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0일 일요일

991일 큰고모, 큰고모부와의 저녁식사

아주버님께서 우리 친정 식구들과 식사 자리를 한 번 갖고 싶다고 청하셔서(영우 돌 때부터 말씀하셨는데 이제서야) 자리를 갖게 되었다. 형님도 내려오시기로 하셔서 저녁식사 전에 동화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휴가를 내서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에 맞추어 영우를 데리러 갔더니 우리를 보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음이 찌릿찌릿하다. 하원길의 단풍과 낙엽이 이뻐서, 여름에 녹색이었던 잎들이 가을이 되서 노랗게 빨갛게 변한거야 했더니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 한다. 지난 번에 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새 잎이 나는 이야기들을 해주기는 했지만 기억하고 있었다니! 나중에 생활 기록장을 보니 할머니랑 하원하는 길에도 '나뭇잎이 떨어진다. 잎이 어떻게 저렇게 물들었을까? 나뭇잎이 떨어지고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난다.' 라고 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기억력도 기억력이지만 표현력도 꽤나 좋다.
큰고모와 큰고모부를 만나기 위해 동화사로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정말 아름답다. 수년 전 이맘때 쯤에 이 길을 지나며 감탄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영우도 단풍을 보며 감탄감탄, 핑크색을 좋아하는 영우에게 팔공산의 붉은 단풍은 딱 취향저격이었나보다. 고모를 만나 동화사 구경도 하고, 암자에 종치는 모습도 보고, 부처님 할아버지도 보고, 동전도 던져보고, 토피어리 앞에서 사진도 찍어본다. 지금 생각해보니 단풍나무 앞에서 사진도 좀 찍어줄걸 아쉬움이 남네.
오랜만의 밤나들이라 아빠 차 안에서 달을 보며 달리는 것에도 신난 영우. 너무 업되어 있어서 밥을 제대로 안먹는 것이 문제다. 산해진미가 있어도 먹지를 못하니. 집에 돌아와서 케잌이니 과일이니 먹기는 했지만 밥을 잘 못챙겨 먹일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맨밥만 먹는 영우를 보며 고모도 안타까우셨을듯.

990일 통화

동생이 올린 동영상을 보니 2분밖에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참 버라이어티한 일이 벌어진다. 막 목욕을 마친 후에 영우의 노래로 시작한 동영상에는 목욕을 하다가 그냥 한 번 목욕물 마셨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요 위에 쉬를 싸고는 할머니한테 쉬 쌌다고 뛰어가는 뒷태로 마무리된다.
동영상이 너무 웃겨서 통화하면서 목욕물을 왜 먹었냐고 했더니 재미로 먹어봤단다. 엄마아빠 내일 갈게 했더니 신발을 갖고 오란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파도 갖고 오란다. 동생이 내일 누구와요? 했더니 통닭아빠라며, 아빠가 통닭 갖고 오냐니깐 그렇다고 대답했었는데 영우가 드디어 엄마아빠는 뭔가를 주문하면 사오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인가. 그런데 하필이면 이번 주에는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네.

988일 감기

지난 주말 국화축제의 여파로 감기가 심해져서 밤새 기침을 많이 하길래 어린이집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영우만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라 지민이는 폐렴으로 입원을 했고, 병원에서 만난 미주도 일주일간 결석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 선생님이 영우 괜찮은지 따로 전화도 주셨다고 한다. 어쩐지 전 날 어린이집 카페에 올라온 수업 사진에 아이들이 세 명밖에 없더라니 모두 감기에 걸렸었구나.
그래도 병원 다녀온 후 저녁 때는 상태가 좀 괜찮아보여서 감기 빨리 낫자 영우야, 주말에 같이 여행 가야지 했더니 '감기 안나을래 여행 안갈래' 한다. 영우도 힘들긴 한가보다. 다행히 감기가 더 심해지지는 않아서 하루만 결석하고 다음 날부터는 어린이집에 나갈 수 있었다. 주말 여행 때 감기가 더 심해질까봐 걱정걱정.

