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일 화요일

978일 네이처파크 나들이

전 날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통화를 했는데, 지금 가고 있으니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던 것이 기억나나보다.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엄마아빠 있어? 묻길래 우리 좀 더 자게 하려고 없다고 했더니 아닌데 하면서 우리가 자고 있는 방으로 왔다. 아침에 영우가 달려와서 깨우면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은 왜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을날이 아닐까 싶어 동생이 추천해준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로 나들이를 갔다. 우리 어렸을 때는 냉천 자연농원으로 불리우던 곳인데,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여름에는 스파밸리를 운영하는 모양이고, 그 옆의 산 하나를 테마별로 꾸며 놓았다. 닭, 토끼, 공작을 방사하기도 하고, 뜻밖에 호랑이와 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카약도 탈 수 있고, 좀 큰 아이들은 정글체험이라는 주제로 암벽타기, 밧줄다리 건너기, 슬라이더 타기 등도 해볼 수 있다. 할로윈이라 장식도 많이 되어 있고 엄청난 규모인데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컨셉의 터널이 있었는데 영우는 큰 거미들이 좀 무서운가보다. 평소에 터널을 좋아하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유모차를 타고 캐노피를 푹 씌운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큰 한숨을 휴 내쉬는데 어찌나 웃긴지, 캐노피로 시야를 가리는 것도 웃기고, 무서움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것도 웃기다.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많았지만 영우가 가장 좋아했던건 모래놀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부산여행 이후로 계속 실려 있던 삽을 발견하고는 흙을 만날 때마다 삽으로 떠보려한다. 유모차를 타고 가다가 모래를 발견하고는 내려내려, 지나칠까봐 마음이 급하다. 삽 한자루와 모래만으로도 한참동안 즐거운지.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동물보다는 동물모형에 더 관심이 많다. 모형에 올라가보고 나름대로 포즈도 취하고 옆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올라가면 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제 어딘가 기어올라갈까봐 제지해야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나보다. 동물원을 나서는데 폴리 풍선을 판다. 집에 앰버 풍선만 두 개나 있으니 폴리 풍선을 사고 싶어해서 사주려 했는데 자그마치 5천원이나 한다. 너무 비싸서 다른데 가서 사주겠다고 하니 수긍하고 떼쓰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매점 앞에서 신랑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니까 '커피 좀 사러가볼까' 하며 영우가 앞장을 선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이제 제법 심부름도 시킬 수 있겠다싶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야외에서 4시간이나 머물렀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온종일 노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곳곳에 조명장치 해둔 것을 보니 야경도 꽤나 멋질 것 같다. 아직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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