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낮잠을 안 잤더니 점심을 먹다가 조는 영우. 혹시나 목에 걸리지나 않을까 물 먹이고 아 해보라고 해보면 또 입은 벌려준다. 신기한지.
자고 일어나서는 외출. 혹시 비가 올지 몰라서 우산을 들고 나갔더니 처음 보는거라고 신기해서 자기가 들겠다고 한다. 들려줬더니 바닥을 쿡쿡 눌러보며 걷다가 길 가에 핀 민들레를 발견하고는 쿡쿡 찌르기 시작한다. 그러다 우산이 쿡 박히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아주아주 슬로우로 넘어져서 다칠거라 생각지도 않았는데 멍하니 보고 있는 동안 바닥에 얼굴을 갈아버렸다. 놀라서 에엥 울긴 했지만 아파보이진 않았는데 상처는 생각보다 꽤 크게 남았다. 흑흑 엄마아빠는 정말 정성을 다해 지켜보고 계신거였구나, 순식간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당혹스럽다. 영우야 미안해 ㅜㅜ
저녁을 먹으려는데 뭔가를 달라고 낑낑댄다. 뭘 달라는건가 싶어서 봤더니 밥그릇을 달라고 한다. 밥그릇을 잡고는 숟가락으로 자기가 떠먹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아직 밥을 뜨지는 못해서 쿡쿡 쑤시고만 있지만 숟가락에 밥을 떠주면 흘리지 않고 숟가락을 입으로 잘 가져가서 먹는다. 그렇잖아도 동생이 영우 젓가락 사주라고, 밥도 젓가락으로 주면 더 잘 먹고 어른 젓가락에 관심 많다고 하는데 스스로 밥을 먹고싶긴 한가보다.
영우 밥 먹이고 동생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영우도 먹일만한게 있으면 먹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식전빵이 부드럽고 맛있길래 떼줬더니 싫댄다. 그래서 메인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남은 빵은 가지고 놀라고 줬는데 그때서야 조금씩 갉아먹어본다. 그러더니 결국 1/3은 먹은 것 같다. 처음 먹어보는건 잘 안먹으려고 해서 살짝 심란한데 이렇게라도 먹어주니 고맙다. 어른 음식 잘 먹게 되서 같이 여행할 때 따로 음식 안챙겨도 되는 날이 빨리 와야할텐데!
2015년 6월 29일 월요일
487일 이모 아이스크림 드세요.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영우한테 맛보라고 줬더니 차가워서 그러는건지, 처음 맛보는거라 어색해서 그러는건지 안 먹겠단다. 영우는 안 먹고 이모 먹으라고 아이스크림을 떠준다. 떠준다고 하기는 좀 그렇고 푹푹 쑤셔서 조금이라도 아이스크림이 묻으면 먹으라고 주는 수준이지만 눈썰미는 또 있어서 숟가락에 아이스크림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 먹으라고 계속 숟가락을 내밀고 있다. 아직 서툴고 별 일 아니지만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2015년 6월 19일 금요일
478일 계단 오르기
영우가 계단 오르기에 흥미를 느끼게 된지는 좀 됐는데 이 날은 혼자서 계단을 올라갔다. 물론 옆에 벽이 있었기에 벽을 짚고 천천히 올라간 것이었지, 아직 지지하는 것 없이 올라가지는 못하고 내려오는 것은 더 어렵다.
학교였던지라 운동장에서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로 들어가는 짧은 계단이 또 있다. 첫번째 계단을 오르고 나서 두번째 계단을 발견하고는 허허허 좋아하며 막 걸어간다. 아직은 계단을 혼자 올라가는게 무서운지라 누가 뒤에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마랑 동생이 이제 그만 가자고 손 잡고 계단을 내려오게 했더니 내려온 후 손을 빼고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갑자기 뒤돌라 올라가려니 붙잡을 벽이 없어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발과 손을 같은 칸에 두고 낑낑대더니 곧 손을 한 칸 더 높은 곳에 짚어야 올라가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엉금엉금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지켜보는 사람 모두 빵 터진다. 별 일 아니지만 이제 좀 컸다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다.
