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3일 금요일

1062일 이사하는 날

14년동안 살았던 부모님 댁이 팔려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침 8시부터 이사가 시작되었는데, 아저씨들이 엄청나게 많은 박스를 한 번에 짊어지고 오시는 것을 본 영우는 감탄을 하며 바라보다가 영우도 힘 세다고 아저씨들에게 자랑을 한다.
이사하는 동안 동생네 집에 가 있었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니 배가 고팠는지 밥도 잘 먹고 잘 논다. 성민이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나름대로의 스텝을 밟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둘이 커플티 맞춰 입히고 키즈카페에 갔다. 성민이가 조금 더 크면 자유롭게 풀어놓고 둘이 놀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각자 쫓아다니며 봐야해서 키즈카페도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이 키즈카페는 36개월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카페인데, 베이비카페 치고는 정리정돈이 잘 안되어 있는 편이었다. 구강기 아이들이 많이 올텐데 너무 난장판이었다. 특히 편백나무 조각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신랑의 증언으로는 영우도 그 난장판에 일조했다고, 엄청난 속도로 편백나무들을 바깥으로 퍼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눈에 띄는 편백나무 조각들을 주으러 다녔다. 죄송합니다.ㅜㅜ
미끄럼틀과 볼풀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 한 가족이 모여앉아 아이가 미끄럼틀 위에 있는 아빠에게 볼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영우는 한 가족이 되어 그 집 아빠에게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맞아도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 집 엄마도 괜찮다고 했으나 어찌나 민망한지, 결국 영우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다가 그 집 아이를 깔아뭉개서 그 가족은 퇴장. 죄송합니다. ㅜㅜ
다음에 입장한 집은 성민이와 영우 사이 개월 수의 남자아이와 엄마였다. 그 아이에게는 특별한 해꼬지를 하지 않았는데 영우가 주황색 볼을 던지면서 계속 '오뤤지'를 외치는거다. 계속 주황색 볼만 찾아서 던지다가 파란색 볼을 잡으며 '블루' 했더니 아이 엄마가 영어 잘하네요 한다. 단어 두 개로 영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와중에도 계속 오뤤지를 외치는 영우를 보며 부끄러움은 나의 몫.
동생네랑 저녁까지 먹고 늦게 들어가려고 영우 목욕용품까지 챙겨 나왔는데 영우짐 정리하라는 호출을 받고 급히 집으로 갔다. 차에서 잠이 든 영우는 일어나자마자 짜장밥을 뚝딱 해치우고 이사한 집을 살펴본다. 가장 궁금한 것은 영우 장난감 위치가 왜 바뀌었는지. 왜 주방놀이셋트가 영우 방에 있는지, 방방이는 어디 갔는지, 칠판은 어디갔는지가 궁금하다. 그래도 이사했다는 것을 별 이슈없이 잘 받아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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