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13일 수요일

아니쉬 카푸어전



왠지 리움은 가고싶은 생각이 안들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 몇 번의 자극으로 가야겠다 마음먹고도 시간이 안되서 결국 못가나보다 했는데 전시 마지막 날 극적으로 방문.
아니쉬 카푸어란 사람을 모르던 시절에 보았을 때도 이건 뭐지? 하며 한 번 더 돌아보게 했던 Void 시리즈는 역시나 오묘했다. 그저 원색의 작품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그 원색과 공간의 조화가 심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다른 블로그에서 리뷰를 몇 번 봤기 때문에 실제 눈으로 봤을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나의 몸 너의 몸'이다. 규모로 압도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작품보다 특별한 안료를 쓴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의 무엇이 그리 특별히 다가온건진 모르겠지만 한참을 머물러있게 했다. 리움 소장이라고 하니 언젠가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도.

설치 미술의 경우 작가가 작업한 작품을 이동해 가져오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작가의 레시피가 있고, 전시하는 현지에서 레시피에 따라 설치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아니쉬 카푸어전의 작품도 그의 공방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아니쉬 카푸어가 검수를 했다고 들었다. 작품을 보는 중간중간 물어보니 ‘Yellow’라는 작품은 로열 아카데미에 전시했던 작품을 그대로 갖고 온 것이라고 하고, ‘무제’라는 작품은 세 개의 똑같은 텅빈 반구가 3면의 벽에 붙어 있는데 이 중 하나는 프라다 컬렉션에서 가져온 것이고 둘은 리움 전시를 위해 제작했다고 한다. 원래 하나만 있을 때는 비움으로부터의 채움? 뭐 이런 비슷한 이름의 작품이었다고 하는데 작품 앞에 서면 텅 비어 있음에도 꽉 차 있는 느낌,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무제'는 같은 작품이 세 개가 있는터라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똑같은걸 두 번 더 보면서 무얼 더 느끼길 원한건지 대략 난감하고 표정관리가 안되더라.

‘나의 붉은 모국’과 ‘스택'은 음과 양, 여성과 남성을 뜻하는 창조와 생성의 공간, 블랙박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나의 붉은 모국’은 커다란 해머가 시계바늘처럼 한시간에 한바퀴씩 회전하면서 붉은 왁스를 긁고 지나가면 그 궤적을 따라 작품이 자가 생성되도록 구성된 것인데 이야말로 설치 미술의 정석이 아닌가 싶다. 문득 그럼 이 작품은 세계 어디에서 전시되어도 이 레시피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컨셉에 따라 ‘스택’이 아래위로 움직이며 자가 생성될 수도 있다고 한다.

야외의 작품들도 멋지다. 사진으로 보면서 음? 이건 시카고 밀레니엄 광장에 있는 그 작품과 비슷한데? 싶었는데 그 작품도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 맞았는지. 결과적으로는 가길 잘했다 싶다. 8천원으로 이런 작품들을 볼 수 있다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대규모 개인 전시회라고 하는데 이런 전시를 기획한 리움 참 대단하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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