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0일 화요일

327일 샘쟁이

사촌오빠네가 놀러왔다고 한다. 사촌오빠 아이는 영우보다 13개월정도 빠르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말귀도 잘 알아듣고 잘 돌아다닌다. 두 돌만 지나면 수월해지는걸까.
대구 집에 장난감이 꽤나 많아서 이것저것 갖고 놀면서 아주 신이 났나보다. 그러나 샘이 많은 나영우. 형아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장난감을 못갖고 놀게 했다고 한다. 평소에는 잘 놀지도 않는 붕붕카에 형아가 올라타자 막 끌어내리고 쫓아다니면서 툭툭 쳤나보다. 영우가 손발을 허우적댈때 맞으면 꽤 아픈데 형아를 툭툭 치다가 결국 두 번이나 울렸다고 한다.
엄마 아빠가 영우 샘이 많더라며 혀를 내두르신다. 이거이거 할머니 할아버지가 매일 떠받들면서 지내니 자기가 최고구만. 내꺼 건드리면 큰일이구만. 동생 생기면 큰일 나겠구나.

2015년 1월 15일 목요일

322일 소파등반

새로운 놀이터가 생겼다. 소파. 소파에 기어올라가게 된지는 며칠 됐는데 이제는 등받이까지 올라간다. 소파 등받이 중간 부분에 발을 받칠 수 있나보다. 어떻게 알았는지 발가락에 힘들 빡 주고 그 부분을 받침대삼아 지지하고 서 있다.
그럼 그 곳에 서서 뭘 하고 노느냐? 딱 영우 손이 닿는 위치에 보일러 컨트롤러가 있다. 버튼 누르고 다이얼 돌리는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나보다. 엄마가 전원을 꺼버리자 온도표시창에 불빛이 사라져서 재미가 없어졌는지 이제 현관인터폰에 접근한다. 수화기를 잡아당기니 인터폰 화면에 불빛이 들어와 이제 그게 재미있나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소파 등받이를 받침대로 딱 지지하고 안정감있게 서있는다. 어떻게 거기 기어올라가서 버티고 서 있는지 깜짝 놀라고 빵 터지는 저녁이다.

2015년 1월 14일 수요일

321일 장난치기

분유를 먹을 때 집중력이 떨어지는지 150ml 정도 먹고 나면 젖병을 밀어낸다. 거실을 한바퀴 돌아다니다가 다시 먹기도 하고 남은 양을 보여주면 지가 젖병을 잡고 먹기도 하는데 이 날은 젖병을 밀어내고 잠깐 쳐다보더니 젖꼭지 부분을 손으로 꾹 쥔다. 그랬더니 우유가 쭉 발사되어 목 부분이 다 젖었는데 딴에는 그게 재미있었나보다. 남은 우유를 마시다가도 조금 전 일이 생각나는지 계속 히히히 웃는다.
신랑이 그 모습을 보고 감개무량해 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영우에게 무언가를 해주어야만 그에 대한 반응이 있었는데 뽀로로비행기 누르고 반응하는 것도 그렇고, 우유병으로 장난치는 것도 그렇고, 이제 스스로 한 행동에 대해 반응을 보이니 크긴 컸다 싶은가보다.

2015년 1월 13일 화요일

320일 흥이 넘치는 영우

또 3주만에 만난 영우.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영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두렵기도 하다. 아침에 나와 신랑을 보더니 활짝 웃으며 기어온다. 나한테 안겼다가 신랑한테 안겼다가 왔다갔다 하며 좋아한다. 엄마가 이유식 먹자며 영우 옆에 오셨는데 영우가 나한테 계속 안겨 있으니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은데 할머니가 옆에 오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어색한가보지?" 하시는데 정말 그런 눈치가 있는걸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어색한 표정으로 엄마를 계속 쳐다본다. 멀찍이서 놀다가도 한 번씩 나를 쳐다보고는 기어와서 폭 안기고 다른데로 갔다가 돌아와서는 또 폭 안긴다. 못 본 새에 애교를 가득 장전한 나영우.
요즘 영우가 꽂힌 장난감은 뽀로로 비행기. 이것저것 눌러보는걸 좋아하는데 뽀로로 비행기에는 커다란 버튼이 있어서 버튼을 누르면 음악이 흐르고 불빛이 번쩍거린다. 음악이 흐르면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버튼을 눌러서 음악을 끄면 에엥 하면서 버튼을 눌러 음악을 켜고 들썩들썩을 이어간다. 동생들과 제부가 놀러와서 영우의 들썩들썩쇼를 보며 한바탕 웃는데 아이가 있으니 이렇게 웃을 일이 생기는구나 싶었다. 흥 가득한 나영우.

