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9일 목요일

다음 플레이



사회에 발 딛은지 올해 꽉 채운 10년. 10이라는 숫자가 주는 상징성 때문인지 나의 다음 10년을 위한 커리어에 대해 종종 생각해보게 된다.

하고싶은 일은 남들에겐 헤드헌터라고 표현하지만 더 세부적으로는 커리어 코칭, 특히 실리콘밸리와 연계하여 IT 섹터쪽으로 특화하고 싶다. 그러나 그러기엔 나의 경력과 네트웤이 너무나 미천하다. 생각뿐이지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없다.
잘할 수 있는 일은 10년동안 해왔던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일텐데 현재 회사가 데이터 기반이 너무 약하다보니 이대로 가다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나 하는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주관적으로 나의 학습 능력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부족하더라도, 신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금세 따라잡을 수는 있을 것이라 믿고 결국 분석역량은 인사이트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면에서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어제 SAS에서 보내준 웹진을 통해 SAS Visual Analytics 데모를 보면서, 내년 4월에 개최되는 SAS Global forum 일정을 접하면서, 아마존의 약진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조금은 상실감이 있었다. 분석역량을 보다 중시하는 회사에 있었으면 좀 더 스킬업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오히려 제조업이나 온라인쇼핑몰 전문회사로 가서 구매행태 분석하고 추천상품 예측하는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HR인지, Data Scientist인지, 나의 다음 커리어에 대한 확신이 없어 생긴 일상의 고민, 긴박감 없는 프로젝트에 대한 지루함으로 생긴 투정일 뿐이었는데 오늘 아침 링크드인 CEO 인터뷰에 대한 기사를 보고는 생각이 좀 더 머무른다.

다음 플레이. 지금 너무 안주해 있는 것이 아닌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그리고 링크드인 CEO의 질문에 난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
“내가 당신한테 질문을 할 건데, 15초 안에 답해라. 지금부터 20,30년 전을 돌아보면, 무엇을 성취했다고 대답할 건가?”
이 질문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30년은 너무 멀고) 10,20년 전에 비해 나는 나를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링크드인의 CEO는 업무적인 성취를 기대하고 질문한 것일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대견하다. 나를 알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내가 잘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지금이 있어, 더디더라도 10년 후에는 이거 성취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테지.

링크드인 CEO 제프 와이너 인터뷰는 다음을 참고.
또 뜬금없이 이런 좋은 글을 번역본이 아니라 직접 읽고 온전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영어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 이 놈의 영어 컴플렉스 >.<

랑랑 피아노 협주곡 콘서트




드디어. 랑랑의 연주를 들었다.
입장부터 퇴장까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 그런걸까? 엄청난 환호와 박수가 익숙한듯 입장할 때부터 느껴지는 여유와 무대매너. 연주 중 피아노가 쉬는 순간에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온 몸으로 느끼며 박자를 타고 순간순간 오케스트라를 향해 손짓도 하는 것이 랑랑도 나중에 지휘하려나 하는 느낌이 살짜기 들었다. 한국말로 인사하는 센스와 오케스트라에 대한 감사 표시, 앵콜곡 소개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차세대 피아니스트들과 조금은 비교되었다. 선욱군도 태형군도 shy guy들인데 그들의 연주 자체로도 멋지긴 하지만 세계로 커나가려면 어느정도의 무대매너는 갖추는게 좋을 듯.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좀 더 들면 괜찮아질테지~

