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8일 화요일

1082일 펭귄








어린이집에서 펭귄 체험을 하였다. 펭귄 옷을 입고 뒤뚱뒤뚱 펭귄 걸음을 걸어보고, 쓰윽쓰윽 미끄러져도 보고, 낚시도 해보았다. 저녁에 통화하는데 뒤뚱뒤뚱하며 펭귄 걸음을 흉내내는데 내 아들이라서 그렇겠지만 정말 귀엽다. 종이컵으로 펭귄도 만들었다며, 영우가 눈을 붙였다며 자랑하는데 뿌듯함이 느껴진다.

1080일 김치

할머니의 노력으로 김치 먹기에 성공! 어린이집에서 백김치는 먹어본 모양이지만 빨간 김치는 처음이다. 빨간 김치를 물에 씻어서 밥 위에 얹어주었더니 잘 먹더란다. 안 먹을 줄 알았는데 매 숟갈마다 김치 반찬으로 먹었단다. 이렇게 먹는 음식이 하나둘 늘어가는구나.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1079일 흥부놀부전

어린이집에서 흥부놀부 인형극을 보러 갔는데 기분이 좋은지 가는 차 안에서도 '흥흥' 콧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관람하는 내내 바르게 앉아서 극적인 장면마다 같이 호응하고 신나게 구경했다고 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도깨비가 인상적이었는지 선생님에게도 도깨비로 변신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한달이 지난 후에도 내게 흥부놀부 보러가서 도깨비 본 이야기를 해주었다.

1076일 시금치

우와, 저녁 반찬으로 시금치를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큰 어린이집 가면 다 잘먹어야 한다고 요즘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하시나보다. 그래도 시금치를 먹을 줄은 몰랐는데 억지로 먹이니 먹기는 했나보다. 신랑이랑 통화를 하면서 시금치 이야기가 나오니 영우가 '꾸엑'하며 맛없었다는 표정을 짓는데 웃겨죽겠다. 물론 다음 날 식사 시간에는 시금치 그릇을 스윽 밀어냈다고 한다.

근황

블로그에 글을 이렇게 몰아서 쓰면 안되는데, 2월 초에 글을 쓰고 벌써 2월 말이다. 요즘 영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많이 발생시키는데 육아일기를 제때 쓰지 않아서 이대로 잊혀질까봐 걱정이다. 조만간 신랑이 하는 일도 없으면서 블로그라도 잘 쓰라고 압박할 것 같다.
1월에 대구 다녀온 후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계약하고 나니 설이 코앞이었다. 이대로라면 2월도 이사 준비하다보면 금세 지나갈 것 같아서 후다닥 여행을 다녀오고 친구들도 좀 만났더니 예상대로 2월이 휙 지나가버렸다.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를 했고 영우도 올라왔다. 영우는 3월부터 새로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는데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있어서 한동안은 함께 시간을 보내야한다. 영우 따라 다니며 적응시키고 이삿짐 정리하고 하다보면 3월도 후딱 지나갈테지. 그러면 출근이다. 아흑ㅜㅜ



1월의 문화생활


KF 갤러리
센터원의 KF 갤러리에서 무료 전시가 열리는데 가끔 들러보면 작은 규모이지만 알찬 전시가 열린다. 요즘은 직장인들을 위해서 저녁 8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6시 30분에 도슨트도 있다.
1월에는 베트남 땀따잉마을의 사진전이 열렸고 2월에는 일본의 판화가 전시되고 있다. 종로에서 시간이 남을 때 가보면 좋은 곳.

11시 콘서트
휴직자 찬스로 정말 오랜만에 11시 콘서트에 가본다. 오랜만에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들을 수 있었는데 도입부가 웅장하게 울려퍼지니 그래, 실연이란게 이런 느낌이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서 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은 많이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렇게나 경쾌한 곡이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연주였다. 연주자마다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으니, 이래서 실연이 좋다.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연주를 했고 앞으로도 진행을 하나본데 첫 공연이었는지 해설에만 15분을 썼다. 시간이 걸리면 어떠랴, 나는 시간이 많은 휴직자인 것을, 오케스트라도 시간이 길어져 앵콜을 안하려고 생각했나본데 관객들 호응 덕분에 앵콜까지 들었다. 늦은 시간 집에 갈 걱정 없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11시 콘서트라 그런지 유난히 기분이 좋아서 예술의 전당 페이지에 들어가 다른 공연들을 또 살펴본다.

















