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30일 화요일

소설 공자



사상가이기도 하지만 성인군자에 가깝게 생각해왔던 공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공자의 일생과 행적에 대해 작가의 해석을 담아 현대적으로 재탄생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지러웠던 당시의 시절이나 지금이나 시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사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나, 스승으로서 존경받고 학문에 열의를 다하며 지내면 될 것을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고 여러 나라를 주유하며 어려운 생활을 자초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정치적인 상황과도 오버랩된다.
안영에게 무시를 당했던 것이나, 노자에게 교만하고 잘난체한다는 노골적인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존경하고 따르려 했던 모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거짓말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현실주의적 모습을 보였던 공자에게서 사상가의 모습을 넘어 인간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공자는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30세에는 자립하였으며, 40세에는 미혹하지 않게 되었고, 50세에는 천명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어째서 하늘의 뜻을 깨달았던 51세에 높지도 낮지도 않은 중간벼슬에 뛰어들었던가. 대사상가이자 성인이었던 공자가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토록 현실정치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인가. 공자는 예수나 부처와 같은 성인, 노자와 같은 사상가와는 달리 하늘나라가 아닌 지상의 나라에서, 피안이 아닌 차안에서, 우주가 아닌 바로 전국시대의 난세에서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야한다고 외쳤다. 기본적으로 인의 실천, 백성을 사랑하는 것을 자기의 임무로 생각했기 때문에 현실 앞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벽은 그 꿈을 실현하기엔 너무나 두터웠고, 많은 좌절과 오해를 받기도 하였다.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도 한다. 기대한만큼 실망하고 기대하지 않은만큼 무심하다. 최고의 선각자로 분류될수 있는 공자에게도 쉽지 않은 정치였다. 책을 읽으며 내내 우리의 현실정치와 많이 비교해보게 되었다. 정치인들도 스스로 일어서고, 미혹하지 않고, 천명해야 하겠으나 국민들도 기다릴줄 아는 지혜와 오해하지 않는 냉철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4월 29일 월요일

빅 스몰 :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



동아일보 김상훈기자의 책으로 요즘 이슈가 되는 공유경제, 소규모 창업, 인터넷으로 가능한 사업들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다. 그야말로 빅 스몰.
공유경제라는 개념은 하버드대 법대의 로렌스 레식 교수가 만든 것으로 세상의 수많은 재화가 더 많은 사람과 나눌수록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무형재산인 저작물이 바로 그 예로 레식 교수가 공유경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설명했던 ‘나눌수록 늘어나는 공유의 가치’란 복사하고 공유하고 다시 오려 붙여도 품질이 나빠지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공유경제의 전도사들은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풍요를 환경에 훨씬 덜 부담을 주는 방식으로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게 더 많은 소유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더 쉽게 정해진 자원을 공유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부의 재분배라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공유경제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비앤비히어로와 코자자는 에어비앤비를 벤치마크하였다. 서가를 나누자는 의미의 국민도서관은 아마존의 가변식 서가를 차용한다. 비키는 비디오+위키를 의미하는 것으로 위키처럼 비디오의 자막을 함께 만드는 개념이다. 
오데스크는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국경없는 일자리를 제공한다. 보통의 기업에서는 전문가라서 승진했더니 전문적인 일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고 해보지 않은 일을 끊임없이 떠안기게 되는데 이런 식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전문가로서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이 오데스크이다.
아이디어는 있는데 장비가 없어 실현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테크숍, 아이디어를 주면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팔아주는 쿼키, 아이디어를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모금을 받을 수 있는 킥스타터, 이제 돈이 없어서, 기계가 없어서, 장소가 없어서 아이디어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서울을 공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개념을 내놓았는데, 쓰이지 않고 쉬고 있는 모든 것이 이 새로운 구조의 핵심 자원이 된다. 책에서도 소개된 집밥, 키플, 마이리얼트립과 같은 기업이 선정되었다.
 https://www.facebook.com/wonsoonpark/posts/10201142324019690
브레인워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작동하는 세탁기를 나누자는 생각에서, 릴레이라이즈나 집카도 평일엔 주차장에 들어가 있는 차를 나누자는 생각에서, 모푸즈나 셰어키친도 음식과 식당을 나누자는 생각에서 출발하였다.