피아노 연주를 좋아하지만 아직 소나타는 부담되고 콘체르토는 한 곡 연주라 늘 아쉽다. 이번 연주는 콘체르토 콘서트! 수원시향의 서곡에 이어 베토벤 피협 5번과 프로코피예프 피협 3번, 두 곡이나 연주한다.
베토벤 피협 5번, 황제는 참 많이도 들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3인의 연주로도 다 들어봤는데 어제는 이게 내가 아는 그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이었다. 어느 것이 더 낫다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곡이, 익숙한 곡이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이런 것이 연주자의 ‘곡의 해석’이라는 거구나 싶은 생각이 처음 들었다.
랑랑의 때론 섬세하고 때론 화려한 기교는 기술적인 면에서는 매우 훌륭하다.(예술가에게 기술적이란 표현을 써서 미안하지만 달리 적절히 표현하기 힘든 나의 언어능력을 탓하길) 그렇지만 감성적인 면에서 엄청난 울림은 없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2009년 5월 23일 김선욱군의 연주. 그 날과 같은 곡, 같은 오케스트라, 같은 지휘자였지만 적어도 나에겐 랑랑보다 김선욱군의 베토벤이 더 감동적이다.
2부 프로코피예프 피협은 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 엄청난 연주였다. 악장 사이에 박수 치면 안된다지만 1악장 끝날때부터 박수가 절로 나오려는걸 참느라 힘들던지, 엄청났단 표현말고 어떤 적절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 레퍼토리가 프로코피예프, 스트라빈스키 이러면 약간 기피했었는데 역시나 듣기 쉽진 않았고 아마 수원시향도 베토벤에 비해 프로코피예프는 경험이 덜할것이고, 그래서인지 랑랑의 연주를 못따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그렇지만 랑랑 정말 최고. 수원시향도 훌륭했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훌륭한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던 밤이다. 이런 감동이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이런 멋진 세상을 만나고 느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트위터를 보니 어제 랑랑 다큐도 방송한 모양이고, 12월 9일에 MBC에서 방송되는 미니콘서트도 녹화했나보다. 랑랑 자서전도 읽었으니 다큐도 방송도 기회되면 찾아봐야지 :)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아워이디엇브라더 유료시사회



프레인의 두번째 영화 아워이디엇브라더
첫번째 영화 50/50의 마케팅 사례를 본부에서 발표한 적도 있는터라 그 기대가 적지 않다.
원래 1차 시사회를 예매했다가 집안 일로 눈물을 머금고 당일 취소를 했는데 다행히 2차 시사회가 열려 참석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기발한 프로덕트를 준비했는데 아워이디엇브라더 캔들. 1차 시사회 후기를 보며 선물을 미리 알고 있었던터라 웬 캔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면 아 역시~ 싶은 제품이다.

두번째 영화 상영을 결정하면서 프레인무비는 멤버십을 도입하였다. 이메일로만 가입이 되는 이 멤버십은 주로 이메일로 소통하고 이번 시사회도 멤버십 회원들에게 선예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가입순서대로 부여되는 멤버십번호로 후에 특별한 이벤트들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체에서 이메일로 전해지는 소식들은 대부분 드라이하기 그지없지만 프레인무비의 이메일은 좀 다르다. 여준영대표가 직접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작성된 이메일이 오히려 정감있고 반갑기도 하다. 온라인으로도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되고나면 더 많은 마케팅 사례들이 생겨날 것이고 또 한번 포스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영화를 대하는 컨셉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예상되듯이 주인공인 네드라는 이디엇한 브라더가 사실은 이디엇한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브라더란 것인데 영화의 컨셉에 충실하게 모든 제작물들을 만들었다. 모든 제작물에서 이디엇을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선물 박스에서도, 선물에서도, 이디엇은 지워지거나 뜯어지거나 사라진다. 무형의 컨셉에 집중하여 그 컨셉에 딱 맞아떨어지는 유형의 프로덕트를 제작해내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부럽다.
"이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고 말할 사람이 전국에 몇 천만 명 이다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게 마케팅 했으면 좋겠다.
꼭 봐야 할 사람이 보고, 본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 숫자는 십만 미만일 거다"
여준영대표가 프레인영화팀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멋지지 않은가. 영화에 딱 맞는 사람들에게만 마케팅하고 그들 모두가 사랑하게 만들자니.

