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버님께서 우리 친정 식구들과 식사 자리를 한 번 갖고 싶다고 청하셔서(영우 돌 때부터 말씀하셨는데 이제서야) 자리를 갖게 되었다. 형님도 내려오시기로 하셔서 저녁식사 전에 동화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휴가를 내서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영우를 데리러 갔더니 우리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음이 찌릿찌릿하다. 하원길의 단풍과 낙엽이 이뻐서, 여름에 녹색이었던 잎들이 가을이 되서 노랗게 빨갛게 변한거야 했더니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 한다. 지난 번에 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새 잎이 나는 이야기들을 해주기는 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중에 생활 기록장을 보니 할머니랑 하원하는 길에도 '나뭇잎이 떨어진다. 잎이 어떻게 저렇게 물들었을까? 나뭇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난다.' 라고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표현력도 꽤나 좋다.
큰고모와 큰고모부를 만나기 위해 동화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정말 아름답다. 수년 전 이맘때 쯤에 이 길을 지나며 감탄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영우도 단풍을 보며 감탄감탄, 핑크색을 좋아하는 영우에게 팔공산의 붉은 단풍은 딱 취향저격이었나보다. 고모를 만나 동화사 구경도 하고, 암자에 종치는 모습도 보고, 부처님 할아버지도 보고, 동전도 던져보고, 토피어리 앞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좀 찍어줄걸 아쉬움이 남네.
오랜만의 밤나들이라 아빠 차 안에서 달을 보며 달리는 것에도 신난 영우. 너무 업되어 있어서 밥을 제대로 안먹는 것이 문제다. 산해진미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집에 돌아와서 케잌이니 과일이니 먹기는 했지만 밥을 잘 못챙겨 먹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맨밥만 먹는 영우를 보며 고모도 안타까우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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