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30일 월요일

국립오페라단 2013 오페라갈라


제야 음악회는 무리일거 같아서 오페라 갈라로 올해 공연은 이제 끝.
파르지팔 서곡으로 시작해서 돈 카를로, 오텔로,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 돈 조반니, 팔스타프, 박쥐의 주요 장면들이 이어졌다. 실제로 전 편을 다 본 건 오텔로와 카르멘밖에 없지만 나머지 작품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한 작품당 3곡~5곡 정도였는데 그 짧은 공연을 위해 무대장치에 들인 공이 엄청나다. 전환도 빠르고 조명도 잘 활용해서 매 작품마다 완전 다른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돈 조반니를 올리나본데 이번 갈라에서 보여준 돈 조반니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속옷 입은 여자들을 보게될 줄이야. 새로운 시도로 대중에게 더 다가갈 것인가, 예술 애호가들에게 외면받을 것인가, 살짝 궁금하기도.

위험한 관계


갑자기 소설이 읽고 싶어서, 잘못 골라서 재미없는거 꾸역꾸역 읽는건 피하고 싶어서,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빅픽쳐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중에 골라보았다.
가볍게 읽기 좋았고 쉽게 읽힌다. 재미있는 부분은 같은 영어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간의 분위기나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고 하는데,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미국인이 쓸데없이 진지하다고 생각하고 미국인은 영국인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사람들이 눈만 마주쳐도 인사하고 친절한데 영국은 그렇지 않다고 하니 그 차이가 신기할 따름. 하긴 한 나라 국민들도 지역색이 있는데, 그리 생각하니 신기할 것도 없군.
암튼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의 연애도, 전문직 여성의 임신출산경험도, 이후 펼쳐지는 법정공방도 재미있게 읽었다.

2013년 12월 27일 금요일

호두까기 인형


작년에도 보러 갔었는데 엄청 졸았던 것인지 무대장치가 어땠는지, 캐스팅이 누구였는지 등이 전혀 생각이 안난다. 좋은 음악에 많은 볼거리들이 있어 발레에 대한 만족도는 높은 편인데 같은 작품을 봐도 몰입도는 매우 다르다.
이번엔 김기완과 박슬기.  
아 정말 이 우월한 김기완을 어쩌면 좋을까. 체공시간이 남다르다. 너무나 멋진 사람!! 2막부터 등장하는데다 파드되도 너무 짧아 아쉽기만 하다. 언제 또 볼 수 있으려나. 김기완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호두까기 인형은 만 5세부터 관람이 가능하다. 그래서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은데 뒷좌석 아이는 공연내내 아빠와 얘기하고, 발을 구르고, 내 의자를 발로 차고 하는 통에 너무 신경이 쓰였다. 공연관람예절 교육이 필요한 시점.

2013년 12월 26일 목요일

보드타러 가고싶다.

어제 TV에서 보드타는 사람들이 나오길래 아 보드타고 싶다~ 했는데 오늘 싸이에서는 2007년 오크밸리에서, 2004년 베어스타운에서 보드타던 시절을 보여준다.
몸 움직이기 참 싫어라 하는데 신랑의 엄청난 노력으로 시즌권까지 끊어서 이곳 저곳 열심히 다녔더랬다.
긍정이가 빨리 커서 보드 같이 타러 갔으면 좋겠다. 긍정이 크면 할 일이 참으로 많구나.

2013년 12월 25일 수요일

당신의 주말은 몇개입니까


만들고 싶은 습관 : 영어공부하는 습관
근데 이건 쓰고도 참 민망하네요. 영어공부를 하지도 않으면서 이런걸 습관화하고 싶다고 말하다니..
없애고 싶은 습관 : 하루에 세 개씩 스케쥴 잡는 습관
저는 일정 잡을 때 거기까지 간 김에 이것도 해야지, 저것도 해야지 꾸역꾸역 일정을 밀어넣고 계속 다음주, 그다음주 일정을 생각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너무 피곤하죠. 이제 좀 쉬고 싶네요ㅠㅠ
라고 3월 22일에 썼다. 3월의 독서모임 주제가 습관이었고, 만들고 싶은 습관과 없애고 싶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만들고 싶은 습관은 당연히 안 만들어졌고, 애초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적도 없다. 없애고 싶은 습관은 여전히..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몸이 힘들어서 평일 저녁에도 늦게까지 앉아있는건 힘들고, 주말에 세 개는 무리지만 매우 의식적으로 스케쥴 밀어넣는걸 막고 있다.

여전히 이러고 있다보니 제목만 보고 꽂힌 책이었는데 에세이라 큰 기대 안하고 읽었고, 딱 생각한대로다. 창작을 하는 예술가와 함께 산다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겠다 싶은 정도의 소감.

쓸모없는 생각.

