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의 오전 나들이는 놀이터.
놀이터까지의 여정도 어찌나 긴지,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에 다 아는 척 해줘야 하고 차고 안에 있는 오토바이 한 번 만져보고 싶어서 5번을 왔다갔다 한다. 도착한 곳은 평소에 가지 않았던 집 뒷쪽의 공원 놀이터였는데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학교 놀이터에도 모래가 있긴 하지만 이 곳의 모래가 더 갖고놀기 좋아보인다. 모래를 처음 만져보는 영우는 조물락조물락거리고 손을 털어보고 손을 씻었다가 다시 모래를 만져보기를 반복한다.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꽤나 높다. 미끄럼틀이 높은지라 계단 외에도 철봉처럼 잡고 올라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는데 한 칸씩 척척 올라가길래 엉덩이를 살짝 밀어줬더니 끝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신랑 없이 혼자 영우를 보고 있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서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올라갈테니 잠깐 움직이지말고 기다리라고 했는데 씨익 웃더니 휙 내려온다. 옴마야, 이렇게 높은 미끄럼틀을 무서워하지 않고 혼자 탈 수 있게 되었구나. 재미있었는지 또 한 번 철봉을 잡고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이제 노는게 좀 달라졌다.
영우의 오후 나들이는 동물원.
동물 미니어처도 있고 그간 공부(?)를 많이 해서 봄에 갔을 때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한 마음이 가득했는데 그동안 날이 너무 덥거나 비가 오는 바람에 이제서야 달성공원 동물원 나들이.
얼룩말을 보고는 말, 사슴을 보고는 사슴, 이야기도 하고 사슴의 뿔을 알려줬더니 뿔이란 것을 인지했는지 나중에 뿔을 보고 뿔이라고도 말했다. 타조 보고 반가워해주길 바랬으나 깃털이 흉하게 빠져있어 보던거랑은 다르게 느껴졌는지 무반응. 으르렁대는 늑대도 보고, 축 늘어져있는 호랑이도 보고, 꽥꽥꽥 오리도 보았다. 수영하던 물개가 물 밖으로 나와서 걷는 모습을 보고는 신기했는지 넋을 읽고 본다. 코끼리 사이즈가 압도적이라 크게 반응할 줄 알았는데 역시 동물의 왕인 사자가 최고인 모양, 사자는 몇 번이나 소리쳐 불렀다. 그리고 화려한 색깔의 잉어들은 덤.
조금 크니 뭔가를 보여줄 때 영우의 반응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어진다. 더 많이 보여주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게 해주고 더 많이 웃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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