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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28일 일요일

1173일 흉내내기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는데, 전 같았으면 아빠를 보자마자 뛰어올텐데 이 날은 '아빠 들어와. 같이 놀자' 하더란다. 전 날도 아빠를 쳐다보고는 만들던거 계속 만들었다던데, 이제 저녁때 어린이집에서 노는건 완전히 잘 적응했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는 날이라고 아빠가 이야기해주니 좋아하며 할머니가 '영우 왔어? 하겠지?' 라고 나름 할머니와 비슷한 억양으로 흉내도 냈다. 집에 들어가면서는 우리를 뒤에 두고 엘리베이터로 뛰어가다가 갑자기 '멈춰. 엄마아빠 올 때까지 기다려' 한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배운 안전교육이 생각났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서도 안전교육 받은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이름이 뭐니' 하며 선생님 흉내를 내는데 그것 참 웃기다. 심지어는 신랑이 전 날 아빠가 데리러 갔는데도 안 나오고 만들던거 만들더란 이야기를 하니 그 상황도 재현해낸다. 웃긴 녀석.

- 어린이 집에서는
실종/유괴 예방방지 안전교육이 실시되었다고 한다. 내 이름을 알아요를 주제로 해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담겨 있는 동영상을 보았단다. 엄마아빠를 잃어버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물어보니 경찰아저씨라고 답했단다. 멈추기, 이름 전화번호 생각하기, 도와주세요 요청하기를 연습했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는 이름이 뭐니?' 라고 물어보니 '나영우!'라고 큰 소리로 답했고, 엄마아빠 이름을 물어보니 바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전화번호는 잘 모르니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이렇게 안전교육을 해주니 좋구나.

2017년 3월 30일 목요일

2월의 문화생활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음악회를 갈 때마다 높은 확률로 강석우를 볼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CBS에서 클래식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단다. 클래식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청취율이 매우 높아서 기획된 공연이고, 앞으로 매년 음악회를 기획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협연자 중에 김정원이 있길래 보러갈까 말까 살짝 고민하고 있었는데 전석 매진이라는 이야기에 혹해서 또 취소표를 예매하였다.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곡들로 선정을 했겠지, 전 곡 아는 곡인 경우는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두 달 사이에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또 듣게 되었는데, 클라리넷은 그런 자세로 연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ㅜㅜ 협연자는 자세 말고는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르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관악파트 소리들은 괴로웠다. 다음 곡은 엄청난 기교를 자랑하는 사라사테의 찌고이네르바이젠. 바이얼린 소리도, 협연자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연주는 꽤 좋았다. 고음 부분에서 거슬림이 하나도 없고 얼마나 섬세하던지, 옛날에 비해 좀 편안히 연주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쩄거나 손꼽히는 차세대 바이얼리니스트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연주였다. 기대했던 김정원의 황제는 예상대로 좋았다. 어쩜 그렇게 한결같이 정석대로 연주할까, 얼마나 연습을 하면 군더더기 하나 없이 이게 정석이다 싶은 느낌이 들게 되는걸까, 그렇지만 내게 최고의 연주였던 김선욱의 황제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앵콜곡이 슈베르트인 것 같은 느낌인데(아니라면 이후의 내용이 부끄럽지만;) 김정원은 베토벤보다는 슈베르트의 느낌이 훨씬 좋은 것 같다. 황제도 좋았지만 앵콜이 훨씬 더 김정원에게 잘 어울렸다.
대중에게 클래식을 알리는 건 좋다만 관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까. 전석 매진이라더니 초대권을 얼마나 뿌린건지, R석 중에서도 소리가 가장 좋다고 하는 자리 뒷쪽이 한 줄 몽땅 다 비어있다. 그렇게 바로 보이는 위치의 텅 빈 자리는 연주자를 기운빠지게 할텐데 초대권 좀 덜 뿌리면 안되나. 클라리넷 협주곡은 한 악장만 연주해서일까, 얼마나 박수가 박한지, 채재일이 앵콜을 준비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수가 너무 짧게 끝나서 다시 인사하러 나오지도 못했다. 그때문인지 신지아는 나가자마자 다시 들어와서 앵콜을 했는데 곡이 끝나기도 전에 안다박수(몇 마디나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모른다박수이지만)가 터져나왔다. 곡이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으면 다음엔 좀 끝까지 기다리면 안되나? 가늘고 길게 뽑아내며 끝나는 여운이 남는 곡이었는데 또 안다박수가 터져나왔다. 심지어 김정원의 연주 때는 1악장이 끝나고 브라보가 나왔다. 뭐, 정말 좋아서 브라보가 터져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황제를 좋아하고 특히나 2악장을 기대하고 있던 나는 불만 가득, 그러나 김정원도 일어나서 인사를 했기 때문에 그냥 박수치고 말았다. 그리고 C블럭 1열의 할머니, 몇 번이나 종이봉투를 가방에서 꺼냈다 넣었다하며 부시럭거리던 그 할머니, 기침소리 없는 소절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잦은 기침, 핸드폰 소리, 1열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아주머니, 정말 최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 옆자리 남자의 찌든 담배 냄새도 괴로웠다. 이런 기획공연의 한계인가, 전체적인 공연은 좋았는데 관객매너는 아주 씁쓸했다.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622 2악장
사라사테, 찌고이네르바이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컨택트
수지형이 신랑이 좋아할 거 같다고 강추한 영화. 수지형은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소설 작가의 또다른 소설도 읽고 있다고 한다. 마침 신랑도 보고싶어하길래 겨우 시간 맞춰서 죽전까지 가서 봤는데 난 별로. 외계인의 모습도,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도, 그로 인해 시간의 흐름을 외계인과 동일하게 느끼게 되는 것도 와닿지가 않았다. 아마 책으로 읽었다면 외계인의 세계관과 시공간에 대한 물리법칙 등에 대해 더 공감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미래를 알고 한나를 낳지 않는 선택이 가능한 것인지, 그저 미래를 볼 수 있을 뿐이라 한나는 반드시 태어나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조작된도시
아무 기대없이 봐서인건지, 컨택트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았다. 이제 오락영화나 봐야하는 것인가.

