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방황하는 55세 질풍노도의 한국 남자가 하나 또 있다. 유시민.
이 책은 유시민이 정계은퇴 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정리한 자서전이자 앞으로의 삶을 이렇게 채워나가겠다는 선언 쯤 되겠다.
프롤로그 지나서 첫장은 같은 제목을 가진 크라잉 넛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펑크락을 하며 소신껏 살겠다는 친구들인가보다. 훌륭하다.
그런데 내용보다 눈에 띈 형식이 있었는데, 에세이(?)로 보이는 글임에도 아래쪽에 인용에 대한 출처를 잘 정리해놨다… 논문인줄 알았다. 아 이 사람.. 뼛속까지 먹물이다..
시작부터 심상찮았는데, 계속 가르친다.
카뮈를 가르치고, 셀리그만을 가르치고, 도킨스를 거쳐 뇌과학을 이야기한다.
실존주의 문학에서 생물학적으로 정의한 진보 개념까지 거쳐 따분한 얘기들은 어쩔수없다. 먹물이니까.
재미있는 부분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때였다.
1980년 5월. 휴교령이 내리면 모든 도시에서 동시에 민중 봉기를 일으키자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오직 광주의 대학생들만 그 약속을 지켰다. 그래서 그곳에서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
…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을 서울 시민들은 크게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표정이었다. 정치군인들의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위를 주동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나는 그렇게 느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의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학생회장들이 5월 15일 서울역 집회 해산을 결정한 것도 시민들이 학생들의 시위에 적극 호응하거나 참여하지 않아 불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
유신헌법의 포장지만 바꾼 제5공화국 한법을 발의해 국민투표를 했다.
…
그러나 국민 96퍼센트가 국민투표에 참가했고, 투표자의 92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졌다. 전두환은 새 헌법에 따라 또다시 체육관에서 임기 7년의 제 12대 대통령이 되었다.
이른바 ‘서울역 회군’ 이라고 불리우는 사건에 대한 주인공 중 한명의 기억을 직접 읽은 것이다.
무조건 심재철이 나쁜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시대였구나 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지원 되는 멘트도 한줄 언급되어있다.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네. 자네는 정치 말고 더 좋은 것을 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음성도 들렸다.취미로는 당구나 낚시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놀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단다.
“이 시간에 가족에게 충실해야 하는것은 아닐까?”
“이 사회 어딘가에 절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노동자가 있는데 내가 놀아도 되는걸까?”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음 성불하겠다고 한 지장보살이 아닌다음에야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좀 놀아도 된다고 생각한단다.
노는데도 이유가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대학교 - 청년기 갈등과 자기 이해 -_-; 라는 교양시간 때 인생의 중요한 것은 일과 사랑이라고 배웠다.
셀리그만은 사랑, 일, 놀이 라고 했고,
유시민은 여기에 “연대” 를 더해야 삶을 완성하고 최고의 행복을 누릴수 있다고 믿는다.
김정운 교수는 “행복, 즐거움 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이고 나머지 가치들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 라고 한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난 마음 한쪽 구석에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맘 편히 노는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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