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언급했던 김연수 작가의 산문집 지지않는다는 말.
구구절절이 마음에 들지만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문구들.
덧붙이거나 설명할 것이 없다.
끈기가 없는, 참으로 쿨한 귀 p30~31
지금 여기에서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하자. 하지만 곧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이 나올 텐데, 그때는 그 더 좋은 것을 좋아하자.
최고의 삶이란 지금 여기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삶을 사는 것이리라. 물론 가장 좋은 삶이라는 건 매 순간 바뀐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최고의 삶이란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뜻이다.
누구나 이미 절반은 러너인 셈 p83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 p160 ⇒소제목까지 마음에 쏙 든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평일 오후 4시의 탁구 시합 p168
인생은 이다지도 기니까 지금 할 일은 꼭 지금 하고 지나가는 게 좋겠다. 나중에 얼마든지 할 생각하지 말고.
어쨌든 우주도 나를 돕겠지 p202
사람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삶을 통제한다고 생각하고, 그때 제대로 산다고 본다. 우리가 자꾸만 어떤 결과를 원하는 건 그 때문이다.
갑의 계획, 을의 인생 p206
우리 인생에도 무자비한 사주가 있다면, 그건 계획을 세울 때의 '나', 즉 '갑의 나'다. 그러나 막상 실천할 때가 되면, 우리는 '을'의 처지가 되어 갖은 푸념을 다 늘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