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영국의 문화



예술의 전당에서 올해 공연 일정을 보다가 2월 말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6월 말에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한다는 것을 보고 문득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프리렉처가 생각나 정리해본다.
당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내한하고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사라 장이 연주하는 공연이 있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라 데니스 마추예프라는 피아니스트를 좋아라해서 이틀 공연을 다 데니스 마추예프와 하려고 했는데 빈체로의 권유로 사라 장과의 연주도 포함되었고 이 프로그램으로 세계 순회를 하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고 한다. 연주회 2주 전쯤 회원 대상으로 프리렉처가 열렸는데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고 꽤 괜찮았다. 연주회까지 보았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


사실 영국이 문화는 좀 재미가 없다. 영국의 예술가하면 누가 바로 떠오르는가?
그나마 유명한 사람을 꼽아보자면 화가 중에는 터너. 모네가 터너의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 화파의 대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는 터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작곡가 중에는 엘가. 결혼식장에서 자주 쓰이는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사랑의 인사가 익숙하지만 모짜르트나 베토벤, 바흐만큼은 아니다. 오죽하면 영국사람들은 독일 출신의 헨델의 주활동지가 영국이니 영국사람이라고 했을까.
오케스트라도 베를릴핀, 빈필, 뉴욕필? 최근 현대카드에서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나 시카고 심포니를 초청한 덕분에 인지도가 생기긴 했지만 베를린, 빈필 정도나 되야 현카 급의 마케팅 없이도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오케스트라일거라 생각된다. 영국 오케스트라 또한 생소하다.

이렇게 영국이 문화 불모지라고 생각했던(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깰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날의 강의였는데 수도인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수준의 오케스트라만 하더라도 다섯 개나 되더라는 것. 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을테고 창단 시기별로 살펴보자.

-. London Symphony Orchestra  : 1904년 창단
 100년이 넘는 전통의 런던 심포니는 단원들이 합심하여 만든 오케스트라이다. 보통 지휘자의 영향력이 크기 마련인데 런던 심포니는 지금까지도 단원들의 목소리가 더 중시되고 화합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베를린 필이 푸르트뱅글러나 카라얀이라는 유명한 지휘자에 의한 단단한 오케스트라라면 뉴욕필과 런던심포니는 단원을 중시하고 시스템을 따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게르기예프는 2007년부터 런던 심포니의 지휘를 맡았는데 강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이 그를 매우 좋아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 BBC Symphony  : 1930년 창단
 BBC Symphony는 BBC가 지원하는 오케스트라로, BBC PROMS라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의 상주 오케스트라이고 2010년에 한국에 와서 파크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BBC Symphony 외에 BBC Philharmonic(맨체스터), BBC National Wales(웨일즈), BBC Scotish(스코틀랜드), BBC Concert(런던) 등 여러 지역 기반의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KBS 교향악단의 쇠락을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는.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 1932년 창단
 런던필은 토마스 비첨이라는 지휘자가 창단한 오케스트라. 토마스 비첨은 녹음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영국 지휘자로 불리우고 있지만, 역시 우리는 모르는 사람~ 런던 심포니와 화합이 잘 되지 않아 런던필을 창단했다고 하니 부유한 집안일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런던필은 클래식에서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반지의 제왕이나 Mission 같은 영화타이틀에도 참여했을 정도.
-. Philharmonia Orchestra  : 1945년 창단
 창단 시기를 보면 1945년, 세계대전 직후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전쟁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음악가들을 위해 창단되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주로 EMI 음반 녹음 시 반주 오케스트라 역할을 했다고 한다. EMI 음반 갖고 있질 않아서 Philharmonia Orchestra가 녹음한 음반인지 확인해볼 수 없어서 아쉽넹.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1946년 창단
Royal이 들어가서 왕실과 관련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London Philharmonic을 창단한 토마스 비첨이 창단한 오케스트라. 2차대전이 발발하고 얼마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44년에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본인이 창단한 런던필에서도 찬밥 대우를 받게 되자 로열필을 또다시 창단했다고 한다. 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맞습니다~

앞서 영국의 문화가 별로 재미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미술사 수업 정리하다가도 19세기 영국을 쓰면서부터 중단했다.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 시절 영국은 그저 찬란했고, 빅토리아시대 화가들은 비난받고.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었달까.
하지만 영국은 음악적 비즈니스 측면에선 남부럽지 않다. 20세기가 되어서야 엘가가 등장하여 클래식에는 늦둥이인 것 같지만 대중음악 분야을 살펴보면 리버풀 출신의 젊은이들, 전설의 비틀즈. 이들만으로도 영국의 음악 문화는 충분한걸지도. 또한 4대 뮤지컬이라 불리우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모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들어준 카메론 매킨토시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EMI와 DECCA 같은 음반사들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강의를 듣고 사례를 접해보니 영국은 돈에 대한 감각,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한 때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영국, 그 위엄이 새삼 느껴지고 잘 몰랐던 영국 음악 산업에 대해서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초청시에는 티켓 값이 많이 비싸지다보니 빈체로에서는 최하위 티켓값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2/28 프로그램 마음에 들던데 여건이 되면 가볼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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