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6일 일요일

교수님의 퇴임식


어제 안박사님 퇴임식이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님들, 그리고 교수님들.
안박사님 연구실에서 준비를 많이 해주어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매끄러운 사회와 함께 안박사님 최근 근황 사진과 제자들의 헌정 영상, 가족들의 축하인사 영상. 감사패와 선물 증정, 안박사님의 퇴임사, 마지막으로 방 조교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

준비한 영상 중에 유학중인 따님의 영상이 있었는데 퇴임했더라도 공부 계속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보고 있는 우리는 빵 터졌지만 그래, 끊임없이 공부하는 삶, 그것이 안박사님의 인생이지 싶다.
요즘 클라리넷을 배우고 계신다는 안박사님! 

원래는 클라리넷을 가지고 오셔서 실연을 들려주시려고 했다던데 안 갖고 오셔서 이 또한 영상으로 대신했다. 관악기는 아무래도 호흡이 힘들텐데, 그래서 금연도 하신건가? 얼마나 배우신건진 정확히 모르겠는데 꽤나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이셨다.
이제 65세이신데,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취미가 수학문제 풀이이신 안박사님께서 연주를 직접 하신다니 정말 어찌나 멋지신지.
언제나처럼 위트있는 언변으로 즐겁게 퇴임 인사를 하셨지만 숨길 수 없이 묻어나오는 아쉬움과 통계학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사랑.

요즘 회사에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임원들이 어느 순간 잘려나가는걸 보면 예전엔 관심도 없던 그 분들의 심정을 한 번 헤아려보게 된다.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제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년 퇴임하는 자리도 아쉬울진데, 내 청춘을 고스란히 불태운 회사에서 느닷없이 통보를 받고 함께 했던 동료, 선후배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죄지은 사람마냥 나가야 한다니 얼마나 부질없고 허무한 일인가 싶다.

결혼할 때 주례도 서 주셨는데 몇 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죄송한 마음에 또 찾아뵙지 못하고. 다 핑계지만 그래도 어제 퇴임식 자리에서 축하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지방에 내려가시더라도 언젠가 찾아뵐 수 있도록 해야지.
교수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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