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수요일

라 트라비아타



2005년 짤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빌라존(? 비야손?)이 함께 한 공연 DVD를 보게 되었다. 유명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둘의 호흡이 정말 환상적이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공연으로 2005년 당시 암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고 한다. 난 특별히 여운을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 영화를 본 후 OST를 산다거나, 영화나 공연을 본 후 DVD를 산다거나, 본 걸 또 본다거나 하지는 않는 편인데, 실황 DVD를 왜 사서 보는지 알았다. 실황을 못봐서이기도 하겠지만 카메라가 잡아주는 표정을 볼 수 있어서 감동이 더해지는 것이다!
갈라가 아닌 전막을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라, 오페라 입문자인 내게는 여러 모로 충격적인 부분이 많았다.  
우선 역동성. 오페라는 그냥 서서 노래하는 건줄 알았는데, 무대를 뛰어다니고 격렬하게 춤추고 표현하며 심지어 소파 위에서까지 흔들림없이 노래하는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연기력. 전에 안젤라 게오르규 때도 느꼈지만 이번엔 표정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으니 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연기도 참 잘한다는게 바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롤란도 빌라존 아저씨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둘이 얼굴을 맞대고 노래할 때 아름답지 않고, 애절하지 않고, 보기가 부담스러웠다.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ㅜㅜ
이 공연의 무대는 미니멀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연출되었는데 이 또한 획기적인 시도가 아니었나싶다. 전통 오페라는 어떤 식으로 표현되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사무실에서 네트렙코의 아리아 모음곡을 듣고 있는데 고음을 들을 때마다 전율이. 뛰어난 외모 덕을 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노래 정말 참 잘한다. 도대체 마리아 칼라스는 어땠을까?

2013년 1월 27일 일요일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추운 날씨라 좀 한산한 예술의 전당을 기대하고 갔더니 바티칸전과 반고흐전은 대기표 등장. 그러나 역시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은 한산하고, 몇 걸음 뒤 떨어져서 보아도 괜찮을 정도로 쾌적했다.
꽤나 많은 작품들이 왔고, 인상주의 그림이다 보니 별 고민 없이 볼 수 있어 편하고, 붓터치나 색감을 보니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어 흐뭇했다. 그러나 유럽 인상주의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탓인지 수채화나 에칭, 목탄화가 있으면 음? 이런 것도?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빛을 표현하는 방식 등이 낯설기도 하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영국 풍경을 작은 화첩에 몇 점 그린 화가가 있었다. 아, 나도 저만한 화첩 하나 들고 슥슥 내가 담고싶은 풍경 그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작품. 알드론 톰슨 히바드의 버몬트 언덕의 시골집
붓터치도 살아있고, 내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인상주의 화풍의 그림.


할스 헤럴드 데이비드의 여름밤이라는 작품도 꽤나 인상적이었는데, 색감이 남달랐다.아마도 유명한 작가는 아닌듯, 돌아와서 검색해보아도 찾기 어렵고 블로거데이 행사에 다녀온 블로거가 올린 사진으로는 그 색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미국 인상주의도 여러 학파로 나뉘는 모양인데 그 중에서 토날리스트.
한정된 색상에서 다양한 톤의 색조를 사용한 분위기 있는 풍경이 주를 이룬다고 되어 있는데 직접 작품을 보면 무슨 뜻인지 와 닿을 것이다.


미국 작가를 잘 모르기도 하지만, 유명한 작가의 작품으로는 차일드 하삼의 이스턴 햄튼의 올드 하우스, 가이 칼턴 위긴스의 월스트리트 트리니티 교회와 뉴욕의 겨울이 있다. 눈내리는 뉴욕을 보니 또 막 좋았던 것은 보너스.

