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북한산 산행



지난 토요일 회사에서 사장님을 모시고 산행을 다녀왔다. 좋은 날 북한산 산행.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1등 낙오자가 될 줄은. 신입사원 연수때 밤새 행군도 해보고, 10여년 간 직장 생활 하면서 한 두 번 산엘 가본 것도 아니고, 언제 한 번 낙오해본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등산 시작한지 30분만에 GG를 선언했다. 빈혈 때문인 것인지, 채식 때문인 것인지, 어지럽고 주위가 번쩍거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하산하면서 느낀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운동해야지. ㅜㅜ
북한산은 험한 산이었다. 초반부터 경사가 급하고 계속 계단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보통의 산행과 달리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이 달라 좀 쳐지더라도 내려오는 사람들 만나서 같이 내려가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한 번 낙오되면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것. 거기다 선두는 150명이나 되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생각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가버려서 거의 제일 끝에 있던 사람들은 쫓아가느라 힘들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나무도 울창하고, 흐르는 개울은 너무도 맑아 물고기도 많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등도 많이 걸려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는 하나도 보지 못한 풍경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산행이라는 것이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텐데,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상에서 사진 찍고 내려오는 그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니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낙오하여 하산하는 45분간은 북한산을 만끽할 수 있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든 신랑과 함께 하면 몇 배로 즐거워지는 나는 처음으로 신랑과 등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북한산 정릉매표소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있겠다, 이 참에 등산바지만 하나 사서 다녀보자고 계획을 세웠으나 곧 여름이 오니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체력을 좀 키울 필요는 있는듯. 토요일엔 등산을 하고, 일요일엔 오랜만에 스크린 골프를 치고, 월요일엔 일찍 퇴근해서 동네 산책을 했다. 필요를 느낄 때 제대로 좀 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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