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지지 않는다는 말


몇 번 언급했던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지지않는다는 말.
구구절절이 마음에 들지만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문구들.
덧붙이거나 설명할 것이 없다.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p30~31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p83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p160 ⇒소제목까지 마음에 쏙 든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p168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 얼마든지 할 생각하지 말고.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p202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만 어떤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갑의 계획, 을의 인생 p206
우리 인생에도 무자비한 사주가 있다면, 그건 계획을 세울 때의 '나', 즉 '갑의 나'다. 그러나 막상 실천할 때가 되면, 우리는 '을'의 처지가 되어 갖은 푸념을 다 늘어놓는다.

폴란드의 젊은 디자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 작은 갤러리가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소소하지만 좋은 전시가 많이 열린다. 이렇게 작은 갤러리 하나 운영하는 데에도 연간 일정이 계획되어 있다는 것이 조금 놀라웠고, 타고르, 사우디 등 흔히 접하기 어려운 국가의 작가들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좋다. 공연 기획도 좋은데 라틴아메리카 전시가 있을 때에는 센터원 빌딩 앞 한빛 광장에서 라틴아메리카 음악축제도 함께 진행하여 호응이 좋았다.
몇 달간 매주 강의가 열리기도 하고 어느 국가와의 수교 몇 주년 기념으로 그 국가 음악가를 초청하여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꽤나 준비를 많이 한 듯 하고 퀄리티 있는 공연들이 열린다. 이렇게 운영되는 곳들이 여기저기 많을텐데 매일매일 찾아다녀도 1년이 지루하지 않겠다 싶다.
지금은 폴란드의 젊은 디자인전이 열리고 있는데 최근 각광받는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북유럽 디자인을 살짝 감상해볼 수 있다. 화려하고 특별하진 않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 작은 즐거움을 주는 전시회.

2012.8.9~8.30

르네상스형 인간

최근에 들은 가장 기분좋은 칭찬.
10년 전만 해도 무색무취 그 자체였던 나였는데 이런 평가를 받는 날이 오다니!
아마 전공이 수학, 통계였던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그냥 들으면 되니까 수용 범위였을텐데,
그림까지 그리니 뭔가 과학과 예술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 싶다.
아직 한 달밖에 안됐지만 나도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면 나의 숨겨진 재능이 미술이었나 싶어 놀랄 때가 있다. 기초 스케치만 배울 생각이었는데 유화를 배워서 집에 걸어놔야겠다 싶기도 하다.
이러려고 블로그를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내 블로그에서 자화자찬중 ;)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


브랜딩에 관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저자는 너무 올드한 사례가 아닐까 걱정했으나 브랜딩으로 성공한 회사들의 사례도 적절해 보인다. 제품에 의미를 입히는 ‘브랜드의 탄생’과 의미에 재미를 더하는 ‘브랜드의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브랜딩에 대해 범하기 쉬운 오사례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브랜드 확장에서 조심할 점은 간판 제품의 ‘컨셉’이 이미지로 전달되어야지 제품의 ‘형태’로 굳어지면 안된다는 점이다. 나쁜 예로는 두산의 종가집. 김치 이미지로 굳어져 된장, 고추장류의 상품에서 브랜드 경쟁력이 없어졌다. 좋은 예로는 GE의 오래가는 전구. 내구성이 강한 이미지로 전구 뿐 아니라 기타 가전제품에서도 GE 브랜드 경쟁력이 강화되었다.
브랜딩의 주요 요소로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는데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자인에 ‘스타일’이 있느냐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있느냐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너도나도 스타일리쉬하게 디자인을 입히지만 브랜드 경쟁력과는 별개라는 것.


최근 읽은 인터뷰 기사에서 인상적이었던 내용 하나를 추가하면,
마케팅은 ‘남과 다르기 위해서 자기를 바꾸는 것’인 반면 브랜딩은 ‘자기다움으로 남과 다른 것’이다. 마케팅의 관점은 경쟁이어서 경쟁자보다 싸고, 좋고, 다르게 만드느라 자신이 누구인지도 고객이 누구인지도 관심이 없다. 반면 브랜딩은 경쟁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고객에게만 관심이 있어 자기다워지고 아이덴터티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어려운 이야기.

2012년 8월 26일 일요일

교수님의 퇴임식


어제 안박사님 퇴임식이 있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님들, 그리고 교수님들.
안박사님 연구실에서 준비를 많이 해주어서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매끄러운 사회와 함께 안박사님 최근 근황 사진과 제자들의 헌정 영상, 가족들의 축하인사 영상. 감사패와 선물 증정, 안박사님의 퇴임사, 마지막으로 방 조교의 축하공연(?)으로 마무리.

