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4일 금요일

Banjul

대학생 때 나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었다.
홍대앞도 졸업하고 처음 가봤을 정도이니.
그런 와중에 중학교 친구를 만날 때면 중간 위치인 종로에서 보곤 했었는데 그 때 종종 갔던 곳이 Tea for two라는 찻집.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소 어둡고 앤티크한 분위기에 한 가운데에는 하프가 놓여있어 가끔 누군가가 연주를 하기도 했다. 당시엔 차 전문점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서빙하는 친구들이 시험관에 찻잎들을 넣어 갖고 다니면서 향을 맡아보게도 했었고 어떤 맛인지 설명도 해주었다. 내 생에 첫 ‘얼그레이’는 Tea for two에서 마신 것이었더랬다.
당시 휴가 나온 부산의 사촌 동생을 데리고 가서 여기가 서울에서 유명한 곳이야~ 하면서 사진 찍어 싸이월드에 올려놓은 기억도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 얼마 전 우연히 점심을 먹고 바로 위층에 있는 Banjul이라는 까페에 가보았다. 오, 이 곳이 바로 십여년 전 Tea for two였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 저것 물어보니 그때 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고 그때 하프를 연주하던 분이 사장님이었고 지금도 4층에 하프가 놓여있다. 3층은 카페, 4층은 이벤트, 전시,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 5층은 roof top.
지금이야 유행처럼 공정무역을 외쳐대지만 그 시절부터 공정무역차와 유기농차를 제공했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본인이 원하는대로 카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 카페를 꿈꾸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일테지만 이건 다 자기 건물이어서 가능한 것일듯 ;P  

써니와 건축학개론에 이어 요즘 응답하라 1997이라는 케이블 드라마가 뜨고 있다고 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코드. 그 시절의 감성.
나는 남들에 비해 과거에 크게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생 시절의 장소를 발견하고 남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니 어쩐지 반갑다.
그래, 그땐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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