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9일 목요일

분석의 힘


지금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의 업무 중에 BI 영역이 포함되게 된다. 그 때문에 팀장이 읽어보라고 한 책. 삼일회계법인에서 BI 프로젝트를 많이 한 컨설턴트가 쓴 책이다.
경험 많은 컨설턴트가 맘 먹고 하는 말이니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고 당연한 말들이다. 당연한 것들이지만 전혀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BI란 것을 조직에 어떻게 정착시키고 문화를 만들어낼지가 문제이고 고민이다.

빅데이터 이슈와 맞물려 사내 정보분석 조직을 만들고 어떻게 visioning을 할지 고민이라면 참고해볼 만하다.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


빅데이터가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면서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출판되었다. 너무 원론적이거나, 식상한 타사 사례만 잔뜩 늘어놓거나, SNS에서 파생된 데이터가 빅데이터의 전부인양 이야기하거나, 지나치게 흥미 위주이거나 한 책들 사이에서 이 책이 가장 와닿는게 많았다.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고정관념과 편견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끔 한다.
가장 감명깊은 한 구절을 소개하자면 '많은 데이터를 가진 간단한 모델이 적은 데이터를 가진 정교한 모델보다 뛰어나다'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샘플링을 잘 하는 것, 정교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는데 이제는 샘플링을 할 필요조차 없는 환경이 됐다는 것. 따라서 전체 데이터를 사용하여 심플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지난 10년동안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제는 인과성보다 상관성이 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급변하는 이 사회에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이유가 아니라 결론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첫 직장에서 두 명의 상사가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분은 모델은 무조건 Lift(모델 향상도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가 중요하다는 것. 0.01 차이라 하더라도 lift가 높으면 그 모델을 써야 하고 얼마나 복잡한 모델을 쓰던지 상관없다는 것. 다른 한 분은 lift 차이가 크지 않다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쓰는게 낫다는 것. 당시에는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같은 학교에서 같은 학문을 배워도 저렇게 다르구나 싶을 뿐이었는데 빅데이터 시대가 되면 이런 논쟁도 의미가 없어지겠구나.

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도 재미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은 데이터를 가치있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   

2013년 8월 28일 수요일

AHAF 아시아 호텔 아트페어


수지형 덕분에 호텔에서 하는 아트페어에 가보는 호사를. VIP 티켓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만 입장 가능해서 한산한 편이고 라운지에서는 커피, 와인 등을 무제한 공급해줘서 된장삘이 충만해지는 경험이었다.
기존의 갤러리를 벗어나, 컨벤션에서 부스 형식으로 하는 방식을 벗어나, 호텔 객실 하나당 한 갤러리가 들어가 작품들을 전시해놓는 형식이었다. 욕실에도 걸어두고, , , 침대, 가구 등등을 활용하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신선한 방식이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좁다는 것이고, 큰 작품들을 입구 복도에 전시해놓은 경우 감상하기도 어렵고, 매일 보는 여의도 풍경이라 그런가 콘래드 호텔의 뷰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그렇지만 작품들은 기대 이상으로 볼만한 것들이 많았다. 좀 규모있는 갤러리는 스위트룸을 빌려 전시했는데 그 중 오페라 갤러리는 데미안 허스트, 살바도르 달리, 줄리안 오피 작품들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떠오르는 중국 작가들 작품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 작가들 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어찌나 취향이 저렴한지 40만원, 50만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사겠다는 결정은 하지 못했다. 미술품 사모으는게 취미인거 같은 고상한 사모님들 구경도 많이 했고 바로 옆에서 2천만원이 넘는 작품 매매하는 광경도 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지만 미술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봐야 제 맛.

2013년 8월 21일 수요일

속초 여행

프로젝트 중 휴가란 언감생심이지만 샌드위치 연휴에 개발자들까지 단체로 쉬기로 해서 초성수기에 얻은 소중한 휴가. 회사 콘도에 당첨되어 설악 한화콘도에 다녀왔다. 가기 전까진 설악산 바로 옆에 속초가 있는지도 몰랐던 국내 지리 무지랭이 1
아침 7시에 출발했는데 연휴의 시작이라 가평휴게소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좁은 고속도로에 밀려드는 차들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니 고속도로가 매주 이 모양인데, 매주 사람들의 시간이 낭비되고 있는데 4대강 사업이 웬말이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5시간만에 도착한 속초에서 첫 식사는 김정옥 할머니 순두부. 순두부가 순두부지 싶지만 다음 날 나름 맛집인 대청마루에서 먹은 순두부랑 비교하니 이 집이 낫다 싶다. 체크인 시간까지 속초시립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지은지 얼마 안되어서 실내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실외는 너무 더워 바로 콘도로 와서 휴식. 저녁은 속초 시내의 황가네 찜에서 생선찜을 먹었는데 저렴한 가격에 4가지나 되는 생선이 나오는 푸짐한 식사로 대만족. 그리고 유명하다는 속초 중앙시장을 갔는데 마주치는 5명 중에 한 명은 만석 닭강정을 들고 있는듯하다. 만석 닭강정 외에도 엄청 많은 닭강정 집이 있었는데 쌓여 있는 닭강정 물량들이 어마어마한데 제 때 소진되고 재고관리 잘 되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 씨앗 호떡이랑 뻥튀기 아이스크림에 줄 서서 먹던데 저녁을 너무 배불리 먹어서인지 더이상 먹을거에 욕심은 안나서 아이스크림만 먹고 돌아왔다.

