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30일 목요일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 그 집이 내게 들려준 희로애락喜怒哀樂 건축 이야기


저자 구본준 기자는 땅콩집으로 잘 알려져 있는 한겨레 건축 전문기자이다. 건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희로애락, 각 파트 별로 내가 가 본 곳이 한 군데씩은 있었는데 무심히 지나칠 때와는 달리 얽혀 있는 이야기들을 알고 보니 새로운 면들이 있다.
가본 곳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이야기인데 처음 보았을 때도 특이하고 멋진 건물이란 생각이 들었었다. 영국국교회가 선교를 위해 들어오며 가장 중요시 한 것은 현지와의 조화였기 때문에 기존의 성당처럼 고딕 양식의 뾰족하고 높디높은 첨탑형이 아닌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감동스러웠던 것은 서양식 빨간 기와에 우리나라 전통 기와를 더해 조화를 꾀하였고 처마의 디자인까지 입혀 건축을 하였다. 100년의 설계를 이어 증축하게 된 사연까지, 알고 보니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은 성당이었다.
가보진 않았지만 가장 마음이 짠한 것은 이진아 기념도서관. 이 곳이 파트에 있는것도 참 안타깝다. 사연은 중견 사업체를 운영중이어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느라 딸들과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아버지가 유학중인 둘째딸 진아양과 미국에서 평생 처음 하루종일 데이트를 즐기게 되었는데 몇 일 지나지 않아 진아양이 교통사고로 숨진 것이다. 진아양이 이 땅에 살았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고심 끝에 도서관을 짓기로 하는데, 그래서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아름다운 도서관, 이진아기념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이 도서관은 개인이 공공도서관에 기증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고, 기존의 열람실 중심의 칙칙한 이미지의 도서관을 환하고 책읽는 공간으로 바꾸었다는데 또 의미가 있다.

이처럼 건축물 하나하나에 얽혀 있는 사연들을 보는 재미가 있고, 저자의 따뜻한 시선도 느낄 수 있다. 지난 번 강릉여행때 선교장을 지나쳤는데 책에 담긴 이야기를 보니 다음 강릉 방문 때는 꼭 들러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지젤

5월 초에 본 건데 이제야 리뷰를 올린다.
나의 첫 지젤은 이은원. 이번엔 박슬기의 지젤을 보았다.
충무아트홀에서 보았는데 아쉬운 점은 오케스트라의 실연이 없었다는 것.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당황했는데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정도의 규모가 아니면 오케스트라석이 자리하기 힘들고,  유니버셜발레단의 전용극장에도 오케스트라석은 없다고 한다. 무대 공간도 다소 좁아서 발레리노가 뛸 때에도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힘들어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만 점프하면 끝에서 끝이니 2% 부족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국립발레단이니 당연히 대한민국 탑클래스이긴 하겠지만 군무는 참 아름답다. 지난번 라 바야데르만큼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2막에서의 군무는 별로 거슬림없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선호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 기준에선 개개인의 역량도 유니버셜보다는 훌륭한듯. 박슬기의 미친(?) 지젤 연기 또한 훌륭했다. 이제는 쌍안경 덕분에 표정까지 볼 수 있어서 살짝 감동도 먹었는데 이은원은 어떻게 연기할까 싶어 다음 공연을 이어서 보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아쉽다.

