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7일 금요일

비올라와 함께하는 질풍노도

남들에게는 줄여서 이야기하지만 2020년 3개월간의 첫 비올라 레슨, 2021년 여름부터 문화센터 레슨, 2022년부터의 회사 동호회 활동, 2025년 여름부터의 개인 레슨, 아무리 줄여봐도 비올라 시작한지 4년은 넘었다고 봐야할 것 같다. 비올라와 함께한 지난 몇 년간 행복한 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좀 잘하고 싶은데 늘지 않아서 슬럼프에 빠진 상태이다.
비올라 이야기를 처음 기록하는 것 같으니 더 잊혀지기 전에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겨두어야지.

2022년 클래식살롱 동호회의 문을 두드리던 때, 문화센터 레슨받기 시작한 지 1년 갓 지난 시점이어서 괜찮을까 하는 마음이었으나 비올라라는 희귀한 악기를 환영해준 갓갑산님. 바이올린인데 비올라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니지요? 라며 환영해준 갓갑산님. 연말 연주 때 정말 쉬운 악보로 편곡해주셔서 난생처음 합주라는 것을 경험해보고 다른 사람과 합을 맞춰 연주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인지 알게 되었다.
2023년 동호회제도가 만들어진지 1년을 기념하며 회사 로비에서 연주회가 있었다. 클래식 동호회라 공연 보는 것에도 관심이 많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남의 연주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연주에 더 관심이 많고 대체로 내성적인 편이었다. 뒷풀이도 많지 않고 연습만 하고 헤어지는 분위기였는데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자주 만나 연습을 하니 연습만으로도 친해질 수 있는거였다.  
그리고 2024년. 회사 장애인식교육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들로만 구성된 한빛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할 기회가 생겼다. 클래식살롱에 비올라는 나 혼자였던터라 처음으로 다른 비올라 멤버와 함께 연주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장애가 있는 분들이 연주를 하다니, 암보로 연주하다니 대단하다 감동이다 이런 느낌보다는 언제 들어가야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어느 소리를 듣고 들어가라, 활은 이렇게 하라 알려주는 동료가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다. 이 때 초보 비올라를 위해 쉽게 편곡된 악보가 아닌 실제 원곡 악보로 연주했는데 물론 나는 모든 음을 다 연주할 수는 없었지만 실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말 연주회를 준비하다보니 역시 제자리걸음인 나를 발견하고 잠깐 슬럼프가 왔는데 그 때 새로운 비올라 멤버가 합류하였다! 마침 회사 로비 연주회까지 한달 여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는데 비올라 악보가 쉬웠기 때문에 이미 다른 오케스트라 경험이 있던 새 멤버는 무리 없이 연습해서 함께 로비 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로비 연주회를 마치고 또 한 명의 비올라 멤버가 합류하였다!!! 혼자 자리를 지키다 세 명이 되니 얼마나 좋던지, 세 명이 함께 클래식살롱 제1회 정기 연주회에 설 수 있었다. 
이 뜨거운 마음을 안고 시작한 2025년, 새 악기를 구입했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나에게 비올라를 생일 선물로 주었다. 회사 로비 연주회는 없었지만 앙상블팀이 결성되어서 연말 연주회곡 외에도 많은 곡을 연주하였다. 모짜르트의 아이네클라이네, 헨델의 파사칼리아 등 좋은 곡을 알게 되고 연주도 해보게 되고 그렇게 시작된 차이코프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프로젝트. 1회 연주회 때도 2악장을 연주하기는 했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멤버들과 1,2악장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비올라 전공자가 가입하는 대박사건 발생, 비올라 멤버가 4명이나 되었다. 쓰면서 돌이켜보니 2025년은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악기도 새로 사고 개인 레슨도 시작하고 연습량도 많아지고 주말에도 많은 시간을 비올라와 함께 보냈다. 물론 그러던 중에도 하기 싫어지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어려서 악기를 했던 친구들은 초견으로도 금방 되는 것을 볼 때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일정 수준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느낄 때가 가장 위기였다. 그래도 작년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얼마나 연습했는지 손가락이 테이프 위치를 정확히 짚더라, 연습한 것을 알아봐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순간을 잘 넘긴 것 같다. 얼마나 다정한 동료들인지.
2026년 2월에 갓갑산님이 이한나선생님 비올라 마스터클래스 섭외에 성공하였다. 6월에 예정된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어떤 곡을 할지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4명이 함께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서 (결국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4비올라의 오블리비언 준비도 하고 설레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4월에 비올라를 위한 전시회에서 접한 couplets de folies를 첼리스트 희경님과 마스터클래스 곡으로 준비한 시간도 좋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 마스터클래스로 인해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내 수준에 맞지 않는 곡이었고 나 또한 마스터클래스를 받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쓰고 보니 너무나 당연한 말이네 :) 마스터클래스 때 최근 2주 내 어느 연습때보다 못한 소리가 났다. 그러니 선생님 입에서 끼기긱이라는 소리가 나왔고, 지도해줄 수 있는 부분이 힘 빼라, 활을 길게 써라, 붓점을 어떻게 해야한다 등 레슨 선생님한테서 받을 수 있는 피드백과 비슷했다. 특별한 피드백이 있는 레슨을 바란 것도 아니었는데 아마도 선생님 앞에서 잘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실망감이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마스터클래스가 끝나고 2개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재미가 없다. 심지어 목디스크고 인해 손저림까지 있어서 더 재미가 없다. 올해 연주회까지는 어떻게든 하겠지만 계속해서 비올라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나의 낙이었는데 큰 즐거움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