319일 사과 집어먹기

그간 엄마가 사과와 바나나를 갈아주셨다. 아직 영우 이가 네 개밖에 없어서 덩어리가 있는 것을 주기는 걱정되시나보다. 이제는 이유식에 물도 덜 타고 과일도 그만 갈아주셔도 될 것 같은데 잔소리같을까봐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음식 못 씹어먹는 아이는 없는데 급하게 생각할 것 없다는 엄마 말씀이 맞는거기도 하겠지.
처음으로 사과를 얇게 썰어서 손으로 집어먹게 하셨나보다. 그동안 과자나 튀밥을 잘 집어먹어왔으니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한참 멀었다. 튀밥은 침 묻은 손에 잘 붙어 있어서 대충 집어도 먹을 수 있었는데 사과는 잘 집고있지 않으면 계속 바닥에 떨어진다. 거기다 사과접시는 얼마나 뒤집어 엎는지. 이렇게 땅거지가 되는구나 영우야.

318일 엉덩이를 하늘로

영우가 노는 자세가 좀 바뀌었다. 앉아 있거나 기어가는 자세를 취하거나 앉는 것과 기는 것의 중간 자세를 취하곤 했었는데 요즘은 엉덩이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엎드려뻗쳐 자세에서 엉덩이를 높이 쳐든 모양새인데 그러고는 다리를 팔 쪽으로 이동하며 움직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일어서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영우와 한 달 차이나는 신랑친구 아들이 일어서는 동영상을 보았는데(스포일링당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기대감도 생긴다) 앉아있다가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엉덩이를 쳐들면서 일어나기에 성공하였다. 그 영상을 보지 않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엉덩이를 하늘로 자꾸 쳐드는 것이 곧 일어서지 않을까 싶다.

317일 토끼라고 한거니?

사운드북 중에 동물 사진과 함께 동물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있다. 이것저것 눌러보던 영우가 토끼라는 발음을 듣자 '호끼'라고 들리는 소리를 낸다. 신랑한테 영우가 토끼 소리를 듣고 토끼라는 발음을 따라한 것 같다고 했으나 코웃음을 친다. 그러나 동영상을 몇 번 돌려보더니 토끼랑 비슷한 소리가 난다며 발음 연습을 하는거 같다고 인정. 동생들에게도 얘기했으나 '히'하는 웃음소리인거 같다고 한다. '호끼' 소리가 어떻게 '히'람. 나는 토끼 발음을 연습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육아레터에서 이 시기의 아기는 말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은 적지만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아기가 자신이 들은 대로 생소한 단어를 따라 할 수도 있다며 내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2015년 1월 8일 목요일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책은 분량이 적지만, 다루는 내용이 가볍지 않고 생각할 것을 많이 던진다.
논어 자체나, 이 책을 평하는 것은 내 능력밖의 일이니 내가 하고싶은 얘기나 하련다.

1.

 굴뚝위에 올라가서 농성하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이미 158억원 대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어있는 상태에서도 또 하루 100만원의 벌금위협을 받았고, 청와대 문건을 보도하여 대박을 터뜨렸던 세계일보는 '명예훼손' 으로 고소당했다.
 법조항을 들이대면서 위법이라 하면 위법인 줄 알겠지만 납득이 되지는 않는다.
공자님 말씀을 빌어보자.


