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일 목요일

979일 일상

아침이다. 잠결에 영우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이어서 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더 자고 싶고 피곤하긴 하지만 이렇게 신나서 달려오는 영우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행복감. 전 날은 엄마아빠랑 자네, 할머니랑 자네 하다가 엄마아빠랑 잘 거면 베개 들고 와야지 했더니 정말로 베개를 들고 와서 내 옆에 누웠다. 3초 누워있다가 다시 베개 들고 할머니한테로 갔지만 이제 엄마아빠랑 자는 것도 받아들일만 한가보다 싶어 안도가 되었다.
이 날은 엄마아빠가 부산에서 식사 약속이 있으셨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 올라가는 시간까지 돌아오기 힘들어서 영우도 데리고 가시기로 했다. 함께 보낼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야해서 잘 놀아주지를 못했다. 내 친구는 영우가 5개월 되었을 때일까,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32개월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어 쓰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 ABC 노래와 영어로 색깔을 읊으며 실력을 뽐낸다. 영우야 이모가 영어로 이야기해줬어? 했더니 응 하는 것을 보고 친구가 영어로 이야기 안했는데 거짓말하네 했더니 했어, 하이파이브 한다. 친구와 high five, fist bump을 몇 번 했는데 파이브를 듣고는 영어인 것을 인지했나보다.
한 시가 넘어서 영우는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배꼽인사를 하며 엄마아빠 잘 놀았습니다 하고는 떠났다. 잘 놀아줘서 고맙고, 난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간다,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영우. 역시 아쉬운건 나 뿐이지. 식사 모임에서 영우는 노래를 몇 곡이나 선보이며 재롱을 떨고 6만원을 받아왔다. 6만원은 안동여행에 가서 쓰기로 했다. 기대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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