준비한 영상 중에 유학중인 따님의 영상이 있었는데 퇴임했더라도 공부 계속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보고 있는 우리는 빵 터졌지만 그래, 끊임없이 공부하는 삶, 그것이 안박사님의 인생이지 싶다.
요즘 클라리넷을 배우고 계신다는 안박사님! 

원래는 클라리넷을 가지고 오셔서 실연을 들려주시려고 했다던데 안 갖고 오셔서 이 또한 영상으로 대신했다. 관악기는 아무래도 호흡이 힘들텐데, 그래서 금연도 하신건가? 얼마나 배우신건진 정확히 모르겠는데 꽤나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이셨다.
이제 65세이신데,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취미가 수학문제 풀이이신 안박사님께서 연주를 직접 하신다니 정말 어찌나 멋지신지.
언제나처럼 위트있는 언변으로 즐겁게 퇴임 인사를 하셨지만 숨길 수 없이 묻어나오는 아쉬움과 통계학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제자들에 대한 사랑.

요즘 회사에서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임원들이 어느 순간 잘려나가는걸 보면 예전엔 관심도 없던 그 분들의 심정을 한 번 헤아려보게 된다.
이렇게 사랑하는 가족들과 제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년 퇴임하는 자리도 아쉬울진데, 내 청춘을 고스란히 불태운 회사에서 느닷없이 통보를 받고 함께 했던 동료, 선후배들과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죄지은 사람마냥 나가야 한다니 얼마나 부질없고 허무한 일인가 싶다.

결혼할 때 주례도 서 주셨는데 몇 번 찾아뵙지도 못하고, 그런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죄송한 마음에 또 찾아뵙지 못하고. 다 핑계지만 그래도 어제 퇴임식 자리에서 축하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지방에 내려가시더라도 언젠가 찾아뵐 수 있도록 해야지.
교수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2012년 8월 24일 금요일

Banjul

대학생 때 나는 잘 돌아다니지 않는 편이었다.
홍대앞도 졸업하고 처음 가봤을 정도이니.
그런 와중에 중학교 친구를 만날 때면 중간 위치인 종로에서 보곤 했었는데 그 때 종종 갔던 곳이 Tea for two라는 찻집.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소 어둡고 앤티크한 분위기에 한 가운데에는 하프가 놓여있어 가끔 누군가가 연주를 하기도 했다. 당시엔 차 전문점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서빙하는 친구들이 시험관에 찻잎들을 넣어 갖고 다니면서 향을 맡아보게도 했었고 어떤 맛인지 설명도 해주었다. 내 생에 첫 ‘얼그레이’는 Tea for two에서 마신 것이었더랬다.
당시 휴가 나온 부산의 사촌 동생을 데리고 가서 여기가 서울에서 유명한 곳이야~ 하면서 사진 찍어 싸이월드에 올려놓은 기억도 생생하다.

그리고 지금, 얼마 전 우연히 점심을 먹고 바로 위층에 있는 Banjul이라는 까페에 가보았다. 오, 이 곳이 바로 십여년 전 Tea for two였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 저것 물어보니 그때 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고 그때 하프를 연주하던 분이 사장님이었고 지금도 4층에 하프가 놓여있다. 3층은 카페, 4층은 이벤트, 전시,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 5층은 roof top.
지금이야 유행처럼 공정무역을 외쳐대지만 그 시절부터 공정무역차와 유기농차를 제공했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예술을 사랑하며 본인이 원하는대로 카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 카페를 꿈꾸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로망일테지만 이건 다 자기 건물이어서 가능한 것일듯 ;P  

써니와 건축학개론에 이어 요즘 응답하라 1997이라는 케이블 드라마가 뜨고 있다고 한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날로그 코드. 그 시절의 감성.
나는 남들에 비해 과거에 크게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생 시절의 장소를 발견하고 남들과 추억을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니 어쩐지 반갑다.
그래, 그땐 그랬지.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김연수

소설가이지만 공교롭게도 산문집만 두 권 읽게 되었다.
글에 녹여져 있는 그의 생각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마음에 든다.
출퇴근 시간이 길지 않아 책을 읽기가 어중간한터라 계속 들고만 다니던 새 책, 지지않는다는 말. 오늘 출근길에 몇 장 읽었는데 역시 좋다.
소설도, 번역서도, 아니 출판한 전부를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행복에 관한 심리에 대한 거의 모든 논문이 집대성되어 있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실험 케이스도 매우 많이 소개되어 있고 생각도 좀 해야해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역자가 세 명인데 이 좋은 책을 남들이 오역할까봐 전문가 세 명이 모여 크로스체킹하며 번역했다고 하는데 책이 어려운건지 번역이 어려운건지 잘 읽히지는 않는다. >.<

심리학 책이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서 나온 내용과 살짝 겹치기도 한다.
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크다는 것. 이 책은 우리의 심리적 면역체계를 설명하며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심리적 면역체계는 행동하지 않은 것보다 행동한 것에 대해 훨씬 더 쉽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겁이 많은 것(그래서 뭔가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대담한 것(일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쉽게 합리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운 교수가 ‘시간'으로 간단히 이야기한 것에 비해 매우 학술적이긴 하다.