일광천하(一匡天下)
자공이 궁금한 듯 질문했다.
"선생님, 제나라 관중은 사람다운 사람이 아니지요? 환공이 내전에 패배한 공자 규를 죽게 했지만 그의 참모였던 관중은 함께 죽지 않고 오히려 경쟁자였던 환공을 보필했으니까요?"
공 선생이 대꾸했다.
"관중은 환공을 보좌해 그이로 하여금 제후들의 어른이 되게 해서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도록 했으니, 백성들은 오늘날에도 관중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관중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섶을 왼쪽으로 여밀 뻔했다(이민족의 풍습을 따를 뻔했다). 우리가 어찌 그이의 행정을 보통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신의를 지키는 것에다 견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스스로 도랑에서 목매어 죽더라도 알아주는 이가 없지 않던가?"
.......
 공자는 관중을 자공의 책임론 맥락이 아니라 그보다 상위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자공과 달리 관중의 책임과 면책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리는 기준은 둘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지만 어느 것이 더 합리성을 갖는가가 아니라 둘 중 어느 것이 상위 가치이고 어느 것이 하위 가치인가에 있다는 것이다. 즉 상위와 하위 가치가 충돌한다면 하위 가치는 잠정적으로 유보되고 상위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님이 살던 시대에도 가치( 또는 이해관계의 ) 충돌은 언제나 있어왔고,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제자에게 설명해주는 모습이다. 몇천년이 지났지만 우리의 세상은 비슷한 모습이고, 같은 기준을 우리에게 적용해보아도 자연스럽고 말이 된다.

학교에서는 분명히 헌법에 적혀있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있다고 배웠는데, 내가 자란 세상은 그렇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떤 부분들은 형편없이 나빠지고 있다.
 회사의 이익이 인간의 존엄보다 더 상위 가치인가?
 명예(?!!)를 지키는 것이 언론의 자유보다 더 상위의 가치인가?



2.
 자공이 정치의 우선 과제에 대해 물었다. 공 선생이 대꾸했다. "대내적으로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대외적으로 국방을 튼튼히 하며, 인민들이 정치 지도자를 믿도록 하면 된다."
 자공이 주문했다. "만약 어찌할 수 없어 어떤 것을 제쳐놓아야 한다면, 셋 중에 어느 것을 먼저 검토할까요?"
 공 선생이 대꾸했다. "국방 문제를 제쳐놓아야지."
 자공이 또 주문했다. "어찌할 수 없어 어떤 것을 제쳐놓아야 한다면, 둘 중 어느 것을 먼저 검토할까요?"
 공 선생이 대꾸했다. "식량 문제를 제쳐놓아야지.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죽었다네. 인민들이 정부 또는 군주를 믿지 않으면 그 나라는 한순간도 존립할 수 없는 것이라네."

3.
 저자는 '군자' 를 해석함에 있어 자율적인, 자기 주도적인 사람으로 보고있다.
참된 자기 자신을 찾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반복되고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공자나 논어에 관한 책을 많이도 썼다면서도 욕심을 감추지 않는다.
그만큼 내용이 방대하기도 하거니와, 시간을 초월하여 통하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거다.


2015년 1월 4일 일요일

누가 돈을 버는가? - 라이어스 포커

돈을 버는 것은 투자자일까 브로커일까 ?

오늘은 '라이어스 포커'을 읽으며 얼마전에 봤던 영화를 떠올렸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의 인상깊었던 장면이다.


월 스트리트의 1번 룰
아무도... 워렌 버핏 같은 거물도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어떻게 될지는 예측 못 해. 평범한 증권맨들은 더 모르고.
- '푸가지' 같은 거야 뭔지 알지?
- '푸게이지'겠죠?
가짜, 짜가, 환상, 헛것 .. 뭐라고 하든
허공을 떠도는 먼지처럼 실체가 없어. 존재조차 없는 허상이라고
- 알겠나?
- 그렇군요
잘 들어
우린 뭘 만들거나 아무것도 짓지를 않아

주식을 8달러에 산 고객이 있다고 쳐
16으로 뛰면 기분 째져서 몽땅 팔고 현금을 쥐고 싶어 하지
그러게 놔두면 안 돼
그럼 현실이 되니까
그럼 어떡하느냐?
다른 아이디어를 내야지
특별한 아이디어
수익을 재투자할 다른 종목을 권하는 거야
백이면 백 다 재투자하지
왜냐면 돈맛에 중독됐거든
그런 식으로 계속 뺑뺑이 돌리면서
고객이 실현 안 된 서류상의 수익에 헬렐레할 때
자네랑 나 같은 브로커는 엄청난 거래 수수료를
빳빳한 현찰로 챙기지


앞으로 금융관련 기술이 발전되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나, 현재의 모습을 보면 답은 명확한것 같다.