기술을 통해 나눔이 가능해지고 있으나 실제로 기술의 발전은 부의 집중을 가지고 온다. 기술은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이런 경제는 직업은 주지 못한다. 책에서는 아이튠즈의 예를 들고 있는데, 음원 하나하나를 살 수 있는 선택권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음원 시장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고 덕분에 인디밴드 등이 활로를 찾기는 했지만, 기존의 레코드샵들은 문을 닫게되고 직업도 창출되지 않았다. 이처럼 어떻게 부를 만들어내느냐보다 어떻게 번영을 나눌 것인가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적인 결과로 보면 그렇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파급되는 것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구글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누리게 된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구글 때문에 다른 광고 시장이 위축된다고 해서, 또는 구글이 채용을 늘리지 않았다고 해서, 구글 직원들에게만 부가 집중되고 직업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오히려 파생된 엄청난 스몰 기업들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말이다.
어쨌든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쉬운 점은, 창조는 모방의 어머니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례 대부분은 비키 정도를 제외하고는 외국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것. 대기업이 독식하는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인터넷의 발달로 외국사례 빨리 접하고 빨리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있어 다행이라고 위안삼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2013년 4월 28일 일요일

튤립

올 봄에 이상하게 프리지아를 사서 꽂아두고 싶었는데. 길거리에 널리고 널린 프리지아가 내 눈엔 띄지 않아서 실패.


선물로 받은 튤립 꽃다발.
꽃을 선물로 받아본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꽃 한 다발로 이렇게 기분이 상콤해지다니. 종종 사서 기분 전환해야겠다.

Thank you~ 333!

2013년 4월 26일 금요일

주부의 책무



집에서 밥을 하지 않은지 한달이 훌쩍 넘은 것 같다. 바쁘기도 했고, 몸이 안 좋기도 했다고 변명을 해보지만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
물론 짐작되다시피 밥만 문제가 아니다. 청소도 문제. 어제 신랑 레슨 선생님 엄마가 참관하러 온다고 해서 어찌나 마음이 불편하던지. 거실 소파에 앉아서 보이는 광경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
엊그제 본 셰릴 샌드버그의 동영상 중에 여자들은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사회 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아이를 낳으면 일과 가정을 어떻게 병행해 나가야할지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생각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여자에게 프로그래밍된 가사와 육아에 대한 책임감인 것인가.
이번 주말엔 밥을 해먹겠다!

2013년 4월 25일 목요일

로린 마젤&뮌헨 필하모닉



이제는 다른 외국 오케스트라를 많이 경험해본 터라 특별히 기대를 더 많이 한 건 아니었다. 당연히 잘 하겠지 정도였다. 그러나 완전 충격과 공포.
교향곡 4번은 잘 모르는 곡이었으나 교향곡 7번은 너무나 잘 아는 곡이었기에 더더욱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언제나 관악기에 대한 이야기, 타악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세상에, 현악기도 그렇게 차이가 날 수 있다니.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 잘 모르는 입장에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활 쓰는 것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느낌과 경이로움과 보통의 오케스트라와는 엄청 차이가 났다.
나중에 후기를 찾아보니 보잉이 업다운이 아니라 다운다운으로 강조를 했고, 팀파니 또한 매우 혁신적이었다고 한다. 후기를 보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지경. 팀파니 가필이라는게 뭘까? 암튼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은 그 날의 공연을 본 모두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준 것 같다.
와, 정말 다시 생각해도 감탄이. 그리고 사소한 거지만 처음 입장할 때 동료들이 다 입장할 때까지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기다린 후 다같이 자리에 앉는 모습도 참 멋지더라.