구혜선 dark YELLOW
11시 콘서트를 본 날 v 갤러리에서 구혜선 개인전을 하길래, 무료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은 나는 안들어가볼 이유가 없지. 구혜선이 그린 그림도 있고, 작곡작사한 악보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전시실에서 나오는 음악도 구혜선 곡인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세상을 영원히 이해 못하겠지만 종합예술인이려니 생각할련다.

너의 이름은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는데 덕후의 영화를 보다니. 후쿠시마 이후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작품이란 것을 빼면 그냥 일본의 애니메이션인데, 성지순례를 할만큼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라랜드
여기저기 수상소식이 들리고 화제가 되고 있으니 봐줘야 할 것 같아서 상영관도 없는데 겨우겨우 찾아서 봤으나 난 좀 실망. 뮤지컬 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뮤지컬은 일부일 뿐이고 스토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뮤지컬을 기대했던터라 영화 초반의 화려한 파티씬이 있는 부분이 좋았는데 대부분은 마지막 씬이 좋았다고 하니 내 감성이 더 이상 대중과 교감이 안되는 것인가. 음악도 메인 선율이 여러가지 버전으로 변주되어 흐르는 것은 좋았지만 노래는 와닿는 것이 없었다.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받았으므로 그 밖의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생략하겠다.

2017년 2월 3일 금요일

1074일 공연 보여줘

예술의 전당에 공연을 보러 갔는데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영우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공연 보러왔다고 하니까 공연을 보여달란다. 지금은 못 보여주고 나중에 영우 크면 같이 보자고 했더니 영우 크다며 울먹울먹한다. 4세 형아가 되어 밥도 잘 먹고 키도 쑥쑥 크고 힘도 세지고 있는데 더 크면 보자고 하니 속상했나보다. 엄마도 영우랑 같이 공연보러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단다. 만 4세가 지나면 호두까기 인형은 볼 수 있으니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는 중.
영우가 그린 도깨비 그림도 보여주고, 산타할아버지 책도 보여주고, 인어공주 책도 갖고와서 보여주었다. 전날 신랑이랑 통화할 때에도 인어공주를 보여주며 이쁘다고 좋아하더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물고기 꼬리도 신기하고 왕관 쓴 것도 신기하나보다. 그러고 보니 도깨비에 인어라니, 영우 요즘 드라마홀릭이니?

1071일 김밥

명절 연휴 마지막날, 성민이도 온다고 해서 어디라도 가볼까 했는데 왜 또 추워지는 것이니.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영우에게 성민이 온다고 했더니 치킨 기다릴때마냥 언제 오냐고 계속 물어본다. 둘이 같이 잘 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성민이가 온다니까 마냥 좋은가보다. 참 신기하고 다행이다.
영우가 점심은 김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김밥이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신랑이 김밥 사러 갈 준비를 하자 영우도 같이 사러간단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못나간다고 하니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집에만 있는 것이 답답한지 어린이집에 가고 싶단다. 에궁, 짠한 것. 추운 날씨에 바람을 가르고 김밥 사러 다녀온 아빠 뿌듯하라고 영우는 김밥을 85% 이상 먹었다. 이렇게만 잘 먹으면 얼마나 좋겠니. 저녁에는 이가 아프다고 하길래 왜 아픈가 잠깐 걱정했는데, 이가 아파서 밥을 못 먹는단다. 놀 때는 밥 먹는 것도 귀찮지.