예술의 전당.  ~ 2013.3.29

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



저자 대담회를 가지 않았다면 몰랐을 책이지만 기왕 산 거, 후딱 읽었다.
거의 절반은 영화 건축학개론에 나온 장소와 공간에 대한 설명이고, 나머지는 일상엥서 지나치는 공간들, 건축가의 의미있는 공간들에 대해 풀어놓은 에세이라 후딱 읽을 수 있다. 사진이 많아 볼거리는 있다.
여기까지 쓰니 특별히 더 리뷰할게 없는데 건축가가 건축학개론으로 검색해보고 이 리뷰가 나오면 성의없다고 속상해할까봐 저어된다. >.<

2013년 1월 23일 수요일

건축학개론 저자/감독 대담회



건축학개론에서 주요한 소재가 되었던 제주도의 서연의 집. 그 집을 설계하고 디자인했던 구승회 소장이 책을 냈다. 제목은 ‘건축학개론 기억의 공간’이고, 부제는 「건축학개론」에 담긴 나를 위한 공간의 재발견이다.
건축학개론 감독이 건축학과 나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둘은 대학교 과동기이고 절친이라고 한다. 절친끼리 일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텐데, 역시나 트러블과 에피소드가 많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전문적인 영역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을 보니 좀 부럽더라.
선배가 같이 갈 사람을 찾고 있어서 재밌겠다 싶어 손 들고 구경간 거였는데 알고 보니 이용주 감독이 선배의 동아리 1년 선배여서 아는 사이였더군. 덕분에 생각지 않게 책도 사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말도 섞었다. 책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 물론 건축학개론을 바탕으로 한 공간이지만, 건축에 대한 이야기, 공간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거라 기대했더니 감독도 함께였던 터라 내내 건축학개론에 대한 에피소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었다. 책 읽어보면 아쉬움이 좀 달래지려나.
작년에 건축학개론을 상영할 때 어쩌다보니 수지의 무대인사를 보게 되었다. 수지는 납득이라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가 나온다, 재미있게 봐라, 그러고 들어갔다. 이 영화에 대해 남녀의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나도 찌질한 과거의 승민이와 현실의 승민이에 짜증이 났었다. (물론 제주도의 풍광과 뻔한 이야기를 멋지게 담아낸 연출, 배우 자체에 대해서는 좋았다.) 그래서 특별히 그 영화에 대해 리뷰를 찾아본다던가 애정을 갖지 않았는데 감독은 나같은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나보더라. 죄송;; 그렇지만 그조차도 감독은 끌어안아야지 뭐. 그 영화를 10년이나 준비했는지는 몰랐는데 역시 모든 일은 녹록하지 않구나.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San Francisco




자극 세 개가 겹치니 샌프란시스코에 너무나 가고 싶다.
친한 후배가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가 있는 중. 어디서 무엇을 하며, 무엇을 보며, 무엇을 먹으며 다니고 있을지 너무너무 궁금하다. 새 미술 선생님이 잠깐 샌프란시스코에 체류했었나보다. 아직 안 친해서 훔쳐듣기만 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섬에서 살았다고 한다. 혼자 트레저 아일랜드 아닐까? 나중에 물어봐야지, 아~ 거기서 바라보던 샌프란시스코의 야경! 이러면서 그리워한다. 마지막은 SFMoMa. 지금 리움에서 아니쉬 카푸어전을 하고 있는데 어제 페북 친구가 올려놓은 사진을 보며, 음? 이 느낌은? 하면서 찾아보았는데 확신은 못하겠지만 왠지 느낌이 맞는 것 같다. 그 때의 사진들을 지금 다시 보니 어라, 이건 마망이었구나, 그땐 몰랐는지.
루이스 부르주아도, 아니쉬 카푸어도 그땐 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지. 그렇게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수많은 작품들이 좀 아쉽다.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가더라도, SFMoMA에 다시 가더라도, 아니, 세계 어느 곳을 다시 가더라도 더 즐겁고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한 달만에 도지는 여행병? ^^;

2013년 1월 15일 화요일

영국의 문화



예술의 전당에서 올해 공연 일정을 보다가 2월 말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6월 말에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내한한다는 것을 보고 문득 작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프리렉처가 생각나 정리해본다.
당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내한하고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사라 장이 연주하는 공연이 있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라 데니스 마추예프라는 피아니스트를 좋아라해서 이틀 공연을 다 데니스 마추예프와 하려고 했는데 빈체로의 권유로 사라 장과의 연주도 포함되었고 이 프로그램으로 세계 순회를 하는데 반응이 꽤 괜찮았다고 한다. 연주회 2주 전쯤 회원 대상으로 프리렉처가 열렸는데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되었고 꽤 괜찮았다. 연주회까지 보았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