2017년 2월 27일 월요일

1월의 문화생활


KF 갤러리
센터원의 KF 갤러리에서 무료 전시가 열리는데 가끔 들러보면 작은 규모이지만 알찬 전시가 열린다. 요즘은 직장인들을 위해서 저녁 8시까지 관람 가능하고 6시 30분에 도슨트도 있다.
1월에는 베트남 땀따잉마을의 사진전이 열렸고 2월에는 일본의 판화가 전시되고 있다. 종로에서 시간이 남을 때 가보면 좋은 곳.

11시 콘서트
휴직자 찬스로 정말 오랜만에 11시 콘서트에 가본다. 오랜만에 라흐마니노프 피협 2번을 들을 수 있었는데 도입부가 웅장하게 울려퍼지니 그래, 실연이란게 이런 느낌이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서 오기를 잘했다 싶었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은 많이 들어봤을 것 같은데 이렇게나 경쾌한 곡이었나 싶은 생각이 드는 연주였다. 연주자마다 다른 해석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으니, 이래서 실연이 좋다.
라흐마니노프 피협은 피아니스트 조재혁이 연주를 했고 앞으로도 진행을 하나본데 첫 공연이었는지 해설에만 15분을 썼다. 시간이 걸리면 어떠랴, 나는 시간이 많은 휴직자인 것을, 오케스트라도 시간이 길어져 앵콜을 안하려고 생각했나본데 관객들 호응 덕분에 앵콜까지 들었다. 늦은 시간 집에 갈 걱정 없이 여유있게 즐길 수 있는 11시 콘서트라 그런지 유난히 기분이 좋아서 예술의 전당 페이지에 들어가 다른 공연들을 또 살펴본다.

















구혜선 dark YELLOW
11시 콘서트를 본 날 v 갤러리에서 구혜선 개인전을 하길래, 무료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은 나는 안들어가볼 이유가 없지. 구혜선이 그린 그림도 있고, 작곡작사한 악보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전시실에서 나오는 음악도 구혜선 곡인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세상을 영원히 이해 못하겠지만 종합예술인이려니 생각할련다.

너의 이름은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는데 덕후의 영화를 보다니. 후쿠시마 이후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작품이란 것을 빼면 그냥 일본의 애니메이션인데, 성지순례를 할만큼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라라랜드
여기저기 수상소식이 들리고 화제가 되고 있으니 봐줘야 할 것 같아서 상영관도 없는데 겨우겨우 찾아서 봤으나 난 좀 실망. 뮤지컬 영화인줄 알고 봤는데 뮤지컬은 일부일 뿐이고 스토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뮤지컬을 기대했던터라 영화 초반의 화려한 파티씬이 있는 부분이 좋았는데 대부분은 마지막 씬이 좋았다고 하니 내 감성이 더 이상 대중과 교감이 안되는 것인가. 음악도 메인 선율이 여러가지 버전으로 변주되어 흐르는 것은 좋았지만 노래는 와닿는 것이 없었다. 이미 여러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받았으므로 그 밖의 마음에 안드는 부분은 생략하겠다.