요즘 국립발레단이 지젤로 전국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데 6월 8일에는 무려 ‘성주’에서 공연한다. 그리 멀지 않으니 동생한테 기회되면 가보라고 했는데, 가격도 7천원! 가격도 가격이지만 성주는 시골인데(성주 참외의 그 성주 맞다.) 문화적 오지에 가서 발레를 접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결정을 내린 기획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Grab, Greenlight, and Gatsby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영어 단어를 꼽으라면 바로 Grab이 아닐까 싶다. 우스개 소리로 윤창중의 영어교실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고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움켜쥔다는 의미의 단어로 세 가지를 쓴다고 하는데 grasp, grip, grab이다. 잠깐 윤선생 영어교실을 인용해보면(http://news.donga.com/3/all/20130516/55184590/1)
1. grasp: 사물이나 기회 등을 간절히(eagerly) 붙잡다. 또는 움켜잡기.
2. grip: 주로 손잡이가 있는 부분을 견고하게(tightly) 붙잡다. 또는 쥐는 방식.
3. grab: 손잡이가 있거나 혹은 손잡이가 없는 부분을 서둘러(hastily) 붙잡거나 잡아채다.
신랑과 이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댔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보다보니 마지막에 grasp란 단어를 쓴 표현이 나온다.
“grasp the green light”
그린라이트는 데이지의 집 앞 선착장에 밤새 반짝이는 불빛을 의미하지만,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에게는 그 빛이 곧 사랑하는 데이지이자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간절히 움켜잡는거지. grasp. 이 단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린라이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희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인다. 그런데 ‘스팀'이란 게임 사이트에서 도입한 퍼블리싱 시스템의 이름 또한 그린라이트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파악하기로는, 작은 개발업체들은 퍼블리싱 업체를 만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힘들여 만든 게임이 사장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러한 부분의 해소를 위해 그린라이트에 게임을 올리고 유저들이 게임을 해본 후 투표를 하여 일정 표 이상을 획득하게 되면 스팀에서 퍼블리시를 해주는 착한(?) 시스템이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대박의 꿈을 꿔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 개츠비의 그린라이트가 희망을 의미하는 단어가 맞나보다.

위대한 개츠비는 (읽어본 적은 없지만)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 스캇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가 나오는데 그 역시 프랑스의 황금시대를 동경했는지 뉴욕의 1920년대를 보며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후 파리로 떠난 것이었나 보다.
이 위대한 소설은 바즈 루어만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다. 화려한 영상미도 좋고,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랩소디 인 블루도 좋고, 탄탄한 스토리를 받쳐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랩소디 인 블루의 하이라이트 소절에 맞추어 터지는 불꽃꽈 폭죽, 그리고 개츠비의 첫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전날 이동진 기자의 별점이 두 개 반이라, 심지어 지루하다는 평을 하는 바람에 살짝 걱정도 있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매우 재밌게 보았다. 이동진 기자는 바즈 루어만이 피츠제럴드이든 셰익스피어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고 그저 화려하게 만든다는 요지의 평을 했는데 일견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감독 또한 예술가인데 자기만의 해석이 들어가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담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의 개봉과 함께 많은 번역책들이 추가로 쏟아져나오고 논란도 일고 있는데 다음 달에는 The great Gatsby를 읽어보아야겠다. 고전의 힘!

2013년 5월 26일 일요일

다카페일기3 :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벌써 3권째 출간된 다카페일기.
처음 출간되었을 때 소개를 받고, 그 이후 3권까지 꼬박꼬박 찾아보았다. 미국에 있는 동기한테 선물하기도 하고. 주변에 소개하기도 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족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 10년이 넘는 세월을 사진으로 보아왔던 지라 오랜시간 함께 했던 애완견 와쿠친이 죽어서 좀 짠하기도 하다. 꼬꼬마였던 아이들 커가는 모습에 깜짝깜짝 놀란다. 역시 남의 집 아이들 크는거 보는거랑 군대 갔다오는 거 보는게 시간의 속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가는 세월 아쉽지 않게 나도 기록을 잘 남겨두어야지.

2013년 5월 23일 목요일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 : 죽을 때 후회 없을 단 한 가지 삶의 태도



이런저런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요즈음이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는 싫어하는 편이다. 본인의 인생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남의 인생에 대해 훈수두는 것도 별로고, 왜 천 번을 흔들려야 하는지, 실패 한 번 안해보면 성공 못하는 삶인지, 특히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은 참 싫다. 그런 중에 약간은 까칠하지만 솔직한, 읽어볼만한 책이라 하여 보기 시작했는데 사실 표지만 봐도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다 들어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다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저자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한 12가지 원칙으로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

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나의 자유 의지로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살도록' 강요하는 현실적 압박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남들의 기대를 채워주고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원하는 일은 결심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하면 된다.
내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나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다.
보상은 기쁨과 열정으로 시작한 일을 시시한 일로 끝내버린다.
칭찬은 외부의 평가 기준에 의해 내 삶을 재단하게 만든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낫다.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은 바꾸거나, 떠나거나, 사랑하라.
행복한 사람은 '지금, 여기'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행복한 인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나 자신에게 있다.