<프로그램>
서곡 “Coriolran” Op.62
교향곡 4번 Bb장조 Op.60
교향곡 7번 A장조 Op.92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신세계 토요콘서트


이번 달은 노르웨이 작곡가인 그리그의 곡들로 구성된 토요콘서트.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김정원.

김정원의 연주 스타일이 좀 달라졌다. 전에는 작곡가의 해석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해 감정을 절제하고 공부하는 학구파같은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곡이 그래서 그런지 감정 표현도 더 많이 하고 본인 기량을 맘껏 쏟아내는 느낌이랄까. 앵콜곡은 다시 원래 스타일로 돌아가긴 했지만 진짜 스타일이 달라진 것이라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예술가가 나이가 들어서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본인의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테니.

<프로그램>
홀베르그 모음곡 Op.40 중 제1번 Praeludium
"두개의 슬픈 선율" Op.34 중 '지나간 봄'
"페르 귄트" 모음곡 제1번 Op.46
"페르 귄트" 모음곡 제2번 Op.55 중 제1, 2곡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

로마 위드 러브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은 우디 앨런의 유럽사랑이 담긴 영화. 이번엔 로마다.
프레인 무비가 공동제공사라고 하고,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니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어떤 마케팅을 진행할까 싶어 개봉 일주일 전 시사회에 참석. 신혜경 작가가 작업한 로마 지도를 받았다. 유명한 신진 아트그래픽 작가인 모양. 또 이렇게 한 사람 알았다.

내용 측면에서는 크게 재미있는지 모르겠고, 로마의 골목골목과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긴 했다. 파리도, 로마도 영화 보며 달래는게 아니라 직접 가볼 수 있는 날이 올테지~

유럽장인들의 아틀리에



마지막으로 읽는 이지은 작가의 책이 될 듯하다. 이전 책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책에 담긴 노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이지은 작가의 입장이라면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을 선사해준 소중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유럽 전역에서 아틀리에를 운영하고 있는 장인 15인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와 삶을 담아냈는데, 종, 부채, 시계, 인형, 직물 등 그 영역도 다양하고 적절하게 사진도 삽입되어 흥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읽었던 책이 더 재미있었지만 이 책에 들어간 노력을 생각하면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오브제나 장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읽어볼만한 책.

2013년 4월 18일 목요일

교향악축제



어제 수원시향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2013년 교향악 축제가 막을 내렸다.
다른 공연들은 Arte TV에서 실황 방송을 해주길래 클라라 주미 강과 수원시향의 공연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해주더라. 그래서 이번엔 세 번의 공연 관람으로 마무리.