2016년 11월 3일 목요일

9월의 문화생활

카페 소사이어티
우디 앨런이 그린 뉴욕은 어떨까, 미드나잇 인 파리를 기대하며 보러갔다. 신랑한테도 뉴욕이 나올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영화 초반은 LA가 배경이어서 잘못 안 줄 알았다. 뉴욕의 풍경도 이른 아침의 센트럴 파크 외엔는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풍경은 덤일뿐, 우리 앨런의 영화가 좋아야 하는건데, 그는 무덤덤하게 인간의 욕망, 흔들리는 신념 등을 그려낸다. 그 바람에 초반의 달달했던 로맨스도 그냥 무덤덤해진다. 우디 앨런 영화같다 정도의 평이 적당한 것 같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정말 좋았는데..

2016년 8월 28일 일요일

7월의 문화생활

7월엔 메가박스 오페라만 두 편 보았다.

투란도트.
정말 유명한 오페라지만 아직 본 적이 없다. 티켓이 매진이길래 실망하고 있었는데 전날 밤에 보니 오전 10시에 추가 오픈되어 운좋게 볼 수 있었다. 1막부터 막 재미있는지, 내용을 추리면 정말 심플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의상, 동양의 문화까지 결합되어 볼거리가 많았다. 안타까운 것은 투란도트가 할머니 같았다는 것, 바로 직전에 투란도트의 아버지가 노래를 하기 때문에 혹시 투란도트의 어머니가 나오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래 잘하는 소프라노가 이렇게 적은 것인가 정말 몰입감 떨어진다.
테너는 노래를 잘 해서 그가 등장할 때부터 3막이 될 때까지 네순 도르마를 얼마나 잘 불러줄지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막상 그 순간이 되어 노래를 들으니 실망. 그동안 정말 잘하는 사람들의 네순 도르마를 들어왔나보다. 수수께끼를 맞추는 부분도 그렇게 짧고 쉽게 끝나다니, 원작이 그런거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거 같은데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다.
투란도트는 Met Opera였기 때문에 르네 플레밍이 나와서 또 열심히 홍보를 해준다. 난 화려한 무대도 좋지만, 이런 무대 뒷모습이 더 좋더라. 다음 작품인 마농 레스코도 여건이 되면 보고싶군. 투란도트는 화려한 피날레가 인상에 남고, 무대장치며, 배우들이며, 아리아를 생각해보면 실제로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마탄의 사수.
팀원이랑 보러 갔다. 결론은 지루했다. 아무리 오페라라 해도 그렇지 너무 억지스럽잖아. 게다가 마지막 부분의 극적인 화해도 좀 별로였다.
독일어로 하는 오페라여서 좀 투박하달까, 그리고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도 있어서 특이하다. 뭔가 베버에 대해서도 좀 쓰고, 독일어 오페라에 대해서도 썰을 풀어야 할 것 같지만 조사해서 올리는건 넘나 귀찮은 일.

2016년 6월 30일 목요일

6월의 문화생활

피가로의 결혼.
요즘 영화관마다 차별화를 위해 명화 재상영이나 클래식 공연을 상영해주는데 메가박스에서는 오페라를 상영해준다. 매년 MET 오페라를 상영해오다가 이제는 유니텔 클래시카 오페라도 추가되었다. 팀에서 보러가기로 해서 무난하고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카르멘을 보려고 했는데 피가로의 결혼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었다. 상영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http://www.megabox.co.kr/?menuId=specialcontent-classicHome&majorCode=02&minorCode=0208
워낙 취향을 타는 장르인데 팀원들과 보는 거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다들 재미있었다며 다음 공연도 함께 보러가자고 했다. 오페라 가수들의 풀이 한계가 있다보니 주인공이 미남 미녀가 아니어서 좀 낯설긴 했지만 400년 전에도 출생의 비밀이 담긴 막장 드라마가 인기였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극장에서 보는 오페라는 생동감은 좀 떨어지지만 배우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고, 자막 덕분에 내용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또 보러 가야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지난 해 국립발레단이 초연하고 세익스피어 사망 400주년을 맞이하여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말괄량이 길들이기. 대부분의 발레는 비극이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이다. 발레를 보면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을 수 있다니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동선도 까다롭고 표정 연기도 많은데 기존의 공연들과는 완전히 달라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기도, 연기를 하기도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정통 발레를 보는 것도 늘 감동이지만 이렇게 유쾌한 작품 하나 친구들과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많이 웃고 많이 즐거웠던 시간.  