아니라고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없다.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내 삶을 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행동하라고 이야기한다. 아래는 책을 읽으며 와 닿았던 이야기.

타인의 요구사항에 대해 거절의 뜻을 표하고는 싶지만 그 뜻이 너무나 명료해지는 것은 두려울 때, ‘해본다’는 말이 요긴히 쓰인다. 그럴 때의 ‘해본다’는 정말이지 그냥 ‘해보는’ 것이다. 게다가 행위하기도 전에 미리 실패부터 구축해놓겠다는 꼼수까지 깔려 있다.
시간이란 소유할 수 있는게 아니다. 시간은 우선순위의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간의 있고 없음은 그게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그 일이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면 자신을 바꿀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스스로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한다면, 첫째이자 가장 중요한 태도는 책임전가를 이제 그만 끝내는 것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결심하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면 된다.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그 누구도 여러분의 계획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행동 바로 그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개선도 있을 수 없다.

모든 것의 가격



이제 이런 책은 그만 읽어야겠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서 새로울 것도 없고, 재미있을 것도 없다. 예전이었다면 이런 시각도 있을 수 있나 싶었을 여성의 가격이란 부분도 일정 부분은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자면, 1980년대에 나타난 프로스펙트 이론에서는 심리학 도구들을 이용해 인간의 경제적 행동을 분석했다. 이 이론은 심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니얼 카너먼을 통해 대중에게 보다 널리 알려진 것 같다. 행동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행동하게 만들어 주는 요인과 관련된, 경제학의 표준적인 관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특이한 행동들을 밝혀냈다.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행태는 그렇지 않다. 행동경제학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손실 회피 경향인데, 무언가를 얻음으로써 증가하는 행복감의 양보다 무언가를 잃음으로써 줄어드는 행복감의 양이 더 크다는, 다시 말해 인간은 이득보다 손실에 더욱 민감하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책은 사물, 생명, 행복, 여성, 노동, 공짜, 문화, 신앙, 미래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의 주된 관심사가 행복인 것인지, 행복의 가격에 대한 부분에서 와 닿는 것이 있다. 돈은 추상적인 형태의 행복이라고 한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인간은 돈을 모으는 데에만 전념한다고 한다. 이 문장에서 바로 떠오르는 주변 몇몇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허나,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것이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할 것도 아니다. 책에서 소개한대로 GNP만 하더라도 아이들의 건강, 교육의 질, 그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측정하지 않는다. 또 문학의 아름다움, 결혼 생활의 안정성, 공공 담론의 적절성, 정부 관리들의 성실성은 반영하지 못한다. 담배 한 값 판매한 것,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은 측정하면서도 정작 인간의 행복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흔히 부자가 되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물질적 부와 마음의 행복은 크게 관련이 없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정비례하지 않는다뿐이지 물질적 부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음의 행복을 얻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행복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떠한가. 나의 행복의 가격은 얼마인가.

2013년 5월 14일 화요일

북한산 산행



지난 토요일 회사에서 사장님을 모시고 산행을 다녀왔다. 좋은 날 북한산 산행.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1등 낙오자가 될 줄은. 신입사원 연수때 밤새 행군도 해보고, 10여년 간 직장 생활 하면서 한 두 번 산엘 가본 것도 아니고, 언제 한 번 낙오해본 경험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등산 시작한지 30분만에 GG를 선언했다. 빈혈 때문인 것인지, 채식 때문인 것인지, 어지럽고 주위가 번쩍거리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하산하면서 느낀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운동해야지. ㅜㅜ
북한산은 험한 산이었다. 초반부터 경사가 급하고 계속 계단으로 올라가야만 했다. 보통의 산행과 달리 시작 지점과 종료 지점이 달라 좀 쳐지더라도 내려오는 사람들 만나서 같이 내려가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한 번 낙오되면 알아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것. 거기다 선두는 150명이나 되는 뒤따라오는 사람들을 생각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가버려서 거의 제일 끝에 있던 사람들은 쫓아가느라 힘들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나무도 울창하고, 흐르는 개울은 너무도 맑아 물고기도 많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등도 많이 걸려 있었다. 올라가는 길에는 하나도 보지 못한 풍경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산행이라는 것이 화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일텐데,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정상에서 사진 찍고 내려오는 그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니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다. 낙오하여 하산하는 45분간은 북한산을 만끽할 수 있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든 신랑과 함께 하면 몇 배로 즐거워지는 나는 처음으로 신랑과 등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북한산 정릉매표소까지 바로 가는 버스도 있겠다, 이 참에 등산바지만 하나 사서 다녀보자고 계획을 세웠으나 곧 여름이 오니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둘 다 체력을 좀 키울 필요는 있는듯. 토요일엔 등산을 하고, 일요일엔 오랜만에 스크린 골프를 치고, 월요일엔 일찍 퇴근해서 동네 산책을 했다. 필요를 느낄 때 제대로 좀 해보아야지.

