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방학 때 서울 나들이를 할 예정이라 영우 이발을 해주고 싶으셨던 엄마의 요청으로 미용실에 갔는데 사람이 많다. 기다리는 동안 딸바도 먹고 놀이터에도 갔다. 딸바는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들어다 놨다, 그 많은 딸바를 다 먹을 기세다. 이 날 처음으로 미끄럼틀과 미끄럼틀 사이에 그물로 된 구름다리를 건넜다. 처음엔 내가 손을 잡아주었고 다음번엔 혼자서 건넜는데 스스로도 뿌듯한지 내려와서는 엄마~ 하면서 달려온다. 많이 크긴 컸구나. 이렇게 놀 때는 좋았는데 머리 자르지 않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바람에 헤어컷은 실패.
오후에는 동생이랑 조카와 함께 베이비카페에 가기로 했다. 데리러 가서 잠시 머무르는데, 영우랑 성민이가 한 공간에 있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성민이는 영우가 하는 일들이 궁금한지 영우에게서 눈을 못 떼는데 영우는 혼자 논다. 예전에는 성민이를 건드리고 싶어 하고, 툭툭 치려고 해서 어른들이 떼어놓느라 애썼는데 이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자기 할 일 한다. 베이비카페에 가서도 영우가 피아노를 치니 성민이가 궁금해서 다가가는데 때리거나 하지는 않고 못오게 막는다. 처음에는 때릴까봐 걱정이더니 이제는 같이 놀아주기를 바라게 되는군.
이 베이비카페의 좋은 점은 통밀을 가지고 모래놀이처럼 놀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터 등에서 모래를 쉽게 접할 수 없어서인지 이상하게 나는 모래놀이에 대한 로망이 있다. 모래놀이 도구를 사주고 싶었으나 뒷처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포기했는데 이 곳에서는 통밀로 모래놀이를 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영우가 좋아하는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있으니 삽으로 무한히 통밀을 퍼나르며 논다. 36개월 미만까지만 입장 가능해서 성민이도 큰 아이들에 치이지 않고 잘 놀다왔다.
저녁은 찜닭을 시켜 먹었는데 자장면 같은 느낌이었는지 자장면을 달라고 한다. 찜닭 국물에 밥을 비벼 줬는데 처음에는 달달하니 맛있었는지 잘 먹다가 뜨겁단다. 아직 매운거랑 뜨거운거랑 구분을 못하는데 아마 매웠을테지. 그래도 먹을 수 있는게 늘어가는 것에 만족. 후식으로는 엄마가 메론을 준비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안 먹겠다고 했지만 한 입 먹어보더니 엄청 맛있나보다. 지가 먹겠다고 포크로 집어먹는데 메론 껍질쪽은 딱딱해서 못먹겠는지 야심차게 입에 넣었다가 그대로 뱉어낸다. 부드러운 부분과 딱딱한 부분 사이를 잘라서 영우 입에 넣어주는데 앞으로 몇 년 간 나는 메론 껍질 쪽의 딱딱한 부분만 먹을 수 있는거겠지.
영우가 낮잠을 충분히 못자서 짜증이 좀 난 상태여서 징징거리길래 혹시나 우리가 올라가는 시간이 되어 아쉬운가 싶었으나 '퍼즐 내려주고 가'라고 정확히 의사표현을 해주었다. 그래, 엄마아빠 없어도 재미있게 놀렴.
그 외 오늘의 사투리 열전.
부침개 뒤집개를 보고 '찌짐 디비는거'란다. 장난감 자동차를 갖고 놀다가 '바퀴가 야물어'(딱딱하다) 한다.
완전 빵 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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