학교였던지라 운동장에서 짧은 계단을 올라가면 건물로 들어가는 짧은 계단이 또 있다. 첫번째 계단을 오르고 나서 두번째 계단을 발견하고는 허허허 좋아하며 막 걸어간다. 아직은 계단을 혼자 올라가는게 무서운지라 누가 뒤에 따라오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마랑 동생이 이제 그만 가자고 손 잡고 계단을 내려오게 했더니 내려온 후 손을 빼고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갑자기 뒤돌라 올라가려니 붙잡을 벽이 없어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발과 손을 같은 칸에 두고 낑낑대더니 곧 손을 한 칸 더 높은 곳에 짚어야 올라가기 쉽다는 것을 깨달았다. 엉금엉금 한 칸 한 칸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지켜보는 사람 모두 빵 터진다. 별 일 아니지만 이제 좀 컸다고,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참 재미있다.
477일 동네 형아들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고 싶은 영우에게 학교 운동장은 볼거리가 많아 놀기 좋은 장소이다. 이 날은 학교 운동장에 갔더니 6살 형아, 7살 형아가 놀아주었다고 한다. 서너살짜리 아이는 영우가 자기 물건을 건드릴까봐 경계하던데 6살짜리 아이는 동생을 보살피고 잘 놀아주려는 생각이 드는지 자기 농구공으로 놀아주기 시작한다. 할머니랑 같이 와서 할머니가 집에 가자고 했는데도 영우랑 놀아주려고 다시 왔다고 한다. 공을 굴려서 보내주면 받아서 다시 굴려주고 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영우는 놀 줄을 몰라서 몸뚱이만한 농구공을 낑낑대며 들었다가 던지거나 툭툭 발로 차기만 한다. 6살 아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재미 없었을텐데 그래도 계속 공 굴려주며 같이 놀아준다.
아빠가 찍어둔 동영상에는 6살 아이와 영우가 같이 손을 잡고 걸어다니다가 시소를 타러 가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르겠다. 같이 놀아준 7살 아이가 둘이 같은 쪽 시소에 타고 반대편에 자기가 타겠다며 '거기 두 살 앞에 오고~' 하는데 그 상황이 왜 그리 웃긴지. 어쨌거나 별로 재미도 없을텐데 형아들이 함께 놀아줘서 고맙다. 영우도 혼자 노는것보단 좀 재미있었겠지?
7살 형아가 펜스에 올라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영우도 펜스에 올라가려는 폼을 잡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빨래건조대에 사다리처럼 올라가려 하기도 했다. 좀 있으면 여기저기 기어올라가고 다치고 하게 생겼다. 이 날은 운동장에서 제법 뛰는 것처럼 빠르게 잰 걸음으로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점점 더 활동적이 되어가는구나.
아빠가 찍어둔 동영상에는 6살 아이와 영우가 같이 손을 잡고 걸어다니다가 시소를 타러 가는 장면이 담겨 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모르겠다. 같이 놀아준 7살 아이가 둘이 같은 쪽 시소에 타고 반대편에 자기가 타겠다며 '거기 두 살 앞에 오고~' 하는데 그 상황이 왜 그리 웃긴지. 어쨌거나 별로 재미도 없을텐데 형아들이 함께 놀아줘서 고맙다. 영우도 혼자 노는것보단 좀 재미있었겠지?
7살 형아가 펜스에 올라가는 모습을 봐서인지 영우도 펜스에 올라가려는 폼을 잡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빨래건조대에 사다리처럼 올라가려 하기도 했다. 좀 있으면 여기저기 기어올라가고 다치고 하게 생겼다. 이 날은 운동장에서 제법 뛰는 것처럼 빠르게 잰 걸음으로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점점 더 활동적이 되어가는구나.
2015년 6월 17일 수요일
475일 설득되는 아이
아빠랑 무슨 이야기인가를 하다가 영우가 이렇게 하면 그냥 안된다고 해야지 뭐 했더니 그냥 안된다고 말하면 안된다고 하신다. 설명을 하면서 설득하면 알아듣는다고 하신다. 영우가 막무가내로 나가고 싶어서 소리지를 때 이거 하고 가야된다, 밥 먹고 뭐하고 나서 가자 하면 알아듣고 잠잠해진다고 하신다. 에이 뭐 그렇겠어 하고 맘 속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갔다.
오후에 영우가 또 나가고 싶어서 소리를 지른다. 아빠가 그럼 옥상에 가자고 하고 데리고 나가셨는데 나가니까 곧이어 또 소리를 지르다가 잠잠해진다. 듣고 있던 엄마가 옥상 올라가기 싫어 그러나보다, 옥상은 재미가 없으니 내려가고 싶어 그러나보다 하신다. 나중에 아빠한테 여쭤보니 정말 옥상가기 싫어 소리를 질렀는데 '영우야, 우리 옥상에 올라가기로 약속하고 나온거잖아. 그렇지? 우리 옥상에 가기로 했는데 소리 지르면 안되지?' 했더니 잠잠해져서 옥상에 올라갔다고 한다. 에이 뭐 그렇겠어 싶긴한데 음 그런가 싶기도 하다.
