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30일 목요일

6월의 문화생활

피가로의 결혼.
요즘 영화관마다 차별화를 위해 명화 재상영이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해주는데 메가박스에서는 오페라를 상영해준다. 매년 MET 오페라를 상영해오다가 이제는 유니텔 클래시카 오페라도 추가되었다. 팀에서 보러가기로 해서 무난하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카르멘을 보려고 했는데 피가로의 결혼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 상영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http://www.megabox.co.kr/?menuId=specialcontent-classicHome&majorCode=02&minorCode=0208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인데 팀원들과 보는 거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들 재미있었다며 다음 공연도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오페라 가수들의 풀이 한계가 있다보니 주인공이 미남 미녀가 아니어서 좀 낯설긴 했지만 400년 전에도 출생의 비밀이 담긴 막장 드라마가 인기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극장에서 보는 오페라는 생동감은 좀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자막 덕분에 내용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야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지난 해 국립발레단이 초연하고 세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대부분의 발레는 비극이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이다. 발레를 보면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선도 까다롭고 표정 연기도 많은데 기존의 공연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도, 연기를 하기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통 발레를 보는 것도 늘 감동이지만 이렇게 유쾌한 작품 하나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웠던 시간.  

이재효 전시.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이재효 작가의 전시. 이재효 작가의 이름을 인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작품을 보면 아~ 할 것 같다. 그만큼 요즘 큰 건물들의 로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무로 만든 작품만 알고 있었는데 못으로 만든 작품도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었고, 그 외에도 낙엽이나 돌 등의 자연소재 작품이 많다.
두 개의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에 작품을 두었는데, 전시실의 로비에는 작가의 작품을 의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고 야외에서는 작품에 매달려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해두었다. 손대지 마시오가 아니라 마음껏 매달리고 일상의 가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니 참 인상적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낙엽을 엮어 만든 길과 빛을 이용한 돌 작품, 가느다란 나무 줄기들로 만들어졌으나 마치 복슬복슬한 털 같은 느낌의 작품,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의 자연스런 현태를 그대로 활용한 작품 등 볼거리가 많았다. 몽환적인 느낌과 자연 친화적인 익숙한 느낌도 참 좋았다. 좋았던 날 좋은 작품을 만나 더 좋았던 날.


          

5월의 문화생활

변월룡전.
변월룡이라는 이 낯선 이름의 화가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고려인이다. 평양에서 몇 달간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 특이한 이력은 그를 더욱 특별하게 한다. 몇 달 전 문화사 멤버를 통해 그의 이름을 들었고 전시회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잊고 지내다가 수지형이 올린 포스팅을 보고 전시회 마지막 날 극적으로 가서 볼 수 있었다. 정말 극적이었던 것이, 차가 밀려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마감 한 시간 전 입장종료하는 시간에 걸려버렸다. 그래도 한 번 가보자 해서 갔는데 입장 시간을 놓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계속 입장을 요구하고 있었던 덕분에 딱 그 타이밍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시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짧았지만 변월룡이란 작가에 대해 감탄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의 이력을 내가 나열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아래의 링크를 통해 설명이 될 것이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8&contents_id=110346
모르고 지나갔을 변월룡이라는 한 예술가의 인생을 우리에게 알려준 사람은 바로 이 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53&aid=0000021524
아래 작품을 보는 순간 왜 사실주의 얘기가 나왔는지 느껴진다. 쿠르베의 오르낭의 매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훨씬 더 인상적인 것은 해방이라는 작품의 습작들. 실제 해방이라는 작품은 소재지가 불명이라고 하는데 어떤 작품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해진다.
북한의 풍경과 초상화가 많았는데 그 그림들을 보니 유화로 그려진 동양의 풍경과 동양인이 어찌나 생경한지 정말 특별한 느낌이 있는 전시였다. 올해 변월룡 작가의 탄생 100주년으로 특별히 기획된 전시였는데 그의 태생과 삶을 생각하면 이 작품들을 갖고 오기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사함에 절로 고개 숙여진다. 어떤 전시라도 경험해 보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대한민국 발레 축제.
4월에 교향악 축제를 하듯이, 5월에는 발레 축제와 오페라 축제도 열린다. 여러 무용단과 무용수들의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하루라도 가 볼 수 있으면 감사한 것이 현실이다. 국립발레단의 스페셜 갈라를 보러 갔는데, 그저 김기완과 이은원이 좋아서 믿고 보러 가는 국립발레단이지만 이번 갈라 공연은 뜻밖의 수확이 있었다. '요동치다'라는 공연이었는데 국립발레단의 무용수가 안무한 창작공연으로, 국악 리듬에 맞추어 현대적인 춤을 선보인다. 현대 발레도 몇 번 봤지만 도대체가 취향에 맞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은 정말 감동이었다. 안무며, 음악이며, 무용수들의 완벽한 춤이며, 무대 조명까지,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감탄을 자아내는 공연이었다. 국립발레단에서는 은퇴가 빠를 수 밖에 없는 단원들의 은퇴 이후 삶을 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무용수이지만 안무가를 꿈꾸는 강효형의 안무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보러 가야지, 정말 신선하고 멋졌다. 그리고 또 하나, 스파르타쿠스의 하이라이트 장면도 선보였는데 정말 멋져서 전체 공연을 보고 싶어졌다. 8월에 공연 예정인데 갈 수 있으려나. 끝나고 김기완과 사진까지 찍어서 완전 행복한 날이었다.