4/3 서울시향
늘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던 2바이올린 효경 여신이 안보이길래 음? 했는데 악장도 스베틀린 루세브가 아니라 웨인 린이 들어왔다. 지휘도 정명훈이 아니고 수석들도 많이 빠져서 클래식 애호가들은 2군들의 행사라며 폄하하는 분위기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서울시향엔 아무나 들어가는게 아니다. 지휘자 성시연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와 일사분란한 연주, 개인적으론 아주 좋았다.
협연은 신지아(신현수)였는데 기량은 내가 어찌 감히 평가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뛰어나겠으나 역시 바이올린은 웬만큼 잘하지 않고서는 아직 좋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앵콜은 좋았던 것 같은데, 아직 어리니까 좀 더 편히 연주해주면 더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싶다. 
4/11 대전시향
김태형의 라흐마니노프 3번 협연. 꺄. 예술의 전당 월간지에 태형이가 보내온 글, 라흐마니노프에 대한 애정이 담긴 글을 보고 정말 보고 싶었는데 신랑 일정상 못 보겠거니 하고 있다가 볼 수 있게 되어서 더욱 신났던 공연.
연습 많이 못했다고 엄살을 부렸으나 그렇게 어려운 곡을 훌륭히 연주해 내면서 어떻게 연습을 못할 수 있겠는가. 뭐 흠잡을 데가 없다. 사실 국내 연주자들 중에 라흐마니노프 연주하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이다보니 대부분 외국 연주자들의 레코딩 앨범을 듣게 된다.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듣다가 꼬꼬마의 연주를 들으면 당연히 미흡한 부분이 많을테지만 앞날이 창창한 김태형군. 그렇게 잘 성장해주어 고맙다. 예전에 국민대 교수의 라흐마니노프 2번 듣고 기절하는줄 알았다. 저렇게 치면서도 무대에 오를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박수를 받으러 나올 수 있다니.
대전시향의 앵콜곡은 발레곡인거 같았는데(아님 말고 ^^;) 탬버린 연주에 완전 놀람. 절대적인 수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처음 오케스트라의 트라이앵글 연주를 들었을 때만큼 충격이었다. 아, 탬버린 소리가 저렇다니. 이번에 라 바야데르 때 탬버린 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아는만큼 들리나보다.
4/12 부산시향
팀원들과 문화 회식으로 함께 한 부산시향 공연. 개인적인 바람은 전날 대전시향을 함께 하고 싶었으나 팀원들 대부분이 교향악 연주는 처음 접하는거라 추억 하나 함께 공유하는 선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목관악기는 정말 망했다. 예습을 정말 열심히 한 클래식 초초보 이과장님은 삑사리 나는걸 알아챌 지경이었다. 아까 삑사리 나지 않았어요? 저사람들은 프로 아니예요? 원래 그런거예요? 하는데 내가 다 민망할 지경이고, 아 정말 오보에의 찌글찌글대는 소리는 참을 수가 없었다.
협연자인 김다솔은 그저 강강강강. 나는 패셔니스타 피아니스트요라고 온 몸으로 이야기하는 가슴 푹 파인 이상한 옷을 입고 와서는 강강강강. 팀원들도 잘 친다는 얘기는 없고, 앵콜 두 번이나 할 정도는 아닌거 같던데?라는 반응과 그런 옷은 어디서 사느냐는 반응 뿐이라 또 살짝 민망.

앞으로는 검증된 오케스트라, 좋아하는 협연자 아니면 가지 말아야겠다. 이번 교향악축제는 좀 실망.

2013년 4월 17일 수요일

La Bayadere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라고 한다. 국립발레단에서 18년만에 올리는 대작이라고 하길래 이번에 못 보면 꽤나 오랫동안 못볼 수도 있는 공연이겠구나 싶어 사전 지식도 없이 예매했다.

예술의 전당 월간지에 마침 우리가 예매한 날의 캐스팅인 김기완, 이은원 커플의 인터뷰가 실려 한층 기대가 더해졌고, 먼저 다녀오신 아톡님의 포스팅에 또 기대가 더해졌는데 정말 재미있게 봤다. 줄거리라고 해봐야 1막 당 한두줄이면 충분할 뻔한 스토리이고 사후의 환상 장면 등은 틀에 박힌 연출인 것 같긴 한데 정말 재미있었다. 새로 구입한 쌍안경 덕분에 무용수들의 표정을 제대로 살필 수 있었던 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주연들의 독무가 이어지는 동안 한 켠 물러서 있는 발레리나들에게는 그간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이번에 보니 그녀들도 매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어쩜 다들 그리도 이쁘고 우아한지.

3막에서의 군무 또한 멋졌다. 몽환적인 조명과 함께 잘 정돈된 군무. 몇 명이 비틀거려 넘어지나 싶어 놀라긴 했지만 얼마나 힘든 무대일지를 생각하면 그 정도 실수야 뭐. 주연급이야 당연히 잘하는 사람들일테고 확실히 유니버셜 발레단보다는 국립발레단이 잘하는거 같다는 발레 초보의 생각. 발레의 많은 동작들도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발레 음악에는 하프 연주가 많이 들어가서 듣기가 좋은데 이번 연주엔 하프 소리가 좀 별로였고 플룻 소리도 좀 거슬려 아쉽단 생각.