이재효 전시.
7월 3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전시되는 이재효 작가의 전시. 이재효 작가의 이름을 인지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누구라도 작품을 보면 아~ 할 것 같다. 그만큼 요즘 큰 건물들의 로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나무로 만든 작품만 알고 있었는데 못으로 만든 작품도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었고, 그 외에도 낙엽이나 돌 등의 자연소재 작품이 많다.
두 개의 전시실과 야외 전시장에 작품을 두었는데, 전시실의 로비에는 작가의 작품을 의자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고 야외에서는 작품에 매달려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해두었다. 손대지 마시오가 아니라 마음껏 매달리고 일상의 가구로 이용할 수 있게 하니 참 인상적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맞이해주는 낙엽을 엮어 만든 길과 빛을 이용한 돌 작품, 가느다란 나무 줄기들로 만들어졌으나 마치 복슬복슬한 털 같은 느낌의 작품, 뻗어나가는 나무 가지의 자연스런 현태를 그대로 활용한 작품 등 볼거리가 많았다. 몽환적인 느낌과 자연 친화적인 익숙한 느낌도 참 좋았다. 좋았던 날 좋은 작품을 만나 더 좋았던 날.


          

2016년 6월 27일 월요일

3월의 문화생활

3월에는 영화만 두 편 보았네. 귀향과 주토피아.

귀향.
귀향을 본 사람들이 힐링된다고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보기 전에는 위안부의 삶을 다룬 영화를 보고 어떻게 힐링이란 단어를 쓸 수 있는가 싶었더랬다. 보고 나니 왜 힐링된다고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주토피아.
주토피아 역시 큰 기대 없이 봤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곳곳에 깨알같은 유머코드를 숨겨놓았는데 아마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훨신 많았으리라.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가 어우러져 살고 있는 주토피아에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해서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수퍼스타 가젤이 트랜스젠더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살짝 찡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영화. 강추.

2014년 12월 23일 화요일

300일

영우를 만난 지 300. 대구 내려온지 100일 더 지났고 이제 돌까지 두 달이 남았다. 언제 키우나 싶었는데 이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다.
먹는거 잘 먹고 노는거 잘 노는데 잠이 문제다. 수면텀이 40~50분 정도밖에 안되고 자다가 깨어났을 때 옆에 사람이 없으면 엄청 서럽게 운다. 혼자 자는게 아직 많이 무서운가보다. 밤에는 자다 깨서 놀려고 하지는 않지만 몸부림을 심하게 치고 자주 깨서 통잠은 아직도 먼 얘기다. 잠만 좀 잘 자주면 훨씬 수월할텐데 300일의 기적은 없었으니 또 400일의 기적을 기다려봐야겠다.
오후에는 동생 내외도 방문하여 300일 촛불 켜고 미니 파티를 했다. 200일 때는 고깔모자 씌워도 가만히 있더니 이제는 싫단다. 지가 벗겨낸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되는지 번갈아가며 사진 찍는데 뻥한 표정. 이쁜 사진 찍어서 카톡 프로필을 바꾸고 싶었는데 실패. 돌 스냅사진도 미루다 미루다 이제야 겨우 예약했는데 돌 사진은 이쁘게 찍어보자! 돌잔치 식당은 한 달 전에 예약해두었었고 이제 돌상 예약하고 돌잔치 준비로~

2014년 10월 12일 일요일

비긴 어게인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설국열차였을까? 그사이 영화티켓은 만원이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인지라 원스 제작진 중 누군가가 참여했다는 정도의 사전 정보만 가지고, 8월에 개봉했는데 9월 말까지 예매 순위 2위라는 정보를 가지고 선택한 영화. 결과적으로는 꽤나 좋았다.
아쉬운 점은 음악 영화인데 여주인공의 노래 실력이 좀 부족하다는 것, 그래도 녹음된 버전은 들어줄만하다. 남주인공의 노래를 들으며 뭔가 유명한 사람일거 같다 싶었는데 마룬5의 멤버일 줄이야. 무명작곡가와 이제는 한물 간 음반제작자가 만나 뉴욕의 거리에서 앨범을 녹음하는 스토리여서 뉴욕 거리가 나올 때마다 즐겁고 (개인 취향이지만) OST도 원스보다 좋다. 영화 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OST가 계속 맴돈다.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Grab, Greenlight, and Gatsby


최근에 가장 이슈가 된 영어 단어를 꼽으라면 바로 Grab이 아닐까 싶다. 우스개 소리로 윤창중의 영어교실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고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했다고 한다.