르누아르전.
일본 출장을 갔다. 처음으로 주말을 포함하여 일정을 잡고 신국립미술관에 르누아르전을 보러 갔다. 거의 10년쯤 전엔가 우리나라에도 르누아르전이 열린 적이 있었지만 일본의 르누아르전은 작품 수준이 다르다. 교과서에서 보는 그림을 거의 다 갖다놓은 느낌인데 그림들이 너무 익숙해서 이 작품들을 다른 미술관에서 본 적이 있었는지 교과서에서 본 것인지 오늘 처음 보는 것인지 매우 헷갈렸다. 르누아르전이지만 중간중간 피카소, 마티스, 고흐 등의 작품도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 베로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에 과연 장 베로의 그림이 올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면 정말 귀한 작품 봤다 싶을 수밖에. 혼자 다니는 일정이었으면 억지로라도 한 군데 정도 더 들러봤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르누아르의 작품을 이렇게나 많이 볼 수 있었으니 누린 것에 감사하자. 참고로 8월 22일까지 신국립미술관에서 전시된다.

2016년 6월 29일 수요일

855일 일상

어린이집에서 산책을 하면서 택배 아저씨를 만났는데 영우가 택배 아저씨한테 우리 아빠 어디있어요?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한테도 아빠 어디있냐며 요즘 부쩍 아빠를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 짠해라. 우리 신랑 얼마나 짠할까.
어린이집에서 배변 훈련을 시키면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완전 빵터졌다. 옷이 젖을새라 웃옷을 꼭 부여잡고 소변기 앞에 바짝 붙어서서 소변을 보고있는 사진이었는데 그 자세와 엉덩이를 드러낸 뒷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큰 웃음 줄 수 있는데 프라이버시 때문에 공유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집에서도 배변팬티 입고 조금씩 연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동생이 다리를 긁고 있었더니 가려워? 하더란다. 가려우니 긁어달라고 했더니 우유 하더니, 우유를 다 먹고 나서 정말로 긁어주더라지 뭔가.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쳐 줬냐고 하니 선생님이 가르쳐줬단다. 아직 영우가 하는 모든 말을 알아들을 순 없지만 뜻밖의 상황에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고 툭 던지는 말은 정말 신기하다. 네 하고 대답하는 것도 참 귀엽다.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4월의 문화생활