참, 김기완은 마린스키 발레단 김기민의 형이라고. 김기민은 남자의 발레가 저렇게 멋지구나라는 것을 알게 해준 사람이라 살짝 애정이 있는데 김기민도 지금 러시아에서 라 바야데르의 솔로르 역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정말 흐뭇한 형제다.

2013년 4월 8일 월요일

부르주아의 유쾌한 사생활


귀족의 사생활은 17,18세기라면 부르주아의 사생활은 19세기에 대한 이야기다. 
레 미제라블을 보면 당시 파리 시내의 구불구불하고 복잡했던 골목길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정비된 때가 19세기 오스만이라는 사람에 의해서라고 한다. 오스만은 건축물의 형태 뿐만 아니라 가로등, 가로수까지도 표준화해서 설계하였는데 덕분에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은 파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거라고. 첫 챕터에 나오는 피사로의 그림, 루브르 호텔에서 바라본 거리를 그린 ‘프랑세즈 극장 광장의 비 오는 풍경’을 보니 당장 파리로 떠나 그 거리를 볼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19세기의 이야기이다 보니 당연히 인상파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19세기 들어 프랑스에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인상파 화가들이 받은 영향은 참 설렌다. 기차 덕분에 교외로 나가는 것이 자유로워지면서 라 그랑누이예르에서 무도회가 열리기 시작했고, 푸르네즈 카페에 젊은 화가나 작가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모네와 르누아르가 나란히 앉아 그리던 라 그랑누이예르의 풍경, 푸르네즈 카페의 테라스 모습을 그린 것이 르누아르의 보트 파티에서의 오찬이라고 하니 기차가 없었다면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볼 수 없었을 것 아닌가. 모네가 트루빌까지 가서 바다 풍경을 담아올 수 있었던 것도, 아르장퇴이유에서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기차 덕분. 생 라자르 역은 말 할 것도 없고.
이지은 작가의 책들 참 마음에 든다! 

2013년 4월 4일 목요일

골프는 인생이다.


한 마디로 신선 놀음이 따로 없는 책.
한달간 사진 기사 대동하고 스코틀랜드의 골프장을 다니며 라운딩하는 동안의 소회를 쏟아낸 책.
이전에 그 곳에서 라운딩했던 골퍼들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 이야기, 본인의 이야기를 적절히 섞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이 내용을 중앙일보 칼럼으로 연재하고 또 다시 책으로 낸 것이다.
골프장 하나씩 소개할 때마다 나오는 사진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특별히 잘 찍은 사진이어서가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 사진을 보니 멋지고, 살면서 한 번은 가볼 수 있을까 싶어 살짝은 아쉽고, 작가가 부럽기도 해서랄까.
골프의 역사도 살짝 알 수 있고 눈요기도 되는 책.

2013년 4월 1일 월요일

4월

해마다 4월이 설레이는 건, 
점점 길어지는 겨울로 인해 4월이 되어야 진정 봄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해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교향악축제, 그리고 내 생일 :)

2008년부터 함께 했던 교향악 축제로 알게 된 많은 연주자, 많은 교향곡 덕분에 생활이 참 풍요로워졌다. 새로운 연주자를 알게 되면 그들의 연주와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친근함이 폭발하는데, 올해는 ‘차세대 예비거장’이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기대되는 젊은 연주자들이 많이 참여한다. 이번 달 예술의 전당 매거진에 연주자들이 직접 쓴 참여 소감이 실렸는데 그들이 준비한 시간과 땀방울이 느껴진달까, 기대감이 더해지고 시간만 허락한다면 다 느껴보고 싶다.

올해는 신랑이 바빠서 평일에 같이 볼 수 있는 여유가 없을거라 생각해서 서울시향과 신지아(신현수)양의 공연만 예매했었는데, 어쩌다보니 김태형군의 연주도, 김다솔군의 연주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일 서울시향을 시작으로 라 바야데르, 김정원의 토요콘서트, 로린 마젤과 뮌헨 필하모닉까지 풍성한 4월이다. 
이 봄,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