움켜쥔다는 의미의 단어로 세 가지를 쓴다고 하는데 grasp, grip, grab이다. 잠깐 윤선생 영어교실을 인용해보면(http://news.donga.com/3/all/20130516/55184590/1)
1. grasp: 사물이나 기회 등을 간절히(eagerly) 붙잡다. 또는 움켜잡기.
2. grip: 주로 손잡이가 있는 부분을 견고하게(tightly) 붙잡다. 또는 쥐는 방식.
3. grab: 손잡이가 있거나 혹은 손잡이가 없는 부분을 서둘러(hastily) 붙잡거나 잡아채다.
신랑과 이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댔는데 위대한 개츠비를 보다보니 마지막에 grasp란 단어를 쓴 표현이 나온다.
“grasp the green light”
그린라이트는 데이지의 집 앞 선착장에 밤새 반짝이는 불빛을 의미하지만, 데이지를 사랑하는 개츠비에게는 그 빛이 곧 사랑하는 데이지이자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간절히 움켜잡는거지. grasp. 이 단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린라이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희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인다. 그런데 ‘스팀'이란 게임 사이트에서 도입한 퍼블리싱 시스템의 이름 또한 그린라이트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내가 파악하기로는, 작은 개발업체들은 퍼블리싱 업체를 만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힘들여 만든 게임이 사장되는 일도 허다하다. 이러한 부분의 해소를 위해 그린라이트에 게임을 올리고 유저들이 게임을 해본 후 투표를 하여 일정 표 이상을 획득하게 되면 스팀에서 퍼블리시를 해주는 착한(?) 시스템이다. 개발업체 입장에서는 대박의 꿈을 꿔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 개츠비의 그린라이트가 희망을 의미하는 단어가 맞나보다.

위대한 개츠비는 (읽어본 적은 없지만)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 스캇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가 나오는데 그 역시 프랑스의 황금시대를 동경했는지 뉴욕의 1920년대를 보며 위대한 개츠비를 집필한 후 파리로 떠난 것이었나 보다.
이 위대한 소설은 바즈 루어만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한다. 화려한 영상미도 좋고, 중간중간 흘러나오는 랩소디 인 블루도 좋고, 탄탄한 스토리를 받쳐주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랩소디 인 블루의 하이라이트 소절에 맞추어 터지는 불꽃꽈 폭죽, 그리고 개츠비의 첫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전날 이동진 기자의 별점이 두 개 반이라, 심지어 지루하다는 평을 하는 바람에 살짝 걱정도 있었지만  지루할 틈 없이 매우 재밌게 보았다. 이동진 기자는 바즈 루어만이 피츠제럴드이든 셰익스피어든 자기만의 스타일로, 원작에 충실하지 못하고 그저 화려하게 만든다는 요지의 평을 했는데 일견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만 감독 또한 예술가인데 자기만의 해석이 들어가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담기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의 개봉과 함께 많은 번역책들이 추가로 쏟아져나오고 논란도 일고 있는데 다음 달에는 The great Gatsby를 읽어보아야겠다. 고전의 힘!

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오텔로@The Met Opera



메가박스에서 메트오페라의 실황공연을 상영중이다. 첫 작품인 도나제티의 사랑의 묘약은 결국 보지 못하고 베르디의 오텔로를 보고왔다.
단순히 실황만 녹화해 놓은 것이 아니라 소프라노 손드라 라드바노프스키의 진행으로 무대 뒷 모습, 주연 배우들과의 인터뷰, 연출가와의 인터뷰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메트오페라는 시즌에 200개 이상의 공연이 올라간다고 하는데,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낮 공연은 오텔로, 저녁 공연은 템페스트, 다음 주중 공연은 또 다른 작품, 이런 식으로 진행되나보다. 세트 규모도 엄청나고 막과 막 사이 세트 교체도 꽤나 많은데 이런 세트가 5개나 내장되어 있다니 참 놀랍다.

주연 오텔로를 연기한 요한 보타는 노래도, 연기도 정말 뛰어난 배우였다. 그러나 항아리같은 몸매와 그런 몸매를 가진 사람에겐 항상 따라오기 마련인 끝없이 흐르는 땀으로 몰입이 잘 안되는 바람에 안타까웠다. 1막에서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의 감정이 넘치는 장면에서는 키스라도 하며 마무리되어야 할 정도로 분위기는 달달했는데 실제 키스 장면은 없어 오히려 다행이라 느껴질 정도.
르네 플레밍은 데스데모나 역을 1994년에 처음 맡았고 2013년에도 연기하고 있으니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데스데모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손드라와의 인터뷰 중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잘 어울리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자평하던데, 이미 나이가 많아져서인지 나는 그녀의 목소리가 좀 답답했다. 이미 다른 소프라노들의 목소리에 익숙해져서일 수 있겠지만 4막에서는 호흡도 좀 가쁜 듯 여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던 덕분에 메트 오페라를 좀 찾아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몇년째 실황공연을 상영했던 모양이다. 당연히 그렇겠지만 오페라의 종류도 얼마나 많은지 볼 것은 참 무궁무진하구나 싶다. 오늘 보았던 배우들이 과거 메트 오페라 작품들에 출연한 것을 보니 반갑고, 이렇게 새로운 영역을 또 알아가는구나 싶다. 지난 주 문화사 수업이 베네치아여서 날개달린 사자와 산 마르코에 대해 배웠는데 오늘 음악과 배경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또 반갑던지. 아, 지역적 배경은 베네치아가 아니고 최근 유럽위기로 화제가 된 키프로스이다.
다음 작품은 영국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의 템페스트인데, 손드라의 인터뷰에서 드레스 리허설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이 젊고 이뻐서 템페스트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외모지상주의는 어쩔 수 없나보다. 이쁘고 멋진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만 보다가 오페라를 볼 때 가장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일요일 낮이지만 관객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2회씩 시간을 빼 주는 메가박스의 노력이 고맙기도 하다. 평균 연령층이 아주 높았는데 우리 뒷자리에 할아버지 친구들이 인상적이었다. 고상한 할아버지들. 그리고 르네 플레밍이 버들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할때부터 끝날 때까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어 깜짝 놀랐다. 세상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2013년 4월 24일 수요일