문득, 갑자기, 예술의 전당 앱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라 바야데르의 취소표 두 장이 포착되었다. 신랑이 바빠서 같이 갈 사람이 정해여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바로 구매. 몇 년 째 성인 취미발레를 배우고 있는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는데 요즘 뮤지컬만 봐서 발레가 보고싶었다는 럭셔리한 발언을 남기며 약속이 성사되었다.
최근에 유니버셜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을 보았던터라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된다. 니키아 역을 내 사랑 이은원이 했기 때문에 엄청난 편견이 작용할 수 밖에 없기도 하다. 보고 보고 또 봐도 아름답고 멋지다. 의상, 무대, 조명, 무용수들의 연기 모두 훌륭하다. 국립발레단에 감동받은 친구는 이후의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을 전부 예매할 기세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 친구랑 이야기하느라 조금 늦게 내려왔더니 무용수들이 짐 싸서 나오는 타이밍이 되었다. 이 날 부상으로 춤은 못 추고 왕 역할을 한 이재우랑 사진도 찍고 이은원도 먼 발치에서 바라보았다. 기다리면 이렇게 사진찍을 수도 있구나! 기분 좋았던 날!

3월의 문화생활

3월에는 영화만 두 편 보았네. 귀향과 주토피아.

귀향.
귀향을 본 사람들이 힐링된다고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보기 전에는 위안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고 어떻게 힐링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싶었더랬다. 보고 나니 왜 힐링된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주토피아.
주토피아 역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코드를 숨겨놓았는데 아마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훨신 많았으리라.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가 어우러져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퍼스타 가젤이 트랜스젠더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찡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강추.

2월의 문화생활

육아일기 적는것도 매번 밀리기만 하니 문화생활 한 것은 뒷전이다. 너무 오래전에 다녀와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서울 가려면 마음 먹고 가야하니 명절 전 날, 기름 냄새 풀풀 풍기며 전시회 두 개를 숙제하듯이 보고왔다.



대영박물관전은 흥행을 위하여 '대영박물관'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인간, 또는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하는 전시였다. 기원전 몇 천 년 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소재를 통해 표현된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묘한 경험이다. 그리고 아시아의 작품도 많이 있었는데 살면서 인도의 작품들을 이렇게 볼 수 있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나 싶어 인상적이었다.
인상주의전은 뜻밖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아니, 나는 인상주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감흥이 없다니, 그동안 풍경화를 너무 많이 보았던 것일까? 사실주의부터 야수파까지 시대별로 잘 구성되어 있었고, 그렇다보니 많은 작가의 작품들이 왔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생각나지 않고 잘 접할 수 없는 독일의 인상주의 작품들이 왔다는 것이 신선했었다.
전시회를 다 둘러본 후에 신랑에게 대영박물관전이 더 좋았다라고 이야기하였는데 이 느낌은 일본 미술관 투어에서도 이어졌다. 일본의 미술관 투어 여행은 나중에 다시 시간 내서 포스팅하도록 해야겠다.

2016년 6월 26일 일요일

요즘 나는 우울하다.

숙제처럼 육아일기를 마무리하고 나니 나에 대해 쓰고 싶은 생각이 드나보다.
요즘 나는 우울하다.
이 회사 입사하고 나서부터는 나에 대한 이야기는 일이 많다, 힘들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며칠 전에 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그 이후로 더 우울해졌다. 이제 입사한지 1년이 되었으니 시니어로서 성과를 내라, 언제까지 일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거냐, 일이 많으면 효율적으로 일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하라는 주문이었다.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쨌거나 열심히 일 해 왔는데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건가, 회사 다니기 싫다, 이직을 잘못했나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머리로는 시니어로서 앞으로 해나갈 일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겠다 싶지만 마음으로는 괴롭고 또 괴롭다. 회사를 옮긴 가장 큰 이유가 영우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일거라 믿어서였는데 아직도 영우를 데려올 날은 요원하기만 하고, 내 삶은 전보다 행복하지 않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난 놓을 수 없겠지. 그렇게 행복하지 않은채로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