1070일 일상

명절을 맞아 고향을 방문한 친구를 만나느라 나는 온종일 집을 비웠다. 이렇게 단둘이 만나 수다 떤게 얼마만인지 원. 그사이 신랑이 처가에 혼자 남아 영우랑 놀아주고 잠도 재우고 조카 성민이까지 와서 함께 놀아주었다. 힘들지 않았냐고 했더니 낮잠 재우는게 힘들었단다. 한시간동안 종알종알 말 걸고 장난감 가지러 가고 산만하게 굴어서 결국 안아 재웠다고 한다. 안아 재우는 시도도 세 번쯤 했다고 하던가. 요즘 운동한 효과가 있었나몰라.
이사하면서 놀이매트 하나는 깔 공간이 안나와서 치워놓았다. 덕분에 현관부터 화장실 입구까지 폭 1m 정도의 매트가 깔리지 않은 공간이 생겼는데 영우가 아주 신이 났다. 자동차를 타면서 울퉁불퉁 매트에 걸리는 부분이 없으니 속도도 나고 핸들을 움직이는대로 자동차 방향도 잘 전환되니 신이 날 수 밖에. 씽씽쌩쌩 드리프트 할 기세다. 코너링 조기교육해서 운전병 가는 것도 괜찮겠다.
또 이사하면서 발견된 아이패드 키보드 덕분에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키보드로 아이패드를 덮으면서 영우 컴퓨터란다. 아빠처럼 영우도 일한다며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뭘 하고 있는지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가 있던 세대이니 사용도 능숙하고 친화력도 대단하다.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손자들이 걱정이시지만, 우리랑 같이 살면 중독될까봐 더욱 더 걱정이시지만 시대가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저녁에 자러 들어간 영우는 또 이 방 저 방을 왔다갔다 다다다다 뛰어다니며 난리다. 할머니가 영우 지금 안 잘거면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엄마아빠랑 자라고 했더니 베개를 갖고 우리 방으로 왔다. 전에도 이랬던 적은 있었지만 몇 초 누워있다가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본격 자리를 잡고 누웠다. 정말 같이 자려나보다, 이제 영우가 우리랑 사는 것을 받아들이고 잠도 같이 자나보다 했는데 조금 오래 누워있었을 뿐, 다시 베개를 들고 할머니에게로 가버렸다. 그래도 나는 서운하지 않다. >.<

1069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 오후에 대구에 도착하였다. 영우가 세배를 하는데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접는가 싶더니 다리를 쭉 펴고 엎드린다. 어린이집에서 설 연휴 전에 올라온 사진에도 영우가 다리를 쭉 뻗어 엎드리고 있던데 실제로 보니 더 웃기다. 할아버지가 그게 무슨 세배냐며 할아버지가 알려준대로 다시 하라고 하시니, 고개를 숙이고 다리를 접어서 제대로 절을 하고 일어나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목례를 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다. 아주 제대로 배웠구나. 세뱃돈도 많이 받았는데 엄마가 아직 입금을 못했구나. 꼭 입금할테니 염려말거라ㅎㅎ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068일 큰 어린이집 언제가?

주말에 옮기게 될 어린이집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궁금했나보다. 통화를 하는데 거의 첫마디가 '큰 어린이집에 언제가?'이다. 영우의 일상에 어린이집이 큰 비중을 차지하니 궁금할만도 하지.

1064일 일상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고 한다. 일어나서는 할머니한테 '힘이 없어' 하더란다. 왜 힘이 없을까 어제 홍이장군을 안 먹어서 그런가 했더니 그런가봐 하길래 홍이장군을 먹였더니 이제 힘이 생겼어 하더란다. 벌써부터 몸에 좋은 것을 아는 나영우.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에게 영우는 이제 이사해서 3층 아니고 1층에 산다고 했단다. 그리고 하원길에 친구 시우에게 나는 이제 이동네 안살아 했단다. 선생님께서 이사가도 이동네라고 알려주기는 하셨다는데 이사가 영우에게 빅 이벤트이긴 했나보다.