출산 이후 내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잘 안되다보니 일단 그 전에 사람들이라도 많이 만나자 싶어 약속을 좀 많이 잡았다. 이제 31일 모임만 남고 마무리. 못 만난 사람들은 신년회랍시고 또 만날테지. 
2년 만에 만나게 된 모임도 있고, 한 달만 못봐도 보고싶어 안달나는 모임도 있고, 어쩔 수 없이 만나러 가야하는 모임도 있다. 
의외로 모임 후 부작용이 있는 것이, 이제 나의 관심사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거나, 나는 이제 이 모임에 잘 낄 수 없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거나 할 때 우울해진다. 그리고 재미없다. 그 시간을 즐기지 못하고 미리부터 우울해지니 참 별로다.
그러다 즐거운 모임에 나가게 되면 또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어찌나 일희일비하는지. 그냥 이 순간을 즐기면 될 것을. 

2013년 12월 11일 수요일

임신 후 변화

우선 모든 임신&출산하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렇게 힘든 일을 해내다니.
입덧을 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다행이다, 수월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선 참 다행이다 생각하는데 입덧이 다가 아니었다. 그 외에도 힘든게 많다. 요즘 새삼 느끼는 건, 어쩜 그렇게들 힘든 티를 안내고 회사를 열심히 다녔을까. 지나고 나서야 출산이 너무 힘들어 임신 중 힘든건 생각도 안난다고 하더라도, 임신 기간 중 힘들다 어떻다 이야기하는건 많이 못들어본 것 같다. 대단한 사람들.

임신 후 힘들어지는 것들에 개인차는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아래와 같다.
양말(스타킹) 신기, 바지 갈아입기 힘들다. 만삭때 배가 심하게 나와야 일어나는 일인지 알았더니 아니었다. 이런 행동을 하기 위해선 선 상태에서 다리를 들어올려야 하는데 이때 복근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복근에 힘이 잘 안들어가니 양말, 스타킹, 바지 신고 벗기가 참 힘들다.
배가 아프다. 남들이 말하는 배가 뭉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배가 뭉친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없고 초기부터 계속해서 배가 아프다. 분명한 건 오래 앉아있거나, 많이 걷거나 하면 더 심해진다는 것인데 집에서 쉬면서 누워 있다가도 배가 아프긴 하니까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다. 배가 아픈 사람은 별로 없는지 유경험자들도 다들 갸우뚱한다.
계단 오르기가 힘들다. 남들은 운동삼아 계단을 오르내린다는데 계단을 오르는게 너무 힘들다. 계단을 오를때면 배가 같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다리를 들어올리며 배에 주는 압박 때문인지 매우 불편하고 힘들다.
화장실에 자주 간다. 소변 보러는 초기부터 자주 갔었는데 최근에는 큰 볼일 보고싶은 느낌이 계속된다. 자궁이 커지면서 어느 부위를 압박하고 있는건지 볼일 보고 싶은 느낌이 자주 드는데 막상 화장실에 가면 시원하게 일을 보지는 못해서 그또한 괴로운 일이다. 가스도 더 자주 차는 것 같다.
이건 힘든건 아니고 신기한거. 배꼽이 점점 튀어나온다. 쏙 들어가있던 배꼽이 배가 나오면서 평평해져가고 있다. 튀어나오지야 않겠지만 배꼽 모양을 보고 있으니 느낌이 굉장히 이상하다. 

나도 겪어보기 전까진 얼마나 힘들지 잘 몰랐다. 대중교통에서 임산부 배려는 꼭 필요한 일이다. 요즘은 인식이 달라졌다고들 하더라만 내가 체감하기로는 별로, 스마트폰 때문에 사람들이 내 앞에 누가 섰는지 관심도 없고 알아도 모른척하는걸 더 많이 본다. 다들 그러지 말자구요. 

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데이빗 핀켈 리사이틀

토요일은 바이올린 소나타를, 일요일은 첼로 소나타를. 이 무슨 호사인지~ 긍정이가 빨리 자라서 공연보러 함께 다니는 날이 와야 할텐데!
첼리스트 데이빗 핀켈과 피아니스트 우 한은 부부이다. 부부 듀오로써 연간 100회 이상 함께 공연한다고 하는데, 둘이 함께 호흡하며 박자를 맞추고 서로의 연주를 느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많은 연주자들을 어찌 다 알까마는 데이빗 핀켈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 큰 기대 없이 갔는데 10대 첼리스트 안에 들고, 활발히 활동하는 분이라고 한다. 시작할 때 피아니스트 우 한의 해설도 좋았고, 특별히 예습하지 않아도 편히 들을 수 있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라 좋았고, 부부의 박력(?) 넘치는 연주도 좋았다. 레퍼런스 연주가 리히터와 로스트로포비치라 실망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실연은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고 감동적이다.
첼로 소나타 1,2번은 베토벤 초기, 3번은 중기, 4,5번은 후기라 나누어서 연주했는데 1,2번은 피아노가 주도적으로, 3번은 피아노와 첼로가 동등하게 연주해나간다고 한다. 후기 음악은 귀가 안들리는 상태에 작곡된 것이라 남들이 어떻게 들을지보다는 본인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때로는 종이에서만 표현되는 음역들이라 약간은 현대음악처럼 불협화음이 느껴지기도 한다지만 아직까지는 설명을 듣고 들어도 잘 모르겠다. 베토벤의 생애에 걸친 작곡 스타일 변화를 하루에 느끼기에는 첼로 소나타가 제일이라고.
아래는 데이빗 핀켓의 기사. 사진은 매우 젊은 시절의 사진인듯 :)
예술의 전당. 12/08/13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5번