사실 영국이 문화는 좀 재미가 없다. 영국의 예술가하면 누가 바로 떠오르는가?
그나마 유명한 사람을 꼽아보자면 화가 중에는 터너. 모네가 터너의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 화파의 대가가 되었지만 정작 우리는 터너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작곡가 중에는 엘가. 결혼식장에서 자주 쓰이는 위풍당당 행진곡이나 사랑의 인사가 익숙하지만 모짜르트나 베토벤, 바흐만큼은 아니다. 오죽하면 영국사람들은 독일 출신의 헨델의 주활동지가 영국이니 영국사람이라고 했을까.
오케스트라도 베를릴핀, 빈필, 뉴욕필? 최근 현대카드에서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나 시카고 심포니를 초청한 덕분에 인지도가 생기긴 했지만 베를린, 빈필 정도나 되야 현카 급의 마케팅 없이도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오케스트라일거라 생각된다. 영국 오케스트라 또한 생소하다.

이렇게 영국이 문화 불모지라고 생각했던(지금 생각하면 좀 부끄럽지만)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깰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날의 강의였는데 수도인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수준의 오케스트라만 하더라도 다섯 개나 되더라는 것. 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을테고 창단 시기별로 살펴보자.

-. London Symphony Orchestra  : 1904년 창단
 100년이 넘는 전통의 런던 심포니는 단원들이 합심하여 만든 오케스트라이다. 보통 지휘자의 영향력이 크기 마련인데 런던 심포니는 지금까지도 단원들의 목소리가 더 중시되고 화합을 중요시한다고 한다. 베를린 필이 푸르트뱅글러나 카라얀이라는 유명한 지휘자에 의한 단단한 오케스트라라면 뉴욕필과 런던심포니는 단원을 중시하고 시스템을 따르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게르기예프는 2007년부터 런던 심포니의 지휘를 맡았는데 강한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이 그를 매우 좋아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 BBC Symphony  : 1930년 창단
 BBC Symphony는 BBC가 지원하는 오케스트라로, BBC PROMS라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의 상주 오케스트라이고 2010년에 한국에 와서 파크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BBC Symphony 외에 BBC Philharmonic(맨체스터), BBC National Wales(웨일즈), BBC Scotish(스코틀랜드), BBC Concert(런던) 등 여러 지역 기반의 오케스트라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KBS 교향악단의 쇠락을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는.
-.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 1932년 창단
 런던필은 토마스 비첨이라는 지휘자가 창단한 오케스트라. 토마스 비첨은 녹음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영국 지휘자로 불리우고 있지만, 역시 우리는 모르는 사람~ 런던 심포니와 화합이 잘 되지 않아 런던필을 창단했다고 하니 부유한 집안일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런던필은 클래식에서 현대음악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자랑한다.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반지의 제왕이나 Mission 같은 영화타이틀에도 참여했을 정도.
-. Philharmonia Orchestra  : 1945년 창단
 창단 시기를 보면 1945년, 세계대전 직후이다.  이 오케스트라는 전쟁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음악가들을 위해 창단되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주로 EMI 음반 녹음 시 반주 오케스트라 역할을 했다고 한다. EMI 음반 갖고 있질 않아서 Philharmonia Orchestra가 녹음한 음반인지 확인해볼 수 없어서 아쉽넹.
-.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1946년 창단
Royal이 들어가서 왕실과 관련있는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London Philharmonic을 창단한 토마스 비첨이 창단한 오케스트라. 2차대전이 발발하고 얼마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44년에 영국으로 돌아왔는데 본인이 창단한 런던필에서도 찬밥 대우를 받게 되자 로열필을 또다시 창단했다고 한다. 네,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맞습니다~

