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2012년 10월 31일



오늘 10월 31일이란건 알고 있었는데 회의실 예약하려고 하다가 내일이 11월 1일이란 사실에는 깜짝 놀란다.
벌써 송년모임을 잡으려는 친구들의 카톡 메시지가 오간다.
2013년 3월 3일에 약속이 생겼다.

2012년이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프로젝트 마무리 및 새로운 프로젝트 Kick-off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12월이 성큼 다가와 있을 것이다.
오늘 쌀쌀해진 날씨가 멀어져가는 가을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가는구나.
가는 세월, 흐르는 시간 아쉬워 말고 오늘도 즐겁게~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이사



6년간의 영등포 생활을 마무리하고 왕십리로 이사.
전에 살던 집이 거의 30년 되어가는 집이고 도배도 안되어 있었던 반면, 이사한 집은 지은 지 5년여 지났고 이번에 도배도 한 덕분에 아주 깨끗하다. 아직 주변을 완전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영등포는 주거지역이었던 반면, 왕십리는 유흥지역이라 번잡한 편이다.
내 출근 시간은 10분 단축되었고 신랑도 20분 정도는 단축될 것 같으니 일단은 만족.
6년간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정리하느라 지난 한 주간 꽤나 힘들었는데 앞으로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마법사 엄마의 출동으로 어느정도 깨끗하게 정리되었는데 이후에도 유지할 수 있을런지, 이제 좀 깨끗하게 정리 잘하고 살 수 있을런지.
2012년 목표였던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하기를 다시 한번 시도해보겠다!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제니퍼소프트 사옥 방문


제니퍼소프트란 회사에 대해 헤이리로 사옥 옮기기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지난 주에 시사인 특집기사 ‘저녁이 있는 회사' 시리즈로 소개가 되어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기사는 아래 참고. SAS를 롤모델로 삼고있는 회사인만큼 직장인들의 부러움이 가득 담길수밖에.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14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4415

어제 헤이리에서 점심을 먹을 일이 생겼는데 검색해보니 마침 식사한 곳에서 사옥이 200m 거리여서 일행들과 가보았다. 겉으로 보기엔 헤이리의 여느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1층엔 카페가 있는 4층 높이의 콘크리트 건물.
혹시나 커피라도 얻어마시며 노닥거릴 수 없을까 싶어 기웃기웃하고 있으니 카페는 27일부터 일반에 오픈한다고 한다. 관계자로 보이는 분이 사옥 내부를 둘러보시겠냐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뜻밖의 횡재에 일행 모두 신나서 둘러보았다. 심지어 안내해주신 분이 제니퍼소프트 사옥 건축가!

직접 둘러보니 인상적인 것은 지하에서부터 4층까지 이어지는 서재. 기발하기도 하고 기술서적들이 무심한듯 꽂혀있는 모습을 보니 멋지기도 하고.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자투리 공간에 자리잡은 작은 회의실. 액자 모양의 창을 내서 창밖으로 보이는 헤이리 풍경이 좋다.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보았던 성산일출봉 풍경처럼.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내부는 나무 구조물로 되어 있다. 사무실 문을 여는 순간 나무향이 나고 냉난방에도 효율적이어서 에어컨이 필요없을거라 하고 아토피에도 좋은 친환경 공간이라고.

외부인이 봤을때는 부럽고 좋은 곳이지만 내부에서는 개개인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과장되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싫으면 복지가 아무리 좋아도 견디기 힘들 수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부족한 하나 때문에 불만이 싹 틀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에 대한 창업자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 것. 창업자의 의지를 함께할 수 있는 직원들이 모일 수 있는 것. 그리고 열정.이라고 썼는데 이런 말을 쓰기엔 너무 뜬금없고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10월의 어느 날..


9월의 어느 날과 놀라우리만큼 똑같은 일상..

그 때보다 체력은 더 떨어졌고 피곤해 죽겠지만 주말엔 여전히 두 세개씩 일정이 잡히고 이사를 열흘도 남기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리는 전혀 안되어 있다.
야근 횟수는 엄청 많아졌고 잠도 부족하고 멘탈도 깨지고 피곤한 하루하루다..
다음 주는 이번 주보다 낫겠지. 다음 달은 이번 달보다 낫겠지. 힘내자.

2012년 10월 16일 화요일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저자 강연회



주말 강남 교보문고에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의 저자 김동조 님의 강연회가 있었다.
신랑이 함께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출근한터라 나 혼자 대타로.
책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정치와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라고 하셔서 정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좀 있었는데 시간관계상 뒷풀이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하신 듯.

