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친구를 만나느라 나는 온종일 집을 비웠다. 이렇게 단둘이 만나 수다 떤게 얼마만인지 원. 그사이 신랑이 처가에 혼자 남아 영우랑 놀아주고 잠도 재우고 조카 성민이까지 와서 함께 놀아주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했더니 낮잠 재우는게 힘들었단다. 한시간동안 종알종알 말 걸고 장난감 가지러 가고 산만하게 굴어서 결국 안아 재웠다고 한다. 안아 재우는 시도도 세 번쯤 했다고 하던가. 요즘 운동한 효과가 있었나몰라.
이사하면서 놀이매트 하나는 깔 공간이 안나와서 치워놓았다. 덕분에 현관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폭 1m 정도의 매트가 깔리지 않은 공간이 생겼는데 영우가 아주 신이 났다. 자동차를 타면서 울퉁불퉁 매트에 걸리는 부분이 없으니 속도도 나고 핸들을 움직이는대로 자동차 방향도 잘 전환되니 신이 날 수 밖에. 씽씽쌩쌩 드리프트 할 기세다. 코너링 조기교육해서 운전병 가는 것도 괜찮겠다.
또 이사하면서 발견된 아이패드 키보드 덕분에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키보드로 아이패드를 덮으면서 영우 컴퓨터란다. 아빠처럼 영우도 일한다며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뭘 하고 있는지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가 있던 세대이니 사용도 능숙하고 친화력도 대단하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손자들이 걱정이시지만, 우리랑 같이 살면 중독될까봐 더욱 더 걱정이시지만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저녁에 자러 들어간 영우는 또 이 방 저 방을 왔다갔다 다다다다 뛰어다니며 난리다. 할머니가 영우 지금 안 잘거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엄마아빠랑 자라고 했더니 베개를 갖고 우리 방으로 왔다. 전에도 이랬던 적은 있었지만 몇 초 누워있다가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본격 자리를 잡고 누웠다. 정말 같이 자려나보다, 이제 영우가 우리랑 사는 것을 받아들이고 잠도 같이 자나보다 했는데 조금 오래 누워있었을 뿐, 다시 베개를 들고 할머니에게로 가버렸다. 그래도 나는 서운하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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