985일 국화축제

수목원에서 국화축제를 한다더니 엄마아빠가 영우를 데리고 국화축제에 다녀오셨다. 사진을 보니 꽤나 잘 꾸며진 축제라 사람도 많고 영우도 신이 나서 여기저기 뛰어다녔나보다. 국화로 꾸며놓은 코끼리, 기린, 공룡, 하트 등이 인상 깊었는지 하나하나 짚어서 이야기해준다. '코끼리도 보고 기린도 보고 공룡도 봤어요. 즐거웠어요.' 한다. 오랜만에 엄마도 함께 한 나들이여서인지 엄마가 코디도 이쁘게 해주셨다. 빨간색과 초록색이 어우러진 크리스마스룩에 노란색 가방까지, 어쩜 그리 귀여운지. 엄마아빠가 영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주셔서 감사한데 감기에 걸려버린 것이 옥의 티.

2016년 11월 3일 목요일

10월의 문화생활

로미오와 줄리엣
발레는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데, 내용을 알면 더 재미있지만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줄리엣이 등장하기도 전에 잠들어버렸다. 나중에 찾아보니 50대의 줄리엣을 초대해서 꽤 화제가 된 공연이었나본데 아무 준비 없이 간 것이 좀 아쉽다. 외국인 무용수들이 많은 것이 특이하긴 했지만 유니버셜 발레단은 확실히 기량이 떨어져서 눈이 덜 즐겁다. 지난 번에 발레를 보고난 후에 잘하는 사람 거 골라서 봐야지 생각했는데 너무 준비없이 왔다. 실패하는 공연도 있어야 다음이 즐겁겠지.

9월의 문화생활

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이 그린 뉴욕은 어떨까, 미드나잇 인 파리를 기대하며 보러갔다. 신랑한테도 뉴욕이 나올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영화 초반은 LA가 배경이어서 잘못 안 줄 알았다. 뉴욕의 풍경도 이른 아침의 센트럴 파크 외엔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풍경은 덤일뿐, 우리 앨런의 영화가 좋아야 하는건데, 그는 무덤덤하게 인간의 욕망, 흔들리는 신념 등을 그려낸다. 그 바람에 초반의 달달했던 로맨스도 그냥 무덤덤해진다. 우디 앨런 영화같다 정도의 평이 적당한 것 같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정말 좋았는데..

980일 병원놀이

전화를 걸어보니 영우는 병원놀이를 하고 있다. 할머니에게 청진도 해보고 체온도 재본다. 체온계는 꼭 두 개를 갖고 와서 귀에도 대 보고, 겨드랑이에도 대본다. 할머니 열이 40도라고 하길래 그러면 할머니 병원가야겠다고 했더니 갑자기 운다. 할머니 병원 가는게 영우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것일지, 보고 있는 내가 다 짠하다. 할머니 병원 안가려면 37도라고 하면 된다과 했더니 이후에는 꼬박꼬박 37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주사도 한 방. 귀여운 녀석.

979일 일상

아침이다. 잠결에 영우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이어서 다다다다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더 자고 싶고 피곤하긴 하지만 이렇게 신나서 달려오는 영우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행복감. 전 날은 엄마아빠랑 자네, 할머니랑 자네 하다가 엄마아빠랑 잘 거면 베개 들고 와야지 했더니 정말로 베개를 들고 와서 내 옆에 누웠다. 3초 누워있다가 다시 베개 들고 할머니한테로 갔지만 이제 엄마아빠랑 자는 것도 받아들일만 한가보다 싶어 안도가 되었다.
이 날은 엄마아빠가 부산에서 식사 약속이 있으셨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우리 올라가는 시간까지 돌아오기 힘들어서 영우도 데리고 가시기로 했다. 함께 보낼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만나야해서 잘 놀아주지를 못했다. 내 친구는 영우가 5개월 되었을 때일까,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제 32개월 직립보행에 말까지 하는 아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영어 쓰는 나라에서 왔다고 하니 ABC 노래와 영어로 색깔을 읊으며 실력을 뽐낸다. 영우야 이모가 영어로 이야기해줬어? 했더니 응 하는 것을 보고 친구가 영어로 이야기 안했는데 거짓말하네 했더니 했어, 하이파이브 한다. 친구와 high five, fist bump을 몇 번 했는데 파이브를 듣고는 영어인 것을 인지했나보다.
한 시가 넘어서 영우는 부산으로 출발하였다. 배꼽인사를 하며 엄마아빠 잘 놀았습니다 하고는 떠났다. 잘 놀아줘서 고맙고, 난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간다, 뒤도 안돌아보고 가는 영우. 역시 아쉬운건 나 뿐이지. 식사 모임에서 영우는 노래를 몇 곡이나 선보이며 재롱을 떨고 6만원을 받아왔다. 6만원은 안동여행에 가서 쓰기로 했다. 기대되어라.

