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구본준 기자는 땅콩집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겨레 건축 전문기자이다. 건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희로애락, 각 파트 별로 내가 가 본 곳이 한 군데씩은 있었는데 무심히 지나칠 때와는 달리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알고 보니 새로운 면들이 있다.
가본 곳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이야기인데 처음 보았을 때도 특이하고 멋진 건물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영국국교회가 선교를 위해 들어오며 가장 중요시 한 것은 현지와의 조화였기 때문에 기존의 성당처럼 고딕 양식의 뾰족하고 높디높은 첨탑형이 아닌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감동스러웠던 것은 서양식 빨간 기와에 우리나라 전통 기와를 더해 조화를 꾀하였고 처마의 디자인까지 입혀 건축을 하였다. 100년의 설계를 이어 증축하게 된 사연까지, 알고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은 성당이었다.
가보진 않았지만 가장 마음이 짠한 것은 이진아 기념도서관. 이 곳이 喜 파트에 있는것도 참 안타깝다. 사연은 중견 사업체를 운영중이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딸들과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아버지가 유학중인 둘째딸 진아양과 미국에서 평생 처음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는데 몇 일 지나지 않아 진아양이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진아양이 이 땅에 살았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고심 끝에 도서관을 짓기로 하는데, 그래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아름다운 도서관, 이진아기념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이 도서관은 개인이 공공도서관에 기증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고, 기존의 열람실 중심의 칙칙한 이미지의 도서관을 환하고 책읽는 공간으로 바꾸었다는데 또 의미가 있다.
이처럼 건축물 하나하나에 얽혀 있는 사연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저자의 따뜻한 시선도 느낄 수 있다. 지난 번 강릉여행때 선교장을 지나쳤는데 책에 담긴 이야기를 보니 다음 강릉 방문 때는 꼭 들러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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