처음 시작할 때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하길래 솔깃했는데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마무리를 못짓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이어서 한 이야기가 스티브 잡스의 성공과 싸이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스티브 잡스가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도, 엔지니어도 아니었지만 IT회사의 CEO일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시장의 size와 유동성 때문. 싸이가 지난 십여년 간 큰 스캔들을 두 번이나 겪으면서도 지금까지 연예인 생활을 유지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의 B급 정서에 대한 수요가 충분한 size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 이러한 이야기로 미루어보건데 박정희, 노무현, 이명박 모두 그 시대별로 시장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정치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로는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소개팅에서 많이 차였던 본인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자아성찰을 통해 오늘날의 통찰과 전략적 사고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뭔가 매칭이 잘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김동조 님의 강연 후기를 보니 "전략의 수립과 실천도 철학적 뒷받침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그렇지, 그렇게 전략적인 사람이 그 정도 계산도 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계속하진 않았겠지. 내 size가 그것밖에 안되서 그만큼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도 질문을 하는, 애 둘 아빠도 수원에서 달려오게 만드는 인기 블로거임을 인증했다. 이어서 사인회를 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사인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꼭 얘기하고 싶은게 있어서 사인을 받았다.
9월에 김태형 연주회 때 신랑이랑 두리번거리면서 만약에 hubris님이 오셨다면 저 분일 것 같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그 분이 맞다는 거! 얼굴을 보고 기억한 건 아니고, 헤어스타일이 개성 있는 편이라 기억이 났던 것. 연주회때 알아봤던 이야기를 했더니 빵 터지면서 (태형군) 너무 잘하죠~ 라고 했는데 거기서 신랑 절친과의 관계를 말해버리는 오지랖을 펼쳤다. 으으.
뒷풀이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놓쳐 아쉽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예술의 전당 회원음악회



2년째 예술의 전당 유료회원에 가입했는데 회원 음악회는 처음 참석했다.
첫 해에 유료회원이 얼마나 많겠어 생각했다가 매진되는 것을 보고 이번엔 티켓 오픈하자마자 신청(을 부탁.) 
‘콘서트와 오페라의 만남'이라는 주제였는데 최근 오페라에도 흥미가 생긴 터라 아주 좋았다.

시작에 앞서 예술의 전당 사장이 인사말을 하며 소개해드릴 회원이 있다고 했다. 속물인 나는 돈 많이 내는 후원회원들 소개하려나보다, 유명인사라도 왔나 하며 시큰둥하게 듣고 있었는데 서너명을 호명한 후 글쎄 회원기간동안 100회 이상 연주회에 참석한 사람이라지 않는가. 우와~ 박수가 절로 나왔고, 다른 회원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했는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가 쏟아졌다.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클래식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었던 거겠지. 그리고 반가운 소식 또 하나는 2013년부터 예술의 전당도 시즌제를 시작한다고 한다. 지금도 일정 안내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연간으로 미리 연주 일정을 알 수 있다고 하니 반갑다.

아직 오페라에 대한 경험이 없다시피하지만 역시 사람의 목소리는 참 좋은 악기이다. 물론 잘 하는 사람을 섭외해서 그랬겠지만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르는 테너는 참 멋졌다. 꽤 앞자리여서 노래하면서 연기하는 모습 보는 것도 새로웠고 익숙한 앵콜곡의 하모니도 참 좋았다. 오페라의 매력을 알아버려서 언젠가는 저 프로그램의 곡들을 익숙하게 들을 수 있는 날이 올 것도 같다.
날씨 좋은 가을날 예술의 전당에서 멋진 경험.

2012년 10월 14일 일요일

미술학원 3개월차

오늘 스케치북을 다썼다.
줄긋기부터 시작해서 꽤나 많은 그림을 그렸지만 실물을 보고 그리는데는 자신없다.
오늘 예당에서 감나무 그리다가 좌절. 아직 제대로 그리려면 한참 멀었구나.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디지털 워


세상엔 많은 책이 있다. 이 책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재빨리 덮어야 한다. 이 책의 퀄리티가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읽을 책은 아니란 것이다.
이전에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에 다 잘 아는 기업들의 이야기이니까 이 부분이 지나면 다음 챕터는 재미있을거야, 스마트폰은 그 흐름을 잘 알고 있으니 재미있겠지, 자기 최면하면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다.
신랑은 재미없어 하는 나를 보며 재미없을 줄 알았다고. 그 별거없는 내용을 저렇게 길게 썼으니 얼마나 세세한 내용을 담았겠냐고 했다. 그 세세한 내용들은 업계에 종사하는 어느  사람들에게는 깊은 감명을 줄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전혀 의미없었다. 다음부터는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면 미련두지 말고 바로 포기하자는 교훈을 남겼다.