실험 케이스가 많이 소개되어 있는데 인지부조화에 대해 처음 들었을때처럼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엥? 이렇지 않나? 정말로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나?’ 싶다가도 내가 그 상황이면 어떨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확신을 못하겠다. 내 의지도 뇌가 시키는 일인것을..나 스스로는 잘난 맛에 살지만 다 뇌의 작용인 것을 생각하면 좀 우울해지기도 한다. 살면서 끊임없이 뇌의 장난이 아닌가 의심해봐야하는 것인가..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독서모임에서 8월의 공통책이어서 샀는데 이런 계기가 없었으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 김정운 교수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들어본 적이 없으니 순전히 외모에서 오는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책을 읽고 보니 가볍게 쓰려고 애썼지만 대중들, 특히 40대 이상 남성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IF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후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에 관해서이다. 두 후회의 결정적 차이는 시간인데,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최근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는 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전에 일어난 일과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뒤집어 말하면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한 후회는 오래가는 반면, 행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바로 끝난다는 것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인간이 동물과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 바로 감탄할 줄 아는가이다. 우리는 감탄하려 산다. 내가 지금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의 기준은 하루에 도대체 몇 번 감탄하는가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감탄할 줄 모르면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맘껏 누리지 못한다는 것.

가볍게 읽고 나의 즐거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자.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Wicked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
보려고 마음 먹은 건 2007년이었다. 하필이면 그 주간에 작가 파업이 시작되어 뮤지컬의 본고장 브로드웨이에서 단 한편의 뮤지컬도 보지 못한 채 눈물을 머금고 돌아왔다. 2009년에는 다른 일정에 밀려서 로터리 당첨되면 보고 아니면 말자는 의사결정을 내렸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한듯, 영어도 안되는데 봤으면 감동이 반감될 듯)
그리고 2012년 호주 공연팀이 한국에 왔다.
6월 초에 후배랑 보고 너무 좋아서 신랑이랑 한 번 더 관람.

내용은 오즈의 마법사 외전이랄까. 모두가 아는 고전을 바탕으로 어쩜 이런 소재를 끌어냈는지 오즈의 마법사와의 연결고리도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기발하고 훌륭하고 재미있다.
넘버는 내가 요즘 사랑하는 드라마 GLEE에도 소개됐던 Defying Gravity와 For Good이 가장 멋지긴 한데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고 Popular, Wonderful 등 주옥같은 곡들이 많다. 익숙한 넘버가 없더라도 즐길 수 있다. (넘버 : 뮤지컬에서 삽입되는 곡들을 의미하는데 이 곡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가사가 바뀌는 경우도 많고 제목도 많이 바뀌는 탓에 그냥 번호로 부르다보니 넘버라 불리우게 된듯하다.)
좌석은 첫번째 공연은 2층 7열에서. 무대가 50번 이상 바뀐다던가? 매우 화려하기 때문에 전체 무대와 흐름을 감상하기에 좋다. 1부 마지막 장면에서 엘파바가 날아오를 때 눈높이가 맞춰지고 매우 멋지다 생각했는데 1층에서 볼 때는 그 압도감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두번째 공연은 1층 3열에서. 아무래도 자막을 보기 불편하고 전체 무대를 한 눈에 볼 수 없긴 하다. 하지만 또 봐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 자체가 배우들의 표정연기가 너무나 궁금했었기 때문에 대만족. 평소에 외국인들 연기는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잘 와닿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표정을 보니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주연배우들은 정말 최고.
공연장은 최근에 생긴 블루스퀘어인데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뮤지컬의 감동을 공연장이 까먹는 부분이 있다. 감안하고 보시길.