1063일 기다림과 궁금증

아침에 일어나서 열심히 놀더니만 점심 먹기 전에 잠이 들어버렸다. 영우가 일어나자마자 배고플테니 치킨을 시키겠다고 했더니 좋단다.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왜 치킨 전화 안하냐고 물어본다. 아이 깜짝이야. 시간이 좀 걸린다길래 우유를 먹였는데도 배가 고픈지 치킨치킨, 치킨 언제 오냐고 노래를 한다. 시계 긴 바늘이 11에 가면 온다고 이야기했는데 5분마다 물어본다. 이렇게 뭔가를 기다리는 것은 또 처음이네.
치킨이 왜 안오는지도 궁금하지만 부쩍 궁금한게 늘었다. 정확한 내용은 생각이 안나는데 감동받는게 뭐냐고 물어봤던가? 참 대답하기 어렵다. 전 날부터 장난감이 제 위치에 있지 않은 것이 이상했는지 왜 이사했는지를 물어본다. 흠 그러게. 이게 뭐라고 마땅한 대답이 생각 안나지. 앞으로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을텐데 벌써부터 난감하다.
영우에게 엄마아빠도 이사를 할거라고, 영우랑 같이 살려고 어린이집 근처로 이사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지금 어린이집보다 크고, 친구도 훨씬 많고 선생님도 많을 거라고 했다. 어린이집 이야기를 해주고 좋겠어? 물어보니 '응'이란다. 이런 대답은 처음이다! 어린이집 덕분에 엄마아빠와 살게 되는 생활의 변화에 대해 약간의 기대가 생겼나보다.

1062일 이사하는 날

14년동안 살았던 부모님 댁이 팔려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침 8시부터 이사가 시작되었는데, 아저씨들이 엄청나게 많은 박스를 한 번에 짊어지고 오시는 것을 본 영우는 감탄을 하며 바라보다가 영우도 힘 세다고 아저씨들에게 자랑을 한다.
이사하는 동안 동생네 집에 가 있었는데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니 배가 고팠는지 밥도 잘 먹고 잘 논다. 성민이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데 나름대로의 스텝을 밟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둘이 커플티 맞춰 입히고 키즈카페에 갔다. 성민이가 조금 더 크면 자유롭게 풀어놓고 둘이 놀라고 할 수 있을까, 아직은 각자 쫓아다니며 봐야해서 키즈카페도 그다지 편하지가 않다.
이 키즈카페는 36개월 이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베이비카페인데, 베이비카페 치고는 정리정돈이 잘 안되어 있는 편이었다. 구강기 아이들이 많이 올텐데 너무 난장판이었다. 특히 편백나무 조각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신랑의 증언으로는 영우도 그 난장판에 일조했다고, 엄청난 속도로 편백나무들을 바깥으로 퍼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눈에 띄는 편백나무 조각들을 주으러 다녔다. 죄송합니다.ㅜㅜ
미끄럼틀과 볼풀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 있었는데, 그 곳에 한 가족이 모여앉아 아이가 미끄럼틀 위에 있는 아빠에게 볼을 던지며 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영우는 한 가족이 되어 그 집 아빠에게 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맞아도 아프지는 않겠지만, 그 집 엄마도 괜찮다고 했으나 어찌나 민망한지, 결국 영우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다가 그 집 아이를 깔아뭉개서 그 가족은 퇴장. 죄송합니다. ㅜㅜ
다음에 입장한 집은 성민이와 영우 사이 개월 수의 남자아이와 엄마였다. 그 아이에게는 특별한 해꼬지를 하지 않았는데 영우가 주황색 볼을 던지면서 계속 '오뤤지'를 외치는거다. 계속 주황색 볼만 찾아서 던지다가 파란색 볼을 잡으며 '블루' 했더니 아이 엄마가 영어 잘하네요 한다. 단어 두 개로 영어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그 와중에도 계속 오뤤지를 외치는 영우를 보며 부끄러움은 나의 몫.
동생네랑 저녁까지 먹고 늦게 들어가려고 영우 목욕용품까지 챙겨 나왔는데 영우짐 정리하라는 호출을 받고 급히 집으로 갔다. 차에서 잠이 든 영우는 일어나자마자 짜장밥을 뚝딱 해치우고 이사한 집을 살펴본다. 가장 궁금한 것은 영우 장난감 위치가 왜 바뀌었는지. 왜 주방놀이셋트가 영우 방에 있는지, 방방이는 어디 갔는지, 칠판은 어디갔는지가 궁금하다. 그래도 이사했다는 것을 별 이슈없이 잘 받아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