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피에타와 라오콘 군상이 온다길래 설마, 말도 안돼, 했었는데 생각했던대로 헤라클레스와 텔레포스 석상 외에는 진품이 없다. 조금이라도 균열이 있는 작품은 손상의 우려로 국외 반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진품은 아니지만 진품을 그대로 본뜬 것들이고 그 섬세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아쉬움은 덜했다. 사실 조각 작품 당연히 별 관심없고 잘 모르는데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을 보고 대리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섬세한 질감에 감탄을 했던 터라 바티칸전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슨트에게서 한시간 정도 설명을 들었는데 그 중 재미있었던 것 몇가지.
미켈란젤로가 25살에 피에타를 만들고 공개한 날, 작품 주위를 서성이며 반응을 수집하였는데 아무도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란 것을 몰라서 화가 난 그는 그날 밤 마리아 옷의 가슴띠에 본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마리아의 왼손에 M이라는 이니셜을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고. 이 작품은 수십년 전 어느 정신병자가 망치로 깨버린 일이 있었던 터라 현재 방탄유리 안에 들어가 있고 가까이에서 볼 수가 없는데, 이건희는 바티칸 가서도 방탄유리 안에서 작품을 감상했다는군.역시 머니는 세계를 지배한다는.
라오콘의 잃어버린 오른팔을 최근에야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한데 복원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라오콘 발굴 시 현장에 있었고 그 작품성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미켈란젤로는 복원 작업에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당시 시스티나 천장화를 제작하던 중이라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복원된 라오콘은 오른팔을 쭉 뻗고 있는 형태였으나 나중에 발견된 오른팔은 팔꿈치를 구부린 형태이다. 라오콘의 오른쪽 갈비뼈 부분을 보면 수축되어 있어서 인체에 대한 이해가 있었더라면 그러한 형태로 복원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누구의 이슈 제기도 없이 잃어버린 팔이 발견될 때까지 그런 모습으로 벨베데레 정원에 서있었고 이번에 온 작품도 그 복원품이다. 여기서 반전은 미켈란젤로가 복원 작업에 참여는 못했지만 나라면 이렇게 복원하겠다고 스케치를 해 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실제 모습처럼 팔꿈치를 구부린 형태였다고. 역시 미켈란젤로는 탁월한 사람.하나 더, 대리석은 매우 약해서 지지대를 잘 만들어놓지 않으면 활 쏘는 동작 등을 표현할 때 팔이 뚝 떨어지고 만다고 한다. 그런데 라오콘 군상에는 지지대가 하나도 없다고. 안정적인 구도와 휘감는 뱀이 지지대의 역할까지 한다고 하니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일화. 초천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세상 만사에 너무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보면 그는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 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라고 나오는 전형적인 르네상스형 인간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짜 직업은? 바로 요리사! 도슨트가 낸 퀴즈인데 내가 맞춰서 아주 깜놀하는 눈치였다. 내가 알기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은 몇 십점 안되는 반면, 발견된 레시피만 하더라도 몇 만장에 달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그리지 않으려다 식당 벽화라고 했더니 그러면 그리겠다고 했다나. 3년의 제작 기간 중 2년 반 동안은 최후의 만찬 때 어떤 음식을 먹었을 지 고민하고, 식탁에 직접 배치해보는 등 구상 작업에 정성을 쏟고 그림은 6개월만에 뚝딱 그렸다고 한다. 이번에 알게 된 더 재미있는 사실은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보티첼리와 동업으로 식당까지 열었다고!
작품도 작품이지만 역시 그 시절을 살아간 작가들의 스토리가 들어가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2013.3.31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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