영화시사회 후기인데 영화 얘기는 너무 없는 것 같아 간략히 말하자면,
아워이디엇브라더는 50/50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위트와 적당한 감동이 있는 저예산 영화로 엄청난 재미와 감동, 화려한 액션이나 서스펙트를 제공하진 않지만 어느 누구와 보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어떤’ 영화. 이번 주 목요일 개봉 예정이라 특별히 스포일링을 하진 않겠지만 보고난 후엔 캔들 선물의 의미도, 선물박스 디자인에 대한 의도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될 프레인영화. 벌써부터 기대된다.


Home, sweet home




주말에 왜이리 바쁜지, 주중은 또 왜이리 바쁜지.
나의 라이프스타일엔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내내 이렇게 살았으니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이제 힘들다. 왜 이렇게 사나 싶기도 하고 ㅜㅜ
이번 달은 책도 거의 읽지 못했고 미술사 수업내용 정리도 3일차 이후로 못한 것이 계속 부담으로 남는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회사 일도 많았고 예기치 못한 집안 일도 발생했다는 것.
그런 와중에 차근차근 집정리를 하여 이제는 몇 개 안남았다.

첫 주차 : 옷장 정리, 불필요한 물건들 정리.
불필요한 물건들은 끊임없이 나오는지. >.<
둘째 주차 : 암막 커텐 설치, 러그 구매, 욕실 선반 설치.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아 번쩍이는 네온사인 불빛이 안방에 들어온다. 암막을 다니까 잠들때 좋긴 한데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일어나기가 힘들다. 왕십리역사 구경도 하고 이마트에도 가보고 아파트 주변 밥집도 탐방. 난생 처음 러그를 사서 거실에 깔았는데 정말 맘에 든다!
셋째 주차 : 화장실 수리, 오디오 버리기, 옷 버리기, 인터넷 설치, 주방정리.
현대건설에 있는 친구가 삼성이 아파트 젤 못짓는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5년밖에 안된 아파트 화장실 배관에 문제가 있어서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 몇 번 맞았는데 우웩 >.< 2주나 지나서 옷장 정리한 것들 겨우 버리고 오디오도 버리고 했더니 속이 시원하다. 결혼 7년만에 주방에 애정이 생겨 전자렌지대도 사서 주방 정리.
넷째 주차 : 장롱문 수리, 화분 정리
이사하면서 장롱 문짝이 떨어졌는데 경첩이 지지하는 힘이 약해서 그랬던 듯한데 4주간 방치하다가 드디어 장롱문도 달았다. 이사하면서 화분을 하나 깼는데 마침 죽어있는 화분도 하나 있어서 엄마가 분갈이를 해주고 갔더랬다. 분갈이 하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흙값이 비싸다고 화분의 상당부분은 스티로폼으로 채워놓는다는 것. 분갈이도 안해주고 방치하다보니 이제야 알게 됐는데 그동안 잘 커준 화분들이 대견하다. 그런데 날이 추워 그런지 애들이 누렇게 뜨고 시름시름한다. 일단 거실로 옮겨놓고 쓰러진 애들 묶어놨는데 잘 클 수 있을런지.

아직 식기세척기 설치를 안했고, 비데/세탁기 청소를 한 번 했으면 좋겠고, 도배로 인해 남아있는 풀 흔적들을 없애는 일이 남긴 했다. 이번 주에 대구 갈 때 안쓰는 물건들도 내려보낼 예정이다.
이 정도 정리해놓고 나니 집에 더욱 애착이 간다. 한 달 살아보니 더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는 지하 상가. 지난 주에 일찍 퇴근한 날이 있는데 지하 마트에서 그날 반찬거리만 사서 저녁을 뚝딱 해먹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주중에 집에서 밥먹는 일이 거의 없다보니 늘 토요일 오전이 문제였는데 이제 내려가서 찬거리 사서 올라오면 되니까 마음만 먹으면 OK.
아직까지는 우리집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상태 :)

2012년 11월 14일 수요일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고 따르던 상사가 퇴직을 하였다. 내가 퇴사한 적은 있어도 나보다 윗사람이, 그것도 좋아하던 사람이 퇴사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당장은 경황이 없지만 조만간 만나서 환송의 시간을 가질텐데 어디서 어떻게 진행할까 이야기하던 중에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난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좋아하는 장소를 기쁠때나 슬플때나 찾을 수 있는 장소와 일치시킬 수 있을진 아직 모르겠지만 이번 결혼기념일 이벤트처럼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좋아하는 장소에 대해 예전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올려본다.