로마 위드 러브



미드나잇 인 파리에 이은 우디 앨런의 유럽사랑이 담긴 영화. 이번엔 로마다.
프레인 무비가 공동제공사라고 하고, 로마의 아름다운 풍경이 나온다니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엔 어떤 마케팅을 진행할까 싶어 개봉 일주일 전 시사회에 참석. 신혜경 작가가 작업한 로마 지도를 받았다. 유명한 신진 아트그래픽 작가인 모양. 또 이렇게 한 사람 알았다.

내용 측면에서는 크게 재미있는지 모르겠고, 로마의 골목골목과 풍경을 엿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긴 했다. 파리도, 로마도 영화 보며 달래는게 아니라 직접 가볼 수 있는 날이 올테지~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영화 몰아보기



한 때는 매월 영화 두세개씩 보러다니곤 했었는데 이제 보고싶은 영화 놓치지 않기도 힘들다. 천이백만이 봤다는 7번방의 선물도 아직 못봤으니. 지난달 설 연휴부터 틈 날 때마다 본 영화들 한 줄 리뷰.
나는 살인범이다 : 적당한 오락영화. 그나저나 아, 박시후.
용의자 X : 류승범의 재발견. 특유의 껄렁한 스타일의 뻔한 연기만 잘하는줄 알았는데 답답해 죽는줄 알았네.
베를린 : 류승범의 재발견. 용의자X의 그 답답한 수학자가 동일인이라니.
마진콜 : 평이 좋아 기대하고 봤는데 별 감흥이 없다. 금융권에서 너무 오래 일했나?
스토커 : 역시 박찬욱이 감독이구나, 사람들이 감상평에서 허세를 부릴만한 요소는 매우 많다.
신세계 : 잔인하지만 재미있게 봤다. 이정재 아직 살아있네.
아르고 : 헐리우드가 좋아할 만한 영화. 볼만은 하지만 너무 과거 일이라 그런지 특별히 더 감동적이진 않았다.
반창꼬 : 고수를 갖고 저렇게밖에 못만들다니, 그러나 한효주는 참 귀엽다.
황해 : 영화 참 끈적끈적하고 쌔쓰깨같다.
원데이 : 가끔 스쳐지나가는 영국의 일상을 보는 것도 좋고 배우들도 멋진 감성돋는 영화.
테이큰2 : 원데이에 이어 이스탄불 감상. 그렇지만 매우 식상하다.
쓰고 보니 한국 영화는 순 배우들 평이구만.

2013년 2월 19일 화요일

브레겐츠 페스티벌 아이다



오스트리아, 인구 3만의 작은 마을 브레겐츠에서 1945년부터 시작된 호수를 무대로 펼쳐지는 오페라 페스티벌. 유럽에 가면 다른 볼거리가 천지이니, 오스트리아만 하더라도 빈, 짤츠부르크, 할슈타트 등 가보고 싶은 곳이 가득하니, 저런 작은 마을에서 하는 공연을 일부러 보러 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메가박스에서 브레겐츠 페스티벌 공연 실황을 상영중이다. 메가박스에서 유럽의 음악회, 오페라, 뮤지컬 등을 상영하는 것은 오래된 일인가본데 이번에 처음 알게되었다. 1월 1일엔 빈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생중계하기도 했고 3월엔 메트 오페라를 올린다고 한다.
브레겐츠 페스티벌 아이다는 12월에 개봉했는데 지금도 드문드문 상영중이고 3일 전쯤 예매했을 때는 한 커플 좌석만 비어 있었는데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대 연출에 대해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화면으로 잡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느껴졌다. 좀 더 멀리서 전체를 잡아주었으면 했는데 그랬다면 배우들의 표정을 안 잡아준다고 불만이 생길수도 있었겠지. 이집트가 배경인 아이다의 무대에 왜 자유의 여신상을 컨셉으로 했을까 궁금했는데 2009년 페스티벌 당시 전쟁을 하고 있던 미국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선행진곡이나 중간중간 무용 부분은 이집트 느낌이 안나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라 트라비아타도, 아이다도 현대적으로 연출된 무대를 보다보니 고전적인 무대 연출을 보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링크는 실제로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아이다를 감상하고 온 기자의 후기.
http://ticket.yes24.com/Home/Magazine/InterviewRead.aspx?bid=7024&page=14&Code=3