Coach



진급교육을 위해 인사팀에서 팀원들에게 사전에 받아서 만든 Posting Card.
웃자고 외모지상주의를 적어놓은 것 같지만, 다른 카드에는 팀의 차석자로서 팀을 위해 목소리를 좀 키워달라는 이야기도 있어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막상 진급을 하게 되니 이전과는 다른 부담감이 있다. 몇몇 여자 후배들이 롤모델이라는 이야기를 해 올 때 그 부담감은 더 커진다. 실무자로서는 잘 해온 것 같은데 관리자로서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해나가야 할 숙제일테지.
이번 교육의 주제는 Coach로서의 가이드이다. 신입사원 때 잠깐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코칭을 받아본 적이 없다. 물론 선배를 보면서 업무에 대한 지도는 받아왔고, 선배의 모습을 보고 배우면서 후배에게도 나름대로의 업무 지도는 해왔다. 그러나 업무를 벗어나 제너럴한 관리자로서의 코칭, 리더십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교육은 그간 코칭,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다는 가정 하에, 이제 관리자로서 후배들을 어떻게 코치할 것인지에 대해 롤플레이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기본 가정이 되는 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네, 없네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이고, 롤플레이를 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코칭의 기본은 경청이다. 어차피 문제의 해결은 스스로가 하게 되는 법이다. 그 문제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되는데 대부분의 관리자는 듣기보다는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한다. 내가 너만할 때 다 겪어봤어, 다 해봤어 이런 마음인 것 같다. 그리고 진심을 다해 경청을 하려면 내 시간을 많이 써야하기 때문에 빠른 해결을 보고싶어하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이러한 것들을 다 알고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짧은 롤 플레이만으로도 나의 ‘듣기’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또한 해결해주고 싶어하는 부류였던 것.
듣기만 잘해도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있고 적절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 들어주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긍정적인 질문을 하라던가, 확장성이 있는 질문을 하라던가 이러한 방법론에 대해서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받는 동안 약간의 반감이 생겼더랬다. 우연히도 교육받은 직후에 신수정님의 이런 트윗을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딱 나의 심정. 교육받고 난 직후에도 이러고 있으니 갈 길이 한참 멀었다.
“상담가들이나 코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말은 '답하지 말고 질문하라'이다. 그런데 훈련이 잘된 이분들을 만나면 좀 피곤하다. 뭘 물어보면 항상 역으로 질문한다.”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오텔로@The Met Opera