*****************************
사랑비에서..

윤희는 이틀 뒤 결과에 따라 실명에 이르게 될수도 있는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보고싶은 것들을 눈에 담아둔다. 보고싶은게 너무 많아진 그녀는 하나에게 쪽지를 남겨두고 보고싶은 것을 찾아 잠시 떠난다. 그 장면을 보며 나는 당연히 학교로 가겠지, 생각했고 윤희를 찾기 위해 하나는 그녀의 고향으로, 인하는 첫사랑의 추억이 가득한 학교로 향한다.

나는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어디에 머무르며 주변을 정리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맞아요, 저 이 드라마에 엄청 몰입해있었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았고, 신랑한테 나 찾으러 어디로 갈지 물어보았다.
신랑은 경복궁, 삼청각, 학교, 예술의 전당 순으로 답을 했고, 나의 대답은 학교, 예술의 전당.

난 무색무취에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없었던 터라 누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물어보면 여기라고 대답해야지라고 생각해둔, 만들어진 곳이 있고, 그 곳이 학교이다.
상경대에서 이과대로 가려면 윤동주 시비 뒷쪽 길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교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저 길일 뿐이어서 그 곳에 가면 나를 찾을 수 있다던가, 한참을 머물렀다던가 한 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난 후에도 떠오르는 장소여서 선정되었던 것.
두 번째로 생각난 곳이 예술의 전당이라니 드디어 나에게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닌, 무색무취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장소란 것이 생겼나보다. 좀 기쁘다.

신랑에게도 물어보았다. 어디에 가 있을거야? 대답은 역시 학교.
신랑은 이과대에 있을거랜다.
오빠, 난 이과대에 잠깐 들리긴 하겠지만 본관쪽 벤치에 있을거니까 그쪽으로 찾으러와~
우리, 이러고 놀고있다 >.<



2012년 11월 9일 금요일

지식의 미술관


10월에 꽤나 바빠서 책 리뷰도 못 올리고 독서모임 책도 읽지 못해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 좀 편한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한 책.
이 책도 빌려온지 한참 됐는데 좀 더 미술공부 하고 정리도 한 후에 읽고 싶어서 아껴두다가 정리되는 시점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아서 >.<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아는 그림도 있고, 아는 지식꺼리도 있고, 모르는 것도 많고, 재미있게 읽었다. 얼마 전에 문화사 수업때 배웠던 알마 타데마와 로세티의 그림이 있었는데 화풍을 보는 순간 어, 이거 배웠던 거다 싶어서 다시 한번 수업내용 찾아보는, 끼워맞춰보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난 뒤에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이너게임


작가 티모시 골웨이는 테니스 지도를 하다가 잠재역량을 발굴해낼 수 있는 코칭법을 발견해내고 테니스의 이너게임이란 책을 썼는데 이 코칭법이 골프, 수영 등 스포츠를 넘어 기업경영에 이르기까지 적용됨을 확인하고 이너게임 전도사가 되었다.


기본적인 사상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갖추어져 있는 역량을 끌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일반적인 코칭법은 이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아가 두 개가 있는데(이 책에서는 셀프1과 셀프2로 표현하였다.) 우리가 무언가를 행할 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셀프1이라고 보면 된다. 그것이 착한악마인지 나쁜악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셀프2가 잠재력을 끌어내려고 하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는 셀프1.


그러고 보면 골프 연습할 때 아 백스윙 탑이 높네, 에고 이런 또 뒷땅, 머리가 너무 나갔군 이런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데 이것이 공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것엔 동의한다. 내 머릿속에 코치가 했던 얘기를 그대로 반복해서 질타해주는 또하나의 코치가 있다고나 할까.
책은 전체적으로는 다소 지루하지만 앞쪽 챕터만 봐도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부분부분 공감가는 이야기도 많은 자기계발서이다.