클라라 주미 강&손열음의 Fantasy for two

손열음은 전부터 신랑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였고, 관심갖고 지켜보고 있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둘의 듀오콘서트라니 보러 가지 않을 수 없다~
1부는 어쩐지 좀 평이하다 싶기까지 할 정도로 두 연주자의 소리가 조화로워 딱 듣기 좋은 연주. 2부 첫 곡인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는 우리 사실은 이 정도 기량이야 1부에선 좀 심심했지? 싶은 열정적인 연주. 난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자체가 듣기 편하진 않지만 신랑은 참 좋았다고.
앵콜 첫 곡은 마지막곡이었던 카르멘을 다른 편곡으로 연주했는데 그 시도가 참 좋았다. 두번째 앵콜 연주 중 주미 강의 바이올린 현이 끊어지는 바람에 손열음이 준비되지 않은채로 독주를 했는데 여기저기 신청곡 쏟아지고, 재미있는 경험.
나도 마음 속으로 겨울 바람을 신청했는데 처음 이 영상을 보았을 때는 후덜덜했었는데 이제는 그녀의 연주에 익숙해졌는지 손열음이 이정도쯤이야~ 싶다.
손열음이 연주한 쇼팽의 겨울바람.

두 사람의 인연이 10년이 넘는다고 하는데, 처음 시도한 듀오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나서 내가 다 뿌듯하고 기특하다. 정말 훌륭한 두 연주자, 앞으로 더욱더 성장해나가리라 기대하고, 그녀들과 쭉 함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니 기쁘다.

예술의 전당. 12/07/13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7번 G장조, K.379
슈베르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C장조, D.934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단조, op.80
후바이 카르멘 판타지 브릴란테

2013년 12월 6일 금요일

협동의 경제학


요즘 흐지부지되어가고 있는 독서모임의 메인책이다. 독서모임 리더께서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으셔서 선정되었는데 내게는 어려웠고, 협동조함에 관심 많으셨던 분들도 읽기 어려웠다고 한다.
시장경제와 함께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의 네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4박자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전하고 있으며 사례도 많으나 이 모든 것을 엮어서 이해하기에는 나의 지식이 짧았다.
사례들 중엔 몇 가지 인상적인 것이 있었는데 하나는 신뢰도와 관련된 것. 미국인들의 일반적 신뢰도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베이비붐 세대에서는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들이 다른 세대에 비해 더 공평한 부의 배분을 경험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개인적 배경보다 전체적인 사회 후생 수준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여 소득재분배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필요한 도덕적 기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2차 베이비붐 세대도 고도 성장기를 경험하면서 386세대로 거듭났었는데 비슷한 현상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리고 스웨덴의 사례. 스웨덴이 알고보면 한국과 성장 전략이 유사하다고 한다. 수출 경제이고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이뤘으며 외환 위기를 겪었고 산업 고도화에 성공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성장을 이룩하기 위해 밟아온 길은 거의 정반대다. 스웨덴이 우여곡절 속에서도 평등 전략을 고수했다면 한국은 줄곧 불평등 전략을 구사했다. 똑같이 임금을 억제했지만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스스로 했다면 한국은 군홧발과 제도로 짓밟았다. 똑같이 교육면에서 최고의 성과를 자랑하지만 한 쪽은 평등과 협력 교육이, 다른 한 쪽은 극단적 경쟁 교육이 중심을 이룬다.
이러한 사례는 접할 때마다 우울하지만, 그래도 협동조합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니 우리도 언젠가는 평등과 협력 교육을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움트겠지.

내 아이를 위한 두뇌코칭


아빠가 읽어보라고 주신 책.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태교를 위해 모짜르트를 듣고, 수학 정석을 푸는 것이 아이의 두뇌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체중, 영양섭취, 스트레스, 운동. 당연한 것이지만 내가 스트레스 안 받고 골고루 영양을 섭취해서 필요한 만큼만 체중을 늘릴 수 있도록 운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과서적이지만 와닿는 지침을 준다.
많은 예비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지 고민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아이의 감정이 어떠한지에 대해 계속 살피는 것이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첫걸음이다. 
얼마 전 이종사촌을 만나서 그녀와 아이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레스토랑에서 아이가 의자에 놓인 쿠션들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그러지 말라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조목조목(장시간!) 설명을 하며 아이에게서 그러면 안된다는 말을 유도해냈다. 그 모습을 볼 때에도 살짝 감동을 먹었고 선생님이라 그런지 교육법이 남다르구나 싶었는데 책에서도 아이의 도덕성을 길러주는 적절한 방법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긍정이가 태어난 후에도 까먹지 말고 읽어봐야 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