앞서 영국의 문화가 별로 재미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미술사 수업 정리하다가도 19세기 영국을 쓰면서부터 중단했다. 나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그 시절 영국은 그저 찬란했고, 빅토리아시대 화가들은 비난받고. 그래서 별로 재미가 없었달까.
하지만 영국은 음악적 비즈니스 측면에선 남부럽지 않다. 20세기가 되어서야 엘가가 등장하여 클래식에는 늦둥이인 것 같지만 대중음악 분야을 살펴보면 리버풀 출신의 젊은이들, 전설의 비틀즈. 이들만으로도 영국의 음악 문화는 충분한걸지도. 또한 4대 뮤지컬이라 불리우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모두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로 만들어준 카메론 매킨토시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EMI와 DECCA 같은 음반사들도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강의를 듣고 사례를 접해보니 영국은 돈에 대한 감각,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한 때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영국, 그 위엄이 새삼 느껴지고 잘 몰랐던 영국 음악 산업에 대해서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초청시에는 티켓 값이 많이 비싸지다보니 빈체로에서는 최하위 티켓값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2/28 프로그램 마음에 들던데 여건이 되면 가볼까 싶기도 하다.

근황



1.감기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 지난 화요일 저녁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수요일날 온종일 밖에 있어서인지 목요일에는 목감기가 꽉! 주말에도 회사 일정이 있어서 찬 바람쐬고 시댁 가는 길에 찬 바람쐬고 일욜에도 결혼식가고 했더니 이번 주는 더 심해져서 몸살이 함께 왔다. 어제 주사맞고 약 처방을 새로 받긴 했는데 정신만 몽롱하고 나아지고 있는건진 잘 모르겠다. 잘 때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데 지금 집이 너무 추워서 땀이 식으면 더 추워지는 것도 낭패. 이번 주말도 일정이 꽉 차 있어서 쉴 수가 없을텐데 주중에라도 열심히 쉬어야지. 내일 선욱군의 연주가 육체적인 힐링도 되면 좋겠다. 그러나 예당가면 또 찬 바람. ㅜㅜ
2.독서
이번 달 독서주제는 경제인데.뭘 읽어야 할 지 모르겠다.
괴짜 경제학을 읽긴 했는데 사회현상을 풀어나가는거 말고 정통 경제학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블랙스완과 이콘드를 뒤적거리고 있긴 한데 요즘 정신상태가 메롱이라 그런건지 초반 한 두장만 읽어도 집중이 안되고 재미가 없다. 지난 번 ‘디지털 워’를 읽으면서 포기할 책은 빨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 터라 포기할까 싶기도 하고. 어떤 책이 좋을지 좀 골라조~
3.미술
그림 안그린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이번 주에도 몸 상태가 이러면 안갈거 같은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까봐 빨리 시작하고 싶은데 한 번 가면 세 시간씩 써야 하니 좀 부담된다.
미술사도 이번 달 말에 끝나면 아톡님 개인사정상 기약이 없다. 블로그는 계속 하실거라고 하니 블로그 복습하고 추천해주신 책, 영화 다 보기만 해도 얻는건 꽤 많을 거 같은데 의지가 부족하다보니 선생님 없이 할 수 있을까 싶고 아쉽기만 하다.

2013년 1월 8일 화요일

괴짜경제학


이 책은 출간 당시 기발함을 담은 주제들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도 하고 저자가 경제학자들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하여 현상을 분석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인센티브에 대해 고민하는 전형적인 경제학 관점의 책이다. 저자가 동명의 블로그 운영하는 것도 그렇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는 경제학자인 것도 그렇고 Hubris님의 책과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아래 리스트는 책의 주요 소주제이다.
1. 교사와 스모 선수의 공통점은?
2.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는 어떤 부분이 닮았을까?
3. 마약 판매상은 왜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걸까?
4. 그 많던 범죄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5. 완벽한 부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6. 부모는 아이에게 과연 영향을 미치는가?
특별히 교사나 마약 판매상이 주제에 오른 것은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한 호기심이 발단이 되어 연구를 하기도 한다. 일부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주제도 있지만 편견없이 데이터에 기반한 편인듯 하고 특별히 인상적인 부분은 별로 없다. 최근 들어 사회 현상에 대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한 책을 많이 읽게되어 사실은 좀 식상하기도 하다. 담번엔 다른 주제의 책을 읽어야지!