그래도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있었다. 구글의 채용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 신임 엔지니어가 적어도 기존 팀원만큼은 뛰어나야만 생산성이 증가된다는 사상을 갖고 채용한다는 것이다. 기존 팀원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고용하면 그들을 관리하고, 조언하는 데 자원을 빼앗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와닿는 이야기이지만 내가 구글에 채용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다.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불꽃 축제



주말에 여의도 불꽃축제를 다녀왔다.
이탈리아, 중국, 미국, 한국의 순으로 진행되었는데 규모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화려해졌으나 내용 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이 있다. 국가별로 주제가 있긴 했으나 불꽃으로 표현하는 ‘사랑’이나 ‘강’이라는 주제는 어차피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음악이다. 불꽃축제에서 불꽃의 화려함 외에 다른 것을 이야기하게 될 줄이야.

처음부터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가 시작을 하는데 오페라 아리아가 흐르는 것이다. 와, 멋지다.
그저 이탈리아 화약 회사가 참여하는 행사일 뿐이지만 그들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악을 고민했을 것이고, 아리아를 택했고, 파바로티의 목소리와 함께 터지는 불꽃은 아름다웠다.
중국은 워낙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니 그저 스케일이 중국 스타일이구나 싶었다.(후반 국가일수록 스케일은 더 커졌지만)
음악에 대해 더 의식하게 만든 것은 미국 행사에서였다. 첫 곡인 All that Jazz가 흐를 때는 그래, 재즈의 본고향은 미국이지 생각했는데 얼마 후 Memory가 흐르는 것이다. 음악 주제를 뮤지컬로 잡은 모양이군, 그런데 Cats는 영국에서 시작했는데? 라는 생각은 오페라의 유령 OST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아, 미국은 뮤지컬의 본고장이 자기들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하긴 나도 문화사 수업을 듣기 전엔 뮤지컬 하면 뉴욕의 브로드웨이만 생각했지 4대 뮤지컬이 영국에서 시작된 걸 전혀 몰랐으니까. 그렇게 익숙한 넘버들과 함께 화려한 불꽃행사가 마무리 되었고 다음은 한국.
한국은 어떤 음악을 선택할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이것이 한국 음악을 대표한다고 내세울만한 문화적 컨텐츠가 아직 풍부하지 않으니까 한화는 어떤 고민을 했을까 기대도 되고 우스개소리로 설마 강남스타일이 나오는건 아니겠지? 하며 기다렸다.
결과적으로는 실망. 한국의 음악 선곡은 해마다 써온 것 같은 대충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음악에다가, (담당자는 엄청 고심했을 것 같지만) 김연아 프로그램의 007 테마를 Yuna Kim이라는 소개 멘트까지 따다가 흘려보낸데다가, 박진영 노래도 나오고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불러서 더 유명해진 넬라판타지아도 나왔다. 한류로 대표되는 아이돌 음악을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전반적인 선곡이 실망스러웠다.

불꽃 축제가 올해로 12년이 됐다고 하는데 몇 년에 한 번씩 두 세 번 본 정도라 해마다 트렌드가 어떠했는지는 모르겠다. 오랜만에 불꽃축제 보면서 혼자 불꽃이 아닌 음악에 의미 부여하고 쓸데없는 소리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컨텐츠가 조금만 더 풍부했으면 훨씬 좋은 행사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몇 년 전에 이런 행사를 접했으면 음악은 들리지도 않았을텐데 이런 아쉬움을 느낄만큼 그간 폭 넓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덧붙여, 뉴스에서는 120만이 찾은 불꽃축제의 교통 대혼잡과 쓰레기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런 행사에 자그마치 서울 시민의 10%나 되는 120만명이 몰리는 놀거리 없는 우리나라 축제문화도 참 아쉽다.
참, 음악과 별개로 한화의 불꽃은 참으로 웅장하고 멋있었다. 마치 회장님의 출소를 기원하는 전 직원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

