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신랑은 나의 총명함에 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나 멍때리고 있는 상태인지 예전에 알던 것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들은 것도 내용을 까맣게 잊고, 이름도 잘 생각 안나고, 이제는 누가 그렇다고 우기면 그런가보다 싶다. 예전엔 누가 우길 수가 없었다. 내가 다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_-;
금요일 모임에서 선배님 아이들 이름을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망연자실했다. 이틀쯤 지나고 나니까 생각난다. 희찬이, 희욱이.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 대표이사님 비서가 있는데 예전엔 밥도 자주 같이 먹었는데 성밖에 생각이 안나서 대화 중에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여은씨.
뇌용량 총량의 법칙이란 것은 신랑의 주장으로 똑똑한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이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용량을 초과하면 어떤 정보들은 지워져야 하는데 같은 뇌용량에 똑똑한 사람은 유용한 정보들로 꽉 차 있고 멍청한 사람은 쓸데 없는 정보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관심사 외에 다른 것들을 저장할 여력이 안되고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논리이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면에서는 천재이나 일상에서는 헤어샴푸와 바디샴푸도 구별해 낼 여력이 없는, 어느 누가 볼 때는 동네 바보형과 다를바 없다는 논리이다.
처음에는 피식했는데 지금 내 상태가 이렇다보니 뇌용량 총량의 법칙을 지지해야겠다.
확실히 10년 전에 내가 취득하던 정보와 지금의 정보는 차이가 크다.
그 때의 나는 세상 만사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큰 노력없이 잘 기억했다.
지금은 세상에 관심이 많아졌고 궁금한 것도 많아졌고 정보량도 많아졌다.
어쩌면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 다른 인격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예전만큼 총명하지 않다고 신랑이 나를 외면하진 않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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