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가 내한하여 연세대에서 강연을 하고, 돌아가는 비행기를 아시아나로 예약했다가 미국국적기로 변경하였는데 그 아시아나가 이번에 사고가 난 비행기라 귀국에서 출국까지 연일 화제가 되었다. 관심 있게 찾아보진 않았지만 강연 후 소감에 대한 몇몇 글들에선 비아냥거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엄마가 박사이고 아빠가 의사인 집안에서 태어나 운 좋게 30대 초반에 구글 임원이 되고 페이스북 임원이 된 사람이 세상 물정 모르고 여자들한테 돌진하라고 외친다는 것이다. 글쎄. 여대생들이 이부진 같은 여성을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나라에서 정작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그녀가 부모가 잘났다고 비난 받는건 좀 이상하다. 이 모순적인 질투심은 뭘까?
평탄하게 성공대로를 달려왔을 것이고, 가정과 일이 분리될 수 있도록 주위 도움을 많이 받으며 일상의 우리와는 다르게 살았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든 일하는 여성들이 하게 되는 많은 고민과 걱정을 다 거친 사람인 것을 알 수 있다. 조금은 소심하기도, 내향적이기도, 걱정이 많기도 한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녀 역시 성공한 여성들은 미움받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잘 하는 것도 드러내지 않기도 했고, 늘 두려움과 조바심이 있었다. 여성의 성공에 대한 얘기들,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얼마나 공격받을지 잘 알기에 이 책을 쓰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다 말렸다고 한다. 나는 여전히 미국에 대한 동경이 있는데 미국도 여성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겪는 어려움은 우리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씁쓸하다.
가장 와닿는 부분은 일을 정말 그만두기 전에 미리 그만두지 말라는 것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계획하게 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미리 일에서 물러서는 경향이 있다. 실제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는 시점에 고민을 해도 되는데 미리 물러서게 되고 지레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중요한 업무에서는 제외되기 쉽고, 그러다 보니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일하기가 쉽지 않고, 출산 후 복귀하고자 할 때 놓인 선택지에는 전업주부가 되거나 별로 매력 없는 일자리로의 복귀만 남게 된다. 실제 많은 경우 이러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 여성 리더가 없는데에는 미리 일에서 물러서고 미리 포기하는 것도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회사 생활 시작한지 10년이 넘었지만 매일매일 망설임과 두려움이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과 완벽하게 해내야지 하는 강박증도 있다. 아마 잘 할 수 있는 것만 찾다가 많은 기회를 놓치기도 했을 것이다. 나에게 완벽하게 들어맞는 기회를 노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자신에게 맞춰야 하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서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했던 것도 같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배우는 능력이라는데 나를 돌아보면 배우려는 마음가짐은 제대로 되어있나 모르겠다.
그런데 이 책의 리뷰를 보다보면 가끔 우리나라도 여성대통령 어쩌고 하는 소리들이 많은데 매우 짜증이 난다. 그게 적절하냐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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