오후에 영우가 또 나가고 싶어서 소리를 지른다. 아빠가 그럼 옥상에 가자고 하고 데리고 나가셨는데 나가니까 곧이어 또 소리를 지르다가 잠잠해진다. 듣고 있던 엄마가 옥상 올라가기 싫어 그러나보다, 옥상은 재미가 없으니 내려가고 싶어 그러나보다 하신다. 나중에 아빠한테 여쭤보니 정말 옥상가기 싫어 소리를 질렀는데 '영우야, 우리 옥상에 올라가기로 약속하고 나온거잖아. 그렇지? 우리 옥상에 가기로 했는데 소리 지르면 안되지?' 했더니 잠잠해져서 옥상에 올라갔다고 한다. 에이 뭐 그렇겠어 싶긴한데 음 그런가 싶기도 하다.
474일 경주 나들이
형님과 아주버님이 경주에서 1박 하신다고 해서 우리도 경주에 가서 영우를 보여드리기로 했다. 영우 감기가 잘 낫지 않아 출발 전에 병원에 들렀는데 감기가 너무 오래 지속되니 항생제부터 시작해서 처방해주는 약이 너무 많아 안쓰럽다. 약을 사러 약국에 갔더니 패셔너블한 영우를 보고 동네 아저씨들이 반응해준다. 한 아저씨가 영우에게 손을 내밀자 덥석 잡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하라고 하니 인사까지 하고는 그 아저씨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간다. 낯가림 없는 것이 좋긴 한데 아무나 따라가니 참 걱정이로구나.
경주에 가는 동안 살짝 낮잠을 자고 도착해서는 점심도 잘 먹고 형님이 사주신 과자도 맛있게 먹었다. 보문단지에 가서 호수 주변을 걷는데 언제나처럼 유모차를 잡고 쉬지 않고 걸어다니니 형님이 보시기엔 신통방통 한가보다. 돌 즈음, 이제 막 일어서려 하고 몇 발자국 떼기 시작할 때 즈음 보고 처음 본 것이니 그럴만하다. 쉴 겸 콘도에 들어왔는데 영우는 온 방을 다 돌아다니며 옷장 문을 다 열어본 후 더 이상 볼게 없다 싶었는지 또 나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또 콘도 복도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원래는 영우 낮잠 잘 시간쯤 대구로 출발하려고 했던 터라 점심만 챙겨왔었는데 아주버님께서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해서 영우에게 어른 밥을 먹여보기로 했다. 소고기를 잘게 썰고, 된장국의 두부를 물에 씻어서 밥과 함께 주었더니 잘 받아먹는다. 지난 주에 빵도 먹여보고 드디어 밖에서 이런 식사가 가능해지는건가 싶어 감격했는데 몇 숟가락 잘 받아먹더니 거부한다. 동요도 틀어보고 처음으로 뽀로로 영상도 틀어보았는데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도 먹을 땐 거부해서 포기. 과자와 바나나, 사과즙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잠을 자지 않았는데 한 시간동안 장난감 없이도 혼자 옹알옹알하며 바깥 구경하며 잘 견디는걸 보니 이제 정말 다닐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한화 콘도 지하에 워터파크가 있었는데 영우보다 작은 아이들도 커다란 튜브를 타고 아빠와 노는 모습을 보니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이 좀 미안해지기도 했는데 이번엔 준비가 안되었지만 1박 정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이제는 해볼만하지 않을가 싶다.