메가박스에서 메트오페라의 실황공연을 상영중이다. 첫 작품인 도나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결국 보지 못하고 베르디의 오텔로를 보고왔다.
단순히 실황만 녹화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진행으로 무대 뒷 모습, 주연 배우들과의 인터뷰, 연출가와의 인터뷰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메트오페라는 시즌에 200개 이상의 공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낮 공연은 오텔로, 저녁 공연은 템페스트, 다음 주중 공연은 또 다른 작품, 이런 식으로 진행되나보다. 세트 규모도 엄청나고 막과 막 사이 세트 교체도 꽤나 많은데 이런 세트가 5개나 내장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주연 오텔로를 연기한 요한 보타는 노래도, 연기도 정말 뛰어난 배우였다. 그러나 항아리같은 몸매와 그런 몸매를 가진 사람에겐 항상 따라오기 마련인 끝없이 흐르는 땀으로 몰입이 잘 안되는 바람에 안타까웠다. 1막에서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의 감정이 넘치는 장면에서는 키스라도 하며 마무리되어야 할 정도로 분위기는 달달했는데 실제 키스 장면은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
르네 플레밍은 데스데모나 역을 1994년에 처음 맡았고 2013년에도 연기하고 있으니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데스데모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손드라와의 인터뷰 중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자평하던데,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인지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좀 답답했다. 이미 다른 소프라노들의 목소리에 익숙해져서일 수 있겠지만 4막에서는 호흡도 좀 가쁜 듯 여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던 덕분에 메트 오페라를 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몇년째 실황공연을 상영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오페라의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볼 것은 참 무궁무진하구나 싶다. 오늘 보았던 배우들이 과거 메트 오페라 작품들에 출연한 것을 보니 반갑고, 이렇게 새로운 영역을 또 알아가는구나 싶다. 지난 주 문화사 수업이 베네치아여서 날개달린 사자와 산 마르코에 대해 배웠는데 오늘 음악과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또 반갑던지. 아, 지역적 배경은 베네치아가 아니고 최근 유럽위기로 화제가 된 키프로스이다.
다음 작품은 영국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의 템페스트인데, 손드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젊고 이뻐서 템페스트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외모지상주의는 어쩔 수 없나보다. 이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만 보다가 오페라를 볼 때 가장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일요일 낮이지만 관객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2회씩 시간을 빼 주는 메가박스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다. 평균 연령층이 아주 높았는데 우리 뒷자리에 할아버지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다. 고상한 할아버지들. 그리고 르네 플레밍이 버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때부터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 세상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피아노 연습 우등생



신랑이 피아노 레슨받고 있는 곳에서 등기가 왔다고 하길래 뭐지? 했는데 피아노 연습 우등생 상장이라니! 와~ 성인이 된 후에 상장을 받아본 적이 있던가, 덕분에 엄청 웃었다. 오늘 봉투를 버리려고 보니 미처 살펴보지 못한 안쪽에 신세계 상품권 1만원권이 들어있었다.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달도 부탁해~
신랑이 궁극적으로 치고 싶어하는 곡은 바흐의 평균율인데, No 02 in C minor, BWV847. Movement 1: Prelude, 언젠가는 잘 칠 수 있는 날이 올테지. 지금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신랑, 그 날이 올때까지 화이팅!

2013년 5월 8일 수요일

여유

회의도 많고 야근도 잦고 일정도 많다보니 블로그에 글을 쓸 여유가 없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달리 뭔가 퀄리티 있는 내용을 공을 들여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쉽게, 짧게 일상을 기록하는 일이 없는듯하다. 살짝 여유가 생긴 점심 시간에 어제의 소소한 즐거움을 기록해본다.

어제는 여의도에서 을지로로 이동하면서 버스를 탔다. 살짝 여름이 느껴지는 날씨에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안나 네트렙코의 아리아를 들으면서 원효대로를 건너니 기분이 좋던지.
두시간여의 빡빡한 회의를 끝내고 오랜만에 보는 동료들과 커피 한 잔을 하고 나니 기분이 좋던지.
어제부터 다시 시작한 문화사 수업을 들으면서,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배울 내용이 많고, 봐야할 그림이 많고, 들어야할 음악이 많은 것을 느끼며 기분이 좋던지.

그리고 집에서 신랑과 나눈 많은 이야기들. 신랑이 보내준 카라얀과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 영상 이야기. 서울시향 팀파니 수석이었던 아드리앙 페뤼숑에 대한 이야기. 로린 마젤의 필하모니아와 뮌헨필 내한 시 훌륭했던 연주 이야기. 김정원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 김대진 교수와 김선욱에 대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서 얼마나 좋던지.

어제 잠깐 들었던 행복에 관한 이야기. 행복은 Intensity와 Frequency 모두 중요한데, 한국 사람들은  Frequency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 같이 얘기를 나누었던 수지횽은 잦은 빈도로 행복을 느끼는 긍정적인, 그리고 강한 멘탈의 소유자.
그에는 못미치지만 나도 어제와 같은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