동촌유원지에 가본 적이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유원지를 찾은 이유는 오리배를 타려고! 우리가 수영을 할 줄 몰라서
신랑은 오리배를 타는 것을 못마땅해 했지만 유아용 구명조끼가 구비되어 있어서 타기로 했다. 돈을 더
내면 전동배를 탈 수가 있어서 페달 밟는 노가다는 하지 않아도 된다. 30분을 탈 수 있었지만 20분이 넘어가니 구명조끼가 불편하기도, 덥기도 하고, 졸립기도 하고, 지겹기도 했을 것이다. 이리저리 구경시켜 주느라 오후 낮잠 재우기 전에 먹이던 우유를 못 먹였는데 배고파하지 않고 잘 넘어간거 같다. 이 즈음부터 분유와 젖병을 끊고 생우유를 빨대컵으로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제 밥을 좀 더 주고 우유는 줄였으면
싶다.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서울 야경
시댁 행사가 있어서 경기도민이 된 지 보름만에 서울에 처음 나가보았다. 행사가 끝난 후 형님 댁인 일산으로 이동해서 밤 늦게 돌아오는 길. 강변북로를 따라 강 너머를 바라보니 여의도의 야경이 펼쳐진다. 언제부터 서울 살았다고, 늦은 밤 서울을 달리니, 여의도를 바라보니, 왜 이렇게 짠한건지 원. 집에 가려면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하는 것이 아직 낯설다.
어린 시절에는 거의 지하철만 타고 다니고, 특히나 밤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없었던지라 처음 자동차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온전히 느꼈을 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직도 이사도 지긋지긋해서 이제 분당에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서울이 좋은건가, 서울의 야경이 좋은건가. 왜 이렇게 서운한걸까.
대구에서 17년, 서울에서 20년, 이제 3rd stage가 펼쳐진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온거 같은데 앞으로가 더 괜찮은 날들이면 좋겠다.
어린 시절에는 거의 지하철만 타고 다니고, 특히나 밤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일이 없었던지라 처음 자동차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온전히 느꼈을 때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이직도 이사도 지긋지긋해서 이제 분당에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서울이 좋은건가, 서울의 야경이 좋은건가. 왜 이렇게 서운한걸까.
대구에서 17년, 서울에서 20년, 이제 3rd stage가 펼쳐진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아온거 같은데 앞으로가 더 괜찮은 날들이면 좋겠다.
439일 장시간 외출
엄마아빠는 점심 모임 나가시고 저녁은 어버이날 기념으로 다같이 식사하기로 해서 남는 시간은 동생 집에서 놀기로 했다. 장시간 외출에 대비해 장난감과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갔다.
엄마 집은 주택이라 베란다가 없는데 동생 집은 베란다가 있어, 거실 유리문을 보니 엄청 신기한가보다. 베란다에서 유리를 통해 나랑 동생이 보였는데 거실 안으로 들어오니 또 나랑 동생이 보이는게 신기한지 계속 베란다와 거실을 들락날락하며 쳐다이리보고 저리본다. 장난감을 많이 싸왔는데 들락날락하느라 장난감이 필요없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유리를 통해 사람이 보이는 것이 신기한가보다. 덕분에 유리에 머리를 콩 박기도 해보고 먹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언제부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인지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우는 이제 거울 속에 비친 이미지를 좀 이해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거울에 비친 신랑을 보고는 뒤돌아보며 확인을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거울도 인지하고 유리도 인지하며 커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영우가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물론 주식은 죽이었지만 반찬으로 오리고기를 먹었다. 이제 15개월을 향해 가고 있으니 간이 들어간 음식 먹어도 되는데 엄마가 계속 신경써서 영우 먹는건 따로 만들고 계셨다. 밥은 그렇다치고 국도 소고기와 두부, 호박 등을 넣어서 간 하지 않고 따로 만들어 먹이는 정성을 보이셨다. 이모가 만들어주신 전복죽과 오리고기를 함께 먹었는데 전복이 아주 작은 크기는 아니었는데 오물오물 잘 씹어 넘기고 오리고기도 아주 잘 먹었다. 이제는 어른 반찬 같이 먹어도 되겠다.
엄마 집은 주택이라 베란다가 없는데 동생 집은 베란다가 있어, 거실 유리문을 보니 엄청 신기한가보다. 베란다에서 유리를 통해 나랑 동생이 보였는데 거실 안으로 들어오니 또 나랑 동생이 보이는게 신기한지 계속 베란다와 거실을 들락날락하며 쳐다이리보고 저리본다. 장난감을 많이 싸왔는데 들락날락하느라 장난감이 필요없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유리를 통해 사람이 보이는 것이 신기한가보다. 덕분에 유리에 머리를 콩 박기도 해보고 먹어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언제부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인지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우는 이제 거울 속에 비친 이미지를 좀 이해하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거울에 비친 신랑을 보고는 뒤돌아보며 확인을 하는거 아닌가. 이렇게 거울도 인지하고 유리도 인지하며 커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영우가 처음으로 외식을 했다. 물론 주식은 죽이었지만 반찬으로 오리고기를 먹었다. 이제 15개월을 향해 가고 있으니 간이 들어간 음식 먹어도 되는데 엄마가 계속 신경써서 영우 먹는건 따로 만들고 계셨다. 밥은 그렇다치고 국도 소고기와 두부, 호박 등을 넣어서 간 하지 않고 따로 만들어 먹이는 정성을 보이셨다. 이모가 만들어주신 전복죽과 오리고기를 함께 먹었는데 전복이 아주 작은 크기는 아니었는데 오물오물 잘 씹어 넘기고 오리고기도 아주 잘 먹었다. 이제는 어른 반찬 같이 먹어도 되겠다.