함께 즐겨준 신랑에게 다시 한 번 무한감사.
아직 안보신 분들에겐 초초초강추!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2.05.29 ~ 2012.10.07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뇌용량 총량의 법칙

예전의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신랑은 나의 총명함에 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나 멍때리고 있는 상태인지 예전에 알던 것도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들은 것도 내용을 까맣게 잊고, 이름도 잘 생각 안나고, 이제는 누가 그렇다고 우기면 그런가보다 싶다. 예전엔 누가 우길 수가 없었다. 내가 다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_-;

금요일 모임에서 선배님 아이들 이름을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망연자실했다. 이틀쯤 지나고 나니까 생각난다. 희찬이, 희욱이.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 대표이사님 비서가 있는데 예전엔 밥도 자주 같이 먹었는데 성밖에 생각이 안나서 대화 중에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여은씨.

뇌용량 총량의 법칙이란 것은 신랑의 주장으로 똑똑한 사람이나 멍청한 사람이나 뇌가 기억할 수 있는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용량을 초과하면 어떤 정보들은 지워져야 하는데 같은  뇌용량에 똑똑한 사람은 유용한 정보들로 꽉 차 있고 멍청한 사람은 쓸데 없는 정보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관심사 외에 다른 것들을 저장할 여력이 안되고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논리이다. 아인슈타인이 물리학 면에서는 천재이나 일상에서는 헤어샴푸와 바디샴푸도 구별해 낼 여력이 없는, 어느 누가 볼 때는 동네 바보형과 다를바 없다는 논리이다.
처음에는 피식했는데 지금 내 상태가 이렇다보니 뇌용량 총량의 법칙을 지지해야겠다.

확실히 10년 전에 내가 취득하던 정보와 지금의 정보는 차이가 크다.
그 때의 나는 세상 만사 별 관심이 없었던 터라 큰 노력없이 잘 기억했다.
지금은 세상에 관심이 많아졌고 궁금한 것도 많아졌고 정보량도 많아졌다.
어쩌면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 다른 인격체일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예전만큼 총명하지 않다고 신랑이 나를 외면하진 않겠지? >.<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채식에 관하여

지난 해 ‘육식'이란 책을 읽고 채식을 해야겠다..기보다는 육식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알다시피 우리의 식생활에서 고기를 빼고 먹기는 너무나 힘들다. 서양은 더하겠지만.
김치찌개에도 돼지고기가 들어가고, 비빔밥에도 갈아넣은 소고기가 들어가고, 웬만한 샐러드에는 닭고기가 빠지질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채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한달 90끼 중에 10%는 허용하는걸로, 수첩에 매일매일 메뉴를 적어가며 체크했었다.  그러다보니 고기 먹을때마다 은근 스트레스가 되긴 했지만 10% 룰이 있다보니 지속가능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 이제 고기 안먹을거다~ 이야기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년이 훌쩍 지난 얼마 전부터는 채식한다고 공표를 해버렸다. 공식적으로 나는 이제 채식주의자.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신랑이랑은 가끔 고기를 먹는다. >.<

사람들이 왜 채식하냐고 많이들 묻는데,
계기는 ‘육식'이란 책을 읽고서이고, 채식의 이유는
1. 나의 건강
2. 비인도적인 사육과 도축에 대한 항의
3. 선진국의 육식으로 인해 굶주리는 제3국가 어린이들에 대한 항의
  (이 부분은 책 읽는 시점에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를 읽었던 터라 영향을 받음)

부작용으로는 원래부터도 특별히 선호하는 음식이 없었지만 지금은 더 심해졌다는거. 먹는 즐거움이 별로 없다는거.
가끔 핑 돌 때가 있는데 특별히 채식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럴 때 고기를 먹긴 한다.
이번엔 그 때가 어제. 간만에 먹는 스테이크. 맛있더라 >.< 그래도 나는 채식주의자?!



2012년 8월 10일 금요일

프로젝트 단상

컨설팅을 받는 프로젝트란 것이 진행되는거 뭐 뻔하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카운터파트너로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뻔하지 않을수도 있다.

첫번째 직장에서 만났던 맥킨지의 서선생님.
지금 직장에서 만났던 프로티비티의 박선생님.
그리고 지금 프로젝트의 삼정KPMG의 이선생님.

모두 전문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특히나 지금, 어느 정도 직장생활 경력이 쌓여 있고 어느 정도 오만한 지금,
이선생님을 만나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깨닫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다행이다.
회사 측면에서의 산출물도 잘 나와야겠지만 스스로도 발전할 수 있도록 이 자극을 유지해야지.

2012년 8월 5일 일요일

안녕


내 오랜 친구가 내일 유학을 떠난다.
11살 때부터 함께 했으니 햇수로는 25년.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알량한 혜택들을 놓아버리고 적지 않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것이고, 물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고,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루어낸 것이 자랑스럽다.

부디 건강하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들 맘껏 누리렴.
언제나, 어디서나 응원할께.

사진은 지난 6월 친구와의 홍콩여행. 스탠리 마켓 노천까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