경주에 가는 동안 살짝 낮잠을 자고 도착해서는 점심도 잘 먹고 형님이 사주신 과자도 맛있게 먹었다. 보문단지에 가서 호수 주변을 걷는데 언제나처럼 유모차를 잡고 쉬지 않고 걸어다니니 형님이 보시기엔 신통방통 한가보다. 돌 즈음, 이제 막 일어서려 하고 몇 발자국 떼기 시작할 때 즈음 보고 처음 본 것이니 그럴만하다. 쉴 겸 콘도에 들어왔는데 영우는 온 방을 다 돌아다니며 옷장 문을 다 열어본 후 더 이상 볼게 없다 싶었는지 또 나가고 싶어한다. 그렇게 또 콘도 복도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원래는 영우 낮잠 잘 시간쯤 대구로 출발하려고 했던 터라 점심만 챙겨왔었는데 아주버님께서 저녁도 먹고 가라고 해서 영우에게 어른 밥을 먹여보기로 했다. 소고기를 잘게 썰고, 된장국의 두부를 물에 씻어서 밥과 함께 주었더니 잘 받아먹는다. 지난 주에 빵도 먹여보고 드디어 밖에서 이런 식사가 가능해지는건가 싶어 감격했는데 몇 숟가락 잘 받아먹더니 거부한다. 동요도 틀어보고 처음으로 뽀로로 영상도 틀어보았는데 영상을 열심히 보면서도 먹을 땐 거부해서 포기. 과자와 바나나, 사과즙으로 저녁을 해결하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잠을 자지 않았는데 한 시간동안 장난감 없이도 혼자 옹알옹알하며 바깥 구경하며 잘 견디는걸 보니 이제 정말 다닐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한화 콘도 지하에 워터파크가 있었는데 영우보다 작은 아이들도 커다란 튜브를 타고 아빠와 노는 모습을 보니 더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한 것이 좀 미안해지기도 했는데 이번엔 준비가 안되었지만 1박 정도 하면서 지내는 것도 이제는 해볼만하지 않을가 싶다.
2015년 6월 12일 금요일
잡담
예상은 했지만 나의 블로그는 육아 일기로 가득 차고, 회사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만이 나의 일상을 전하고 있다. 한 때 독서와 공연, 전시에 대한 리뷰로 채워지던 이 블로그는 2년 사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주중에는 영우가 없는데도 이렇게까지 여유가 없을 수 있나싶을 정도다.
아파트에 메르스 확진자가 있는 바람에 3일간 재택근무를 하였다.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여 제대로 휴식 시간을 갖지도 못했지만 칼퇴는 할 수 있었다. 칼퇴 덕분에 얻은 시간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았다. 요즘엔 TV를 전혀 보지 않는데 미드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건가. 점점 재미없어져서 아쉬웠지만 한 시즌을 끝냈으니 뭔가 보람차다.
수요일 밤이었던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KBS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을 보았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테너가 출연하였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그 아름다운 소리를 공연장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이 일었다. 신지아 이야기를 하다가, 클라라 주미 강 이야기를 하다가, 김태형 이야기를 하다가, 영우와 함께 공연장 갈 날을 그려보며 설렌다.
AK백화점 1층 로비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쳐볼 수 있는데 주로 어린 아이들이 치는 편이었다. 어느 날은 일반인 치고는 제법 실력있는 사람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잘 치는거 알겠는데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이 심정이란, 좋은 연주 감상하러 가고싶으다. 로스코전에 가고싶으다. 취미를 다시 찾고싶으다.
아파트에 메르스 확진자가 있는 바람에 3일간 재택근무를 하였다.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는 마음이 매우 불편하여 제대로 휴식 시간을 갖지도 못했지만 칼퇴는 할 수 있었다. 칼퇴 덕분에 얻은 시간에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았다. 요즘엔 TV를 전혀 보지 않는데 미드도 얼마나 오랜만에 보는건가. 점점 재미없어져서 아쉬웠지만 한 시즌을 끝냈으니 뭔가 보람차다.
수요일 밤이었던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KBS에서 진행하는 클래식 방송을 보았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테너가 출연하였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그 아름다운 소리를 공연장에서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이 일었다. 신지아 이야기를 하다가, 클라라 주미 강 이야기를 하다가, 김태형 이야기를 하다가, 영우와 함께 공연장 갈 날을 그려보며 설렌다.
AK백화점 1층 로비에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쳐볼 수 있는데 주로 어린 아이들이 치는 편이었다. 어느 날은 일반인 치고는 제법 실력있는 사람이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잘 치는거 알겠는데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이 심정이란, 좋은 연주 감상하러 가고싶으다. 로스코전에 가고싶으다. 취미를 다시 찾고싶으다.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470일 네~ 저요~
아 웃겨 죽겠다 나영우.
동생이 밖에 놀러나갈 사람~ 했더니 손을 번쩍 들면서 네~ 했다고 한다. TV에서 사랑이가 이거 먹을 사람~하면 네~한다던데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이 영우도 네 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하며 가끔 시키기도 했고, 엄마도 나영우~ 부르면서 네~ 해야지라고 연습을 계속 시키기는 했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안하다가 어쩜 그런 타이밍에 손을 번쩍 들었을까. 나가는게 마냥 좋은 나영우.