2016년 11월 1일 화요일

978일 네이처파크 나들이

전 날 내려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통화를 했는데, 지금 가고 있으니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했던 것이 기억나나보다. 일어나서 할머니한테 엄마아빠 있어? 묻길래 우리 좀 더 자게 하려고 없다고 했더니 아닌데 하면서 우리가 자고 있는 방으로 왔다. 아침에 영우가 달려와서 깨우면 한편으로는 정말 행복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들은 왜 늦잠을 자지 않는 것인가 싶다.
마지막으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을날이 아닐까 싶어 동생이 추천해준 스파밸리 네이처파크로 나들이를 갔다. 우리 어렸을 때는 냉천 자연농원으로 불리우던 곳인데,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여름에는 스파밸리를 운영하는 모양이고, 그 옆의 산 하나를 테마별로 꾸며 놓았다. 닭, 토끼, 공작을 방사하기도 하고, 뜻밖에 호랑이와 사자를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고, 카약도 탈 수 있고, 좀 큰 아이들은 정글체험이라는 주제로 암벽타기, 밧줄다리 건너기, 슬라이더 타기 등도 해볼 수 있다. 할로윈이라 장식도 많이 되어 있고 엄청난 규모인데도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거미줄로 만들어진 컨셉의 터널이 있었는데 영우는 큰 거미들이 좀 무서운가보다. 평소에 터널을 좋아하지만 들어가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유모차를 타고 캐노피를 푹 씌운 다음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터널을 통과한 후에는 큰 한숨을 휴 내쉬는데 어찌나 웃긴지, 캐노피로 시야를 가리는 것도 웃기고, 무서움을 떨쳐내려 노력하는 것도 웃기다. 여러가지 볼거리들이 많았지만 영우가 가장 좋아했던건 모래놀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부산여행 이후로 계속 실려 있던 삽을 발견하고는 흙을 만날 때마다 삽으로 떠보려한다. 유모차를 타고 가다가 모래를 발견하고는 내려내려, 지나칠까봐 마음이 급하다. 삽 한자루와 모래만으로도 한참동안 즐거운지.
동물원을 구경하는데 동물보다는 동물모형에 더 관심이 많다. 모형에 올라가보고 나름대로 포즈도 취하고 옆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올라가면 된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이제 어딘가 기어올라갈까봐 제지해야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나보다. 동물원을 나서는데 폴리 풍선을 판다. 집에 앰버 풍선만 두 개나 있으니 폴리 풍선을 사고 싶어해서 사주려 했는데 자그마치 5천원이나 한다. 너무 비싸서 다른데 가서 사주겠다고 하니 수긍하고 떼쓰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매점 앞에서 신랑이 커피를 마시고 싶어하니까 '커피 좀 사러가볼까' 하며 영우가 앞장을 선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이제 제법 심부름도 시킬 수 있겠다싶다. 생각보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야외에서 4시간이나 머물렀다. 아이가 좀 더 크면 온종일 노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고, 곳곳에 조명장치 해둔 것을 보니 야경도 꽤나 멋질 것 같다. 아직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그래도 꽤 괜찮았던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