2012년 12월 25일 화요일

Les Miserables



역사, 세계사에 대해 너무 모르는 나는 미술사 시간에 루이 16세가 처형되고 나폴레옹 시대를 연 후 다시 부르봉 왕가의 샤를 10세가 즉위하는 것을 배우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대선 이후 프랑스 혁명과 비교하여 언급한 몇몇 글을 보았는데 보면서도 별 생각 없다가 레 미제라블 시작에서 나오는 ‘프랑스 혁명 25년 후, 다시 왕정이 시작되었다’는 문장을 보면서부터는 마음이 찡한 것이 우리나라 상황을 너무 투영하면서 본 것 같다. 바리케이드 장면, 엔딩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누군가는 오버라 하겠지만 이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싶다. 내일은 다시 오리라. 오는거겠지.

이제 영화 얘기를 하자면,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이 부담이긴 하지만 정말 강추이다.
여기까지 써놓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25주년 기념 뮤지컬 실황을 녹화한 영상을 보았다. 뮤지컬과 비교해 보니 영화가 얼마나 잘 연출되었는지 더 실감할 수 있었다. 선박을 끄는 오프닝 장면의 웅장함, 바리케이드가 무너지던 날 파리의 좁은 골목들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최고로 멋졌던 엔딩.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었다. 잘 알려져있는바와 같이 모든 대사처리가 노래이기 때문에 나중에 추가 녹음을 한 것이 아니라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이 직접 노래했는데 그또한 멋지다. 특히 개인적으론 앤 헤서웨이의 재발견. I dreamed a dream을 부를 때 그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표정과 노래는 앤 헤서웨이가 이 정도 배우였나 싶을 정도였다. 뮤지컬의 순서와 한 신을 바꿨는데 그것만으로도 절절해서 그 때문인지 배우 때문인지 뮤지컬에서는 그 장면에서 감정이입이 잘 안됐다.
사실 레 미제라블 원작을 읽은 적도 없고 그냥 빵 훔쳤다가 장기복역하고 나와서 시장되고 쫓기는 장발장 이야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쓰고 보니 부끄럽네 >.<) 혁명에 관한 대서사시였구나, 그 시절과 지금이 하나 다를게 없구나,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누가 누구를 낙인찍고 판단하는지.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낙인을 찍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피흘리는 혁명의 젊은이들을 외면하는 프랑스의 시민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지.

덧. 영화의 에포닌이 25주년 뮤지컬에서도 에포닌이다. 실은 반대가 맞는 말이지만. 영화에서는 아만다와 앤에 상대적으로 가려지는데 뮤지컬에서는 에포닌이 가장 이쁘다는 것이 함정.
25주년 기념 영상 마지막에 1985년 초연 배우들이 나와서 2010년 배우들과 노래하는데 정말 멋졌다. 엉엉.

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아워이디엇브라더 유료시사회



프레인의 두번째 영화 아워이디엇브라더
첫번째 영화 50/50의 마케팅 사례를 본부에서 발표한 적도 있는터라 그 기대가 적지 않다.
원래 1차 시사회를 예매했다가 집안 일로 눈물을 머금고 당일 취소를 했는데 다행히 2차 시사회가 열려 참석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기발한 프로덕트를 준비했는데 아워이디엇브라더 캔들. 1차 시사회 후기를 보며 선물을 미리 알고 있었던터라 웬 캔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면 아 역시~ 싶은 제품이다.

두번째 영화 상영을 결정하면서 프레인무비는 멤버십을 도입하였다. 이메일로만 가입이 되는 이 멤버십은 주로 이메일로 소통하고 이번 시사회도 멤버십 회원들에게 선예매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가입순서대로 부여되는 멤버십번호로 후에 특별한 이벤트들을 진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체에서 이메일로 전해지는 소식들은 대부분 드라이하기 그지없지만 프레인무비의 이메일은 좀 다르다. 여준영대표가 직접 이 영화를 수입하기로 결정한 배경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작성된 이메일이 오히려 정감있고 반갑기도 하다. 온라인으로도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낀다.

