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첫 일정은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휴관일이 없고 도네이션 입장이 가능하다. 메트 당일 입장권으로 클로이스터 뮤지엄도 입장할 수 있다. 2007년에 왔을때는 클로이스터도 가고 메트도 전관 돌아봤었다. 그런데 딱 하나, 인상파 작품관이 전체 대여였던가 해서 아쉽게도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인상파 작품만 들러보았다. 19세기와 20세기 초반까지의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 모네의 정물화도 두 작품 있었는데 정물화는 처음 본 것 같다. 이 작품들을 이런 밀도로, 게다가 사진도 찍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작품이 많아 두 시간 걸려 봤더니 힘들다. 미술관 투어도 체력이 필요한 일. 한 번 더 방믄하고 싶었는데 못 가서 너무 아싑다.
MoMA가 호텔과 매우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현대카드 소지자는 무료 입장 가능하고 금요일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6층에는 주로 특별전이 열리고 4층과 5층에 우리가 아는 작가가 많다. 실제작품을 보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는 것을 알려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여전히 5층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이다. 잭슨 폴록과 로스코가 서른살 즈음이었을 때 그린 작품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스타일이 갖추어지기 전의 작품들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방 한 칸을 차지한 모네의 수련도 언제나 감동적이다. 이번에는 후반기 작품 몇 개를 보면서 어쩐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무료 입장 시간대여서인지 메트보다 모마에 사람이 많았다. 주말에 친구랑 한 번 더 가보려고 했는데 완전 지쳐서 못갔다는 슬픈 사실.
Frick Collection은 프릭이란 사람의 대저택 1층에 그의 수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도네이션 입장이 가능하다. 이 사람은 정말 엄청난 재력가였나보다. 그림 뿐만 아니라 장식품도 정말 화려하고 작은 조각들도 엄청 많아, 조각에 대해서도 좀 알았으면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미 그림만도 감동이다. 취향이 분명한 사람이었는지 돈키호테 관련된 그림, 태피스트리, 삽화 등을 방 두 개에 가득 채워놓았고, 모네나 르느와르보다는 터너 작품이 많았고, 베르메르의 작품이 세 개 정도 있었는데 베르메르 작품 자체가 몇 십점 밖에 안되는데 이 곳에 세 개나 있는것도 놀랍고, 가장 놀랐던 건 방 하나를 가득 채운 프라고나르의 대형 작품들. 사랑의 과정이라고 하는 연작이 방의 세 면을 꽉 채우고 있는데 정말 아름답다. 그리고 부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작품들도 너무 예뻐서 모조 페인팅까지 샀다. 이 곳은 중앙에 작은 분수가 있는데 유난히 그림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기대 이상으로 좋았던 곳이다.
노이에 갤러리. 미국 사람들은 오스트리아 갤러리라 생각하는 곳으로 클림트, 에곤 쉴레, 코코슈카 작품이 대부분이다. 금요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원래 이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었는데 줄이 백미터 가까이 늘어서 있어서 추운 날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몰라서 포기하고 다시 방문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클림트의 바우어 여사의 초상화 때문인데 에스티 로더의 아들이 매우 비싼 가격에 이 작품을 사들였다. 친구가 여긴 작품도 많지 않고 비싸다고 만류했으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보겠나 싶어 이 작품을 보려고 간 것인데 처음 봤을 땐 실망스러웠다. 워낙 금빛 화려한 작품인데 유리액자를 한데다 조명을 비추니 작품이 죽어보이는 것이다. 한참 뒤에 물러서서 보니 그래도 좀 나았지만 과한 작품 관리가 오히려 작품의 감동을 반감시킨 것 같다.
구겐하임 미술관. 토요일 오후 5시 45분부터 7시 45분까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구겐하임에는 칸딘스키 작품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 미술관 방문이라 얼마나 많은 작품이 보일까 기대하며 방문하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On Kawara 특별전으로 인해 작품들이 다 치워져 있었다. 오 맙소사, 그렇다면 On Kawara라는 사람의 작품은 볼만한가? 이 사람은 나 아직 살아 있다고 매일매일을 기록한 사람이다. 대표적 작품이 친구나 가족에게 오늘 일어난 시간을 스탬프로 찍어 엽서를 보내고, 전보를 치고, 캔버스에 오늘 날짜를 기록하여 오늘자 신문과 함께 박스에 넣어둔 것들이다. 아 정말 현대미술이란 이토록 사람을 짜증나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돈 많은 백수가 뉴욕에서 50년간 살면서 한량짓 한 것을 거금들여 봐주다니 혈압이 오른다. 그런 나를 위로해주려는지 2층과 3층 별관(?) 같은 곳에 몇 개 작품들이 있긴하다. 칸딘스키가 추상을 시작하기 전 작품들도 있고 19세기 작품들도 있었지만 실망스러움은 어쩔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제 돈 내고 들어간 곳들이 더 실망스러웠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무료로 또는 도네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해 주는 뉴욕 미술관들이 정말 감사한거지. 메트, 모마는 꼭 가보기를 추천한다. 여유가 된다면 프릭콜렉션에도. 구겐하임은 현재 전시를 잘 보고 방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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