2013년 1월 7일 월요일

밀가루 똥배




저자가 밀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어쩌면 철인3종경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잘 알다시피 극한의 경기를 해내야 하는 철인3종경기의 선수들은 모르긴 몰라도 준비과정에서 운동량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왜 철인3종경기 선수들 중 3분의 1은 과체중인 것일까? 여기에서 출발한 것 같다.
제목에서도 느끼겠지만 저자는 현대사회에 비만이 늘어나고 각종 질병들에 고생하게 된 것이 밀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인류의 기아 감소에 획기적이고도 혁혁한 공을 세운 밀이 이제는 우리를 병들게 하는 주범이라니. 원인은 간단하다. 유전자가 조작되었기 때문.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밀은 50년 전의 밀과도 다르다고 한다. 50년 전의 밀은 염색체가 14개였다고 하는데 대량 생산 등 인간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밀은 개종된, 염색체 42개짜리 키 작은 밀이라고. 밀밭이라고 하면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생각나겠지만 지금은 바람에 휘청휘청하는 키 큰 밀들을 볼 수가 없다고 한다.
밀가루를 끊은 것만으로도 건강해진 저자의 환자 케이스가 수없이 소개되어 있는데, 나 역시 밀가루를 과도하게 많이 섭취하기 시작한 대학교 3학년 무렵부터 여드름 나고 피부가 뒤집어지기도 했던터라 어느 정도 공감된다. 설탕도, 밀가루도, 정제된 것은 좋을게 없긴 하지. 하지만 고기도 잘 안먹는데 밀가루도 안 먹게 되면 난 정말 먹을 것이 없다는 슬픈 사실. 식습관 때문에 밀가루를 아예 끊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도 매일 아침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있지만, 먹는 것에 좀 더 신경쓰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책이다.

연아 vs 마오


1월 1일 오후, 신랑은 출근하고 혼자 빈둥빈둥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에서 연아와 마오의 옛 경기들을 보여주는 것을 발견.

2006년 경기 정도부터 본 것 같은데 올림픽을 포함해서 바로 얼마전 NRW 경기까지 볼 수 있었다. 둘의 경기를 보면 연아는 정말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마오도 훌륭한 선수임은 틀림 없고, 경기를 쭉 이어서 보니까 해마다 기량이 늘어가는 것이 내 눈에까지 보일 정도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느껴지지만 연아가 있는 한 최고가 되기는 힘들겠구나 싶다. 그래도 선의의 경쟁자가 있었던 덕분에 두 선수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겠지.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연아의 스파이럴을 보고 있자니 누가 대인배 김슨생에게 돈연아라 비난하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혼자 막 흥분이 되던지. 장시간 혼자 TV 보다 보니 별의 별 생각을 다한다 싶네. 이제 그만 은퇴하고 편히 대학생으로서의 낭만과 청춘을 만끽해도 될 것 같은데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 것도 대단하고. 그 어린 나이에 후배들을 챙기는 마음 씀씀이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그 실력이 대단하다. 스포츠를 예술로 승화시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 노력했을지. 1만시간을 훌쩍 넘겨 훈련이 일상이 되었을테지.
문득, 지금 내가 1만시간 무엇에인가 노력을 쏟는다면 어떻게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3시간 10년. 40대 후반. 우와~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도 살 날이 몇 십년은 남아있을 한창 나이구나. 흠. 그럼 정말 영어를 다시 시작해볼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보았다. >.<