2012년 10월 6일 토요일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동명의 블로그를 구독하고 팔로잉하고 있었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역사, 철학, 예술 두루두루 식견이 깊고 통찰 있는 사람이라 누군지 매우 궁금했었다. 드디어 베일이 벗겨졌고 냉큼 사다 읽었다.
저자가 ‘편견으로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이 처음 접한 사람에게는 좀 충격적인 이야기들일 수 있다. 현실이긴 한데 글로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니 좀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누구인지가 자식의 미래 모습이다’라는 말은 공감은 되지만, 사실일거라 생각되지만, 자식만은 어떻게든 잘 되게 하려고 열심히 사는 이 땅의 모든 부모에게 너무 잔인한 말 아닌지. 나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자부하며 늘어놓은 이야기들이 그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 기반한 것이었는지, 그 적나라한 분석에 마음이 불편해지고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얼마전 사회적 원자라는 책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경제학으로 풀어내려 했고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블로그 등을 통해 이미 작성되었던 글들을 편집한 것이라 반복이 많다고 느낄 수 있음을 감안해야한다. 용두사미가 된 것 같은 편집에 살짝 실망스럽긴 했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꽤 괜찮은 책이다.

씨티뱅크 트레이더 김동조님의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블로그
http://seoul.blogspot.kr/

2012년 10월 5일 금요일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란 책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보상과 처벌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라는 문장이 나와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를 정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초절정의 인기를 누린 마이클 샌델 교수는 지난 6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란 책을 내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공개 강연회를 열었다. 주제는 예상할 수 있듯이 돈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이다. 우리 사회는 시장경제체제에서 시장사회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 돈과 시장가치가 삶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에 공적인 논의가 필요한 부분은 비시장적 가치에 대한 것이다.
 인간관계, 시민으로서의 의무, 교육 등은 비시장적 가치인데 이러한 가치들은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그 가치가 변질된다. 예를 들어 어느 마을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든다고 하면 당연히 수용도가 낮겠지만 이에 대한 보상금을 주게 되면 수용도는 더 낮아진다.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는 이미 경제적 논리가 통하지 않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의무감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경제는 윤리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 공공재는 여럿의 기여에 기반하는데 이 기여를 금전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듯이 비시장적 가치 또한 시장논리로 좌지우지할 수 없다. 시장의 원리와 돈이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비시장적 가치를 몰아내는지 구별하고 판단해야 한다.
  쓰고 보니 앞서 언급한 보상과 처벌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당시 인센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충분한 고민 없이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효과가 없다는 것에 동의를 했던 것이 떠올라 뒤늦게 정리해보았다.

  사실 이 강의에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은 영어 사대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이 강연 이전에도, 이후에도 TV에서 마이클 샌델 교수 강의를 보여준 적이 많았는데 이 분의 스타일은 먼저 가벼운 질문을 던져 찬반을 묻는다. 그리고 비슷한 논제에 윤리적인 부분을 추가하여 여전히 같은 생각인지를 묻는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를 사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사람이 많을 수가 있을 것이다. 내가 보고싶으니까 내 돈 더 주고 사겠다는데 왜. 이런 얘기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것이 중국 어느 병원의 진찰권에 대한 암표가 되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도 여전히 암표를 사는 것에 찬성하는지를 묻는 식이다.
  간단한 예이지만 질문을 받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질 수 있고, 평상시 윤리와 철학적인 측면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경험이 없으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로 찬반 토론을 해야한다고 생각해보라. 한국말로 이야기해도 쉽지 않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로 마련된 그 강의장은 논리적인 토론장이 아니라  영어 스피킹 대회가 되어버렸다. 그냥 한국말로 하는 것이 좋았을 것을. 동시 통역도 제공되는 자리였는데 왜 굳이 영어로 말하고, 영어가 잘 안되는 것에 민망해 해야 했을까. 영어 잘하면 우와~ 박수치고 영어 잘 안되면 웃어버리는 그런 자리가 되어야 했을까. 그 자리는 논리를 펼치는 자리여야 했는데 무슨 초등학교 학급회의 토론회마냥 기부입학 정원으로 10% 정도는 괜찮다고 말하면 그럼 15%는 왜 안되냐 이런 꼬투리나 잡고 몰아붙이고 승리했다고 기뻐하는 수준이었다. 10%라고 말한 것 자체도 질문자의 의도를 제대로 짚지 못한 답변이었단 것 또한 충분히 예상가능할 것이다.
  이번에 연세대에서 열린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의 모닝챗도 마찬가지다. 여긴 동시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사회자가 통역을 해주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 영어로 진행되었고 그 바람에 꽤 괜찮은 질문 하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제대로 답변되지 못했다는 것이 한창 화제가 되었다. 심지어 사회자의 IT 지식이 전무하여 에릭 슈미트 회장이 통역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대충 넘어가버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한국말 써서 질문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언제부터 영어 못하면 질문도 못하게 된건지 원.
  물론 나도 외국에 나가면 유창하게 영어 잘하고 싶고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거 아닌가. 그렇지만 영어 잘 못하는 내가 이런 글을 쓰니 순식간에 영어 열등생의 투정이 되어 버리는구나. >.<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말할 수 없는 비밀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추석연휴에 감상. 기대와는 달리 대만의 도시 풍경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오프닝에 story by Jay Chou라고 나오길래 오잉? 했는데 감독도 주걸륜이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의외로 구조적이고 요즘 유행하는 타임리프 소재임에도 식상하지 않다. 본인의 예고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피식했는데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은 모든 것을 용서할만큼 인상적이다.
그 어린 나이에 종합예술의 절정인 영화를 찍질 않나, 피아노 실력에 더해 작사/작곡/노래도 하는 모양이고, 연기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쿵푸덩크에서 볼 수 있듯이 농구 실력도 뛰어나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다니!