다음 날, 수학여행 이후 처음으로 설악산에 가보았다. 물론 등산을 한 건 아니고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 그냥 내려오기는 아쉬워 75m 아래에 있는 작은 암자까지 갔다가 800년된 무학송을 보고 왔는데 올라오는 길에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한 세 번은 쉰 듯. 이 저질 체력을 어찌할꼬. 그래도 아침 일찍 서둘러 움직였던 덕분에 대기 시간도 거의 없고 돌아오는 길에 2km 이상 늘어선 차량 행렬을 보니 뿌듯하기도. 콘도로 돌아오는 길에 족욕공원에서 발 담그고 놀고, 들어와서는 늘어져 자고, 침대에서 눈을 뜨면 파란 하늘이 보이고, 놀고 먹고 자는 휴가이다. 저녁은 교동짬뽕에서. 지난 번 강릉에서 먹었던 교동짬뽕이 생각나 강릉에 갈까 했는데 짬뽕 하나 먹으러 왕복 세 시간은 아닌듯하여 찾아보니 속초에 분점이 생겼다. 대략 비슷한 맛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인근 시내를 구경다니는데 정말 오랜만에 보는 가게. 바로 현상소! 예전엔 놀러갔다오면 필름 맡기고 언제 현상되나 손꼽아 기다리고 했었는데 이제 세월이 좀 더 흐르면 아이들은 현상소라는 것을 모를테지?
마지막 날, 느지막히 일어나서 체크아웃하고 돌아오는 길. 계속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만 먹어서인지 어쩐지 햄버거가 땡긴다. 나중에 보니 이서진도 꽃할배에서 유럽여행 마지막에 햄버거 먹방을 선보였다고 하던데~ 그래서 이동 중에 검색을 해보니 홍천에 몽고버거가 유명하단다. 이름도 웃기지 몽고버거가 뭐람. 그래서 찾아가 보았는데 가게가 잘 보이지도 않고 완전 옛날식 인테리어에 옛날식 수제버거인 것이다. 떡볶이 노점상에서 팔던 것 같은 햄버거? 물론 그보다는 고퀄리티긴 했지만 이렇게 장사하는 곳이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내부에 손님은 우리 뿐이었는데 배달이 많은지 계속해서 포장을 하고 계셨다. 이 햄버거도 교동짬뽕처럼 나중에 생각날까?

이렇게 2 3일 속초 여행 마무리. 순 먹은 얘기밖에 없구만~

2013년 8월 20일 화요일

여지심경




어제 우리 팀이 거의 IT화 된다는 슬픈 소식이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했네.
집에 가면 자느라 바쁘고 회사 오면 우울함이 증대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팀 분위기가 나쁘진 않은 편인데 요즘은 팀 분위기 유지를 위해 늘어나는 술자리로 스트레스다.
우울할 땐 옛날 사진 보면서 스트레스 풀라는 신랑의 배려로 이름까지 붙여진 여지심경.
아침부터 들여다보며 힐링하고 있다.

여행가고 싶네. 이 프로젝트, 이 팀에서 도망치고 싶나보다.

2013년 8월 13일 화요일

청평 춘천 여행


서울에 피서 온 동생 덕분에 처음 가 본 쁘띠 프랑스와 제이드 가든.
그러고 보니 두 군데 다 근식이가 촬영한 드라마의 촬영지로군. 본의 아니게 성지순례?
쁘띠 프랑스는 아기자기하게 꾸며놓긴 했는데 이제 그런거 좋아할 나이는 지났나보다. 동생은 좋아라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지만 난 별 감흥이 없는지.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는 나도 그런 곳 찾아다니는거 좋아했던 것 같은데, 감성이 메말라간다.
제이드 가든은 생각보다 좋았다. 일부분만 본거라 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침고요수목원보다 덜 인위적이고 한적하고 조용한 것 같다. 특이할만한 점은 임산부가 참 많다는 것. 나무도 많고 깨끗해서 가을쯤 다시 가봐도 좋을 것 같다.
춘천에서는 갑작스레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닭갈비 먹고 차 타고 지나면서 소양강댐 바라보는걸로 마무리. 춘천은 예전에 친구들과 한 번 와 봤었는데 이른 아침, 걸어올라가면서 바라본 물안개 가득한 소양강댐은 마치 수묵화처럼 운치있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나들이 코스 둘러보고 오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 어쩌다보니 올 해 강원도에 여러 번 가게 되는데 강원도, 좋더라. 내일은 설악산으로~