469일 모자 쓰고 신발 신고 나갈래
엄마가 영우 동영상을 올리셨는데 집 안에서 모자 쓰고 신발을 한 쪽만 신고 다른 쪽 신발을 신으려다 안되니까 엄마한테 와서 칭얼대는 모습이었다. 신발 갖고 씨름하는거 보니 또 나가고 싶은건가보다 정도 생각했는데 모자도 영우가 직접 그럴듯하게 쓴 것이고 신발 한 쪽도 잘 신었다고 한다. 양말을 신거나, 모자를 쓰거나, 가방을 매거나, 신발을 신거나 하면 밖에 나간다는걸 알아서 매일 해달라 해달라 하더니만 그럴듯하게 모자 쓴 건 처음이다. 아직 양말 신는건 난이도가 있지만 곧 있으면 모자 쓰고 신발 신고 혼자 걸어 나가겠다고 할 기세. 저녁 때는 휴지를 보더니 휴지를 풀러서 끊어내고 코 닦는 흉내를 낸다. 날이 갈수록 행동이 업그레이드된다.
461일 그네타기
새로 산 자전거 유모차를 타고 오늘도 놀이터에 놀러간 영우.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타고, 말도 타고, 학교 운동장에서 공도 차고, 계단도 오르내리면서 논다. 다른건 그렇다치고 그네를 혼자 타는게 참 신기하다. 아빠가 밀어주지 않았는데 혼자서 균형을 잡고 체중을 실어 흔들흔들하더니 제법 그네 타는 것처럼 탄다. 초반에는 균형이 살짝 안잡혀서 놀란것 같더니 나중에는 재미있게 타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그네를 탈 수 있는건가? 나는 그네 잘 못탔던 것 같은데, 내 유전자는 아닌가보다.
458일 주세요
엄마 아빠 식사하실 때 영우를 부스터에 앉혀놓고 지겨워할 때에는 밥도 더 주곤 하신다. 영우는 자기 먹을 양을 다 먹은 후에도 주는 밥을 마다하지 않고 잘 먹는 편인데 엄마 아빠가 매번 '주세요' 하라고 시켰더니 드디어 '주세요'를 한다. 이게 참 신기한 것이, 계속 시켜봐도 어느 날 갑자기 하게 되기 때문에 엄마 아빠도 처음에는 '주세요'를 하는 것인지 알아채지 못하셨다고 한다. 양 손바닥을 위로 하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세요' 비슷한 말까지 한다.(그 말은 팔불출 부모한테만 들리는 소리일 것 같지만) 오물오물 밥을 받아 먹고 또 손바닥을 위로 하며 고개를 숙인다. 이건 동영상으로 봐야지 귀여움이 돋는데 말로는 표현이 잘 안되네~
2015년 6월 9일 화요일
요령 피우는 꼬맹이
나영우 웃긴 녀석. 요 녀석이 fake를 쓰기 시작했다.
신랑이 목격한 것과 내가 목격한 것이 있는데 세 가지는 되야 블로그에 써준다고 계속 이야기했으나 결국 신랑이 완벽하게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확실한 상황 설명은 어렵지만,
1. 영우가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신랑이 말렸더니 포기하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신랑이 잠깐 주의를 돌리자 다시 그 곳으로 돌진, 신랑이 화들짝 놀라서 말렸다. 아마 상 위에 못 올라가게 했을 때 생긴 일인 것 같은데 확실친 않다.
2. 영우가 자꾸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으려 한다. 처음 보는 것이 바닥에 있으니 궁금한가보다. 못 줍게 말렸더니 포기한 듯 앞으로 걸어가다가 방향을 확 전환하여, 심지어 뒤로 돌아서 다시 쓰레기로 돌진한다. 방심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빠른지 말릴 새가 없다.
3. 영우 식사 후에 마카다미아를 주는데 한꺼번에 주면 입에 다 집어넣는다며 아빠가 조금씩 잘라서 주고 계셨다. 하나씩 오물오물 다 먹으면 하나 주고 가끔 다 먹었나 확인도 하면서 주던 중이었는데 그렇게 다 주고 나서 영우 이제 다 먹었니? 했더니 아~하고 입을 벌리는데 안 먹고 다 모아놓은 것이다. 그 동안 몇 번 확인도 했는데 도대체 어디다 숨겨놓은 건지, 잠시 후에 다시 입 안을 확인해보니 더 많아졌다. 엄마는 영우 마술 부리냐며, 혀 밑에 그게 숨겨지냐며 놀라신다.
뭔가 점점 요령을 피우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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