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에서 메트오페라의 실황공연을 상영중이다. 첫 작품인 도나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결국 보지 못하고 베르디의 오텔로를 보고왔다.
단순히 실황만 녹화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진행으로 무대 뒷 모습, 주연 배우들과의 인터뷰, 연출가와의 인터뷰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메트오페라는 시즌에 200개 이상의 공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낮 공연은 오텔로, 저녁 공연은 템페스트, 다음 주중 공연은 또 다른 작품, 이런 식으로 진행되나보다. 세트 규모도 엄청나고 막과 막 사이 세트 교체도 꽤나 많은데 이런 세트가 5개나 내장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주연 오텔로를 연기한 요한 보타는 노래도, 연기도 정말 뛰어난 배우였다. 그러나 항아리같은 몸매와 그런 몸매를 가진 사람에겐 항상 따라오기 마련인 끝없이 흐르는 땀으로 몰입이 잘 안되는 바람에 안타까웠다. 1막에서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의 감정이 넘치는 장면에서는 키스라도 하며 마무리되어야 할 정도로 분위기는 달달했는데 실제 키스 장면은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
르네 플레밍은 데스데모나 역을 1994년에 처음 맡았고 2013년에도 연기하고 있으니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데스데모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손드라와의 인터뷰 중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자평하던데,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인지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좀 답답했다. 이미 다른 소프라노들의 목소리에 익숙해져서일 수 있겠지만 4막에서는 호흡도 좀 가쁜 듯 여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던 덕분에 메트 오페라를 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몇년째 실황공연을 상영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오페라의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볼 것은 참 무궁무진하구나 싶다. 오늘 보았던 배우들이 과거 메트 오페라 작품들에 출연한 것을 보니 반갑고, 이렇게 새로운 영역을 또 알아가는구나 싶다. 지난 주 문화사 수업이 베네치아여서 날개달린 사자와 산 마르코에 대해 배웠는데 오늘 음악과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또 반갑던지. 아, 지역적 배경은 베네치아가 아니고 최근 유럽위기로 화제가 된 키프로스이다.
다음 작품은 영국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의 템페스트인데, 손드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젊고 이뻐서 템페스트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외모지상주의는 어쩔 수 없나보다. 이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만 보다가 오페라를 볼 때 가장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일요일 낮이지만 관객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2회씩 시간을 빼 주는 메가박스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다. 평균 연령층이 아주 높았는데 우리 뒷자리에 할아버지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다. 고상한 할아버지들. 그리고 르네 플레밍이 버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때부터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 세상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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