2013년 8월 12일 월요일

청포도

아래 글을 쓰고 보니 문득 생각나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이육사의 청포도를 옮겨본다.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출처] 청포도 - 이육사|작성자 곰탱이

내 고향 8월은 사람이 익어가는 계절

어제 친구가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썼는데, 완전 빵터졌다.
너무 더운 그 곳. 1994년의 대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더위에 대해 논하지 말라.
드디어 1994년과 비교하는 기사들이 등장하는걸 보니 올 여름 정말 덥긴 더운가 보다.
http://www.diodeo.com/comuser/news/news_view.asp?news_code=198944

날이 더우니 괴로운 것은 지하철.
출근 시간의 지하철은 타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어 불쾌한 일도 별로 없고, 역사가 덥다고들 하지만 그만하면 쾌적한 편이다. 그러나 퇴근 시간의 지하철은 정말 괴롭다. 가장 괴로운 것은 자리에 앉았는데 옆사람에게서 나는 악취. 땀이 많이 나는 계절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정말 참을 수 없는 경우 그냥 서서 가는 것을 택한다.
이래저래 힘든 계절이다.

올해 가장 잘 한 일은 에어컨을 미리 산 것.
아침마다 잘 잤는지 체크하는데 잘 자고 잘 일어나는 신랑을 보니 참 다행이다.
여전히 전기요금이 걱정되긴 하지만 >.<

2013년 8월 5일 월요일

통섭의 식탁



21세기 통섭형 인재로 성공하기라는 주제에 통섭의 식탁이라는 제목의 도서는 매우 적합해 보인다. 최재천 교수가 통섭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신 분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물학자이다보니 소개해주는 책들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는 않는다. 기획 독서를 통해 통섭형 인재가 되자는 의도에 비해 동물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과학서적의 나열들은 와닿지가 않는다. 메인요리를 벗어나 일품요리와 퓨전요리에서는 읽어본 책들도 있고 흥미로운 주제도 있지만, 메인요리에서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넘치는 책들 중에 통섭형 인재가 되기 위한 다른 분야 책들을 소개받은 정도로 생각하면 가볍게 읽어볼만하다. 문제는 소개받은 책들을 읽고 나의 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메디치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는 김상근교수의 책. 출간된지 좀 오래되었지만 최근에 메디치가에 대해 다시 공부할 기회가 있어서 겸사겸사 읽어보았다.
오늘 날 우리가 많은 예술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해 준 가문, 위대한 예술가들을 지원해준 가문, 무엇보다 피렌체를 300년 이상 통치한 리더십있는 가문. 코시모, 로렌초와 같은 위대한 인물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읽어볼만하다.

채식의 배신


이번 달 독서모임 주제는 건강.
내가 채식을 해왔던터라 제목에 끌려서 선정한 책이다. 책을 선택하면서 나름의 기대했던 바가 있었을 것이다. 채식의 영양학적 측면에서의 부작용이라던가, 다양한 사례에 대한 소개라던가, 육식에 대한 추천이라던가. 이 책은 모든 기대를 져버렸다고 해야할까?
저자는 세 가지 측면에서 채식주의를 비판한다. 도덕적, 정치적, 영양학적 측면에서. 확실히 미국은 채식문화가 오래되어서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논쟁이 오갔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후의 내용은 내내 ‘나 20년간 비건했는데 건강 잃고 아팠어요, 징징’ 이런 느낌이랄까. 한비야 스타일의 문체도 매우 마음에 안들었다. 이 분은 도대체 지난 20년간 무엇을 먹고 살았던 것일까? 밀가루?
또한 레퍼런스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에 대해 반박을 하려면 영양학적으로 채식이 좋다는 레퍼런스와 그렇지 않다는 레퍼런스를 다 인용해야 할것인데 놀라울 정도로 인용이 없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사실은 이게 더 좋다, 사실은 이렇다, 이런 수준의 문장 나열은 책 내용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이건 내가 이과 출신이라 그런건가?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건가?
특히 앞으로 대안으로 내놓은 이야기는 더욱 기가막히다. 지구를 위해 운전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고 인구 수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극단주의적 신념을 보면 저자가 20년간이나 몸을 해치는 식사를 해온게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마케팅에 낚여 이 책을 선택한 나로 인해 함께 이 책을 읽게 된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나 로컬푸드에 대한 이야기나 일년생 곡물과 다년생 곡물에 대한 이야기, 농업이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 콩에 대한 문제 인식 등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던지. 어차피 이런 책에서 100퍼센터 순도의 지식을 얻을 순 없는 것이고 편하게 취할 것만 취하자고 하시던지. 책보다 멤버들과의 이야기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결론! 이 책 읽지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