434일 이발
다음 날이 외할아버지 기일이라 부산 나들이가 예정되어 있어서 이발을 하러갔다. 머리를 완전히 민 적도 있고, 이후로도 두 번 정도 더 이발을 했었던듯한데 울지 않고 잘 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동생이 미용실에 함께 가서 이발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남겨주었다.
일상에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 어찌 엄마한테 안겨서 몇 분을 가만히 있을까 신기하다. 아주 얌전히 잘 견디는건 아니고 엄마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몇 번의 고비가 있긴 하다. 가위질과 바리깡 소리 때문에 이게 뭔가 싶어 인상을 잔뜩 쓰면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끝나고 나서는 에엥 울었나본데 그래도 이발하는 동안 그렇게라도 잘 견뎌준게 어딘가 싶다. 이발하고 나니 도토리같이 귀엽다.
일상에서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데 어찌 엄마한테 안겨서 몇 분을 가만히 있을까 신기하다. 아주 얌전히 잘 견디는건 아니고 엄마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몇 번의 고비가 있긴 하다. 가위질과 바리깡 소리 때문에 이게 뭔가 싶어 인상을 잔뜩 쓰면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끝나고 나서는 에엥 울었나본데 그래도 이발하는 동안 그렇게라도 잘 견뎌준게 어딘가 싶다. 이발하고 나니 도토리같이 귀엽다.
2015년 5월 5일 화요일
426일 숙제 검사
오랜만에 선배 언니랑 만나기로 했다. 영우와의 첫 대면에서 언니가 안녕~ 몇 살이야~ 했더니 영우가 정확히 엄지, 검지 손가락을 펴보이는 것이다. 뭔가를 기대하고 몇 살이냐고 물어본게 아닌데 영우가 알아듣고 손가락으로 두 살이라 하니 깜짝 놀란 언니, 천재 아니냐고 몇 번이나 감탄한다. 두 살 때 두 살을 하는 아이는 처음 본다고,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도 영우는 두 살이란 이야기가 들리니 또 손가락을 펴보인다. 엄마가 제대로 쪽집게 과외를 해주셔서 숙제 검사 제대로 받았다.
현대백화점에서 만났는데 작년에 백화점 하늘 정원의 잔디밭에 아이들이 들어가서 뛰어놀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어서 이제 걸을 수 있는 영우를 잔디밭에 풀어놓을 생각이었다. 올해는 잔디밭에 레일을 설치해서 기차를 탈 수 있게 해놓았길래 기차를 태워주긴 했으나 좀 아쉬웠다. 6개월때는 한사토이의 커다란 동물 인형들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으로 찔러볼 수 있게 되었다. 백화점에 풀어놨더니 운동화 가게에 들어가서 어른 운동화를 들고 뒤뚱뒤뚱 돌아다닌다. 야구 모자를 사줄 생각이었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페도라 스타일의 모자를 씌워보았더니 안 벗겠다고 해서 그걸로 샀다. 벌써 취향이 생겼는지.
시내에 차 갖고 나가기 힘들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제 20분여를 가만히 안겨서 견디고 있긴 힘든가보다.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버스 안이 찜통이었는데 바로 땀띠가 올라올 기미가 보인다. 무더운 대구 날씨 잘 견딜 수 있으려나.
현대백화점에서 만났는데 작년에 백화점 하늘 정원의 잔디밭에 아이들이 들어가서 뛰어놀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인상적이어서 이제 걸을 수 있는 영우를 잔디밭에 풀어놓을 생각이었다. 올해는 잔디밭에 레일을 설치해서 기차를 탈 수 있게 해놓았길래 기차를 태워주긴 했으나 좀 아쉬웠다. 6개월때는 한사토이의 커다란 동물 인형들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이제는 손가락으로 찔러볼 수 있게 되었다. 백화점에 풀어놨더니 운동화 가게에 들어가서 어른 운동화를 들고 뒤뚱뒤뚱 돌아다닌다. 야구 모자를 사줄 생각이었는데 마땅한게 없어서 페도라 스타일의 모자를 씌워보았더니 안 벗겠다고 해서 그걸로 샀다. 벌써 취향이 생겼는지.
시내에 차 갖고 나가기 힘들 것 같아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제 20분여를 가만히 안겨서 견디고 있긴 힘든가보다. 이 날 날씨가 너무 더워서 버스 안이 찜통이었는데 바로 땀띠가 올라올 기미가 보인다. 무더운 대구 날씨 잘 견딜 수 있으려나.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