2012년 11월 7일 수요일

2012년 11월 6일, 결혼 7주년


결혼기념일이라고 일상에 비해 특별할 건 없지만 매드포갈릭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로 했다. 어디서 볼까 지역을 나열하다가 예술의 전당점 어때?라고 했을 때 신랑도 예술의 전당점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저녁 먹고 시간 되면 예술의 전당 산책을 하기로 했는데 오후 내내 기분이 좋다. 둘이 동시에 같은 곳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

가볍게 와인 한 잔 하고 커피 한 잔 사서 음악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무슨 공연이 있나~
우와,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손열음의 협연이 진행중이었다. 신랑이 손열음을 좋아하는 터라 볼까 말까 했었던 공연인데 쇼스타코비치는 힘들지 않을까 해서 말았더랬다.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비싼 공연이라 만약 보러 왔더라도 2,3층 끝에서나 봤을텐데 로비에서 상영해주는 공연 실황을 보니 열음의 표정도 생생하고, 열음의 손놀림과 오케스트라의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어우러져 멋지던지. 앵콜까지 보고 자리를 뜨는데 챔버홀에서는 김정원과 송영훈의 연주가 열릴 예정이다. 와 좋구나~

어느 날 문득 생각나는 곳, 둘러보고 싶은 공간이 예술의 전당이 되었고.
어느 날 문득 예술의 전당에 가자고 했을 때 좋아라 함께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고.
어느 날 문득 예술의 전당에 들렀을 때 아는 사람들의 연주가 열리고 있고.
이러한 일상에 감사함을, 작은 기쁨을 느낀 하루였다.

2012년 11월 2일 금요일

실행하는 사람들



몇 년 전이었을까. 첫번째 직장 사무실이 아직 역삼에 위치할 때였으니 아마도 5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입사하자마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서 만났던 윤선배님과 김박사님과의 만남에서 윤선배님은 언젠가 미국에 갈거라고 하셨다. 표면적인 목적은 초등학생인 아이의 영어 교육이었고 그에 따른 본인의 플랜도 서있었다. 미국은 유학생 자녀에 대한 공립교육이 무료라고 한다. 어차피 돈 들어갈 거, 본인이 어학연수를 하고 아이를 공립학교에 무상교육 시키겠다는 플랜. 돌아와서는 갈고닦은 영어 실력으로 외국계 항공사 파트타임 지상근무에 지원하겠다는 플랜.
당시에는 하하호호 웃고 말았는데 3년 전, 정말로 떠나셨고 2년 반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오셨다. 보통은 아이만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감수하는 것이지 본인을 위한 플랜이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듯하여 이후의 플랜도 실행준비 중이신지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케세이퍼시픽 홍콩에서의 근무 제의는 받은 모양인데 남편분께서 너무나 반대해서 안가기로 했다고 하신다. 마흔 넘은 나이에도 이렇게 즉실행하는 모습이라니. 그 실행력과 용기가 대단하다.
그리고 입사 동기 커플의 영국 어학연수 소식. 오빠가 먼저 어학에 대한 필요성을 어필하며 9월에 퇴직을 했고, 원래는 오빠 혼자 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오빠의 설득으로 언니도 함께 가는 걸로 결정하고 이번 주에 퇴직, 다음 주에 영국으로 출발이란다. 이 엄청난 실행력을 어쩌면 좋아. 누군가는 적지도 않은 나이에 부부가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어학연수라니 미쳤다고 하겠지만 우리 이제 일한 지 만 10년이 되었으니 스스로에게 주는 안식년이자 업그레이드의 기회라 생각한다. 한 때 꿈꾸었던 바이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다보니 결국 실행하지 못했던 우리로서는 정말 부러운 실행력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언젠간 실행에 옮길 날 있겠지. 아직은 절실하지 않아 그럭저럭 살지만 마지막 남은 컴플렉스 극복하고싶은 날이 올테지. 그 어느 날의 즉실행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