 라이어스 포커는 저자가 80년대 살로먼 브라더스의 한 트레이더로 채용되어, 모기지 채권으로 회사가 월스트리트에서 최고로 등극하게 되는 과정과 이후 불어닥친 정크본드의 커다란 흐름에 서서히 침몰해 과는 과정을 담담하고 자세하게 풀어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80년대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30년 지나 뻥터져 지금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지.

 루이스 라니에리는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2008년 세계 경제위기의 뇌관이 되었던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 을 만들었던 사람들 중에 하나였다.
루이스 라니에리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는 역사상 가장 큰 ‘폭탄 돌리기 게임’을 만들 생각이 없었지만,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 출처
 영원한 승자는 없다. 루이스 라니에리로 인해 모기지 증권을 히트하여 살로먼 브라더스가 떴던것 처럼 정크본드에서 기회를 잡은 마이크 밀켄은 드렉셀(투자은행. 1990년 파산)이 시장의 판을 바꾸는데 크게 공헌한다. 1987년에 정크본드가 회사채 시장의 25%가 넘게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저자는 살로먼 브라더스가 침몰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를 피했을 뿐만아니라 능력을 인정받아 그냥 있기만 해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져버리고 회사를 떠나 현재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쩌면 저자는 돈맛에 중독시켜 직원을 계속 뺑뺑이 돌리는 금융회사의 쳇바퀴를 부숴버리고 뛰쳐나온것이 아닐까 ? 어느날 문득 통장에 찍힌 숫자가 실체가 없는 푸게이지라는 걸 깨달은게 아닐까 ?

 나에게 진짜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본다.

2015년 1월 3일 토요일

고환율의 음모



예전부터 환율 책을 하나 읽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어서 전자 도서관에서 보이는대로 고른 책이다.

 MB 집권 이후 펼쳤던 고환율 정책의 과정과 결과를 자료와 함께 숫자로 보여준다.
막연하게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 정도로만 알고있었는데, 실제로 우리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니 더 화가 나네.

 요약 하자면, 2008 ~ 2011년까지 174 조 원의 손실을 가계가 입었고, 한가족당 1450만원 정도의 손해를 봤다는구먼. 물론 그 손실액은 삼성등 수출 대기업의 순이익이 되었고, 그렇다고 수입하는 회사(정유회사등)가 손실을 본것도 아니래. 어차피 과점 시장이고 가격(기름값등)을 올리면 되니까 결국 그 돈은 가계에서 나온다는 거지.

 또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쓰면서 환투기에 리스크가 없어진 투기세력이 뛰어들었고, 키코 사태로 건실한 중견기업이 수도없이 흑자도산하는 등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하고 사라진 일자리로 수만명이 고통받았으며 이 투기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폭락을 하자 연기금을 투입해 발빼는 투기 세력에게 용돈을 줬다는군.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기금 손실은 덤이구.
 이 기간동안 MB 물가지수는 22.6% 올랐고, 실질임금은 15.3% 이상 감소.

 개별 사실들이야 뉴스등에서 다 알았던 거지만 인과관계와 과정들을 잘 정리해 놓으니 참 갑갑하네. 수익은 사유화 하고 손실은 사회화 한다고 했던가 ? 마치 공식처럼 딱딱 들어맞아. 국가를 수익모델로 썼다는 누구의 얘기도 생각난다.

