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1일 월요일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정기적으로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에 기고하면서 세계를 돌며 강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엄청나게 많은 실험을 하였고, 추정이 아니라 실험에 기반한 지표로 확인된 사실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코패스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감정이 없는, 강력범죄자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한 이유로 화이트칼라 종사자 중 고위직에도 많이 포진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업은 성과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과정이야 어떻든 남을 밟고 일어선 것이든, 남의 성과를 가로챈 것이든, 아랫 사람을 혹사시킨 경우이든, 성과만 낸다면 인정받는 것이고 따라서 사이코패스가 기량을 펼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그간 생각해온 사이코패스에 대한 생각이고 책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무자비함, 정신적 강인함, 카리스마, 집중력, 설득력, 평정심 등이 사이코패스 지수를 측정하는 요소인데 씁쓸하게도 이러한 요소들은 모든 분야에서 매우 유용한 자질이다. 따라서 기업내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의 외향적인 성격과, 카리스마, 매력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이상적인 리더처럼 포장되어 고위직까지 쉽게 올라설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성취하겠다는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는데, 오로지 현실만을 직시하고 지금 당장 눈앞의 것에만 집중하라는 원칙은 아이러니하게도 깨달음을 중시하는 종교나 정신수양에서도 공히 주장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생각하지 못했던 것 중 하나는, 사이코패스가 공감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재능이 있다고 한다. 다만, 뜨거운 공감 능력이 아니라 차가운 공감 능력에 우수하다. 타인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는 분명히 인식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그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한다. 타인에게 폭력을 행할 때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공감할 수 있고, 그로부터 만족감을 느낀다고 하는데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지능지수가 높고 가장 폭력성이 강한 사이코패스라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우리 모두의 깊은 내면에는 약간씩이나마 사이코패스가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덱스터의 독백이 생각나는 부분이다.) 어찌되었건 진화의 과정에서 사이코패스 유전자 또한 진화해 왔고 현대의 환경은 사이코패스가 인정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들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데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반대로 밟히는 쪽이 자신들인 경우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저자는 강철처럼 단단한 내면, 인생의 불행에 대한 담대한 사이코패스들의 태도를 배워야 할 자질이라고 한다.

과연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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