신랑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박물관이라고 하였다. 덧붙여 장제스와 쑨원으로 대표되는 대만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걸륜이다! 이제부터 내가 아껴주겠어.

No, 이기는 협상의 출발점


팀에서 분기에 한 번 도서구입을 한다. IT 개발하시는 분이 신청한 책이 이 책이라, 지난 몇 년간 함께 일한 적이 많았던 분이라, 어떤 책을 읽으시려는 것인지 내용이 궁금했다.
저자는 ‘예에 도달하기’, ‘아니오를 넘어서기’, ‘No, 이기는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책을 차례로 썼는데 그 때문인지 책의 구성이 Yes, No, Yes로 되어 있다. 이런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책을 써내기 위한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 추천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자 개인의 역량은 훌륭하고 실전 경험도 많으니 협상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읽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도, 이 책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와의 협상에 관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가 세미나 참석자들에게 그들이 받은 최악의 아니오가 무엇이었냐고 물어보았을 때, 참석자들이 가장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10대 때 부모들에게서 받은 아니오였다고 한다.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존중도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철저히 힘에 기반한 아니오를 의미한다.
한 번도 아이와의 대화를 협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아이도 사고할 줄 아는 하나의 인격체인데 왜 부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싶다. 아이에게 특히나 아니오를 외쳐야 할 일이 많은데 문제에는 강경하되 사람에게는 그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협상책을 두 권째 읽는 것이지만 생각만 해도 어렵다. 아니오를 잘 해서 협상에서 이기라니. 내가 누구의 감정도 상하지 않게 아니오라고 잘 외칠 수 있을까.

나의 20대



짐 정리를 하다가 발견한 나의 20대의 흔적들.
평상시엔 수업 시간표에 맞춘 계획표를. 시험때엔 하루를 삼등분한 계획표를.
대학원 가서도 계획 세워가며 살았던 흔적을 보니 참 빡빡하게 살았다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오랫동안, 열심히 살지 않은 나를 자책했었다. 스스로 만든 컴플렉스인걸 알지만 극복하지 못한 채 남 탓을 하고, 그들과 나는 다르지 않다고 애써 자위하고, 그들의 현재를 깎아내리기도 했었다. 나의 이런 못났던 모습을 인지하고 인정하게 된 것도 아주 최근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극복된 것은 아닐테지만 지금은 상당부분 극복한 것 같다. 내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해지면서부터, 나를 좀 더 아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나아지기 시작한 것 같다. 스스로를 기특해 하기도 하고 감탄해주기도 하면서 자심감을 찾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나는 20대의 나와 많이 다르지만 20대의 내가 살아온 흔적 덕분에 지금의 나가 되었다.
20대의 청춘이 가끔 생각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그 시절, 열심히 살았고 충분히 치열했다.
이제 현재를 즐길만한 충분한 자격이 생긴 것 같다.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Since 1997


대학교, 대학원 졸업증명서
10년간 다닌 3개의 회사에서 받은 수료증, 사령장
이 안에 나의 15년이 녹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