 더 짜증나는건 자영업자가 줄줄이 무너지니까 금융기관이 부실해지고 성장률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줄도산을 지연시킬 처방으로 2010년 7월 '햇살론' 이라는걸 내놓았는데, 금리가 11% 넘는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이었다.
 자영업자들에게 저금리 대출해주는 정책은 이미 참여정부때부터 있었고, '소상공인 정책자금' 이라는 이름으로 은행금리보다 훨씬 낮은 3~4% 에 5천만원까지 제공했고, 담보없는 자영업자에게는 신용보증까지 제공했었다는게 함정

계속 각하가 생각나서 읽는 내내 참으로 불쾌한 독서였다.
아흑 저녁먹은게 소화도 안되는거 같다 -_-


2015년 1월 2일 금요일

뼛 속까지 먹물 유시민 - 어떻게 살 것인가

역시 존대는 힘들어서 이번부터는 반말로 간다. 일기니까 니가 이해해라.




여기 방황하는 55세 질풍노도의 한국 남자가 하나 또 있다. 유시민.

  이 책은 유시민이 정계은퇴 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정리한 자서전이자 앞으로의 삶을 이렇게 채워나가겠다는 선언 쯤 되겠다.

  프롤로그 지나서 첫장은 같은 제목을 가진 크라잉 넛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펑크락을 하며 소신껏 살겠다는 친구들인가보다. 훌륭하다.
그런데 내용보다 눈에 띈 형식이 있었는데, 에세이(?)로 보이는 글임에도 아래쪽에 인용에 대한 출처를 잘 정리해놨다… 논문인줄 알았다. 아 이 사람.. 뼛속까지 먹물이다..

  시작부터 심상찮았는데, 계속 가르친다.
카뮈를 가르치고, 셀리그만을 가르치고, 도킨스를 거쳐 뇌과학을 이야기한다.
실존주의 문학에서 생물학적으로 정의한 진보 개념까지 거쳐 따분한 얘기들은 어쩔수없다. 먹물이니까.

 재미있는 부분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할때였다.

 1980년 5월. 휴교령이 내리면 모든 도시에서 동시에 민중 봉기를 일으키자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오직 광주의 대학생들만 그 약속을 지켰다. 그래서 그곳에서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죽었다.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을 서울 시민들은 크게 반기지 않았다. 오히려 당황한 표정이었다. 정치군인들의 쿠데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위를 주동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나는 그렇게 느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시민들이 원하는 것 사이에의 큰 격차가 있었던 것이다. 학생회장들이 5월 15일 서울역 집회 해산을 결정한 것도 시민들이 학생들의 시위에 적극 호응하거나 참여하지 않아 불안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유신헌법의 포장지만 바꾼 제5공화국 한법을 발의해 국민투표를 했다.
그러나 국민 96퍼센트가 국민투표에 참가했고, 투표자의 92퍼센트가 찬성표를 던졌다. 전두환은 새 헌법에 따라 또다시 체육관에서 임기 7년의 제 12대 대통령이 되었다.


이른바 ‘서울역 회군’ 이라고 불리우는 사건에 대한 주인공 중 한명의 기억을 직접 읽은 것이다.
무조건 심재철이 나쁜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시대였구나 하는 충격에 휩싸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지원 되는 멘트도 한줄 언급되어있다.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물을 가르고 온 것 같네. 자네는 정치 말고 더 좋은 것을 하게!” 노무현 대통령의 음성도 들렸다.
 취미로는 당구나 낚시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놀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단다.
“이 시간에 가족에게 충실해야 하는것은 아닐까?”
“이 사회 어딘가에 절망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노동자가 있는데 내가 놀아도 되는걸까?”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음 성불하겠다고 한 지장보살이 아닌다음에야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좀 놀아도 된다고 생각한단다.
노는데도 이유가 필요한 사람이다.

 나는 대학교 - 청년기 갈등과 자기 이해 -_-; 라는 교양시간 때 인생의 중요한 것은 일과 사랑이라고 배웠다.
셀리그만은 사랑, 일, 놀이 라고 했고,
유시민은 여기에 “연대” 를 더해야 삶을 완성하고 최고의 행복을 누릴수 있다고 믿는다.
김정운 교수는 “행복, 즐거움 이야 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이고 나머지 가치들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 라고 한다.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난 마음 한쪽 구석에 죄책감 비슷한 것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맘 편히 노는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이다.