아마도 영화가 개봉되고나면 더 많은 마케팅 사례들이 생겨날 것이고 또 한번 포스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영화를 대하는 컨셉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예상되듯이 주인공인 네드라는 이디엇한 브라더가 사실은 이디엇한 것이 아니라 사랑스런 브라더란 것인데 영화의 컨셉에 충실하게 모든 제작물들을 만들었다. 모든 제작물에서 이디엇을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선물 박스에서도, 선물에서도, 이디엇은 지워지거나 뜯어지거나 사라진다. 무형의 컨셉에 집중하여 그 컨셉에 딱 맞아떨어지는 유형의 프로덕트를 제작해내는 아이디어의 원천이 부럽다.
"이 영화를 보고 지루하다고 말할 사람이 전국에 몇 천만 명 이다
그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지 않게 마케팅 했으면 좋겠다.
꼭 봐야 할 사람이 보고, 본 사람들이 모두 이 영화를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 숫자는 십만 미만일 거다"
여준영대표가 프레인영화팀에게 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멋지지 않은가. 영화에 딱 맞는 사람들에게만 마케팅하고 그들 모두가 사랑하게 만들자니.

영화시사회 후기인데 영화 얘기는 너무 없는 것 같아 간략히 말하자면,
아워이디엇브라더는 50/50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위트와 적당한 감동이 있는 저예산 영화로 엄청난 재미와 감동, 화려한 액션이나 서스펙트를 제공하진 않지만 어느 누구와 보더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어떤’ 영화. 이번 주 목요일 개봉 예정이라 특별히 스포일링을 하진 않겠지만 보고난 후엔 캔들 선물의 의미도, 선물박스 디자인에 대한 의도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될 프레인영화. 벌써부터 기대된다.


2012년 10월 4일 목요일

말할 수 없는 비밀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추석연휴에 감상. 기대와는 달리 대만의 도시 풍경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웠다.


오프닝에 story by Jay Chou라고 나오길래 오잉? 했는데 감독도 주걸륜이었다.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라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의외로 구조적이고 요즘 유행하는 타임리프 소재임에도 식상하지 않다. 본인의 예고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해서 피식했는데 주걸륜의 피아노 실력은 모든 것을 용서할만큼 인상적이다.
그 어린 나이에 종합예술의 절정인 영화를 찍질 않나, 피아노 실력에 더해 작사/작곡/노래도 하는 모양이고, 연기도 그만하면 훌륭하고 쿵푸덩크에서 볼 수 있듯이 농구 실력도 뛰어나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다니!

신랑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박물관이라고 하였다. 덧붙여 장제스와 쑨원으로 대표되는 대만의 역사를 알게 되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 대만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걸륜이다! 이제부터 내가 아껴주겠어.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피에타



피에타 (이탈리아어: Pietà) 는 이탈리아로 슬픔, 비탄을 뜻하는 말로 기독교 예술의 주제 중의 하나이다. 주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체를 떠받치고 비통에 잠긴 모습을 묘사한 것을 말하며 주로 조각작품으로 표현된다. 이는 성모 마리아의 7가지 슬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그리고 십자가의 길 제13처에 등 예수의 처형과 죽음을 나타내는 주제이다. - Wikipedia

가장 유명한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품으로 미켈란젤로가 완성한 거의 유일한 조각상이라고 한다. 피에타의 뜻을 몰랐더라도 미켈란젤로의 조각이란 것을 몰랐더라도 이 조각상은 미술책에서 많이 보아서 익숙할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을 20대 초반에 완성하였다고 하니 천재긴 천재인듯.

김기덕 감독의 작품 피에타, 왜 제목을 피에타로 했을까 싶었는데 보고 나면 적절하다싶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불편하다. 영화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늦었지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에 축하를. 계속해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기를.

2012년 7월 24일 화요일

미드나잇 인 파리



첫 장면부터 설레게 만들던 영화.
지베르니는 정말 두근두근. 꼭 가보고 싶다.
오랑쥬리 미술관의 수련도 정말 멋졌다. 멋지다는 말로는 부족하지만 그저 감탄만 할 뿐.
1890년대에 고갱과 드가가 나타났을 때는 모네가 나올까봐 또 두근두근.
파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게 만들던 90분간의 두근거림.


사람들은 현재에 만족하기보다는 과거에 대한 추억을 먹고 살고, 꿈꾸는 황금시대가 있지만 그 시대의 사람들은 또 그 시대에 만족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길은 1920년대를 꿈꾸지만 아드리아나는 1890년대를 꿈꾸고 드가와 고갱은 르네상스를 꿈꾼다.
과거보다 현재, 지금 이 순간이 더 만족스럽고 내일, 내년, 더 멋진 미래가 기대되는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인가보다.