2013년 1월 3일 목요일

바티칸 박물관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아침에 간 바티칸 박물관전. 크리스마스 아침에는 어딜 가나 한가한 편이라 생각되어 서둘러 갔는데 생각보단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와서 이 그림은 성인 누구를 그린 그림이야라고 설명해주는 부모를 보니 종교가 있다면 크리스마스 아침에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다. 이제 그림을 보는데도 취향이 생겨서 성서에 나오는 그림들, 중세 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 그림들도 감흥이 없고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조각 작품만 보더라도 충분히 의미있는 전시회였다.
 처음엔 피에타와 라오콘 군상이 온다길래 설마, 말도 안돼, 했었는데 생각했던대로 헤라클레스와 텔레포스 석상 외에는 진품이 없다. 조금이라도 균열이 있는 작품은 손상의 우려로 국외 반출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진품은 아니지만 진품을 그대로 본뜬 것들이고 그 섬세함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아쉬움은 덜했다. 사실 조각 작품 당연히 별 관심없고 잘 모르는데 베르니니의 페르세포네의 납치라는 작품을 보고 대리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그 섬세한 질감에 감탄을 했던 터라 바티칸전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슨트에게서 한시간 정도 설명을 들었는데 그 중 재미있었던 것 몇가지.
미켈란젤로가 25살에 피에타를 만들고 공개한 날, 작품 주위를 서성이며 반응을 수집하였는데 아무도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란 것을 몰라서 화가 난 그는 그날 밤 마리아 옷의 가슴띠에 본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마리아의 왼손에 M이라는 이니셜을 새겼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고. 이 작품은 수십년 전 어느 정신병자가 망치로 깨버린 일이 있었던 터라 현재 방탄유리 안에 들어가 있고 가까이에서 볼 수가 없는데, 이건희는 바티칸 가서도 방탄유리 안에서 작품을 감상했다는군.역시 머니는 세계를 지배한다는.
라오콘의 잃어버린 오른팔을 최근에야 찾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한데 복원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다. 라오콘 발굴 시 현장에 있었고 그 작품성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미켈란젤로는 복원 작업에도 참여하고 싶었으나 당시 시스티나 천장화를 제작하던 중이라 참여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복원된 라오콘은 오른팔을 쭉 뻗고 있는 형태였으나 나중에 발견된 오른팔은 팔꿈치를 구부린 형태이다. 라오콘의 오른쪽 갈비뼈 부분을 보면 수축되어 있어서 인체에 대한 이해가 있었더라면 그러한 형태로 복원하지는 않았을테지만 누구의 이슈 제기도 없이 잃어버린 팔이 발견될 때까지 그런 모습으로 벨베데레 정원에 서있었고 이번에 온 작품도 그 복원품이다. 여기서 반전은 미켈란젤로가 복원 작업에 참여는 못했지만 나라면 이렇게 복원하겠다고 스케치를 해 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실제 모습처럼 팔꿈치를 구부린 형태였다고. 역시 미켈란젤로는 탁월한 사람.하나 더, 대리석은 매우 약해서 지지대를 잘 만들어놓지 않으면 활 쏘는 동작 등을 표현할 때 팔이 뚝 떨어지고 만다고 한다. 그런데 라오콘 군상에는 지지대가 하나도 없다고. 안정적인 구도와 휘감는 뱀이 지지대의 역할까지 한다고 하니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른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일화. 초천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세상 만사에 너무나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위키피디아에 검색해보면 그는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 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라고 나오는 전형적인 르네상스형 인간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진짜 직업은? 바로 요리사! 도슨트가 낸 퀴즈인데 내가 맞춰서 아주 깜놀하는 눈치였다. 내가 알기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은 몇 십점 안되는 반면, 발견된 레시피만 하더라도 몇 만장에 달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최후의 만찬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그리지 않으려다 식당 벽화라고 했더니 그러면 그리겠다고 했다나. 3년의 제작 기간 중 2년 반 동안은 최후의 만찬 때 어떤 음식을 먹었을 지 고민하고, 식탁에 직접 배치해보는 등 구상 작업에 정성을 쏟고 그림은 6개월만에 뚝딱 그렸다고 한다. 이번에 알게 된 더 재미있는 사실은 비너스의 탄생으로 유명한 보티첼리와 동업으로 식당까지 열었다고!
작품도 작품이지만 역시 그 시절을 살아간 작가들의 스토리가 들어가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2013.3.31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