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 세번째 날은 모짜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를 보았다. 모짜르트에 더 익숙해서일까 앞서 베르디보다 듣기 편한 느낌이다. 마술피리는 모짜르트가 사망하던 해에 완성한 마지막 오페라 작품이다. 그 때 모짜르트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인데 짧은 생애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지만 그의 천재성과 불멸의 작품들을 보면 부러움 뿐이다. 보통의 오페라가 이탈리아어로 진행되는데 반해 마술피리는 독일어로 진행된다. 그래서 조금 투박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감상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마침 마포아트센터에서 마술피리 공연이 있길래 급히 예약했다. R석이 15,000원밖에 하지 않고, 포스터가 다소 유아스럽고, 동네 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이란 점에서 아이들이 많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프로 오페라단의 공연이니 어느 정도 격식은 갖추었겠지, 아동용은 아니겠지, 하면 별 기대없이 갔다. 예상대로 아이들이 넘쳐났고 공연 시작전에는 시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산만했다. 공연 중에도 산만한 분위기일까봐 걱정되었고, 인터미션 후에는 아이들이 동행한 집은 자리를 비우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다. 마술피리에 동화적인 요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겠지만 2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아이들은 집중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수준높은 마포구의 아이들!
가서 보니 최근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인기리에 공연했던 것을 초대한 모양이다. 외국에서 공연된 장면을 보면 무대장치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공연에서는 영상장치로 대신했다. 큰 뱀과 싸우는 첫 장면에서는 다소 뜨악했는데 나머지 부분들은 잘 준비되었던 것 같고 성악가들 역량도 꽤 훌륭했다.
모든 대사를 노래로 하는 베르디 오페라와 달리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을 ‘레치타티보’라고 한다고 하는데 검색해보니 레치타티보 종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해지고, 이탈리아어가 아닌 오페라에서 사용된다고 하는데 베르디 오페라에도 있는 형식인가보다. 이번 공연에선 대사처리를 한국어로 해서 조금 어색했지만 독일어로 했어도 어색하긴 마찬가지였을듯.
기회가 된다면 무대장치까지 제대로 갖춘 마술피리를 봐야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