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0일 일요일

860일 일상

이 날은 사자보러 가고 싶단다. 다른 날 같았으면 동물원에 갔을텐데 다음날 건강검진 때문에 일찍 올라가야해서 따로 일정을 잡기가 애매하다. 동물원 외출을 못하는 것이, 일찍 올라가야하는 것이 미안해서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어중간한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는 않길래 놀이터에 나갔다. 그네는 타고 또 타도 재미있나보다. 비가 안 온 덕분에 질릴때까지 그네도 타고 모래 위에 그림도 그리며 놀았다.
비가 오길래 잠깐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는데 영우가 알파벳송을 부른다. 평소였다면 영우가 알파벳송을 부르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폭풍 칭찬을 해주실테지?우리가 무반응을 보이자 알파벳송을 한 번 더 부른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혼자 박수~ 하면서 손뼉을 친다. 아, 우리는 너무 리액션이 부족하구나. 칭찬을 먹고 자라는 아이에게 이렇게 무반응을 보였다니 다시 한 번 반성한다.
반성할게 하나 더 있구나. 다음 주에 할 일들이 쌓여있어서 금요일 퇴근길부터 기분이 굉장히 안좋았다. 세상 사람들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을 한다지. 딱 내가 그랬다. 영우를 눈 앞에 두고도 내일 출근해서 일할 걱정 하느라 마음껏 놀아주지 못하고, 웃어주지 못하고, 호응해주지 못했다. 이게 다 뭐라고, 뭣이 중헌디, 도대체 왜 그랬을까 다시 한 번 반성한다. 영우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충실히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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