2015년 1월 1일 목요일

남자의 물건

안녕하세요 여지 블로그 객원 필자 영우 아빠입니다.
 공식적으로 백수 생활을 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났습니다만, 아직 혼자 노는게 익숙치 않아요.
몇개월 쉬면서 책을 많이 읽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에서야 첫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나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읽었는지 아닌지 긴가민가하는 후진 기억력 때문에 짤막한 독후감으로 글을 남겨놓으려 합니다
 여의도로 이사오고 나서 다닐만한 도서관을 찾아보다 전경련회관에 있는 여의 디지털 도서관을 발견하여 방문해봤는데, 실물 책은 얼마 없구 전자도서관 형태로 앱으로 대여하여 보는 형식이었습니다. 기껏 찾아갔는데 그냥 가긴 아까워서 집어든 ‘목욕의 신’ 이라는 꿀만화를 낄낄거리며 정독하고 나왔습니다.
‘여의도 디지털 도서관’ 이라는 앱은 아이폰용으로 제작되어 아이패드에서 읽기 좋지않아 포기하려 했는데, 그래도 띄워는 보고 싶어서 읽기 버튼을 누르니 YES24 의 도서관 앱으로 연결을 하네요. 다행이 아이패드 앱이 있어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수시로 뻗어대거나 버그때문에 빡치는건 감수해야죠. 공짠데 ㅠㅠ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 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힘들어 방황하는 질풍노도의 중년 남자들에게 멋진 남자들과 그의 물건(혹은 취미)을 소개해 주면서 뽐뿌질하는 책입니다
…...만
대체로 소개해주는 이들이 생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먹고사니즘과 다른 레벨의 문제를 고민하는 남자들이라 우리 평범한 남자들이 보고 힐링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눈높이를 맞춰서 술술 풀어나가는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못떼도록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절대 망사스타킹과 룸싸롱 얘기 때문이 아니에요
 가볍게 읽을 수 있었지만, 때때로 묻어나오는 통찰과 깊이에,  아 김정운 교수가 학자는 학자구나 싶은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소주병에서 늘 보았던 ‘처음처럼’ 이라는 글씨를 쓴 신영복 선생님의 벼루 이야기, 제주도 계신 이왈종 화백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네요. 기회가 되면 갤러리에라도 들러보고 싶습니다

제주생활의중도_43x9.5x9.5cm_테라코타향로위에 채색_2010
대한민국 아저씨들을 위한 책입니다만, 누가 읽어도 감정 표현이 서툰 우리네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을겁니다.

한줄평 : ㅋㅋㅋ 재밌네

난이도 ★★☆☆☆
재미 ★★★★☆

2015년의 시작

너무나 식상한 표현이지만 내게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지났다. 12월 31일에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똑같은 내일인데 뭐 그리 유난 떨 필요 있나 했지만 막상 1월 1일이 되니까 그래도 뭔가 다짐을 하고 지나가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생긴다. 그래봐야 언제나처럼 일 열심히 하고 건강 잘 챙기자는 것 뿐이지만.

발령이 났다. 상암동으로 발령이 났다. 초,중,고,대학교를 걸어서 통학한 터라 출퇴근길이 멀면 너무 힘들다. 신길에서 여의도로 다니다가 회사가 을지로로 이사가자 늘어난 그 십분을 못견디고 왕십리로 이사했는데, 딱 삼개월 편히 다니고 여의도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 팀이 여의도에 눌러앉아버려서 이제 IT 소속이란 것을 겨우 받아들이고 여의도로 이사했는데 딱 한달 편히 다니고 상암으로 발령. 프로젝트팀 발령나기 전 팀으로 돌아가는 거라 일은 오히려 편할지도 모르겠지만 출퇴근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요즘 잠을 제대로 못자는 편이다. 잠깐 약을 끊었던터라 호르몬 변화로 생긴 불면증인지 새벽 서너시까지 잠 못들고 뒤척일 때도 있고 중간중간 자주 깨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발령과 맞물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기도 한다. 오늘 이력서를 열어보았는데 2010년이 마지막 업데이트였다. 몇 년간 했던 업무를 몇 줄로 요약해서 쓰는건 여전히 힘든 일이다. 생각난 김에 이력서나 업데이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